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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9,767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6.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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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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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단서의 추적

DUMMY

[ 사념체 하나 찾아서 정리했어. 우리 동네 큰길가로 나오면 미용실 하나 있지? 거기야. ]

“그래, 알았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리하 넌 지금 어디야?”

[ 난 지금 피니랑 같이 전철 타고 여의도에 와있는데. ]

“여의도? 거기까지 왜?”

[ 피니가 뭣 좀 살펴볼게 있다고 하길래. 걱정 마, 저녁때까진 돌아갈 테니까. ]


사념체는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라 리하가 여의도까지 찾아갔다는 것도 이해는 됐다. 피니엘이 뭘 살펴보겠다고 하는 건지, 그건 알 수가 없어 신경이 쓰였지만 말이다.


“어떤 걸 살펴보려고?”

[ 원래 자기 세계에 있는 기관 같은 게 이쪽 세계에도 존재하는지 한 번 더 살펴본다고 하는데, 뭐 알아서 하겠지. ]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고 따라갔단 말이야? 리하 너 요즘 점점 조심성이 사라지는 것 같······.”

[ 지금 많이 바쁘니까 끊을게! ]


장난스런 말투와 함께 전화가 뚝 끊겼다. 마땅찮은 표정이 되어 휴대폰을 내려놓은 나래였으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친구의 성격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적응이 된 참이다. 그런 나래에게 캐시가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넸다.


“마실 거라도 좀 가져다줄까?”


거실의 테이블 앞에서 노트북과 전지, 스크랩해둔 신문, 매직과 볼펜 등의 필기도구를 늘어놓고 심각한 분위기로 앉아 있던 나래엮지만 캐시의 친절을 마다하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차 한 잔 부탁드릴게요.”


노트북 화면과 전지를 번갈아 둘러보며, 나래는 때때로 매직이나 볼펜을 사용해 전지에 무언가 체크를 해놓았다. 전지에는 서울 시내 지리가 상세하게 인쇄되어 있었고, 그 표면 대부분에는 나래가 이런 식으로 체크해놓은 동그라미들로 가득했다.

수많은 표시로 가득한 전지 위에, 리하가 방금 얘기해준 위치인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한 모퉁이에 나래가 다시 표시를 해놓았다. 여기서 사념체 하나를 정리하고 리하는 바로 근처의 지하철 8호선 석촌역에서 전철을 타고 여의도로 넘어갔을 것이다.

전지에 표시된 동그라미들을 그동안 리하가 처리해온 사념체들의 숫자와 그 위치였다. 정확히는 나래 자신이 리하와 함께 활동을 하게 된 후부터 꾸준히 적어온 기록이다.


3년 전의 그 날부터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기입해온 동그라미의 숫자는, 방금 전 새로 위치를 표시해둔 그 안에 정확히 1003번째를 나타내고 있었다.


“뭔가 관련이 있어. 관련이 있는데······.”


1천 개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동그라미와, 노트북 화면에 빽빽하게 떠올라 보기만 해도 골치 아파지는 각종 문서들을 나래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바라보았다.

사념체가 발견된 위치, 그 횟수, 그리고 사건 당시의 현장상황을 기록한 파일과 피해자들의 상황에 대한 메모, 그리고 사념체의 숙주가 된 것으로 의심이 되는 사람들 또는 사건들의 뉴스 스크립트. 너무나도 방대한 자료들이라 도무지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래는 자신이 몇 년 동안 조사해온 그 자료 속에서, 희미하지만 어떤 단서가 보이고 있었다.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이 지금으로선 심증에 불과할 뿐이지만 아예 허탕으로만 끝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오언 파이낸셜······ 뭔가가 마음에 걸려.”


나래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고만 있던 캐시 또한 굳은 얼굴이 되었다. 주방에서 레몬 티 한 잔을 타온 캐시는 나래의 옆에 찻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고, 좀 더 옆에 가까이 앉아 나래가 어떤 결론을 내기를 기다렸다.


“유통 경로 또는 루트만 알아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민간인 신분이라 이게 안 되는구나. 검찰은 바라지도 않으니 하다못해 경찰 쪽 라인하고 연결될 수만 있어도······.”


이윽고 나래는 크게 기지개를 펴면서, 자연스럽게 캐시가 가져다준 찻잔에 손을 댔다. 따뜻한 차를 홀짝이는 나래에게 캐시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보았다.


“장장 3년에 걸쳐 조사를 했는데, 이제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니?”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에요. 그나마도 아주 희미한 수준이죠.”


