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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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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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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검은 보석

DUMMY

사실 조선에서도 석탄을 아예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선에서도 석탄이 나는 광산을 지도에 기록할 정도였고. 조선의 과학자 중 한명이 '조선에는 석탄을 쓰는 곳이 없어 안타깝다'라고 책에 적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조선의 석탄 사용은 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쓰여왔고. 지금 철종이 하려는 대대적인 석탄 보급 사업은 말 그대로 조선 역사상 유래가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그 거대한 사업을 민간에 맡기겠다니!


눈이 뜨였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사농공상에 사상이 머물러있는 조정의 관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민간에 맡기겠다니.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정부가 나무를 대체할 석탄 사업을 민간에 맡기겠다고 공표하자. 기다렸다는 듯 전국의 광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총이나 칼 말고. 곡괭이를 들고 말이다.


물론 그래봤자 석탄 채굴량이 한 3배 정도 뛰어오른 것 말고는 별 볼일 없었으나. 진정한 변화는 잘 닦여진 도로를 통해 각 지방에 석탄이 보급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디어디네가 석탄 가루 뒤집어쓰고 폐병에 걸렸다더라. 어디어디네가 석탄 연기를 들이마셔서 일가족이 죽었다더라.


이런 흉흉한 소문이 조선 23부에 퍼지는 것보다 석탄이 각 가정에 보급되는 속도가 더 빨랐으며. 급기야는 석탄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석탄! 석탄을 내놔라!"


"아..아무리 그러셔도 이젠 더 이상 팔 게 없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 결과를 맞는다. 하나는 수요가 줄어들어 공급을 맞추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공급을 늘려 수요를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사람은 후자를 선택하였고. 조선인들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였다.


1850년 11월 4일.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더불어. 조선에 사상 최초로 근대식 광업이 그 싹을 틔운 날이었다.


*


깡! 깡!


드르륵! 드르륵!


어느 석탄 광산. 그곳에는 어린 아이 늙은 자 할 것 없이 모두 곡괭이로 광맥을 찍어내고. 석탄이 가득찬 수레를 미는 광경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개중에 대부분은 인천이나 한성같은. 땔감을 구할 수 없는 대도시에 팔려나갈 터. 그리고 나머지는 그 대도시들 주변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마을들에게 보급될 것이다.


쉴 새 없이 수레가 오가고. 광맥이 드러나고. 회색의 석탄 가루가 대기 중으로 떠올랐다. 광부들의 얼굴에 검댕이 묻고 옷이 검게 물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돈이 필요했고. 광산의 주인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저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광산의 주인은 저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다.


참으로 간단한 것 아닌가? 노동을 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조선은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나라가 되었고. 다른 나라들은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선이 그 뒤를 좇을 시간이었다.


*


"석탄 사세요! 질 좋은 석탄 싸게 팝니다!"


"석탄 10관을 사시면 1관을 더 드립니다! 선착순 1000명 한정! 빨리빨리 사가세요!"


조선의 육조 거리에서는 연일 석탄을 판매하려는 상인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졌다. 어느 상점에서는 질 낮은 석탄을 싼 값에 판매하고 있었고. 어느 곳은 검증된 품질의 석탄을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인 백성들은. 열심히 일을 해 번 돈으로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여러 상점을 둘러보며 개 중 마음에 드는 석탄을 집으면 그만이었다.


언뜻 보면 혼란하기까지 한 육조 거리의 모습은. 철종이 딱 기대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이 조선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저런 혼란이 지속되어 경쟁력이 생기고. 경쟁력이 생겨야 서양 열강들의 경제 침탈로부터 조선의 경제 주권을 지켜낼 수 있다.


지금은 석탄뿐이지만. 머지 않아 쌀로. 더 나아가서는 부식용 작물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각종 사치품으로 저 혼란상이 확장되어 나가리라.


그렇게 생각한 철종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도승지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석탄을 가공하는. 그러니까 연탄을 만드는 기계를 가져왔다고 보고를 올린 덕이다.


적지 않은 웃돈을 얹어주고 구입해야 했지만. 그런 손해는 언제든지 연탄을 팔아 번 돈으로 벌충할 수 있었다.


이제 공장을 만들고 한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어느정도 쓸만한 품질의 연탄이 뽑혀져 나올 것이고. 가공되지 않은 석탄을 아궁이에 집어넣는 식으로 석탄을 운용하던 조선의 백성들은 신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연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도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주면 그만이었다. 지금의 조선이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이제 곧 터질 태평천국의 난을 잘 이용하면 조선은 곧 제국으로의 발돋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준!"


""""조준!"""


"발사!"



타타타타탕!


지휘관의 호령이 떨어지자 2열로 늘어선 전열보병들이 일제히 소총을 격발시켰다. 1860년대에 개틀링이 개발되었으니. 아직은 전열보병들의 시대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어떻습니까?"


조선인 지휘관이 무심한 표정으로 사격 훈련을 바라보고 있는 프랑스인 군사 고문을 바라보았다.


