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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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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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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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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선 통신사.

DUMMY

한성부의 조정. 그곳에는 동래부장관이 올린 장계를 보고 있는 철종이 있었다. 일본의 상인들이 바다를 건너와 삼을 팔아달라고 청한 사건을 본 철종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이내 장계를 접은 철종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편전을 메우고 있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일본의 상인들이 삼을 팔아달라고 청하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전하. 비록 저들이 교화되지 못한 동쪽의 오랑캐들이라고는 하나. 현재에 들어선 저희보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땅을 가진 동국이옵니다. 그들의 습속과 풍속은 가까이 할 것이 못되나. 그들의 부는 기꺼이 가까이 할만한 가치가 있으니. 삼을 파는 것이 조선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득일 것입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이미 돈맛에 제대로 맛이 들린 이상. 시장을 확대하자는 의견에 반대표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본국 정부. 즉 에도 막부의 반응이었다. 에도 막부가 개창된지 200년이 다 되어 다도록 변변한 외교관계를 맺지 못했던 탓이다.


그나마 유일한 소통창구라고 할 수 있던 통신사도 1811년을 끝으로 보내지 않은 지가 벌써 40년 가까이 되었으니. 동래부에 찾아온 일본 상인 몇몇의 의견만 듣고 이역만리 타국으로 비싼 삼을 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삼을 수출해 차익을 챙기는 것이 현대에 이르러 국고에 큰 보탬이 됨은 자명한 사실이나. 일본과 조선은 안타깝게도 이웃나라이면서도 수백년 전의 환란의 원한으로 인해 그 관계가 마치 개와 고양이를 보는 듯 하니 일국의 군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니 일본을 통치하는 에도 막부에 40년만에 다시 통신사를 보내 과인의 뜻을 보내어 서로의 땅에 대사관을 설치하여 서로 왕래를 튼다면 백성들이 서로 왕래하며 해묵은 원한을 씻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경들은 1000명의 한도 내에서 통신사로 적합한 인물을 골라 추천하라.그것 외에도 막부의 정이대장군인 도쿠가와 이에요시에게 줄 선물과 조선의 백자들을 선물로 보낼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신하들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순조의 치세 이래 다시 한 번 재개되는 조선 통신사였다. 이 통신사가 동아시아의 역사에 있어서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그 아무도 몰랐다.


*


에도 막부의 수도인 에도. 천황이 기거하는 궁전을 비롯한 건물들은 전부 교토에 있었지만. 실질적인 편의시설들과 주거지. 그리고 군사시설들을 비롯한 수도에 꼭 필요한 건물들은 에도 막부를 위해 에도에 중심적으로 건설되었기에. 에도는 에도 막부 치세 때 실질적인 수도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에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에도 성. 그곳에는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 같아 보이는 늙은 정이대장군인 도쿠가와 이에요시가 기침을 하면서 대마도주로부터 온 전갈을 받아 읽고 있었다.


"크흐흠! 조선으로부터 다시 통신사가 온다는 모양이구나. 이번에는 예전까지의 통신사와는 다르게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포석으로서 온다고?"


"예. 쇼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큰 검 하나와 작은 검 하나를 찬 전통적인 사무라이가 무릎을 꿇은 채 쇼군에게 물었다. 성 안에서 검을 차고. 쇼군을 독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그 사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무라이의 말에 이에요시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타국의 사신을 맞이할 때는 되도록 화려한 축제를 여는 것이 관례였다.


"마음 같아서는 성대하게 맞아주고 싶으나..."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요시는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에도 막부 말기인 지금. 무려 1833년에서 1839년까지 일본 전역을 휩쓴 텐포 대기근의 악몽으로부터 아직 일본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만이 넘는 인구가 줄었으며. 초토화된 농지는 아직 일부분만 다시 개간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대기근의 대처를 실패하면서 에도 막부의 권위는 땅바닥으로 떨어졌으며. 그와 반대로 각 번의 다이묘들은 더욱더 기세가 살아 날뛰고 있었다.


"지금 막부의 꼴이 말이 아니구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쇼군. 자연이란 때때로 가혹하게 몰아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어려운 시기도 모두 지나가기 마련. 백성들은 다시 쌀밥을 먹으며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과연 그 백성들을 보호하는 게 에도 막부일 수 있을까?"


"쇼군!"


"쿨럭! 쿨럭! 너..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게. 아무튼 조선에서 귀한 사람들이 온다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환영단을 준비하고 백성들에게 조선의 귀인들이 온다고 알리게나."


"알겠습니다 쇼군."


