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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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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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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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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DUMMY

"너 조선왕 이변은 들으라. 너희 조선이 우리 청의 은혜를 입어 번성한지 어언 500년이 지났건만. 어찌하여 지난 날의 우애를 이리 갚을 수 있단 말이더냐?


서역의 오랑캐들과 통교하는 것과. 대국과의 국경에 함부로 군사를 증강시킨 것과. 허가없이 총포를 제조하는 것을 묵인해 준 것을 이리 갚다니 어찌 천하의 질서를 지키는 천자로서 이를 묵과할 수 있으리오?


짐이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천병을 내어 내 너를 응징하려 하니. 조선왕 이변은 마땅히 천병을 맞아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를 참회할지어다."


함풍제의 진심(?)이 담긴 포고문이 발표되고. 청군이 만주를 탈환하기 위한 진군을 개시하였다.


총 병력 약 30만. 정확히 조선군 전 병력의 50%였다.


물론 지금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군의 수는 약 10만. 심지어 그것도 조선 조정이 엄청나게 무리를 하면서 추가로 증원시킨 것. 아직 배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병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게다가 이번 조선과의 전쟁을 통해 무너져가는 조정의 위신을 다시 한 번 세우려 하는 대청유신회의 계략까지 더해져. 사실상 태평천국과의 전투도 뒷전으로 미룬 채 만주로 출병을 개시한 것이다.


*


다그닥! 다그닥!


전령이 말을 몰아 달렸다. 도착지는 조선군의 만주 주둔 사령부. 장춘이었다.


사령부에 도착한 전령은 말을 마굿간에 넣어두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령관에게 경례를 올린 후 보고를 시작했다.


"청나라의 군대가 온답니다. 총 병력 30만. 무장 수준은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화약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을 보니 적어도 30만 병사들에게 조총 하나쯤은 쥐여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이동 경로는?"


"정찰병의 보고가 맞다면. 이곳. 이곳. 이곳입니다."


"규모는?"


"경로마다 10만입니다."


"병력을 나눠서 포위하려는 거군. 우리 전체 병력이 10만이니..만주 북부 부분이 넘어가면 우리 조선군이 전멸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쩌긴. 수를 줄여야지."


사령관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조선군의 장점이 무엇인가. 바로 인내심 아니던가. 동아시아식 유격 전술과 서구식 무기의 조합이 어떤지. 청군의 소위 천병이라는 것들은 머지않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주상 전하께 장계를 올려야겠군. 청나라의 군대가 온다고 말이야."


*


평양에 지어진 별궁. 사실 별궁도 아닌 잘 지어진 서양식 별장에 불과했지만. 지금 철종을 비롯한 정부 수반들은 전부 이곳 평양에 집결해 있었다.


그 이유야 당연히 청과의 전쟁 때문이다. 한성과 만주는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니. 만주와 더 가까운 평양에서 지휘를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옳았다.


갑작스럽게 왕이 평양으로 온다는 사실과 청과의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평양의 백성들은 공황 상태에 빠질 뻔했지만. 다행히도 평양의 관리들이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불철주야 일한 덕에 철종이 온 시점에는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도시가 운영되고 있었다.


"대국과의 전쟁을 앞둔 지금. 머나먼 북방에 있는 군사들의 치중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대들은 북방에서 내려오는 전갈 하나하나의 내용을 샅샅히 밝혀. 병사들의 필요와 탄약. 그리고 의복과 장작. 병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보급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상의 말씀이 지극히 옳사옵니다. 우리 조선이 500년간 대륙의 대국에게 억눌려 살았던 과거를 청산하고자 거병하였으니. 실로 하늘이 도와 저 간악한 서융 오랑캐들을 주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천자라 하는 자는 그 이성이 지리멸렬하고 전하의 계책에 놀아나는 애송이나 마찬가지이니.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밀정들이 보고한 대청유신회란 신하들의 비밀결사입니다. 그들은 노회한 여우와 같으니. 자칫 잘못한다면 그동안 일구었던 것들을 송두리 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과인도 잘 알고 있다. 허나 저들은 이미 우리 군사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 방심하지 않고 본래의 전략대로 청의 전략을 갉아먹는다면 저들은 머지않아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철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전략이란 게릴라 전술. 더 정확히는 복잡한 만주의 땅굴이나 산맥에 숨어 적의 지휘관들이나 보급품들을 없애는 것이었다.


지휘관을 없앤다면 군대는 혼란에 빠질 것이고. 병량이 없다면 병사들은 쫄쫄 굶을 수밖에 없다.


조선군을 쳐부수어 보급품을 노략하려 해도. 조선군이 어디 태평천국같은 오합지졸인가. 예로부터 화력덕후로 악명(?)높은 조선군이 순순히 당해줄리도 없고. 청군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싸워줄리도 없다.


전략이 실전을 따라가 준다면야. 천병은 조선군이 아니라 만주 전체와 싸우게 될 것이다.


*


1854년 5월 7일.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내 배야!"


"장군..! 살려주십시오! 설사가.. 설사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청의 조정에서 보낸 남부 토벌군은 때 아닌 설사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분명 전염병이 돌 시기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모든 물은 출발 전에 팔팔 끓인 후 튼튼한 통에 밀봉해서 보관해왔건만. 대체 어떻게 이질이 돈단 말인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보급대는 어째서 물이 썩은 것을 보고하지 않았나!"


분노한 남부군의 장군이 엄히 문초하자. 부관 중 한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보고하였다.


