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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9,797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8.1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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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둠 속에서

DUMMY

강력반 사무실로 돌아온 진흥은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고 있던 지난 사건의 수사 파일부터 찾아보았다. 3년 전 관할구역 내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상황이 어째 비슷하게 돌아간단 말이지.”


그 사건의 파일을 찾아든 진흥은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동기인 변지우 형사가 담당을 맡아 처리한 사건으로, 평소 서류작성 꼼꼼한 놈 아니랄까봐 이것저것 읽기가 참 쉬웠다.

사건현장에는 진흥도 같이 한 번 나간 적이 있어서, 당시의 일을 그도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당시 2학년이었던 남학생이고, 피해자는 같은 학년의 여학생 하나와 1학년 여학생 하나였다. 사망한 2학년들과 달리 1학년 여학생은 정신적 충격이 심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무사한 상태였던 걸로 기억했다. 그 여학생과 직접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변 형사 앞에서 진술했던 내용은 대강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남학생이 여학생을 먼저 살해한 뒤 1학년 여학생도 죽이려 하다가, 나중에 가위를 들고 스스로 목을 찔러서······.


생존자였던 1학년 여학생은 그 후 감정이 복받쳐 올라 현장에서 더는 증언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변 형사가 찾아가 이야기를 다 들었는지 그 후의 증언들도 파일에 적혀 있었다. 덕분에 진흥은 그 당시의 세세한 정황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1학년 여학생의 이름은 유리하, 어머니가 영국인인 백인 혼혈이라는 걸 빼면 그리 특이할 것 없는 보통의 여학생이다. 1학년 때부터 학생회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거기서 만난 선배인 윤하린, 은미래와 친하게 지내던 도중 갑작스럽게 사고가 일어났다고 되어 있었다. 유리하의 증언에 따르면 윤하린은 어느 순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신경과민을 동반한 히스테리를 노출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서로 마음이 있던 은미래와의 사이도 나빠지다가, 어느 날 은미래와 리하 자신에게 할 말이 있으니 늦은 밤중에 학교로 나오라는 연락을 해왔다. 두 여학생 중 은미래가 먼저 학교에 도착했고, 유리하는 그녀보다 30여분이 늦었다.

유리하의 입장에서 나온 증언이라, 학교에 먼저 들어간 은미래와 윤하린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학생회실에 들어간 유리하가 목격한 것은 입은 옷이 모두 찢어지거나 벗겨진 채 커터 칼과 가위로 전신을 난자당한 은미래의 시신이고, 피투성이가 된 채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들고 웃고 있는 윤하린의 모습이었다.

유리하는 그 후 윤하린이 같이 죽자고 다가왔으며, 그 전에 내 것이 되어달라며 자신을 범하려 했다는 증언을 덧붙이고 있었다. 변 형사가 정리한 내용 중 현장에서의 시신 상태에 대한 것은 은미래, 윤하린 모두 의복이 손상되어 거의 알몸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되었다니 사망 전 윤하린이 여학생 대상으로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도 수긍이 갔다. 첨부된 부검결과 자료에서도 은미래가 윤하린에 의해 사망 후 시간을 당한 흔적이 있다고 하니까.


“······.”


평범한 사람들이 듣기에는 불쾌감이 느껴지는 사건임에도, 진흥은 뭐 하나 흔들리는 것 없이 남은 내용을 눈으로 훑었다.


유리하는 도망치려 했으나 윤하린에 의해 붙잡혔고, 필사적으로 저항해 학생회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리고 윤하린은 유리하를 놓치자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다가 가위를 들어 자기 목을 찔렀다고 되어 있었다. 변 형사는 이 사건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치정극과 그것이 불러온 우울증 환자의 엽기적인 우발적 살인 정도로 판단한 듯 했고, 그것으로 사건 종결 결재까지 받아놓고 있었다.

