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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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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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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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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8. 돌아오다

DUMMY

헤츠 외곽. 끓는 솥 거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색 망토를 뒤집어쓴 사내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수상한 자이긴 했지만, 다행히 그를 알아본 이는 없었다.


끓는 솥 거리는 마법사 외에는 사람이 없었고, 빈민가 특유의 외지고 복잡한 골목이 있어 몸을 숨기기 용이했기에.


하긴, 그렇기에 애당초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거긴 하지만.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면이 익숙하지 않은지, 손으로 가면을 붙잡아 시야를 확보했는데, 몹시도 초조해 보였다.


“분명 여기서.... 왼쪽. 그래 왼쪽이었어.”


사내는 그리 중얼거리며 복잡한 골목 좌측으로 빠졌다. 비록, 허름하고, 복잡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깔끔하고 악취도 나지 않아 길 찾기는 썩 어렵지 않았다.


잠시 후, 좌측 골목으로 어느 정도 들어가니 반짝반짝 빛을 뿜는 깃털 하나가 부자연스럽게 날아 한쪽 벽을 톡 건드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깃털은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 바닥에 떨어지더니, 이내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람에 따라 굴러갔다.


“후우....”


가면 사내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그리 한숨을 뱉으며 망토 안에서 마법 지팡이를 꺼냈다.


이번 1월에 출시된 최신 시리즈라 그런지 매우 세련된 지팡이였다.


사내는 깃털이 부딪힌 벽을 향해 마법 지팡이를 톡톡 건드리며 주문을 외웠다.


잠시 후, 벽돌이 촤르륵- 촤르륵- 움직이며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열렸고, 사내는 안으로 들어갔다.


벽돌이 다시 촤르륵- 촤르륵- 닫히며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는데, 그때 번쩍 불빛이 일더니 안을 밝혔다.


“죄송합니다.”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한 구부정한 자세의 노인이 있었다.


얻어맞은 건지 망가진 안경을 쓰고, 몸 여기저기에 멍과 찰과상이 보였다.


“그대는?”


“이곳은 하찮은 문지기입니다. 죄송하지만, 가면을 벗어주십시오. 브룩스 님.”


사내... 아니, 브룩스 포그곤트가 물었다. 베넷 포그곤트의 세 번째 아들이 말이다.


“... 여기서?”


“그렇습니다. 본인인지 확인해야 하기에.”


초라하다 못해 비참한 행색을 한 노인의 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브룩스는 인내심을 발휘해 그 말에 따랐다. 이 모든 건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이다.


“여기, 봐라.”


노인이 불빛을 브룩스 얼굴에 가까이 대 혹여 위장 마법을 한 게 아닌지 확인했다. 확인을 마친 후 노인이 말했다.


“자, 따라오시죠.”


노인이 안내한 곳은 여러 방과 복도를 지나친 한 깊숙한 곳으로 그 끝에는 여러 마법사가 모여있었다.


대다수 젊었지만, 늙은 마법사도 있었는데, 하나 같이 신분을 과시하듯 화려한 옷차림을 했다.


아마, 브룩스가 조금만 눈썰미가 좋았다면 허름한 구두나,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무리한 것을 유추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그런 눈썰미가 없었다.


여하튼, 브룩스는 그들을 훑어봤다. 과거 마법사들의 시대를 꿈꾸는 선택받은 아이들을 말이다.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군. 하지만, 대부분 좋은 혈통인 게 확실해 보여.’


“진짜군.... 설마, 포그곤트가 직접 올 줄이야.”


늙은 마법사 ‘킨스’가 말했다. 그 말에 브룩스가 발끈하며 말했다.


“말조심하시오. 포그곤트 가문은 이 땅에서 손꼽히는 마법 명문가이며, 그 누구보다 마법사에 대한 자부심이 드높소.”


킨스가 비아냥거렸다.


“그랬을지도... 허나, 지금은 모르지. 벤자민 같은 녀석이 있는데.”


“난 놈과 같은 열등품을 단 한 번도 내 혈족이라 생각한 적 없소. 그저 우연히 만들어진 실패작에 불과하지. 난 마법사의 미래를 위해 어렵사리 이곳에 왔는데, 날 의심하고, 모욕만 하는구려.”


킨스라는 늙은 마법사는 눈을 가늘게 뜨다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사실인 거 같네. 마음속에서 진실된 분노와 혐오, 증오가 느껴져....”


그 말에 한 남자가 대표인냥 앞으로 나왔다. 벤자민만큼이나 젊은 사내였는데, 해외에서 이주한 사람 같았다.


남자는 보랏빛 곱슬머리와 건강한 갈색 피부가 남부 반도 출신임을 이야기해줬다.


“그대는...?”


“뎀시 가문의 데미안이오.... 킨스 씨의 말은 사과할 터이니, 부디 마음에 안 담아두셨으면 합니다. 이런 시기 포그곤트 가문에서의 접근이 저희로서는 의심스러워서요.”