노트북을 잠시 치워 전지를 완전히 드러내놓은 나래가 볼펜으로 숫자 1이 들어간 원을 나래가 가리켰다. 표시된 곳의 위치는 이 집 근처의 한 중학교였다.


“여기서 사념체에 의한 희생자들이 나왔고, 제가 리하를 만나 지금까지 같이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나래와 리하가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캐시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사건과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에 어떤 연관점이 있다는 거니?”

“그냥 보기엔 마구잡이 범죄 식으로 사념체가 사람에게 달라붙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는 아닌 것 같아요.”


밀쳐둔 노트북을 다시 끌어온 나래는 자기가 조사해 정리해둔 문서를 띄워 보여주며 말햇다.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 공통점이 있다면, 전체의 약 40퍼센트 정도가 오언 파이낸셜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죠.”


오언 파이낸셜, 캐시는 그 이름을 모르지 않았다. 일족 내의 한 가문이 지구인으로 위장해 살아가기 위해 세운 기업의 이름이니까. 탄탄한 자본과 실적으로 세계가 알아주는 초 유명 기업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외 많은 곳에 부서를 두고 운영을 할 만큼 견실한 곳이다. 주 분야는 대형 쇼핑몰이고, 그 외에도 화학, 전자, 항공, 우주과학에도 개발과 투자를 하여 빠르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속도로 발전 중에 있다.


그리고 오언 파이낸셜의 한국 지사장인 데이비드 오언이, 바로 오늘 저녁 집에 방문할 것이라는 연락을 아침에 받았던 캐시였다.


“희생자들과 오언 파이낸셜이 어떻게 관련이 되어있지?”

“오언 파이낸셜이 희생자들에게 뭔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한 건 아니에요. 이 희생자들은 거의 모두가 한국 내에서 오언 파이낸셜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을 했거나, 또는 하청을 받았거나, 거래처 직원이었거나, 이곳의 상품을 구입한 고객이거나 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나래는 그쯤에서 다른 자료를 띄웠다. 다른 희생자들의 특징을 기록한 파일들이었다.


“이 오언 파이낸셜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연이 닿았던 희생자들의 정화석이, 나머지 60퍼센트 희생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탁한 색이었어요.”

“이것만 들으면 오언 파이낸셜이 의도적으로 사념체를 흘리고 있다는 소리가 되겠네.”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오언 파이낸셜, 즉 자신의 동족이 운영하는 기업체와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은 캐시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랜덤으로 발생하여 사람에게 기생한다고만 알고 있던 사념체가, 꼭 보란 듯이 특정한 인구를 기준으로 이렇게나 몰려 있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뿐이에요. 이런 식으로 잡으면 나머지 희생자들 중에서도 연결점을 이을 수가 있거든요. 어느 지역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가장 희생자가 많은 연령대는 어디다, 성별 비율은 또 어떻다, 이렇게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가 있어요. 오언 파이낸셜 연관자가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는 있는데,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이런 추측 가지고 멀쩡한 기업체를 범인취급 할 수는 없잖아요.”

“12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오래된 범죄니까. 확실히 이것만으로는 말이 안 되겠지.”

“하지만 정황상 상당 부분이 들어맞는 데가 있어서 그게 또 찜찜하단 말이죠. 오로지 어머니와 리하처럼 일족만이 다룰 수 있는 마법, 그리고 사념체를 활용한 범죄, 이게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규모인데, 이만한 스케일로 범죄를 일으키려면 오언 파이낸셜처럼 전 세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그만큼 규모도 큰 기업의 관련자가 범인일 경우 얼마든지 가능할 거예요. 다만 그러한 범죄를 왜, 무엇 때문에 저질렀는가에 대한 동기를 알 수가 없어요. 거기다 정말 오언 파이낸셜 같은 거대 기업이 범인이라면 저 같은 학생이 아니라 일족 내의 수사 팀이 훨씬 더 오래 전에 발견해냈을 텐데, 여기 대해 아무런 감찰도 조사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은 혐의가 없는 셈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오언 파이낸셜과 관련되었다가 사념체에 감염된 실질적인 피해자들은 또 버젓이 존재하고, 그래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고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 그런 어려운 상황이에요.”


골치 아파하며 나래는 홍차 한 모금으로 입술을 축였다.


“리하가 방금 알려준 미용실에 한 번 가봐야겠어요. 그쪽 피해자도 오언 파이낸셜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고 와야겠네요.”

“조심히 다녀와.”

“무슨 일 생기면 어머니께 바로 연락드릴게요. 바로 동네 골목 밖이니까요.”


