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74,236
추천수 :
4,772
글자수 :
518,047

작성
21.03.09 07:00
조회
794
추천
55
글자
17쪽

46. 공개 채용

DUMMY

‘끓는 솥 거리’는 헤츠 외곽 마법사들의 거주지 옆에 있는 곳으로, 겉보기에는 빈민가나 생각보다 많은 마법사가 방문하는 일종의 번화가였다.


음침한 거리 특성상 외부인들이 방문하지 않고, 도시경비대 역시 순찰을 기피하는 탓에, 일반인들과 접촉하기 싫어하는 마법사들이 자주 방문했으며, 그 덕분에 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게가 들어섰다.


가령, 마법 재료를 파는 마법 상점이라던가, 실험재료를 구해주는 동물가게, 혹은 구하기 힘든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 같은데 말이다.


“문제는 그중 절반이 불법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거지. 마법 재료를 파는 상점은 사람의 신체나 내장을 취급하기 부지기수고, 동물가게 역시 비슷하거든.”


“가령?”


“사람도 동물로 취급하거든.”


“아....”


“서점 역시 마찬가지지. 희귀한 서적을 얻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고, 때때로 취급하는 것만으로 위법한 서적을 가지고 있지. 뭐, 그게 돈이 되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칼 좀 빌려주겠나?”


야코프가 자신의 칼과 검대를 벤자민에게 건네줬다.


“그럼, 변호사님께서 방문할 술집도 위험하다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대충 들어보니까. 혈기 넘치는 마법사들이 모이는 곳 같더군. 좀 고리타분하기도 하고.”


“그런데 혼자 가시겠다고요?”


“일단, 소문이니까. 만날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사람 줄줄이 데리고 가는 건 부적절하지. 그보다 내가 칼을 제대로 찼나?”


“예, 제대로 차셨습니다.”


“좋아. 그럼,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 봐. 예상이긴 하지만, 시간 좀 걸릴 것 같으니. 너도 마이클.”


“하지만 주인님.”


“그만, 이건 명령이고, 말대답은 용납지 않아.”


“...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좋아, 그럼, 내일 다시 보지.”


그때, 경호원인 야코프가 끼어들었다.


“가면이라도 쓰고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내가 왜? 난 죄지은 범죄자도, 얼굴 가리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도 아닌데.”


“하지만, 마법사들은 변호사님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제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아주 무모하신 것 같습니다.”


“음.... 됐어. 미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지. 뭣보다 당당하게 만나고 싶거든.”


“도대체 어떤 분인지 궁금하군요.”


벤자민이 피식 웃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



***



데미안 뎀시의 비밀 마법사 주점.


여느 때와 같이 수많은 마법사가 방문해 즐거이 술을 나눠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카드를 쳐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허나, 그러한 분위기와 달리 술집 안쪽에 있는 한 객실에는 심각한 공기가 감돌았다.


왜? 바로, 안 좋은 소식을 들렸기 때문.


황실 변호사 벤자민 이 빌어먹을 녀석이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마법사들에게 다시 한번 똥을 싸려고 했기에.


늙은 마법사 ‘킨스’가 물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보게.”


“벤자민 그 빌어먹을 녀석이 마법 제품... 뭐였더라? 그래, 규제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늙은 마법사가 탁자를 쾅 쳤다. 그도 그럴 게, 그는 마법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믿는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가진 이였으니.


그런 그에게 마법을 통제하는 법안이 생긴다는 건 마치 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불경함으로 다가왔다. 최소한 그의 기준으로는 그랬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신성한 마법을 인간의 법 따위로 통제하겠다는 것이야!”


정보를 가져온 마법사 울리가 쩔쩔매며 말했다.


“저도 정보원에게서 들은 대로 말씀드릴 뿐입니다.”


이 술집의 주인이자, 선택받은 아이들의 간부인 데미안이 끼어들었다.


“믿을 만한 정보입니까?”


“예, 일단, 정보제공자가 확실하고, 내용도 일관됩니다.”


“성공 가능성은?”


“정보원의 판단으로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째서?! 놈이 진짜 마법사인지 궁금하군! 긍지와 자존심은 어디 갔느냐 이 말이야!”


늙은 마법사의 분노에 데미안이 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다시 울리에게 말해보라고 했다.


울리가 난감하게 말했다.


“어쨌건 마법을 못 쓰는 열등품들은 우리를 겁내니까요. 최소한의 거름망이라도 만들 거랍니다.”


마법사들은 분노했다. 감히, 자신들이 마법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나눠주는데, 거름망 그런 웃기지도 않는 소릴 하다니.


그 규제안이란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으나, 그게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실제로, 마법제품제조규격 법이 세워지면 이는 마법사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터였는데.


