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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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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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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6.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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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Pair

DUMMY

전날 새벽 늦게까지 떠들다 잠들었음에도 리하는 오전 9시에 눈을 떴다. 상당히 빨리 일어난 편에 속했다. 원래는 오후 늦게까지 늘어지게 잠만 잘 생각이었는데.

어차피 일어난 것, 다시 눕기도 뭐해서 리하는 기지개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자리에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친구 나래가, 방바닥에는 어젯밤 집 앞에서 주워온······.


“다시 봐도 신기하네, 정말.”


고양이 같기도, 족제비 같기도 한 희한한 동물의 형태로 돌아가 잠들어 있는 피니엘이 있었다.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가지런히 뻗은 채,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귀여운 모습으로.

보고 있자니 왠지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지만 혹시 소리라도 냈다간 잠에서 깰까봐, 리하는 최대한 조심조심 걸어서 방 옆의 샤워실로 들어갔다. 어젯밤부터 계속 입고 있는 교복을 대충 벗어 세탁물 바구니에 집어넣어두고, 따뜻한 물을 틀어 미뤄둔 샤워를 하면서 리하는 오늘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우선은 씻고, 그 다음 아래로 내려가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 사념체를 정화한다. 그리고 이 범죄를 저지르는 그 누군가의 꼬리를 조금이라도 찾아내 밟을 수 있도록 조사를 서두른다. 이렇게 해서 이번 주말도 쉬는 것 없이 하루 종일 일에만 매진하게 될 것 같았다.


“이러다 언젠가 일족 내에서 신기록 하나 세우게 될 지도.”


한창 파릇파릇한 이 꽃다운 나이에, 어쩌다가 이토록 일에만 매달리게 됐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기가 막혔다. 물론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기는 하지만 이렇게 숨통이 막힐 정도로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뭐든지 적당히, 가 가장 좋다고는 하지만 리하로서는 그 적당히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념체는 비 내렸다 그친 대나무밭의 죽순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불어나는데, 이걸 정화할 수 있는 인원은 적어도 한국 내에선 리하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같은 일족인 오언 가문의 데이비드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머니는 가정주부, 데이비드는 회사원이란 일상에서의 신분 때문에 하루에 사념체를 정화하는 횟수는 아직 학생인 리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일손이 부족하고, 시간은 그보다 압도적으로 더 부족하고, 그러니 할 수 없이 주말에라도 나가 몰아서 처리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마 하루 종일 사념체 정화에만 집중해야 하는 매우 피곤한 일과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암울해져 왔지만 리하는 꾹 참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래도 절대, 그냥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3년 전의 그때와도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고, 억울한 희생자를 다시 내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사념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하니까.

그때의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욱신거렸다. 아직 15세, 한창 꿈을 꾸는 감수성을 지닌 중학교 2학년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참혹하고 잔인했던 그 사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에 3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때와 같은 일을 다시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앞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나래, 그리고 동물의 모습으로 변한 피니엘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채였다. 참 한가하고도 평화로워 보이는 광경이라, 쉬는 날인 오늘만큼은 그냥 놔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저은 뒤, 리하는 나래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나래야, 일어나. 아침 먹고 바로 사념체 정화하러 나갈 거야.”

“토요일인데······. 좀 느긋하게 가면 안 돼?”


새벽에 잠들은 건 마찬가지라 피곤한 나래는 누운 채로 졸음 섞인 투정을 내뱉었다.


“딱 한 시간만······. 나 잠 부족하면 머리 잘 안 돌아가는 거 알잖아.”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래. 고객대응 불친절로 클레임 걸기 전에 빨리 일어나.”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리하는 나래의 배를 살살 간질여주고, 다음으로 방바닥에 누워있는 동물 형태의 피니엘을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피니엘? 잠깐만 일어나봐.”


동물의 형태라도 다른 사람 말을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기에, 피니엘은 리하가 건드리자마자 반응을 보였다. 고양이 같은 귀를 쫑긋 세우며, 게슴츠레 뜬 눈을 앞발로 부비고 작게 하품을 하는 별나라 공주님의 귀여운 모습에 리하는 자기도 모르게 흐뭇해하는 미소를 짓게 되었다.


“무슨 일이야······?”


아직 잠이 부족한지 피니엘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누운 채로 웅얼거렸다. 동물 모습으로 사람의 말을 하는 게 또 어찌 보면 신기한 광경이었으나, 리하나 피니엘이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광경을 수시로 보아온 베테랑들이라 그 정도는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나 지금부터 나래랑 같이 사념체 정화하러 갈 거야. 아마 저녁에나 돌아오게 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 우리 집에서 기다릴 수 있겠어? 먹을 건 내가 엄마한테 부탁해서 챙겨주라고 해둘 테니까.”


