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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615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6.08 06:00
조회
1,826
추천
22
글자
12쪽

전쟁이냐. 내전이냐

DUMMY

청나라는 두 개의 기로에 서 있었다.


조선을 징벌하고 다시 상국의 위엄을 세우느냐. 아니면 황제를 끌어내리고 제대로 된 황제를 세워 청나라를 개혁시키느냐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을 정벌한다면 조정 내에서 분란이 일어날 것이고. 황제를 끌어내린다면 말할 것도 없다... 우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느 한쪽을 취하건 조정의 분란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지금의 조선은 말 그대로 충실한 번국 노릇을 하면서 청에게 각종 무기류를 건네주고 있었고. 그것은 서역에서 수입한 것도 아닌 조선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뭐라 꼬투리를 잡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어디 그것뿐인가. 조선의 왕이 책략한 계획에 황제가 넘어가 황제 스스로 조선천자가 된 상황에. 청의 내부 사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당장 태평천국이 중국 남부에서 종횡무진하며 그 세를 불리고 있었고. 태평천국의 세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점점 민란들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었다.


이런 사정에서 명분을 만들기 위한 중국인 처벌 문제까지 역공을 당하면서. 지금의 조정에 있어 조선은 거의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저 조그마한 반도의 소국이 대국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조선을 건드리는 순간. 이 나라는 반쪽으로 갈라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부 개혁을 하자면 지금 국정을 돌볼 의지를 상실한 함풍제를 어떻게든 제거해야 하는데. 늙어죽는다면 그것이 최고겠지만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황제가 늙어죽었다고 말한다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그렇다면 필시 황제의 영향력을 미약하게 만들어 꼭두각시로 만들거나. 유폐시키거나. 아예 갈아치워야 하는데. 딱히 그들의 입장에서 황제가 될만한 후계자들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황제가 어린 탓에 아직 후계자를 생산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방계를 끌어들이자니 이제 황족에 남은 방계도 몇 없었다.


그렇다고 외척을 끌어들인다면 조정의 중신들이 들고 일어날테니...


"후우.... 답이 없구나.. 답이 없어.."


말 그대로 첩첩산중. 산 넘어 산이었다.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이미 수명을 다한 청이란 국가는 스스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


"현재 전 군의 상태는 어떠한가?"


"예! 현재 북방군은 완벽하게 훈련 및 보급이 완료되었고. 동래부를 위시한 동남쪽 해안군은 약 8할 가량이 훈련 및 보급을 마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중앙군은 어떠한가?"


"그것이... 북방군과 남방군에 보급 순위가 밀리는 바람에.. 시위대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훈련과 보급을 충분히 받은 부대의 수가 4할에 지나지 않습니다."


"흐음.. 빨리 제철소가 지어져야 할 텐데.."


1852년도 벌써 2월에 들어설 때였다. 작년에 소식을 보낸 제철소의 건이 통과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사기를 당한 것인가. 이 조선의 뿌리를 둔 철종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제발 사기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전령이 병력을 시찰하고 있는 철종의 앞에 나타났다.


"전하를 뵈옵니다!"


"되었다. 어떤 소식인가?"


"지금 서역의 기술자들이 물자와 인부들을 싣고 인천항에 와 있습니다. 당진과 광양. 그리고 포항에 제철소를 세우려 한답니다!"


"그것 참 좋은 소식이다! 내 속히 궁으로 돌아가야겠으니. 장군은 병사들을 잘 추슬러 병영으로 돌아가게 하시오."


"존명!"


*


궁으로 돌아온 철종은 서둘러 편전으로 들어갔다. 신하들도 이미 보고할 준비를 마쳐놓고 있었다.


철종이 왕좌에 앉자마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승지가 세 장의 흑백사진을 건네주었다.


그 사진에는 땅을 파내는 인부들과 그들을 감독하는 서양인 감독관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건물을 세우기 이전의 기초 공사를 찍은 사진 같았다.


"이 사진들은 무엇이냐?"


제철소를 만드는 영길리의 회사에서 진척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찍은 것입니다."


"그렇구나. 확실히 글로만 이루어진 보고서들보다 훨씬 더 이해가 잘 되는군. 이참에 우리 조선도 사진 기사들을 수입해와야겠어."


철종은 그렇게 말하며 세 장의 사진들을 번갈아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다! 저 제철소들이야말로 산업의 쌀을 재배하는 논밭이니. 이제 곧 우리 조선의 공업도 쌀을 먹고 자라 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겠구나!'


"경들은 들으시오."


""""예! 전하!"""


"우리 조선에 제철소가 3개나 들어서게 된 것은 과연 홍복이라 할 수 있소. 하지만 그만큼 우리 조선이 누리고 있는 번영을 시기하는 자들도 많아질 터. 경들은 최대한 제철소의 존재를 숨기도록 하시오. 특히 청으로부터!"


"그 말씀은... 청에 철을 공물로 바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소. 우리의 귀한 광산을 내어주고. 20년 동안이나 무관세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대가로 제철소를 지었으니. 그곳에서 나는 것은 전부 우리 조선이 취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만약 청에게 이 일을 들킨다면.. 필시 청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올테면 오라 하라. 조선의 60만 병사들이 그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철종이 으르렁거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금의 조선군에게 도적 떼로 전락한 팔기군 따위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현재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일본의 다이묘와 막부라고 할 수 있었다.


*


교토 어소.


천황이 머무는 곳에. 도쿠가와 이에요시를 비롯한 중신들이 모였다.


"천황 폐하! 부디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이 일본을 다스릴 사람은 천하에 천황 폐하 단 한명뿐이십니다!"


