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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비 님의 서재입니다.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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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향비
작품등록일 :
2008.02.27 00:13
최근연재일 :
2008.02.27 00:1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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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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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글자수 :
407,516

작성
08.01.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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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메가] 제 5장. 로이네즈 로즈힙-1

DUMMY

제 5장. 로이네즈 로즈힙


“이제 가는가?”

“예. 촌장님. 그간 감사했습니다.”

“사람 참. 왜 다시 안 올 것처럼 말하고 그러나? 다시 올 것 아닌가?”

“물론입니다. 꼭 다시 들리겠습니다. 이곳은 제 고향이니까요.”

나는 짐을 꾸려서(짐이라고 해봐야 별것도 없었다.) 마을을 나서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서 나를 배웅해주고 있었다.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흑룡지회가 끝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동안은 짐정리도 하고,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도 했다. 떠날 것이라고 마음먹어서 그런지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빈말이 아니라 내게는 정말 이 마을이 고향이다.

“잘 다녀오게.”

그저 한마디 툭 던지는 박염감님. 그간 가장 정이 많이 든 분이 아무래도 박염감님인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참 무심해 보인다. 그렇지만 난 그 무뚝뚝함 속에 들어 있는 잔정을 많이 보았다. 자식을 옆집에 심부름 보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날 흘긋 보고는 들어가 버리시는... 멋진 분이다.

“가지.”

내가 먼저 가기로 한 곳은 죽촌이다. 죽촌의 촌장님께서는 내 길잡이를 하라고 선빈을 남겨 놓고 떠나셨다. 선빈과는 함께 지내면서 친구가 되기로 약속했다. 많이 무뚝뚝하긴 하지만, 참 멋진 친구이다.

아 그리고 국화촌의 영균이 우리 마을에 남았다. 나를 따라다니고 싶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까 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우리 마을 사람들과 잘 아는 것 같아 신기했다.

매화촌에는 또래라 할 만한 사람이 영경 하나뿐이다. 서로 성별이 달라서인지 어색하기도 하고 별로 친해지지 못했는데, 죽촌에는 선빈 말고도 또래 친구들이 몇 명 더 있다고 한다. 어쩐지 기대가 된다.


“오늘은 이쯤에서 묶어 가자.”

묵묵히 걷던 선빈이 갑자기 내뱉은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았는데?”

“여기를 지나면 산세가 험해져. 밤이 되기 전에 야영할 장소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영균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굵은 돌을 골라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와 불을 피웠다. 그 사이 선빈은 사냥을 하러 사라졌다. 그럼 난 뭘 할까?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만한 게 있나 살펴보았다.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이라 숲에는 먹을 게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곧 선빈이 토실토실한 토끼를 두 마리에 꿩 한 마리를 잡아왔다. 역시 죽촌 사람답게 대단한 사냥꾼이다.

“근처에 물이 있어?”

“이 속도로 이동하다 보면 내일 점심때 즈음엔 개울 하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영균이 대답했다. 정말 붙임성이 좋은 녀석이라니깐.

“아아 그래? 그럼 오늘은 따듯한 국물이라도 끓여 볼까?”

“나쁘지 않군.”

“우와 그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대단한데?”

한마디 툭 던지는 선빈과 호들갑을 떠는 영균.

솥에 물을 절반쯤 받아서 불 위에 올리고 물이 끓을 동안 사냥감을 손질하려고 집어 드는데...

“내가하지.”

하며 선빈이 내 손에 들린 토끼를 빼앗아 가 버렸다. 내가 믿음직하지 못한 건가... 흠.

무시당한 것 같아 살짝 이마를 찡그렸지만, 익숙한 솜씨로 토끼의 배를 가르는 선빈의 손길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게임은 정말... 단지 스킬레벨을 마스터 한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 나도 도축스킬의 마스터인데, 저 녀석의 도축 솜씨와 비교해보면 ‘애들 장난’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까...

어깨를 한번 으쓱 해 보이고 가방에서 야채를 꺼내 손질했다. 오는 길에 틈틈이 약초도 캐고 했으니까, 내 가방 안에는 꽤 많은 요리재료가 쌓여 있었다.

“매운 음식 좋아해?”

“......”

