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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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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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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국의 난.

DUMMY

태평천국의 난. 다른 말로는 태평천국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1850년부터 1864년까지 무려 14년간 청을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이었다.


무려 3000만명 이상이 죽었다고 추산되는 이 거대한 민란은 청의 통치 능력을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지방의 유력한 세력들이 청 황조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만주족을 멸하고 한족을 부흥시키자!(滅滿興漢!)"


18세기 후반 일어난 백련교도의 난과 같은 멸청흥한의 구호를 내건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은 참으로 기막히게도 동아시아에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였는데. 그 기세가 대단하여 사람들은 그들을 장발적(長髮賊)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스스로를 조물주(造物主) 천부상제(天父上帝) 야훼의 둘째 아들이며 천형(天兄) 예수의 동생으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의 뒤를 이어 중국에서 태어난 제2의 천왕(天王) 메시아라는 교리를 세운 홍수전은. 배상제회(拜上帝會)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어 지방의 농촌을 중심으로 포교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었던 청의 조정은 1850년 12월에 관헌과 관병, 민병대를 동원하여 당시 배상제회의 근거지라 할 수 있었던 금전촌으로 들이닥치나. 역으로 배상제회의 신도들이 이들을 기습하여 5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다.


이에 광시성이 총병(總兵) 주봉기(周鳳歧)를 사령관으로 하고, 부장 이극탄포(伊克坦布)를 선봉장으로 한 3천여 명의 토벌군을 보낸다.


여기까지만 해도 청에 흔히 있던 반란군들이 토벌당하는 시나리오대로였고. 청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리해야만 했다. 가뜩이나 아편전쟁의 패배로 인해 서양의 문물이라는 치를 떠는 청에서 서양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봉기한 배상제회란 사교도들은 전부 잡아처넣어도 시원찮았다.


하지만 1월 1일, 금전촌 전투에서 선봉이 풍운산과 석달개의 군사를 치던 중, 양옆으로 양수청과 소조귀의 군사들한테 공격받아 이극탄포를 포함한 300여 명이 전사했다. 그리고 배상제회의 신도들은. 이 날을 홍수전의 생일과 함께 축하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1851년 1월 11일. 홍수전과 상제회는 1만여 명의 규모가 되어 금전촌에서 마침내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다. 14년간 중국을 들쑤시며 청의 국력을 갉아먹은 희대의 민란이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이미 청은 건륭제의 치세 말 대외 원정에서 시작된 재정 악화와 그에 따른 향촌 사회와 농촌의 붕괴로 인해 나라 전체가 망가지고 있었고. 한족의 이민족 왕조의 통치에 대한 불만과. 아편전쟁 이후 청나라 조정의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쌓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태평천국의 난에 합류하게 되었다.


홍수전은 가장 먼저 태평천국이라는 신정국가의 건설을 천명함과 동시에 자신을 천왕(天王)이라고 칭하고 스스로 봉하였으며. 석달개를 익왕으로, 양수청을 동왕으로, 소조귀를 서왕으로, 풍운산을 남왕으로, 위창휘를 북왕으로 임명하여 조직을 구성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풍제는 태평천국이라는 멸청흥한이라는 표어를 내건 태평천국을 토벌하라는 황명을 내렸다.


*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철종이 홍콩의 정보통으로부터 중국 남부에서 대규모의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한 말이었다. 이제 청은 더 이상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못하고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신나게 빨아대던 꿀단지도 사라지게 되니. 철종은 최대한 청의 정권을 연장시킬 생각이었다. 최소한 남만주 일대는 할양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청으로부터 지원군 파병을 요청하는 사신은 오지 않았는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함풍제를 비롯한 자금성의 간신들은 믿고 있을 것이다. 팔기군을 비롯한 청의 천병들이 저들을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늘상 있던 민란이니 늘상 민란을 진압하던 것처럼 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나. 후기 태평천국은 분명 막장이었지만 지금의 태평천국은 종교적 광신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집단이었다. 그리고 신념은 방탄이란 말씀. 과연 청의 조악한 화포들이 신념 방탄복을 뚫어낼 수 있을 것인가?


철종은 아니라고 보았다.


*


광서제독(廣西提督), 운남제독(云南提督), 귀주제독(貴州提督)은 연합군 1만을 결성하여 강구로 보내었다. 아직까지 태평천국의 세력이 그리 크지 않기도 했고. 나라의 재정 상황상 더 많은 병력들을 동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군을 동원하면 행군 속도는 느려지는데 반해 소문은 더욱 더 빨리 퍼졌다. 소문이 피아를 가리지 않는 이상. 스스로를 태평천국이라고 칭하는 사교도들의 무리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보나 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 명의 제독은 자신들이 중국 남부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민란을 제압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닐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관군이었고. 저들은 반군이었다. 무기나 훈련도의 차이는 쉬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스스로 오만에 취한 1만의 군대는. 가는 곳마다 소소한 약탈과 강간을 저지르며 청나라의 남부로 진군하고 있었다.


*


한성부에 위치한 거대한 연탄 공장. 영국에서 직수입한 기계와 기술자들이 다루는 이 거대한 석탄을 가공하는 기계는. 지금 막 조선 석탄공사의 공장주로 발령된 중년 남성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였다.


쿵! 쿵! 쿵!


"오오오... 정말 정교한 기계군. 서역의 열강들은 이런 것을 눈 감고도 만들어낸다지?"