"Pas mal pour l'armée orientale. Cependant, le mouvement n'est pas organique. Il faut trop de temps pour passer au plan suivant."


"동방의 군대 치고는 나쁘지 않지만. 동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Plus de formation et de nouveaux manuels sont nécessaires. Heureusement, nos grands instructeurs de français vous apprendront à fond. Vous n'avez pas à vous inquiéter."


"더 많은 훈련과 새로운 야전교범이 필요하답니다. 다행히 자신들이 있으니 아무런 걱정 말라는군요."


"그거 참 믿음직하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J'espère bien marcher. Je suis en train de dire."


"Donc je suis. Construisons ensemble une armée forte."


금광 채굴권이라는 비싼 값을 주고 들여온 프랑스 군사 고문단은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과연 나폴레옹의 후예들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인지. 그들은 지금까지 전근대식 전술에 익숙해져 있던 조선군을 겉모습만 근대식 군대에서 완벽한 근대식 군대로 탈바꿈 시키고 있었다.


포병들에게는 다양한 포탄 탄종의 사용법과 간접 사격에 대한 노하우를. 보병들에게는 각종 방진들과 대열. 그리고 유기적인 움직임과 빠른 재장전을 가르쳤으며. 기병들에게는 방진을 짠 보병들의 대열을 뒤흔드는 법을. 그리고 서양식 세이버 검술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휘관들에게는 급격한 전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과 병사들을 다루는 방법. 보급을 끊겼을 때의 대처법과 기습과 전면전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식을 말 그대로 때려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을 꾸역꾸역 받아들인 조선군의 전투력은 서서히. 차근차근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본 프랑스 군사 고문단은 쑥쑥 자라나는 아기를 보는 시선으로 조선군을 바라보았다.


급격하게 변할 필요는 없었다. 급진적인 변화는 필요없는 반발을 부르고. 반발은 항상 피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조선은 아직까지 나약하기 그지없는 동방의 소국. 대륙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


창덕궁의 편전. 본래는 조회가 열려야 하는 시간이건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신하들은 모두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철종이 가만히 있는 가운데. 영의정인 이하응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감축드리옵나이다 전하!"


"허허. 과인이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사옵니다 전하. 전하께서 양이들을 받아들이시고 그들의 제도를 따라하심에도 백성들이 반발치 않는 것은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신뢰를 주셨기 때문이며. 또 이번에 아국의 백성들이 2000만을 넘긴 것도 전하께서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조선을 만드셨기 때문이옵니다.


또 조선을 좀먹는 세도 가들을 일격에 내치신 것도 전하의 공이며. 이 조선에 새로운 기물들이 이질감없이 들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전하의 공이온데. 어찌 이 미욱한 신하들이 전하의 공을 찬미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신들의 절을 받으시옵소서!"


"""절을 받으소서!"""


편전의 대소신료들이 모두 감격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절을 올렸다. 2000만. 정확한 숫자는 2108만명. 그것이 지금 이 조선의 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숫자였다.


실제 역사에서 조선이 행정력과 인구 부양 능력의 한계로 고종 때 비공식적으로 겨우 1800만이 넘지 않았을까를 추산할 정도였으니. 철종은 신하들의 절을 받을 자격이 차고 넘치는 셈이었다.


이는 조선의 근간을 이루는 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남만주에 살고 있던 유민들이 다시 조선으로 모여들었고. 행정력도 기존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화되면서 산 속 깊은 곳까지 인구 조사를 실행할 수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는 성과였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가 곧 국력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장 저 머나먼 중동에서는 페르시아가 오스만과의 패권 경쟁에서 밀린 것이 턱없이 딸리는 인구수 때문이었고. 지금 중국이 여러 열강들의 침탈을 받고 있으면서도 인구빨로 오히려 산업 혁명을 뛰어넘는 효율을 보일 정도의 기행을 일삼는 것도 모두 인구수가 받쳐줬기 때문이었다.


당장 옆 나라인 일본이 3000만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현 시대에서. 조선이 드디어 넘지 못할 벽이라 여겼던 인구수 2000만을 달성한 것은 조선의 유자들에게 있어 크나큰 치적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명 멜서스 트랩이라 칭해지는 인구 증가-식량 사정 악화-전쟁. 전염병 발생-인구 감소-식량 사정 완화-인구 증가...는 지금의 조선에는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쌀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북방 지역에서도 벼가 자랄 수 있는 것을 조선인 유민들을 통해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앙법의 적극적인 도입과 더불어 농업 생산량을 반토막 내던 민둥산들도 이제 나무를 심고 있으니 쌀 생산량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고. 북방을 겨냥한 처녀지 개간 작업과 더불어 간척 사업을 실시한다면 농경지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농경지가 늘어난다면 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그 늘어난 인구는 그대로 경제를 지탱하는 역군이 되어 조선을 더 강한 나라로 만들어줄 초석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철종이 생각을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은 어느덧 만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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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8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7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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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5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 검은 보석 +4 20.05.14 2,075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4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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