정기적으로 감찰관이 파견돼 그들을 감시할 거였고, 여태껏 큰돈을 벌 수 있게 해줬던 싸구려 원료나, 위험한 독초를 제한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 테니.


그럴 경우 수익은 줄어들 것이 뻔히 보였다. 어쩌면 몇몇 부실한 마법사 가문은 무너질지도.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이를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우리가 돈을 대 주는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어 반대해야 해!”

“아니, 그 정도면 안 됩니다. 이건 우릴 모욕한 것!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 어디 닭이 감히 마법사를!”

“역시, 그때 실패해선 안 됐는데!”

“맞소.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거기다 보는 눈도 있으니, 좀 더 은밀한 방법을 써야 하오.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는 것 외에도, 벤자민 그 닭부터 어찌해야 하오! 놈을 무릎 꿇릴 만한 방법이 뭐 없겠소?! 누구 말해보시오.”

“내게 생각이 있소!”



그렇게 모두가 저 좋을 때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때, 한 여자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걸요?”


말을 꺼낸 이는 다름 아닌 데미안 뎀시의 여자친구이자, 선택받은 아이들의 준회원쯤 되는 앤이었다.


늘 조용하던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 댔다.


“.... 앤? 뭐라고 그랬어?”


데미안의 질문. 앤이 다시 대답했다. 목소리가 묘하게 건조했다. 마치, 마음을 놓아버린 듯.


“그 녀석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죽은 고양이나, 종기가 생기는 저주, 혹은 거대한 폭발에 휘말려도 녀석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 오히려, 보복할 생각을 하지.”


“도대체 그게 무슨...”


“그 녀석을 잘 알거든. 녀석은 마법도 못 쓰는 주제 엠 바흐스르에 입학해 일부나마 최고 성적을 찍었고,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입증했어. 스무 살에 던전으로 가 기어코 혼자 마법 회사를 상대로 싸워,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 승리했고. 이후, 황실 변호사까지 됐지. 여러분이 어떤 협박을 해도.... 녀석은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죽이는 게 쉽지.”


앤의 말은 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댔다. 왜냐면 벤자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놈을 높이 평가했다. 마법도 못 쓰는 닭을.


여기서는 늘 말을 아끼는 그녀인데....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걸....”


“왜냐하면 녀석이 내 사촌 동생이거든.”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얼굴에는 적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앤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마법사들이란.


“내 성은 포그곤트야. 앤 포그곤트. 황실 변호사인 벤자민... 정확히는 벤자민 포그곤트의 사촌이지. 한 살 많은 사촌.”


그때, 늙은 마법사 킨스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배신자다! 배신자 가문이야!”


앤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벤자민이 포그곤트 가문인 것을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이들은 알고 있었는데, 개중 마법사 우월주의 사상이 심한 이들은 벤자민은 물론, 그런 벤자민을 방치한 포그곤트 가문까지 싸잡아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앤은 아쉬웠다. 완벽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쉴 수 있는 곳이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태껏 잘 참았는데.... 하긴, 세상 그 누가 자신을 이해하겠나?


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더 이상 여긴 제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으니, 이만 일어나죠. 그동안 잘 대해 준 것은 잊지 않을게요.”


앤이 데미안의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금빛 수염의 마법사, 핑크빛 머리의 마녀, 주황색 뾰족 신발은 신은 마법사까지. 늘 미소지었던 얼굴들은 당혹감에 굳은 채 앤을 바라봤다.


그렇게 앤이 나가려는 찰나 데미안이 그녀를 붙잡았다.


“잠깐, 어디가?”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은 아닌 거 같아서.”


“이야기 좀 하지.”


그때, 다급히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예민해져 그런지 데미안은 평소 그답지 않게 화를 버럭 냈다.


“뭐야?! 바빠!”


“죄송합니다. 마스터. 하지만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그가 왔습니다!”


“그라니?”


“황실 변호사인 벤자민... 그가 여기 방문했습니다!”



***



술집에 들어온 벤자민은 모두의 시선을 느꼈다. 하긴, 왜 아니 그렇겠는가?


이곳 손님들은 모두 마법사. 모두 눈에 아플 정도로 차려입은 데 반해, 벤자민은 검은색 정장에 외투만 걸치고 있었으니.


모순되게도 얌전하고, 겸손한 차림이 더 눈에 띄었다. 그 뭐라고 할까? 만찬 한가운데 있는 삶은 감자처럼 말이다.


모두의 시선. 특히, 적대감이 섞인 시선을 느끼는 것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벤자민은 덕분에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기 훨씬 쉬웠다.


녹색 머리로 염색한 이십 대 초반 마녀, 파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수염을 기른 삼십 대 마법사, 녹색 비단 모자를 쓴 이십 대 중반 마법사, 빨간 곱슬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십 대 마녀 등등 참으로 많이들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젊고, 부유하다는 것으로 아무래도 있는 집안 자식들 같아 보였다. 소위 말하는 도련님, 아가씨들.


