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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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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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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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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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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3. 첫 걸음

DUMMY

벤자민의 말대로 마부 휴잇의 죽음은 마치 물에 젖은 헝겊처럼 아래에서 위로 점차 퍼져나가 이윽고, 중앙의회에까지 이르렀다.


국가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있어, 한 마부의 죽음은 솔직히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마부의 죽음은 다름 아닌 마법사들의 실험 혹은 사고로 인한 것이기에. 최소한 알려진 바로는....


문득, 중앙의회에서는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근래 조용해 다들 잊고 있었지만, 마법사란 ‘드래곤 파이어’처럼 위험하고, 까다로운 존재.


국가 발전도 좋고, 경제 성장도 좋고, 다 좋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위험한 존재들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그냥 풀어주는데,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마법사들과 (지나칠 정도로) 친밀한 의원 몇몇이 작은 일이라 치부했지만, 그 수가 적었기에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오히려 슬픔과 안타까움에 빠진 부인회에서 떠드는 목소리가 더 신경 쓰였다.


매일 같은 침대에 눕는 부인이 마부의 죽음에 관해 떠드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는가?


그러자 의원들 사이에서 하나의 생각이 점점 퍼지게 되었다.


마법사들이 지금도 이런데, 정말 풀어주면 나중에 무슨 사고를 칠지 누가 아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불과 얼마 전까지 너무 공격적이라고 평가한 황실 변호사 벤자민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마법사들과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해보자는 의견이 하나둘 생겨났다.


아주 은밀히, 천천히 말이다.



***



중앙의회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내부적으로 술렁일 때, 상업지구에 있는 ‘롭 앤 포터 헤츠 지부’ 역시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같이 자료를 모으고, 소송을 정리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건물 맨 위. 5층 마스터 사무실에서는 꽤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스터 ‘벤자민’을 필두로, 수석 변호사 앨빈, 보조 변호사 관리자 제레미, 마법 제품 분석팀 관리자 해럴드, 롭 앤 포터 고문 존이 매일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며 소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종류도 다양했고, 업무량까지 많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보는 눈 때문에 야근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그들은 셔츠를 풀어헤친 채, 불타는 장작처럼 열심히 일해야만 했다.


“여기 ‘C-a-3’ 번 조항 수정해야겠는데요? 위의 조항과 겹칩니다. 너무 복잡하면 안 돼요. 누구나 딱 한 번 보고 명쾌하게 이해할 정도로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해하긴 쉬워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만? 그물을 찢는 셈입니다.”


“어차피 보여주기식 그물입니다. 해럴드. 나중에 수선하면 됩니다. 제가 표시한 부분 수정해 주세요.”


해럴드는 내키진 않았지만,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앨빈이 30장이 넘는 종이 뭉치를 가져와 말했다.


“마스터, 여기 말씀하신 대로 프로젝트 설명안 다섯 부 가져왔습니다. 각 방식에 맞는 접근 방식, 제출용 자료, 어필할 수 있는 장점과 문제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까지 모두 가져왔습니다. 검토 바랍니다.”


척 듣기에는 재밌었지만, 각종 전문용어가 깨알같이 박힌 종이를 보자 이내 흥미가 가라앉았다.


피곤하고, 어지럽고, 지루하며, 울렁이기까지 했다. 허나, 벤자민은 커피의 힘을 빌려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벤자민이 빈 잔을 마이클에게 내밀며 말했다.


“마이클. 커피.”


마이클은 바로 주전자를 가져와 잔에 커피를 따랐다. 위장이 매슥거렸고, 머리는 아프고, 부상으로 인해 다리가 욱신거렸지만, 벤자민은 겉으로 괜찮은 척 진통제와 함께 커피를 먹었다.


그냥 독한 포션으로 완치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벤자민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부상이 너무 심해 이미 오남용했고, 완전히 낫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프로젝트는 장기간. 중간에 부작용이 터지기라도 하면 감당 안 됐다.


“국가 규모로 회사를 세운다면... 오케이 이건 타당한 금액이고, 이 정도 규모면 단숨에 큰 회사를 지을 수 있지. 그럼 덩치 싸움은 우리가 유리....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자금을 모으지?”


벤자민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예상 금액과 실제로 그걸 모으는 것은 천지 차이.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하지 않았다간 나중에 허무하게 넘어질 수 있었다.


‘길더스의 주식이란 개념이 딱이긴 한데.... 그럼, 또 일이 늘어나는데? 일단, 확실한 재산권 보장이라는 법부터.... 황제께서 허락해주실까? 일단, 적어만 두고.... 자금 외에도 사업 아이템 역시 문제군. 덩치만 크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이구만.’