하지만 진흥은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느꼈다. 우울증 환자라면서 정신병이란 이유를 대고는 있는데, 정작 윤하린의 진료기록이나 검진결과 같은 건 첨부돼있지 않았다. 이놈이 정말 평소에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 어떤지, 그에 대해 증명할 만한 신빙성 있는 기록이 없었다. 엽기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생존자 증언과 당시의 모든 상황이 어긋나는 것 없이 깔끔하게 맞아 떨어져서 더 이상 찾아볼 게 없다 여긴 걸까. 정신과 진료기록이 전혀 없으니 윤하린이 정신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감수성 예민한 나이라 본인의 정신병 증세를 부끄럽게 여겨 주위에 말하지 않아 치료 자체를 거부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보기엔 이 우울증 증세가 너무나도 급작스럽단 말이지.

유리하의 증언에 의하면 윤하린은 사건 발생 불과 일주일 전까지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학생이 갑자기 일주일 만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정신착란을 일으켜서, 자신을 좋아했다는 여학생을 그리도 잔인하게 살해할만한 동기를 품는다? 다시 말하지만 고작 일주일 안에?

진흥은 오늘 새벽부터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렸다. 피해자들의 자세한 인과관계는 좀 더 파악을 해봐야 알겠지만 사건의 잔인함이나, 주위 사람을 말려들게 했다는 공통점들에서 뭔가 안 좋은 생각이 자꾸만 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우연일까. 상황도 정황도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게, 정말로?


“한 번 알아나 볼까.”


관할서 전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이지만 잠깐의 틈 정도는 낼 수 있다. 오늘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것도 어차피 조사는 해봐야 하니, 3년 전 사건과 연관되는 점이 있다 우선 가정하고 짜맞추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해봤는데 서로 연관이 없다면 그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고.


“예, 반장님. 접니다.”


바로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워낙 벌어진 사건이 많아, 서상수 반장은 현재도 팀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중이다. 해서 전화 걸자마자 반장에게 나도 밖에 나와 뛰어다니는데 너는 고참이란 놈이 지금 편하게 사무실 앉아 일할 때냐며 일단 욕부터 푸짐하게 들었다.


“둔촌동 쪽 피해자들 있잖습니까, 일가족 네 명 모두 죽은 그 집. 나가서 그쪽 인과관계 한 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서상수 반장의 입담도 강산이 변하도록 듣고 살았던 진흥이라 별 느낌도 못 받은 채 그리 대답했다. 그러자 서 반장은 다시 흥분하더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면서, 이쪽은 버스 한 대가 차들에 사람까지 아주 도미노로 들이박아 도로에 피가 한강이라고, 빨리 나와 이쪽 사건 파악해가라며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이쪽 알아보고 금방 가겠습니다.”


반장의 성화에도 의연하게 대답한 진흥은 휴대폰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온 야 이 썩을 놈의 새끼야, 를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살펴봐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았다. 우선은 피해자들 인과관계,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며 누구와 어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동기가 될 만한 것을 찾고, 어떤 식으로 행해졌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정황이 유사한 이 사고들이 정말 우연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자꾸만 마음에 걸렸기에 이걸 먼저 알아보고 해결하지 않으면 수사의 전체적인 방향이 어긋날지도 몰랐다. 확인할 건 확인해봐야겠지. 원인 없는 사고는 없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자기 차를 몰고 둔촌동 사고 지역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 않아 운전하기 영 좋은 날씨는 아니었기에, 진흥은 와이퍼를 켜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냈다.


“뭔 놈의 비가 이렇게 하루 종일 내리냐.”


부슬비가 끊기지도 않고 내린다는 게 영 기분이 불쾌했다. 현장에서도 이놈의 비 때문에 일처리가 힘들었는데, 장마철도 아닌 게 뭐 이리 구질구질한지 모를 노릇이었다.

경찰서 앞을 지나 사거리 앞에서 신호가 걸리자 진흥은 차를 잠시 세웠다. 신호 기다리는 동안 목이나 좀 축여둘 생각에 조수석에 놔둔 생수 한 병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시자 속이 좀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


“빨리 좀 바뀌어라, 나 바쁘다.”