이제 겨우 환갑을 바라보고 있건만. 도쿠가와 이에요시는 100살은 먹은 늙은이처럼 보였다. 텐포 대기근을 비롯한 19세기 중반에 닥친 동아시아의 총체적 위기에서 일본을 살리기에는 그는 너무나 나약했다.


*


동래부에 있는 왜관. 그곳에는 조선의 상인들이 일본에서 온 상인들에게 이것저것을 캐묻고 있었다. 조선에서 통신사가 파견되고 다시 양국간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일본에도 퍼지자. 이 때를 노려 삼을 노리는 일본의 상인들이 동래부를 뺀질나게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뭐가 제일 비싼가?"


질 좋은 면으로 짠 신식 한복을 입은 상인이 빼빼마른 체형의 일본인 상인에게 물었다. 상업의 기본은 정보. 비싸고 싼 게 무엇인지 알면 적어도 본전은 건질 수 있었다.


"그야 물론 쌀이지요. 10년도 전에 대기근이 닥치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 있어요. 막부가 쌀을 풀기도 했지만.. 후우.. 어디 에도 사람만 사람입니까? 지금 일본에서는 쌀 한 섬에 여자아이 2명까지 시세가 올랐습니다."


"아니. 그 정도로 심각하단 말입니까?"


조선인 상인은 돈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밥 먹으려고 판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일본인 상인은. 한숨을 쉬더니 작금의 열도가 처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대기근이 닥치면서 사람들이 굶기 시작하자 나무뿌리들. 야채등등.. 토양의 유실을 막고 산사태를 막아주는 중요한 버팀목들이 사라져서 그럽니다. 흙은 말라붙었고. 농부들은 굶어죽고 있어요."


"쯔쯔쯔..."


조선인 상인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도 몇 년 전까지는 농부로서 살았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굶주림에 지쳐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는가. 지금 주상 전하께서 여러가지 신농법과 신법을 제정하여 그런 것이지. 철종의 즉위 전만 해도 조선인과 일본인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가만? 이거 써먹을 수 있겠는데?'


그렇게 안타까워하던 찰나. 상인의 머릿속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내 머릿속에서 수만가지의 계획이 떠올랐고. 가장 현실성이 있어보이는 계획이 눈 앞에 번듥리는 듯 했다.


"이보게 친구. 동래부관이 어디에 있었지?"


"으이? 갑자기 그건 왜 묻나?"


상인의 옆에 있던 그의 친우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반문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왠 동래부의 관아를 찾는단 말인가?


"방금 기막힌 사업 계획이 떠올랐네."


"으응???"


*


1850년 6월 2일.


한 상인이 떠올린 기가 막힌 발상은 이내 한성부의 창덕궁까지 들어갔다.


내용인즉슨. 지금 일본에는 먹을 것이 없어 쌀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으니. 조정에서 쌀을 매입해 통신사로 갈때 쌀을 나누어주면 일본인들이 조선에 대해 호의를 갖지 않겠냐는 것이다.


왜 왜놈들에게 귀한 쌀을 나누어주어야 하나며 반대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쌀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일본의 정보를 사실상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공개되자 반대 여론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바닷길을 이용해 미친듯이 중국의 쌀이 조선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으니. 민초들의 삶에는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조선의 위신을 타국에 꼿꼿이 세울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알게모르게 다른 국가들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조선인 관료들의 마음에 꼭 들었던 것이다.


신하들과 왕의 의견이 일치되자 이내 조정에서는 공식적으로 300만석의 쌀을 사들이겠다고 조선 23부에 공표하였고. 중국에서 들어온 쌀로 인해 270만석이. 그리고 조선에서 난 30만석의 쌀이 모여들어 한성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100만석은 통신사로 가는 길에 굶주린 농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머지 200만석은 에도 막부에게 넘겨주어 백성의 구휼을 맡길 것이다. 일본의 북부는 우리가 가지 못하니. 막부가 그들을 대신 구휼해야겠지."


호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해도. 에도 막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외국인들이 자국인에게 쌀을 푸는 것은 자국 내의 쌀본위제 기반의 경제를 뒤흔드는 이적 행위이자 자국의 구휼체계를 무시한 행위이다.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다수의 물량은 에도 막부에게 넘겨주는 것이 옳았다.


"그나저나. 통신사로 일본에 갈 인원들은 정해졌는가?"


"예에 전하. 일단 통신사의 수장은 박규수로 정해졌사옵고. 그 수행원들과 기타 잡일을 담당할 인원들만 고르면 되옵니다."