힘들게 물어봤는데 왜 아무 대답도 안 하는 거지? 그저 의아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는 둘.

“싫어하나?”

“매운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여기서?”

아아 그래서 날 바라본 거구나! 그러엄. 이 천재님을 뭘로보고? 훗

“좀 전에 다래가 열려 있어서 좀 따왔거든.”

“좋군.”

거 참. 이정도로 설명을 했으면 반응을 좀 보여도 되지 않을까? 심하게 무뚝뚝하다니까...?

“어머머 진짜? 야아 대단하다. 나도! 나도오~ 그런 거 좀 가르쳐주라. 너랑 같이 다니면 절대 육포는 안 씹겠네?

그렇다고 이런 호들갑스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지만... 둘이 확 섞어서 절반으로 나눠 놓음 딱 좋겠다.

“이야아. 근데 그게 다 뭐야? 가방에서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와?”

“이거?”

난 지금 당근, 양파, 다래, 파 등을 놓고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아까 채집한 것도 있고...”

오늘 오는 내내 내가 길가에 있는 약초나 야채를 그냥 못 지나가고 길을 늦췄기에 내 말을 이해한 듯 했다.

역시 꿩 요리는 닭과 비슷할 테니까 삼을 넣는 게 좋겠지? 근데 삼이 없으니 도라지를 넣고... 대추도 넣자. 마른 대추는 아니지만, 먹을 만하겠지? 다래랑 고추를 넣으면 국물이 얼큰해 질 거야.

선빈이 다듬어 놓은 꿩 뱃속에 이것저것 약초를 집어넣고 다시 봉합했다. 이름 하여 ‘도라지꿩탕’. 흠. 어째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한데... 에이 몰라 먹고 맛있음 됐지.

토끼는 그냥 꼬챙이에 꼽아서 불에 구워 먹기로 했다. 후추랑 소금을 적당히 치고... 맛있겠군.

“밖에 나와서 이렇게 잘 먹어보긴 처음이야.”

“어어 그래?”

“응. 밖에서는 그냥 말린 고기를 먹거든. 우리 마을 같은 경우는 밀이 풍부해서 말린 빵을 먹기도 하고, 죽촌 사람들은 그냥 사냥한 동물을 구워 먹을 게 다라고 하던걸?”

그렇구나. 죽촌 사람들은 매일같이 사냥을 다니니까 오히려 이런 쪽이 많이 발달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기에 후추를 뿌려 먹는 건 상당한 호사지. 우리 마을에는 후추 같은 농작물이 잘 안 자라거든. 평상시에도 주로 사냥한 고기와 함께 감자나 옥수수를 먹지.”

오랜만에 정말 길게 말한 선빈이다. 우와아 역시 먹을 거 이야기가 나오니까 다르네.

“그렇구나. 하지만 숲속에 찾아보면 먹을 게 많을 텐데... 특히 가을 숲에는...”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흑룡산을 뒤질 순 없잖아. 매화촌은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 마을 주변은 위험하다고.”

하긴... 네 마을 중에서도 가장 깊숙이 위치한 곳이 죽촌이고 그 다음이 국화촌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가?”

“그래. 너도 괜히 약초 찾겠다고 산 깊숙이 들어가는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해. 흑룡을 깨우면... 너 하나로 끝나지 않으니까.”

“명심하지.”

촐랑촐랑 떠들던 영균의 목소리가 어째 좀 무거워진다 싶어서 난 그냥 가만히 긍정해 버렸다. 확실히 지금까지 나는 별로 느끼지 하고 있지만, 흑룡은 무서운 존재다.


[띠링. ‘그림그리기’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현재 숙련도는 10입니다.]

[띠링. 예술 스텟이 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불침번을 서면서 열심히 연필을 놀리고 있었다. 뭐하냐고? 그림 그린다.

내 직업은 화가이다. 지난 1년간 내가 그려 온 그림은 꽤 고가에 팔려 나간 편이라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요즘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저 생활비만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에 경매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10억ss를 넘기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었다.

이 시대의 화패단위는 ss, s, cs로 나뉘는데 이것은 2100년 경 가상현실이 본격화되면서 모든 화패가 전자화됨에 따라 세계 공용으로 만들어진 화패단위이다. 1000cs가 1s, 1000s가 1ss로 오메가의 한 달 이용료가 1s 라는 것을 감안할 때 10억ss만 해도 과히 엄청난 돈이다.