여기서 시체, 저기서 시체에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글렀지만 사무실에서 철야하는 것 정도야 툭하면 있는 일이고, 침낭도 항시 차 트렁크에 놓고 다니니 문제될 건 없었다. 사건 처리 생각에 골이 아파오는 게 지금으로선 진흥의 최대 고민이다.

부족함 잠 때문에 하품을 느지막이 하면서, 진흥은 신호등의 빨간 신호가 바뀌는 걸 기다렸다. 망할 놈의 신호, 길기도 더럽게 기네. 파란 불로 바뀌면 지체 없이 밟고 나갈 생각에 액셀 위 오른발이 근질거리는 걸 참고 있는데,


“뭐야, 저거?”


문득 진흥은 반대쪽 차선을 바라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교차로들 신호가 끝나지 않았는데 반대쪽 맞은 편 차선에서 웬 승용차 하나가 신호를 어기고 출발한 것이다. 그 차량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면서, 교차로에서 통행하는 차들을 모조리 치어버리고는 그대로 반대 차선의 정면으로 뛰어들어왔다.


“이런 미친······!”


그 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와 진흥의 차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차를 그대로 정면에서 들이 받았다. 천둥 같은 소리가 울리며 두 대의 자동차가 앞에서부터 바닥에 내던진 밀가루 반죽마냥 우그러들고 구겨져버렸고, 차가 밀려나면서 뒤에 있는 차량들 역시 연쇄적으로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진흥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차 안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가, 곧 다급히 차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정면에서 들이받고 또 받혀버린 두 대의 차는 그 태반이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박살이 나 있었다. 운전자들의 신변을 알아볼 필요도 없어 보였다. 탑승자들 모두 즉사했을 테니까.

말도 안 되는 사고를 목격한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 또한 하나 둘씩 차에서 내려 주위에 몰려들었다.


“경찰입니다, 뒤로 좀 물러나 주세요.”


행인들을 우선 제지하며 진흥은 119에 신고를 넣었다. 현재 위치와 사고 경황을 설명하면서 구급차를 요청해두고, 소용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고 차량의 생존자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운전석 부근을 살펴보자마자 사람의 형태에서 완전히 뭉그러진 고깃덩어리들을 발견하고 깨끗이 포기했다.


“뒤로 물러나라고, 이 사람들아. 사진 찍지 말고. 이게 구경거리야? 정신 사납게 니미.”


자꾸만 주위에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짜증스럽게 밀쳐내면서 진흥은 다른 사고 차량들을 살펴보았다. 완전히 박살난 자동차 두 대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덜 심각했지만 중상 하나와 경상 세 명이라는 피해가 벌어져 있었다.

이건 또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일까. 더욱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 진흥은 일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끄러운 구경꾼들부터 윽박질러서라도 좀 나대지 말게 해야지, 정신 사납게 정말.


“아, 물러들 나시라고요. 경찰이 현장보존 할 수 있게 협조들을 해줘야 할 거 아냐, 좀.”


그때 진흥의 눈가에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이 들어왔다. 바로 맞은편 길가의 버스 정류장 벤치에 이질적인 외모를 지닌 소녀 하나가 주저앉고 있었던 것이다. 간편한 사복 차림에 길게 흘러내리는 금발을 지닌 백인 소녀였다. 파랗게 질린 안색을 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게, 사고를 목격하고 겁에 질린 듯 했다.

특이한 외모에 잠시 눈길이 가긴 했으나 그뿐, 진흥은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제지하고 현장 확보를 해둔 뒤 곧 도착할 구급차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수록 깊어가는 의문에 골머리를 썩였다.


이건 또 무슨 일일까.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작가의말

사건은 더욱 더 유혈이 낭자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신형사님과 리하양이 곧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마법소녀와 강력계 형사의 페어가 이루어지려나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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