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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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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9,766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5.18 00:06
조회
440
추천
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일족의 전쟁은 길었고, 또 치열했다.

이 은하를 뒤덮고 우리의 영역에까지 침공해온 그 두렵고 끔찍한 괴물들에 맞서, 우리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왔다.

숫자로 정리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수천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족에게 남은 것은 전쟁뿐이었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우리의 고귀한 영혼들이 스러지고 불살라지며 마침내 그 마음마저 절망에 물들어가기 전까지, 우리에게 싸운다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우주를 삼킨 괴물들 앞에서 일족의 미래는 사라져버렸고,

명예는 광기에 의해 가려졌으며,

용기는 절망에 의해 집어삼켜져,

그 누구도 파멸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투쟁도 헛되이, 전쟁은 패배로 끝났다. 끝도 없이 몰려오는 괴물들의 무리를 우리는 결국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대가는 비참했다. 괴물들의 잔학한 이빨과 발톱 아래에 동포들의 대부분이 몰살당했다.

멸망을 피해 고향을 버리고 우주로, 끝없는 별의 바다 속 어딘가로 살 길을 찾아 도망친 동포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괴물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먹잇감이 되었을까.

아니면 우리처럼 무사히 살아남아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생존해 있을까.

우리가 괴물들을 피해 도달한 이 은하계의 가장 바깥 쪽 자리인, 이제 막 기초적인 문명이 피어나기 시작한 어느 작은 행성에서 일족의 보전을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다른 동포들도 우리처럼 살아남아 재회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비록 괴물들에 의해 우리의 모성이 멸망했어도, 일족이 모두 갈가리 찢겨나갔어도,

우리가 이곳에 있는 한 일족은 온전히 멸망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잃어버린 일족의 미래를 되찾고 우리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앗아간 증오스런 적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모성만큼이나 아름다운 이 푸른 별의 대지 위에서, 우리는 이곳의 모든 것을 희생시켜서라도 일족을 보전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곳의 가장 지능적인 생명체에게 희망을 심고, 고통을 경작하여, 슬픔을 길러낸 뒤, 절망을 수확하고 죽음으로서 그 영혼을 거두어갈 것이니,

그들의 회한으로 우리는 힘을 회복하리라.

우리가 우리를 파멸로 몰아간 사악하고 강대한 적들 앞에 다시 서게 되어도 당당히 맞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영원불멸할 것이고,

우리의 적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하게 되리라.

우리가 끝내 강대한 적을 막아내지 못하고 모두 쓰러지게 된다 하여도,

우리가 뿌려놓은 씨앗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한, 우리는 그 어느 때에라도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알겠니, 리지?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으렴.”


심호흡을 하고, 그녀는 말을 가다듬었다. 세상을 모두 집어삼킨 듯한 이 흐릿한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는 사념체를 정화하느라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있었으나, 겁먹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앞에서 차마 약한 기색을 보일 수 없었기에, 그 표정만은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앞으로는 말이지, 좀 더 많은 꿈을 가지도록 해. 네가 해보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까지고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꼬마는 아무 대답 없이 어머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전혀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는 듯, 아이를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장래희망이나 소원, 무엇이 됐든 좋아. 꿈을 잃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속에 간직하면 돼.”


순간 거대한 포효소리와 함께 안개의 일부가 두 사람을 파도처럼 덮쳐왔다. 그 무서운 광경을 보고 놀란 꼬마가 미처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어머니는 그렇게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한 팔을 휘둘러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며 덮쳐온 안개는 지면에서 솟아난 황금색의 빛에 감싸여 사라져갔다. 길고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괴성으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일부분이 떨어져나가기만 했을 뿐, 안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아직도 자욱하게 세상을 가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결국 한계를 느낀 꼬마는 엄습해오는 절망감에 금세라도 울음을 쏟아낼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머니는 그런 리하의 볼을 양 손으로 부드럽게 감싼다.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상냥하게 달래는 그 목소리에 리하는 금세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다시 가만가만 리하를 타일렀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았단다. 엄마 아빠뿐 아니라, 너는 세상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 마음을 크게 가지렴.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말을 잇는다.


“리지가 가지고 있는, 또 앞으로 품어갈 모든 꿈과 희망은, 지금 여기서 엄마가 지켜줄 테니까.”


이윽고 그녀의 몸 전체에서 파도와도 같은 황금빛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어떤 거대한 절망과 맞닥뜨려도 그에 맞서 헤쳐 나갈 수 있는 의지와, 힘의 원천을 나타내는 눈부신 희망의 빛이 안개를 뚫고 퍼져나간다.


“리지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소중함의 의미를 잊지 말고 지켜나갔으면 해.”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옴과 동시에 회색빛 안개가 점차 흩어지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절규에 귀를 틀어막으면서도, 리하는 이상하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자신을 살짝 돌아보는 어머니의 미소 또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마법처럼.

그야말로 마법처럼······.


작가의말

새로 시작한 작품입니다.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완결 자체는 일찍 날 것 같은데... 그래도 몇 달은 걸리겠네요(...)
오늘은 프롤로그로 가볍게 몸만 풀고, 본편은 이제 또 천천히 이어가봐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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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면 16.07.20 19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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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포획 16.07.13 18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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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의혹 16.07.06 183 1 20쪽
14 사념체 16.06.30 93 1 16쪽
13 사념체 16.06.29 168 1 23쪽
12 단서의 추적 16.06.23 114 1 14쪽
11 단서의 추적 16.06.22 120 1 13쪽
10 Pair 16.06.16 114 1 17쪽
9 Pair 16.06.15 103 1 18쪽
8 일족의 후예 16.06.09 111 1 15쪽
7 일족의 후예 16.06.08 128 1 23쪽
6 망국의 황녀 16.06.02 185 2 23쪽
5 망국의 황녀 16.06.01 155 2 17쪽
4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6 161 3 14쪽
3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5 169 3 17쪽
2 비가 오는 날 +4 16.05.19 348 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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