"인품이 좋은 이들을 골라야 할 것이다. 가깝고도 먼 타국에 조선을 대표하여 가는 것이니만큼. 혹여나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터진다면 과인이 직접 죄인을 국문할 것이다."


"각골명심하겠나이다."


*


홍콩의 작은 서양식 집. 네덜란드인 건축가가 만든 곳에서는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인삼 뿌리 하나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오. 이게 그 조선의 인삼입니까? 생긴 건 평범한데... 그렇게 약효가 좋다지요?"


"그렇습니다. 중국인들이 인삼만 보면 사려고 난리가 나니. 이걸 구하려고 꽤나 발품을 좀 팔았지요! 하하하!"


"근데.. 조선이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입니까?"


"아니. 그것도 모르십니까?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반도 전체가 조선의 영토입니다."


"오오..."


영국인인 새뮤얼 헤이든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조선이라는 두 글자를 반복했다. 인삼은 곧 돈이 되고. 그가 생각하기에 조선은 중국보다 훨씬 작고 약하고 가난한 나라다.


즉 뜯어낼 것이 많다는 것. 제아무리 뜯어낼 것이 없어도 금은이나 철은 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새뮤얼의 표정에 탐욕이 깃들기 시작했다. 저 조선을 개항시킨다면. 얼마나 많은 인삼을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


"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십니까? 알랑 씨."


"중국과는 다르게 열강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더군요. 벌써 그럴듯한 항구도 몇 개 만들어놨습니다. 다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지.."


"불쌍하기도 하지. 그렇다면 우리가 가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알랑 베르그송이라는 프랑스인이 그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중앙 정계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거물 상인들인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이미 개항할 준비를 마쳐놓은 동방의 소국에 진출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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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5 세계최강천
    작성일
    20.05.14 20:08
    No. 1

    조선에도 굶어죽는 사람이 태반인데.....이건 좀 아닌듯 싶네요. 일본한테 백자들고 가도 아무소용없음. 도자기1급국가:일본,중국...도자기3급국가가 조선임. 이건 마치 양계장하는 집에 자기집에서 난 달걀1개 선물로 주는 꼴일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20.05.15 03:35
    No. 2

    국가적으로 가오를 잡는거죠. 우리가 이렇게 잘 사니 우리와 거래하면 너희들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애초에 선물을 보고 '개허접ㅋ' 이라고 말할 국가 원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ya****
    작성일
    20.05.20 05:35
    No. 3

    다 좋은데 원범이는 복수심도 없나유 매국노가 나라 팔아믁고 일장기가 걸리는거 봤담서 복수심도 없고 웅심도 없삼 관련 내용이 아무것도 없네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23 22:43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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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국의 사정 +3 20.06.30 1,759 24 12쪽
27 신붓감 고르기 +1 20.06.29 1,779 26 12쪽
26 강철비 +2 20.06.17 1,878 22 12쪽
25 토벌군을 토벌하는 방법. +2 20.06.16 1,757 20 12쪽
24 만주로의 진군. +1 20.06.15 1,765 26 12쪽
23 천도 +5 20.06.10 1,831 26 12쪽
22 북벌론과 서정론 +5 20.06.09 1,813 21 12쪽
21 전쟁이냐. 내전이냐 +2 20.06.08 1,827 22 12쪽
20 전쟁의 명분 +4 20.06.03 1,869 23 12쪽
19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2 20.06.02 1,891 24 12쪽
18 만주를 손에 넣어라. +4 20.06.01 1,944 23 12쪽
17 작업 개시 +4 20.05.27 1,918 23 12쪽
16 에도 성에서의 조약 +2 20.05.26 1,912 21 12쪽
15 무너져가는 천하. +2 20.05.25 1,900 20 12쪽
14 가깝고도 먼 사이 +4 20.05.18 1,944 24 12쪽
13 태평천국의 난. +5 20.05.15 2,032 20 12쪽
12 검은 보석 +4 20.05.14 2,074 24 12쪽
11 신민학교 +5 20.05.13 2,113 27 12쪽
10 열강들과의 접촉. +2 20.05.12 2,121 24 12쪽
» 조선 통신사. +4 20.05.11 2,212 28 12쪽
8 몸에 참 좋은데. +3 20.05.06 2,333 26 12쪽
7 첫 접촉 +3 20.05.05 2,434 28 12쪽
6 도로망 정비 +1 20.05.04 2,616 28 12쪽
5 경술개혁 +6 20.04.30 2,956 27 12쪽
4 암흑기의 끝 +7 20.04.30 3,250 28 12쪽
3 이씨의 나라. +3 20.04.29 3,676 25 12쪽
2 다시 돌아오다. +3 20.04.28 4,38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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