공장의 주인은 착착 찍혀나오는 연탄을 보고 감탄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 무겁고 쓰기 힘든 석탄가루들이 모여 이렇게 둥근 원기둥의 연탄이 된다니. 대체 어떤 조화인지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윤전기를 비롯한 말단 부품들은 지금의 조선에서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기계를 돌리는 노하우나 핵심 부품들은 아직까지 조선에서는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덕에 비싼 돈을 주고 영국에서 기술자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이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어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하면. 영국의 기술자를 고용할 때 쓰인 돈은 금방 회수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 급속도로 불어나는 석탄 사업을 생각하며. 공장의 주인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군주를 섬기고 있는지 깨달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실상 그에게 벼슬을 내려준 분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조선 석탄공사라니. 그 중차대한 일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만 느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계속해서 돌아가는 윤전기 앞에서 공장 주인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시장에 연탄이 돌기 시작하자 그 파급력은 가히 엄청났다. 조선 석탄공사라는 조정의 국영기업이란 이미지에서 오는 탄탄한 신뢰. 그리고 지금까지 규격화되지 않았던 석탄 판매 시장에 있어서 전에 없던 참신함.


그 두가지 시너지가 맞물린 결과. 조선 석탄공사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근대식 연탄의 호응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하루에만 천개가 넘는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기 위한 가옥 개조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고. 상인들이 제발 연탄을 팔아달라며 공장을 찾아오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조선 석탄공사가 무슨 회사던가. 철종이 연탄을 독점하기 위해 내놓은 회사 아니던가? 당연히 상인들이 연탄을 사가는 것도 막고. 민간의 공업자들이 연탄을 만드는 것도 막았다.


다만 그 중 재주가 출중한 이는 오히려 석탄공사에 자리를 주어 외국의 기술을 베끼게끔 했을 뿐이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석탄 광산을 운영하는 광산주들은 점차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그냥 석탄은 연탄에 밀려 팔리지를 않으니. 그냥 처음부터 다른 상인을 거치지 않고 연탄 공장과 직접 계약을 맺어 석탄을 공급하면 될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마친 자들은 서둘러 공장과 계약을 맺었고. 그 덕에 지금까지 석탄 판매로 쏠쏠한 실적을 올리고 있었던 중간 판매 상인들에게는 재앙이 닥쳐왔다. 석탄 광산으로부터 석탄을 공급받고 그것을 상점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에게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광산으로부터 석탄을 공급받을 수 없으니 더 이상 돈을 벌 수가 없는 것이다.


"에이! 이제야 인생이 피려나 했는데 다 망쳤어!"


"조정이 이렇게 백성들을 핍박해도 되는가! 하다못해 우리도 연탄을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야 흰 쌀밥에 돼지고기를 듬뿍 먹나 했는데.."


순식간에 일확천금. 신분 상승의 꿈이 좌절된 상인들의 절규는 육조 거리를 넘어 조선 23부를 뒤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폐쇄적이고 수직적이었던 조선의 신분제가 철폐되어 이제야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새 시대가 왔나 했더니. 결국 돈이라는 새로운 상전을 모셔야 한다는 것에 민초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연탄 사업은 점점 더 확장되어 결국에는 그들을 필요로 할 것임을. 그리고. 연탄만 석탄을 쓰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당진. 광양. 포항.


이 세 지역에서는 낯선 복식을 한 색목인들이 거대한 청사진을 들고 땅을 계측하고. 근처의 인프라를 따져가면서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확실히 제철소를 짓기에는 더할나위없는 장소군요. 조선 정부에서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럼 시공은 언제쯤 시작할 겁니까?"


"일단 본국에 있는 본사와도 연락과 협의를 거쳐야 하니.. 내년 쯤에야 가능할 것 같군요. 최대한 빨리 제철소를 보고 싶으실 텐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제철소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저희 조선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그렇다.


쌀이 백성들의 주식이라면 철이야말로 산업의 주식. 산업의 쌀이었다. 근대식 제철법으로 제조한 강철과 연철. 주철이 있으면 무기의 질도 수직 상승할 것이고. 더 높고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어디 그뿐인가. 서구 열강들의 전매특허라고 말할 수 있는 거대한 포함들을 건조할 때도 강철이 미친듯이 들어가니 제철소를 짓는 것이야말로 근대화의 본격적인 첫 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제철 공정에는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니. 지금 아우성을 치고 있는 석탄 상인들을 달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물론 제철소 3개를 건설하는 대가로 지불한 것은 적지 않았다. 영국에게 20년 동안 무관세 원칙을 유지해야만 했고. 단천 광산과 수안 광산의 채굴권을 넘겨야만 했다. 개중의 단천 광산에서 나는 은은 단천은이라 불리며 크게 인기를 끌었으니. 영국에게 넘긴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철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파이의 질과 양이었지 종류가 아니었다. 근대화로 파이의 질을 높이고. 인구를 늘려 양을 늘린다면 중국은 몰라도 일본은 확실히 제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철종의 바람대로. 지금까지 300만석의 쌀을 가지고 일본으로 향하는 조선 통신사는 드디어 일본의 땅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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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후가 될 자. +2 20.07.07 1,710 18 12쪽
30 양보할 수 없는 이유. +2 20.07.06 1,675 22 12쪽
29 강철의 시대 +4 20.07.01 1,798 21 12쪽
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7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0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2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6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0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3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1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899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9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1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2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3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49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5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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