벤자민은 순수하게 궁금했다. 도대체 왜 이런 도련님 아가씨들이 여긴 모인 걸까? 단순히 친목? 아니면 그 이상?


하긴 알게 뭔가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닌데.


가게 안을 한 바퀴를 빙 둘러본 벤자민이 바텐더 앞으로가 적당한 술을 하나 주문했다. 팁도 두둑이 챙겨주며. 허나, 놀랍게도 바텐더는 주문을 거절했다. 팁도.


오히려 그는 벤자민에게 경고했다.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오. 당장 나가시오.”


척 봐도 적대적인 태도. 아무래도 누님들 말이 맞은 거 같았다. 설마, 자신을 싫어하는 회원제 술집을 이용할 줄이야.... 아니 당연한 건가?


소동을 일으키기 싫은 벤자민은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만약, 여기 온 게 실수였다면 사과드리죠.”


“실수한 것이오. 당장 나가시오.”


“나갈 테니, 질문 딱 하나만 합시다. 내가 사람을 찾으러 왔거든요. 혹시, 여자 한 명 모르시오? 갈색 머리를 뒤로 한데 묶고, 주근깨 얼굴에, 활기차고 당당한 마녀인데. 참고로 목은 길쭉하고 새하얗게 매력이요. 이름은-”


“내가 대답해 줄 이유가 없소. 남의 영업장에서 난리 피우지 말고 당장 나가시오. 아니면 내쫓아 주겠소.”


벤자민은 대답하지 않고, 바텐더를 바라봤다. 마치,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 그렇게 긴장감이 고조될 때쯤, 이 누군가 끼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전 여기 주인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하나, 죄송하게도 여긴 회원제로 운영 중인 가게입니다. 도대체 여길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으나, 당장 나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벤자민은 자칭 가게 주인을 바라봤다. 그는 윤이 나는 갈색 피부에 보랏빛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미남으로, 머리색에 어울리는 보랏빛 옷을 입었다. 이국의 향기가 났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는 겉으로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마음속 깊이 벤자민에 대한 적개심이 느껴졌다. 너무 선명해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는.


벤자민이 대답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했군요. 제가 제 직위를 앞세워 문 앞을 지키는 노인분을 겁박해 억지로 들어온 것이니, 부디, 용서해 주시죠. 그런데, 떠나기 전 뭐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죠?”


“제가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마녀인데, 갈색 머리를 뒤로 한데 묶고, 얼굴에 주근깨가 있으며, 목이-”


“-하얗고, 길쭉한 매력적인 마녀죠.”


“오... 아시는군요?”


“예, 제 여자친구거든요.”


벤자민은 침묵했고, 가게 주인은 얄밉게 히죽였다. 마치, 복수라도 하듯.


“제 이름은 데미안 뎀시입니다. 아까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 가게의 주인이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미안은 벤자민이 분노해, 이 손을 잡지 않을 것을 예상해 악수를 청했지만, 예상 밖으로 벤자민은 데미안의 손을 바로 맞잡아 주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벤자민 포그곤트. 앤의 사촌입니다. 한 살 동생이죠.”


“.... 압니다.”


“오, 앤이 제 이야길 했나요? 기쁘군요. 어쨌건, 앤을 좀 만나러 왔는데, 혹시 있으면 불러줄 수 있을까요.”


“그녀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래도 전 만나야겠는데요.”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네요. 여긴 내 가게고, 여기선 모든 게 내 뜻대로입니다. 심지어, 마법사도 아닌 닭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네요.”


예의를 가장한 모욕. 벤자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눈을 슬며시 감고 데미안 뎀시란 남자의 냄새를 맡았다.


그 기괴한 행동에 데미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 죄송.... 옛날에 맡았던 냄새랑 비슷한 냄새가 나서 저도 모르게.”


“비슷한 냄새?”


“예,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 질투! 질투라는 냄새가 나서요.”


정곡을 찔린 데미안은 순간 입을 다물었고, 벤자민은 계속 지껄였다.


“앤은 비롯한 제 사촌 누님 대부분 미인이거든요. 그래서 온갖 남자들이 찝쩍대고, 실제로 그중에는 몇몇과 사귀기도 했죠. 앤도 포함해서요.”


“아, 자기한테서 나는 냄새를 말하는 겁니까?”


“예. 그리고 대다수 남자친구분에게도 그런 냄새를 맡았죠. 원래, 남자라는 게 분에 넘치는 여자와 있으면 곧잘 그런 감정을 가지거든요. 질투, 자격지심, 못난 자신과 잘난 여자에 대한 증오.”