큰 틀과 방향만을 짰을 뿐 속은 빈 과자처럼 채워야 할 것이 천지였다. 벤자민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다급하고 무모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필요한 부분은 표시를 남기고 그때마다 생각나는 방법을 채웠는데, 이러다 제풀에 지쳐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 들기까지 했다.


벤자민이 표시를 마치고 종이뭉치를 다시 앨빈에게 넘겼다.


“제가 적은 방법이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 좀 부탁드립니다.”


앨빈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뒷모습이 상당히 지쳐 보였다. 하긴, 일이 원체 많아야지.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이것이 허무한 노력이 아닐까라는 의문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그와 별개로 자기 의심은 늘 찾아왔으니 말이다. 특히, 벌리는 짓이 무모할수록 자기 의심은 끈질기게 덤벼들었다.


벤자민이 그리 고민하며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존.”


“왜 그러나?”


소파에 앉아 팔자 좋게 소식지를 읽는 존이 대답했다.


“다들 일하는 데 너무 편하신 것 아닙니까?”


“난 괜찮네.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난 아직 게으름 부릴 수 있네. 그게 내 일이니.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네.”


“뭡니까?”


“호텔에서 일할 때 여직원에게 누명 씌운 벨보이를 정말 자네가 잡아냈나?”


갑자기 뭔 소린가 싶었는데, 벤자민은 한순간 과거 던전 길바닥 생활을 떠올렸다. 그때, 그런 적이 한 번 있었다.


“예, 범인인 벨보이 말실수를 눈치채 잡았죠... 근데, 제가 그런 말 했나요? 기껏해야 올리버하고 하워드한테만 말한 거 같은데? 술자리에서.”


“아아, 신경 쓰지 말게. 그냥 궁금해서. 혹시 도와준 여직원과 뭐 좋은 일 없었나?”


“없었습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기였는데, 무슨...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알았어. 이제, 그만 물어보지. 까칠하기는...”


존은 그러더니 옆에 놓았던 서류를 꺼내 들었다.


“아까 전에 앨빈이 쓴 내용 대충 읽어봤네. 우선 짚고 넘어갈 거. 하나, 국가가 마법 산업에 투자한다 해도 그리 쉽사리는 못할 거야. 좀 나아졌다고 해도, 통합과정에서 돈을 엄청나게 써 함부로 큰돈을 쓰긴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닐 테니. 특히, 확실하지 않은 생소한 분야에.”


벤자민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존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국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마련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렇다고 마냥 빌려선 안 되고.”


“길더스의 주식이라는 것처럼 여러 사람에게 투자받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쪽은 제겐 생소한 영역이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조언받을 사람 없나?”


그 순간 한 명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존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지적할 거 하나. 마법 회사를 세운다 해도, 마법사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게 해야 해. 계속 까먹는데, 목표를 헷갈리지 마. 마법사를 국내에 몰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목적이야. 몰아내는 거면, 그냥 추방령을 내려도 되지.”


“근데, 문제는 이게 생각하면 할수록 양립할 수 없는 문제를 합치려는 거 같습니다. 마법사들은 통제받길 극히 꺼리는데, 황제는 확실한 통제를 원하실 테니까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서로 마음에 드는 소스를 하나씩 쥐여줘 합의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


“소스? 가령?”


“글쎄, 그건 마스터인 자네가 생각해야지.... 아니면, 둘 다 원하는 걸 얻었다고 착각하게 하는 방법도 있고.”


벤자민이 기운이 다 빠진 듯 의자에 완전히 널브러졌다. 마법사와 황제를 둘 다 착각하게 하는 방법이라. 그럼, 보통 교묘해서는 안 될 터였다.


방법을 찾았다 싶었는데, 다시 막힌 길.


그때, 존이 한마디 했다.


“아니면, 세 번째 방법도 있지. 효과는 확실한 거야.”


“... 뭡니까?”


“싹 다 포기하고, 재산을 챙겨 안전하고 즐거운 해외로 이주하는 거. 누가 아나? 바다 건너 외국까지 가면 마법사들이 자넬 잊을지.”


“아, 진짜... 존.”


“이런 이야기 듣기 싫으면 조급해하지 말고, 기운 차려. 어차피 갈 길은 천리만리니. 막힐 때마다 일희일비하면 아무것도 안 돼. 당장 눈앞의 일부터 생각하게.”


벤자민이 끙 소리를 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손뼉을 쳤다. 모두가 벤자민을 바라봤다.