"장군. 지금 이질이 도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 중 약 3분의 2 정도가 역한 냄새를 풍기고. 희끄무리한 부유물이 보이고 있습니다."


"뭣이라! 그렇다면 큰일이 아니냐! 이제 곧 더위가 시작될텐데 이 만주에서 수원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 줄 안단 말인가!"


"제가 직접 보급병들을 문초하여 보았지만. 전부 물통에는 손도 대지 않았고. 감시도 철저히 하였다고 입을 모아 말하였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 일단 보급대의 책임자들의 목을 자르겠다. 썩은 물들은 모두 버리고. 근처의 수원을 찾아 물을 찾은다음 팔팔 끓이고. 통을 세척해 물을 담아가면 물의 문제는 해결되겠지."


"허나 그렇게 된다면 필시 일정이 지체되게 될 것인데..."


"어쩔 수 없다. 갈증에 시달리면서 조선군과 싸우란 말인가?"


남부 토벌군의 장군은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비록 물이 부패한 이유는 몰랐지만. 그 해결책을 단시간에 도출해내었으며. 작전의 성공보다는 전투력의 보존을 택하는 자였다.


그리고 그것이 곧 패배의 지름길이 되었다.


*


"퉷! 이것도 썩은 물이군!"


"썩은 물이다!"


병사들이 텃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남부 토벌군은 단 10km도 전진하지 못했다.


수원을 찾겠답시고 만주를 헤집고 다닌 것은 좋았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기가 막히게 전부 수원이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수원이 오염되는 일이야 워낙 흔한 것이니 넘어갔지만. 찾는 수원마다 역한 냄새와 함께 파리들이 꼬이는 연못과 우물만이 보이자 이게 혹시 조선군의 술책이 아닐까 생각하는 장병들이 늘어났고. 마침내 오늘 발견된 강의 상류에 지금까지 탈영한 것으로 여겨졌던 병사들의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본 남부군의 사기는 바닥을 향해 뚫고 내려갔다.


"저..전부 죽은거야?"


"그렇다면.. 불침번을 사던 도중 죽었다는 게..."


차라지 싸우다 죽었다면 모를까. 밤새 누구도 모르게 사라졌던 자들이 썩어가는 시체로 발견되자 같이 먹고 잤던 전우들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총소리도.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신들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다가오자. 결국 비위가 약한 자들 몇몇은 얼마 차 있지도 않은 위를 게워내었다.


"우웩..! 우웨에엑!"


"자..장군!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남은 물은 이제 1달 분량 뿐입니다. 더 이상 수원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만..."


"...."


"장군?"


차라리 수원을 찾아 물을 보급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갈증에 시달리면서 진군했더라면 조선군과 일전을 벌였을 수도 있었을 터. 괜히 보급에 신경을 쓰다 이 만주에서 10만명이 말라죽게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장군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원래의 목적지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 보초와 불침번을 2배로 늘리고. 경계를 해이하게 서는 자는 모두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군."


"모두 이동한다! 물을 최대한 아껴서 먹도록 하라!"


*


"낄낄. 청나라 놈들. 지금쯤이면 목이 바싹바싹 타고 있을걸?"


"그러게 말입니다. 주상 전하께서 고안하신 전략이 아주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습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행군하는 청군을 바라보는 조선군 소속 정찰병들. 그들의 얼굴에는 비웃음과 함께 승리의 웃음이 걸려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놓친 수원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하늘을 잘 봐둬."


"하늘요?"


"그래. 한 번 역병이 돌고 나니까. 저것들 물은 악착같이 끓여먹으려 하잖아. 물을 끓이려면 불을 지펴야 하고. 불을 지피면 연기가 나니까 그 연기를 따라가면 놈들을 습격할 수 있는거야."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밤도 습격합니까?"


크게 깨달았다는 표정을 한 신입 정찰병이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비록 멀리서 살펴본 것이었지만. 동료들의 시체를 보고 위액을 쏟아붓는 청군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앞으로 적어도 1달간은 습격은 하지 않을거다."


"예? 어째서입니까?"


그러나 신입 정찰병의 기대가 실현되는 일은 없었다. 그의 옆에 있는 고참 정찰병은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1달간은 습격이 없다고 못을 박아버렸기 때문이다.


"바보같기는.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의 경고를 받아들였을 거라고. 뻔히 보이는 함정에 발을 들이는 놈이냐 넌?"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그렇다. 인간이란 무릇 배움의 동물인 법. 그것도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라면 평소의 500배 정도는 똑똑해지는 인간이란 동물의 생리를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였다.


싸울 때와 싸울 장소를 정하는 것이 전략과 전술이었으니.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굳이 '오면 죽여버릴테다!'라고 이를 박박 갈고 있는 남부군을 습격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다들 머지않아 죽어버릴텐데. 굳이 희생을 담보할 필요가 있겠는가?


*


북방군 사령부.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전령들이 바쁘게 드나들고. 그 중 한 명이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작전은 성공적입니다. 남부군. 중부군. 북부군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보급품을 낭비하고. 아군의 기습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이제 본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남았지?"


"약 200km 정도 남았습니다."


"그렇군. 역시 대국이란 건가. 행군 속도가 빨라. 우리도 준비를 서둘러야겠어. 다행스럽게도 주상 전하께서 친히 내려주신 병기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30만이 아니라 100만 대군도 두렵지 않다.


"그 병기가 무엇입니까?"


부관이 짐짓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사령관은 부관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화차."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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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8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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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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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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