브룩스는 자신을 첩자 취급했다는 사실에 불쾌했으나, 굳이 따지지 않았다. 어쨌건 자신 역시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으니.


“그런데, 갑자기 포그곤트가 우리 선택받은 아이들에게 무슨 볼일이죠?”


“말했지 않은가? 포그곤트 역시 마법사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비록 가주이신 아버님께선 노망이 드셨지만, 난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지금 엄청난 위험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네. 천지가 개벽할 그럴 위험이.”


“.... 그게 뭡니까?”


브룩스는 벤자민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해줬다. 마법사 사회를 파괴하며, 현 질서를 뒤엎고, 같잖은 법 테두리에 무한한 마법의 가두려는 천인공노할 짓을 말이다.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는지 다들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 녀석의 말이 사실이었어. 정보통. 그저 허풍일 줄 알았는데.”


한 마녀가 지껄였다. 데미안이 브룩스에게 말했다.


“이 사실을 말한 이유는?”


“마법사들은 자유와 번영을 위해... 그리고 진정한 마법사인 내가 포그곤트 가문의 가주가 되기 가장 적합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네. 나 이외에는 다 글렀어.”


데미안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어느 정도까지 일이 진행되었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다만... 녀석이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지금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어디로 갔습니까?”


“던전.”



***



던전으로 항해를 떠나는 한 유람선. 그곳에 단 다섯 개밖에 없는 고급 객실에 벤자민이 앉아 소식지를 읽고 있었다. 정확히는 소식지 부록에 달린 싸구려 소설을.


“벤은 그렇게 달빛 아래에서 마녀와 혈투를 벌였다. 던전에 전염병을 풀려는 마녀, 자신의 세 번째 애인과! 마법사가 수리수리 주문을 외는 순간 벤은 자신의 주 무기인 법전을 한 장 찢어 매섭게 던졌다. 날카로운 종이가 허공과 함께 마녀의 손을 베었다! 툭 떨어지는 핏방울과 지팡이! 그 순간 벤자민은 마녀를 끌어안아 키스를.... 아. 진짜, 이게 뭔 미친 내용이야.”


벤자민이 눈 사이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하워드 이 미친놈이 도대체 뭘 쓴 건지.... 그때, 애비가 벤자민의 곁으로 와 무릎 위에 앉더니 벤자민의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애인을 몇이나 사귄 거야?”


“한 명도.”


“여기에서는 안 그런데?”


애비가 하워드가 쓴 소설을 팔랑 들며 말했다.... 개자식 진짜 혼내준다.


“그건 그냥 불쏘시개 싸구려 소설이잖아?”


“그런 것치고는 널 엄청 잘 표현했는데, 말투나 행동, 심지어 가슴에 크림을 발라서-”


“-아, 그러지 마. 듣는 나 민망하니까.”


그때, 한쪽 구석에서 마이클과 함께 가구처럼 서 있던 고드가 벤자민을 응원했다.


“아닙니다. 도련님. 자고로 포그곤트 남자라 하면 그 정도는-”


“-고드. 응원하는 방식이 심히 잘못됐어, 제발 입 다물어.”


벤자민은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항구에 도착할 시간이었는데, 벌써 지치는 기분이었다.


.... 허나, 썩 싫은 기분은 또 아니었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풍랑을 만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은 있었지만, 그래도 누님들과 느긋하게 여행할 수 있었으니.


무엇보다 던전에 가는 것 자체가 꽤나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황실 변호사직 수행 때문에 자그마치 3년간 헤츠에 묶여 있던 터라 던전에 몇 번 방문 못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역시 자신은 던전에 꽤 애정이 있는 듯했다.


‘하긴, 내가 다시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니. 제2의 고향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지.’


의자에 앉아 하워드 소설을 읽은 앰버 누님이 특유의 날카롭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물었다.


“벤.”


“응? 왜 그래? 누님.”


“던전은 어떤 곳이야? 앤 말로는 생각보다 그리 작은 곳은 아니라던데.”


벤자민은 그 질문이 반가운지 미소지으며 말했다. 마치, 자기 자랑하듯이 말이다.


“그리 작은 곳은 아니라고? 그 이상이지. 성벽을 기준으로 개발이 제한된 탓에 규모는 헤츠 보다 작지만, 조밀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와 무질서한 감도 있지만, 훨씬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야. 마치, 야성을 가진 몬스터처럼.”


앤젤라가 말했다.


“베니는 던전을 좋아하는구나?”


“응. 싫어할 이유가 뭐겠어? 고생한 곳이기도 하지만, 날 성공 시켜 준 곳이니.... 그래, 차라리 잘 됐어. 누님들 데려와 보고 싶었거든. 근데, 왜 앤이랑, 아델라 누나는 안 왔어?”


애비가 비아냥거렸다.


“우리가 따라왔는데, 그쪽이 더 신경 쓰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지. 제발....”


슬슬 내릴 준비를 하던 아실리아가 대답했다.


“아델라 언니는 일하는 게 더 좋다 하고, 앤은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다고.”


“누님들 답네.”