데미안의 뺨이 실룩였다. 그의 예의의 가면이 조금씩 벗겨졌다.


“지금 나한테 하는 말입니까?”


“아, 제가 오해한 거면 사과드리죠. 앤과 사귀었던 남자들은 대부분 그래서요. 활발하고, 밝은 앤의 생명력에 남자들의 자존감에 곧 그늘이 드리우더군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 난 마법사고, 뎀시 가문의 아들이오.”


“예, 아까 전에 들었지요. 저도 뎀시 가문을 압니다. 남부에서 이주해온 마법사 가문. 근면 성실하고, 특히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지요. 조사해 봐서 압니다. 그래서 저도 개인적으로 경의를 가집니다... 근데, 궁금하군요. 염료와 옷감을 만드시는 뎀시 가문의 아들이 왜 이런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건지.”


“.... 작은 술집?”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뎀시 가문에 비한다면 작은 술집 맞지요.”


그 순간 데미안의 가면이 완전히 벗겨졌다. 그는 흥분한 채 벤자민을 쏘아붙였다.


“입을 너무 함부로 놀리는군요. 닭 변호사. 여기서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말이야.”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황실 변호사를 대놓고 죽이려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또 제가 아무런 대비도 안 했을까요?”


그러자 벤자민이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술집에 큰 소리로 소리쳤다.


“마법사, 마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 황실 변호사 벤자민이라 합니다!”


갑작스럽고도 큰 외침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이리 여러분의 귀한 시간 빼앗아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곧, 제가 실력 있는 마법사 혹은 마녀들을 고용할 계획인데, 혹시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절 찾아와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무슨 업무인지는 말해 드릴 수 없지만, 기본 연봉은 1만 듀로,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협상 가능합니다. 가문은 무관하며, 오직 실력! 실력만으로 채용할 터이니, 부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차례 그리 쏟아낸 벤자민은 다시 데미안을 봤다. 뎀시 가문의 삼남은 놀란 눈으로 벤자민을 봤는데, 그만 놀란 것이 아닌지 술집의 모두 당황한 채 말없이 벤자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자신감에 아무도 뭐라 반응을 하지 못했다.


단 한 명, 앤만 빼고 말이다.


“이런 정신 나간 새끼!”


갑자기 나타난 앤이 욕을 하며, 벤자민의 멱살을 잡고 술집 밖으로 끌고 나갔다.


가게의 손님은 물론, 데미안도 그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그 둘은 그리 가게 밖으로 빠져나갔고, 술집 안에 있던 손님들은 연극의 엑스트라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남게 됐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 돌아오다 +20 21.03.23 733 47 12쪽
58 57. 회유 +21 21.03.22 720 47 13쪽
57 56. 던전맨 벤 +15 21.03.19 769 56 13쪽
56 55. 실마리 +18 21.03.18 738 52 13쪽
55 54. 난항 +22 21.03.17 744 46 14쪽
54 53. 학술교류 +9 21.03.16 742 53 15쪽
53 52. 후계자 +35 21.03.15 758 61 13쪽
52 51. 질문 +12 21.03.14 725 50 14쪽
51 50. 호출 +16 21.03.13 723 52 13쪽
50 49. 첫번째 자리 +15 21.03.12 748 49 13쪽
49 48. 마법 개혁 위원회 +25 21.03.11 747 51 15쪽
48 47. 분노 +16 21.03.10 733 52 14쪽
» 46. 공개 채용 +20 21.03.09 795 55 17쪽
46 45. 할아버지와 손자 +12 21.03.08 717 52 13쪽
45 44. 책임 +29 21.03.07 735 52 13쪽
44 43. 청사진 +18 21.03.06 751 51 15쪽
43 42. 2분의 키스 +19 21.03.05 751 49 12쪽
42 41. 티내기 +16 21.03.04 733 49 13쪽
41 40. 약 +20 21.03.03 805 53 15쪽
40 39. 명절 +10 21.03.02 810 47 13쪽
39 38. 새로운 일거리 +26 21.03.01 820 53 14쪽
38 37. 교장과 문제아 +17 21.02.28 790 52 13쪽
37 36. 모교 +16 21.02.27 776 61 13쪽
36 35. 진실쟁이 +20 21.02.26 769 61 13쪽
35 34. 마법 개혁 위원회 뭐 그런 거 +14 21.02.25 772 56 13쪽
34 33. 첫 걸음 +14 21.02.24 780 61 13쪽
33 32. 마부 휴잇 +16 21.02.23 788 58 13쪽
32 31. 지나가며 말한 약속 +16 21.02.22 797 54 14쪽
31 30. 정쟁의 서막 +22 21.02.21 813 55 15쪽
30 29. 판 +28 21.02.20 816 4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