“... 멋대로 굴어서 미안하지만, 일단, 하던 일은 멈추고, 다들 저 좀 도와주시죠. 곧 폐하를 만나러 갈 텐데. 몇 번 연습해야겠습니다. 잠시 제 연습 상대가 되어들 주세요.”


필요한 일이기에 다들 별 군말 없이 벤자민의 주변으로 모였다. 그들의 손에는 각기 예상 질문을 써 놓은 서류가 들려있었다.


첫 번째 포문은 존이 열었다.


“그럼,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질문 하나 하지... 자네가 한 짓인가? 기사 내용?”



***



“그럼,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질문하나 하지... 자네가 한 짓인가? 기사 내용?”


존이 했던 대사를 황제 프리드 2세가 똑같이 말했다.


억양과 뉘앙스, 분위기가 제법 비슷했는데, 덕분에 벤자민은 비교적 덜 긴장할 수 있었다.


“... 예, 폐하. 그쪽에서 질문하기에 대답해 줬습니다.”


깔끔하지만, 조촐한 차림의 프리드는 휴잇의 기사가 실린 종합 소식지 울프를 꺼내 들었다.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지만, 루퍼트가 제법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싸구려 가십이나 파는 코인 소식지를 황제가 들다니. 이것만으로 평생 자랑거리였다.


황제가 소식지를 읽었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휴잇. 헤츠 인근이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태어난 그는 홀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 허나, 그럼에도 그에게는 따뜻한 빛 한줄기가 있었다. 그 빛의 이름은 린다. 열일곱 살 되던 해 그는 그녀와 결혼해 희망을 가지고 이곳 헤츠로 왔다.... 기사를 쓴 건지. 3류 소설을 쓴 건지 헷갈리는군.”


“전 그저 그의 이야기를 해줬을 뿐 기사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프리드가 추궁하듯 벤자민을 봤다. 마치, 건방진 꼬마를 보듯. 거대한 영토를 통합한 남자답게 그 가벼운 시선조차 적잖은 압박. 하지만 벤자민 역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묻고 싶은 게 많아. 어째서 이런 애도 기사가 담긴 소식지가 공짜로 풀렸는지. 또, 어찌해 평소보다 많이 발행됐는지. 무엇보다 이 소식지의 마스터가 왜 하필 자네 동기인지... 하지만, 일단 넘어가지.”


벤자민의 심장이 철렁거렸다.


“자네가 관련됐건 말건. 이제 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중요한 건 의회가 마법사들에 대한 태도가 다소 변했다는 거네.”


벤자민은 순간 ‘폐하께서는요?’라고 물을 뻔했다.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부의 죽음... 안 슬프다고 하면 모두 날 냉혈한이라고 욕하겠지. 하지만, 일이란 건 감정만으로 하는 것 역시 아니지. 큰 흐름은 벗어나지 않아. 고작 이런 일로 마법사들에 대한 내 정책은 변함이 없네.”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진심인가?”


“예, 뭐가 됐건, 마법사들은 중요한 나라의 인재니까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말입니다.”


“맞아... 하지만, 마법사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 어느 정도 통제할 수단이라던가? 혹시, 이에 관하여 할 말 있나?”


황제가 다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벤자민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거기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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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질문 +12 21.03.14 725 50 14쪽
51 50. 호출 +16 21.03.13 723 52 13쪽
50 49. 첫번째 자리 +15 21.03.12 748 49 13쪽
49 48. 마법 개혁 위원회 +25 21.03.11 747 51 15쪽
48 47. 분노 +16 21.03.10 733 52 14쪽
47 46. 공개 채용 +20 21.03.09 794 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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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책임 +29 21.03.07 735 52 13쪽
44 43. 청사진 +18 21.03.06 751 51 15쪽
43 42. 2분의 키스 +19 21.03.05 751 49 12쪽
42 41. 티내기 +16 21.03.04 733 49 13쪽
41 40. 약 +20 21.03.03 805 53 15쪽
40 39. 명절 +10 21.03.02 810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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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교장과 문제아 +17 21.02.28 790 52 13쪽
37 36. 모교 +16 21.02.27 776 61 13쪽
36 35. 진실쟁이 +20 21.02.26 768 61 13쪽
35 34. 마법 개혁 위원회 뭐 그런 거 +14 21.02.25 772 56 13쪽
» 33. 첫 걸음 +14 21.02.24 780 61 13쪽
33 32. 마부 휴잇 +16 21.02.23 788 58 13쪽
32 31. 지나가며 말한 약속 +16 21.02.22 797 54 14쪽
31 30. 정쟁의 서막 +22 21.02.21 812 55 15쪽
30 29. 판 +28 21.02.20 815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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