보통 내 그림이 팔리는 가격대는 10억ss에서 30억ss 사이. 그간 상상이나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다가 왠지 가상현실에서의 풍경을 그리면 어떨까 해서 한번 그려본다.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 그 아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와룡산맥. 기이하게 생긴 암석과 나무들이 가득한 흑룡산.

아무리 가상현실이라지만 흑룡산의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마을을 벗어나 보니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렇게나 둘러봐도 멋진 그림구도가 나오는데다, 아직 누구도 구경하지 못했다는 환경까지... 내게는 그림그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이렇게 나는 밤이면 이동을 하지 않을 때는 그림을 그리고, 중간 중간 스샷도 찍어 가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 * *


-주인님. 그림의 경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죽촌에 들어와 있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어 있는 집을 배정받고 쉬는 중이다. 나는 새로 그린 그림들의 경매시간을 현실시간으로 딱 하루로 해 두었다. 이런 식의 경매는 너무 시간이 길면 오히려 가격이 잘 오르지 않으므로...

‘아 그래? 낙찰가는 얼마래?’

-코드명 F-19는 19억ss에 낙찰되었으며, S-43은 500억ss에 낙찰되었습니다.

‘아 그래? 생각보다 많이 받았...네가 아니잖아? 뭐라 500억? 50억이 아니고?’

-네.

놀랍다. 500억ss라니... 누굴까 그걸 산 사람은?

나는 그림에다 일일이 이름을 붙이지 않고, 코드명을 붙였다. F-19는 flower 즉 꽃그림 중 19번째라는 것이고 S-43은 풍경그림 중 43번째 작품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림 이름을 그림을 산 사람이 집적 붙이도록 배려한 것이다. 혹시라도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이야기 해 두는데, 그림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 절!대! 저얼~대애~ 아니다. 흠흠.

F-19는 산중턱에 핀 이름 모를 꽃(쉽게 말해 잡초)을 그린 그림이다. 꽃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암석 사이로 뾰족이 나온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S-43은 며칠 전 불침번을 서면서 그린 야경이다. 그림의 80%가 하늘을 차지하고, 어두워 어렴풋이 보이는 와룡산맥의 대략적인 모습을 그려내었다. 마스터에 이른 야행술 덕분에 밤에도 낮과 비슷하게 볼 수 있지만, 어두운 것이 밤의 매력이니까...


* * *


=짹짹. 뾰로롱.

언제나 평소와 같은 아침. 귀여운 새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해가 빠끔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아침운동 해야 되는데... 어제 피곤했나?

“여. 일어났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영균이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나야 뭐 익숙하니까. 어제 많이 피곤했나 봐?”

“응. 그랬나 봐. 별로 못 느끼고 있었는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어서 일어나서 밥 먹자. 나 배고파.”

그럼 벌써 밥까지 준비했단 말인가?

“벌써 밥까지 했어?”

“무슨 소리야? 밥은 당. 연. 히 네가 해야지. 내가 왜 준비해.”

“그게 왜 당연한 건지 이유나 들어볼까? 친구?”

“넌 요리 잘하잖아. 대신 네가 밥 할 동안 내가 청소할게. 응?”

쩝. 할 말이 없군. 영균은 언제 봐도 정말 유쾌한 친구다.

“하아. 뭐 그러지. 일단 좀 씻고...”

“그래. 선빈이 강아저씨와 8시에 산에 올라간다니까 우리도 그때 따라가자. 오늘은 늑대사냥 갈 거라 던데?”

늑대사냥이라... 매화촌 주변에서는 기껏해야 토끼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들만 사냥했었는데, 역시 사냥꾼 마을답게 뭔가 다르다.

“출발하자.”

밥도 먹고 정리를 대충 마쳤을 때 선빈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렇게 죽촌에서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연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적절한 분량을 끊어서 올리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를 흐리지 않으면서 스크롤의 압박이 과도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 한, 그러면서도 아쉽지 않을 만 한 분량을 올리는 것!

ㅋㅋ 그냥 잡담이었습니다. 푸념이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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