벤자민이 피식 웃었다. 비록 전부 다 데려오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어찌어찌 모두와 다 화해했으니. 나중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다시 놀러 와도 되겠지.


그때, 문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변호사님. 곧 던전 항구에 도착한답니다.”


“알았어.”


벤자민은 그리 대답하며, 마이클과 고드에게 짐을 챙기게 하고 선박으로 누님들과 함께 나갔다.


짠 소금 내음과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배 맞은편에는 거대한 항구가 펼쳐졌는데, 안 본 사이 건물이 어째 더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인구밀도가 더 높아진 듯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네....”


알리샤가 감탄하듯 말했다. 그는 어느새 벤자민의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벤자민은 오랜만에 흥이 돋아서 그런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아이처럼 조잘거렸다.


“원래는 저기가 생선을 잡는 곳이었지만, 무역이 활성화되며 구석으로 밀려났어. 바로, 저 부근으로 생선구역이라 불리는데, 현재 원주민 가문인 딥 가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지.”


“원주민이라면... 앳맨?”


“응. 다만, 그냥 앳맨은 아니야. 초기 던전 정착에 큰 도움을 주고, 물고기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줘서 던전의 권력자 가문 중 하나가 됐지. 앳맨 중에서는 유일하고.”


“아, 들어본 적 있어. 정말 물고기처럼 생겼어?”


“글쎄? 지금은 아닐 거야. 전부 혼혈들이라서, 눈이 크고 입고 크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얼굴들이야. 직접 거래해본 적은 없지만 몇 번 보긴 했어.”


“많이 기분 좋아 보이네.”


“그런 가봐... 누님들이랑 같이 와서 더 좋고.”


알리샤가 벤자민의 뺨을 매만지며 말했다.


“말 정말 예쁘게 한다니까.”


잠시 후, 배를 항구에 정박한다는 선장의 말과 함께 종소리가 울렸다.


여객선이 정박할 곳은 물자를 나르는 화물구역 바로 옆으로 화물구역만큼은 아니지만, 인파가 꽤 몰려 있었다.


항구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 곳에서 온 친척을 맞이하기 위해, 성공해 고향의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친구, 연인, 혹은 친척 자식을 맡아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있었는데, 그 틈바구니 사이로 벤자민의 눈에 익숙한 이들도 보였다.


신대륙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던전 토박이 올리버.

신사적인 외모와 그렇지 못한 내면을 지닌 하워드.

특징이라고는 콧수염밖에 없는 수탐꾼 게리.

어두운 금발에, 주근깨를 한 던전의 고고한 모험가 린.

벤자민의 충실한 하녀이자, 마이클의 어미 플렝고 족 메리.


모두 낯이 익으면서도,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는데, 그들은 이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항구 밖으로 나와 벤자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벤자민은 그들을 향해 같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이 돌아온 것이다.


작가의말

도시 던전인데, 드디어 던전이 나왔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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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 회유 +21 21.03.22 726 47 13쪽
57 56. 던전맨 벤 +15 21.03.19 775 56 13쪽
56 55. 실마리 +18 21.03.18 743 52 13쪽
55 54. 난항 +22 21.03.17 752 46 14쪽
54 53. 학술교류 +9 21.03.16 748 53 15쪽
53 52. 후계자 +35 21.03.15 766 61 13쪽
52 51. 질문 +12 21.03.14 731 50 14쪽
51 50. 호출 +16 21.03.13 729 52 13쪽
50 49. 첫번째 자리 +15 21.03.12 754 49 13쪽
49 48. 마법 개혁 위원회 +25 21.03.11 752 51 15쪽
48 47. 분노 +16 21.03.10 739 52 14쪽
47 46. 공개 채용 +20 21.03.09 801 55 17쪽
46 45. 할아버지와 손자 +12 21.03.08 722 52 13쪽
45 44. 책임 +29 21.03.07 740 52 13쪽
44 43. 청사진 +18 21.03.06 756 51 15쪽
43 42. 2분의 키스 +19 21.03.05 756 49 12쪽
42 41. 티내기 +16 21.03.04 739 49 13쪽
41 40. 약 +20 21.03.03 810 53 15쪽
40 39. 명절 +10 21.03.02 816 47 13쪽
39 38. 새로운 일거리 +26 21.03.01 825 53 14쪽
38 37. 교장과 문제아 +17 21.02.28 795 52 13쪽
37 36. 모교 +16 21.02.27 782 61 13쪽
36 35. 진실쟁이 +20 21.02.26 774 61 13쪽
35 34. 마법 개혁 위원회 뭐 그런 거 +14 21.02.25 777 56 13쪽
34 33. 첫 걸음 +14 21.02.24 785 61 13쪽
33 32. 마부 휴잇 +16 21.02.23 793 58 13쪽
32 31. 지나가며 말한 약속 +16 21.02.22 802 54 14쪽
31 30. 정쟁의 서막 +22 21.02.21 818 55 15쪽
30 29. 판 +28 21.02.20 822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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