테이블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래는 식어가는 홍차를 단숨에 다 마신 뒤 짐을 챙겨 나갈 채비를 했다.


“실례 많았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먼저 활기차게 집을 뛰쳐나간 리하와 달리, 나래는 무척 공손하게 인사부터 했다. 그런 나래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큰 캐시는 작은 펜던트 하나와 보석을 꺼냈다.


“보호석 마력이 다 떨어져 가기에 보충했단다. 사념체에게 공격당하지 않게 잘 가지고 있어야 해.”

“고맙습니다, 어머니.”

“영혼석과는 달리 보호석은 마력이 떨어지면 방어에 취약하니까, 색이 탁해지는 것 같으면 바로 바로 나한테 얘기해야 해.”

“어머니 덕분에 항상 안전하게 다니는 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래의 미소에 캐시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인 듯 했다.


“네게 조사 의뢰를 맡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뢰 받고 3년 동안 해결 못하고 있는 변변찮은 탐정이에요. 탐정 명함 내밀기도 부끄럽죠.”

“이만큼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확실한 증거만 마련하면 우리 쪽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주면 고맙겠구나.”


드러내 놓고 범행을 자행하는데도 12년 동안이나 단서 하나 잡히지 않는 사건과, 거기 대한 이유를 나래는 자신에게 의뢰가 들어온 때부터 알고 있었다.


3년 전의 사건에서 그녀는 자신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맞닥뜨렸고, 그 사건에서 만나게 된 리하, 그리고 큰 도움을 받은 캐시를 통해 자신이 모르고 있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모녀, 정확히 캐시의 의뢰를 받아 지금까지 사념체와 그 범인에 대한 단서를 쫓고 있는 것이었다.


나래 자신이 탐정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 한 사람이 바로 나래 자신의 친언니 은미래였기에, 그녀는 자기 손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아내리라 결심했다.


사건의 조사 중에 리하와 캐시를 만나 일족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일족 내에서는 이 사건을 어찌 된 셈인지 그리 크게 여기지 않는 편이라 수사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속 터지는 소식도 전해 받게 되었다.

증거만 있으면, 확실한 근거만 갖춰지면 못할 게 없지만 지금으로선 그 증거조차 잡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몸을 사리는 행태에 나래는 자신이 범행의 증거를 마련해 넘기기로 했다. 리하도 캐시도 마법을 다루는 쪽으로는 나래를 놀라게 했지만, 조사와 수사에 대한 것은 평범한 일반인이나 다름없었기에 이 부분을 나래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사념체의 정화는 리하가, 그것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한 수사는 나래가, 그렇게 콤비를 이룬 두 사람은 지금까지 3년 동안 활동을 같이 했고, 이제는 서로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까지 발전해 있었다.


“당분간은 오언 파이낸셜에 초점을 맞춰볼까 해요.”

“기업체 대상으로는 네가 하려는 일에 한계가 올 텐데.”

“우선은 표면적인 부분만 조사해봐야죠.”

“그곳 한국 지사장인 데이비드 오언이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잠시 방문한다고 하는데, 괜찮다면 내가 좀 물어봐줄까?”


캐시의 물음에 나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의혹 수준일 뿐인데 그런 소리 했다간 큰일 나죠.”


현관문을 나서며 나래는 캐시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다음에 또 올게요. 신세 지고 갑니다.”

“조심히 돌아가고, 조사하면서 너무 위험한 일까지는 하지 말고.”

“걱정마세요. 그럼 들어가 볼게요, 어머니.”


캐시의 배웅을 뒤로 하고 나래는 조사 대상인 큰길가의 미용실로 향했다. 뭐든지 가서 알아보고, 조사를 조금씩이라도 더 진행시켜 둬야만 했다.

무엇이 됐든, 아주 조그만 것이든, 지금으로선 단 하나의 단서도 중요하니까.


작가의말

나래양의 정체는 탐정이었고, 과거에 리하양, 그리고 캐시 여사와 어떤 사건을 겪은 듯 보입니다.
슬슬 진행되기 시작하는 스토리와 흑막의 냄새를 흘리는 조직까지 등장했고 하니,
분위기가 어느 순간 어둡게 바뀌어 있을 것 같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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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단서의 추적 16.06.23 114 1 14쪽
» 단서의 추적 16.06.22 1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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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Pair 16.06.15 10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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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일족의 후예 16.06.08 128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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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망국의 황녀 16.06.01 155 2 17쪽
4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6 161 3 14쪽
3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5 16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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