"허허허...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군.. 세이이타이쇼군(정이대장군)... 막부가 우리 천황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 벌써 몇백년 전.. 아니. 몇 천년 전이더라?"


교토 어소에 모인 막부의 중신들과 고메이 천황의 희비는 엇갈린 듯 보였다. 말이 하늘의 황제지. 사실은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도장찍는 기계로 전락한 것이 천황 아니던가?


"천황 폐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만약 당신께서 일본의 백성들의 구심점이 되어주시지 않는다면. 일본은 다시 전국시대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원래 일본이라는 나라는 전란기와 안정기를 반복하는 나라.. 이번에도 다시 전란의 시대가 온 것뿐이다. 너희 에도 막부가 우리 천황가를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그것은 사죄드리겠습니다."


"사죄라! 어떻게 사죄를 할 셈이지? 막부를 해체라도 할 셈인가?"


"그렇습니다. 천황께서 일본의 지배자가 되신다고 맹세하신다면. 저희는 막부를 해체하고 폐하를 보필하는 내각이 되겠습니다."


"무어라?!"


고메이 천황의 눈이 댕그랗게 떠졌다. 막부를 해체하겠다니. 사실상 일본의 정부가 스스로 정부를 무너뜨리겠다는 것 아닌가?


아무리 막부가 허술하고 헛점이 많은 정부 체제라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천하만민들이 공감할 터. 그러나 그 막부를 스스로 무너뜨리겠다는 정이대장군 이에요시의 말은 그 고메이 천황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저는 이제 곧 죽을 몸입니다. 평생동안 거짓으로 일본을 지배해왔으니.. 이제 폐하께서 진실로 일본을 지배하실 차례입니다."


".... 정말인가? 나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던가?"


"폐하. 폐하께서는 일본국의 주권의 상징이시자. 저희가 일본 열도의 수호자이십니다. 당신께서 저희를 이끌지 못하신다면. 그 누가 이 나라를 이끌겠습니까?"


이에요시는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조아렸다. 다른 중신들도 같이. 고메이 천황이 스스로 제위에 오를 것을 무언으로 간청하고 있었다.


꿀꺽!


고메이 천황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는 결코 이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평생동안 꿈꿔왔던 일본의 실권자 자리와. 평생동안 가져왔던 일본 백성들의 정신적 지주를 동시에 맡을 수 있는 기회다.


만약 이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그는 사람들로부터 버러지라고 불려도 변명조차 하지 못하게 되리라.


"그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마침내 천황은 결단을 내렸다. 이제 일본에는 격변의 파도가 칠 것이다. 과연 그는 파도의 일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방파제가 될 것인가..


"천황 폐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이에요시과 막부의 중신이었던 자들은 일제히 일어서 만세 삼창을 불렀다. 오랫동안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일본 천황의 화려한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서.


*


대마도. 아니. 이제는 동래부 산하 대마군이 된 대마도에서는 여전히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저 놈들 또 오는군... 확 쏴버릴까요?"


"아서라. 우리는 그저 일선 지휘관들이다. 왕명없이 전쟁을 일으킬 셈이냐?"


그 이유는 바로 대마군이 조선에 편입된 후부터 일본의 해군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각자 형식이 다른 것을 보니 분명 정부군 소속은 아닐테고. 아마도 바다에 접해있는 다이묘들이 건조한 배임이 분명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의 군선들은 별다른 적대 행동은 취하지 않고 그저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멀찍이 떨어져갈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더 신경을 거슬렀다.


"망할 놈들.. 차라리 대포를 쏘지. 매일같이 아무것도 안하고 가니까 말라 죽을 것 같구만.."


매일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간다해도 일단은 타국의 군함인 이상 경계는 해야 한다. 만약 안전불감증에 걸려 경계를 태만히 했다가는 일순간에 들이닥칠 일본군을 막을 수 없었다.


철종이 심혈을 기울여 얻은 대마도다. 아랫것들이 태만해 대마도를 뺏긴다면 당연히 철종의 분노는 부하들과 신하들에게 향할 터. 그것만은 반드시 피하고 싶은 것이 대마군 진위대 지휘부의 마음이었다.


*


조선령으로 전락(?)한 대마도였지만. 대마도는 조선과 일본의 교두보라는 제 위치를 잘 활용하여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던 이중 봉신 체제를 정리함으로서 섬 내의 질서도 안정되었고. 조선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 근대화도 실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섬 내에 남아있는 구 사무라이 계층들도 진위대로 흡수되어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소 씨 가문의 가주가 군수로 임명되는 등 조선의 통치 체제에 잘 순응하고 있어 조선의 입장으로서도 마음 편하게 지원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조선으로의 편입 때문에 뚝 끊겼던 무역때문에 생긴 걱정도 잠시.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 했던 상인들은 다이묘들의 눈을 재주껏. 아니면 대놓고 빠져나오며 대마도로 향했고. 대마도는 조선의 지원과 일본과의 무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경제가 활성화되니 사람도 늘고. 사람이 느니 돈도 느는 선순환을 누린 것은 대체 얼마만이던가. 어느덧 대마도의 사람들은 일본의 말을 잊고 조선의 말을 쓰기 시작했고. 복식과 문화도 점점 조선의 것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의 것을 빼앗아 남이 잘 되면 배알이 꼴리듯이. 일본의 다이묘들은 이러한 대마도의 성장을 결코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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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6.08 13:15
    No. 1

    추천 꾸욱!
    월요병은 도통 적응이 안 되네요. 일하기 싫네요. 짬짬, 글도 써야 하는데...
    안양시는 벌써부터 쪄요. 오늘 꽤 덥겠는데요? 팥빙수가 당기네요.
    오늘도 힘내시고요. 건필, 깊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4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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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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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9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6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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