리하가 하는 말을 들으며, 피니엘은 잠을 깨기 위해 다시 눈을 부볐다. 사념체를 정화하는 것이 리하의 일이고, 그로 인해 정화석을 얻으면 그것을 일족에게 맡긴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그 정화석이 이 세계에서 마력을 정제하는데 필요한 원천이라는 걸 떠올린 피니엘이 리하를 올려다보았다. 거기에 리하는 좀 주저하는 반응을 보였다.


“네가 따라올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냥 기다리고만 있어도······.”

“나도 알아볼 게 많이 있으니까.”

“이 세계에 대한 정보라면 우선 내 방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 한 번 해봐.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어제 이미 해봤어. 앉아서 얻은 정보들은 시원찮았으니 한 번 더 나가서 살펴보려고.”


리하가 어째서인지 자신을 가로막으려 하는 느낌을 받은 피니엘이 좀 더 자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내가 같이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당연하지, 위험하니까.”


그리고 리하 역시 엄중한 눈으로 피니엘을 내려다보았다. 그 와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나래를 보며, 피니엘은 의문스러운 눈빛이 되어 말했다.


“위험하다는 일에 그럼 은나래는 어째서 데려가려고 하는 거지?”

“나래는 내 도우미이자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탐정이기도 하니까. 나래가 어제 자기소개를 완전 날림으로 해서 내가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네가 엄청 신기한 걸 보여주는 바람에 깜박해 버렸어.”

“탐정······?”


예상 못한 나래의 정체에 피니엘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쁘장하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여고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설마 탐정이라는 비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 줄은······.


“그리고 나래와 나는 목적이 같아. 사념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을 잡으려고 행동을 함께 하고 있지.”


단순한 친구사이를 넘어 좀 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는 듯한 두 사람의 사이에 잠시 호기심이 인 피니엘이었다. 하지만 지금 처한 입장을 보면 그런 건 당장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부족한 마력을 공급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었고, 때문에 마력의 원천을 얻을 수 있는 사념체의 정화와 그걸 통해 정화석을 획득하는 과정은 꼭 봐둬야만 했다.

정화석을 유리하에게 구입해서 살펴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초의 몇 번으로 그쳐야 하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마력이 필요하다고 그때마다 무작정 돈을 퍼내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당분간 나도 거기에 따라다녔으면 좋겠는데.”

“사념체 정화는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니까.”

“그래도 경험해봤으면 해. 어제도 말했지만 우리 세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으니까.”

“여기서 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알아보고 너희 세계로 돌아가면 그대로 따라해 보게?”

“그럴 생각이야.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문제의 해결법도 미리 예습 해놓고, 필요한 마력도 보충해야하고.”


리하는 자기가 대답하는 대신 나래 쪽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눈빛이었다.


“괜찮지 않아? 일반인인 나도 네가 잘 커버해주고 있는데, 신비한 능력까지 있는 카르니엘 씨라면 그보다 더 쉬울 지도.”

“찬성하는 쪽이구나.”

“오히려 카르니엘 씨가 널 보호하는 거 아냐? 너보다는 카르니엘 씨 쪽이 더 마법소녀 같은 느낌이니까.”

“정말로 피니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범인 잡는데 큰 도움이 될 지도.”


은근히 기대하듯 바라보는 리하의 눈길에 피니엘은 무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너희들이 기대하는 그런 큰 능력은 나한테 없어.”

“어제 별별 희한한 마법 같은 거 많이 보여줬잖아.”

“사념체의 개념도 확실히 모르는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래. 내 동료들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동료라면 네가 말한 그 갤럭시 블레이드인가 하는 거?”

“그래, 그 멤버 중 몇 명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없으니 그냥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려서 서글프네.”


피니엘은 폴짝 뛰어 리하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얌전하게 자세를 잡아 앉으며 조용한 투로 부탁을 해왔다.


“곤란한 사람 도와주는 셈치고, 나도 앞으로 같이 데리고 다녀줘.”

“난감하네.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어깨에 올라앉은 피니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기는 했지만 리하는 그녀가 따라온다는 게 영 불안하기만 했다. 그때 나래가 고민하는 리하의 등을 한 번 툭 쳐주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나도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 뭐.”

“하지만 위험한 적은 많이 있었잖아.”

“그때마다 훌륭하게 지켜줬으면서.”

“어제 처음 만난 사람을 위험한 곳으로 데려가는 게 미안해서 그렇지. 그냥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니까.”


오랫동안 해온 만큼 하는 일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리하의 걱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나래 한 명까지는 보호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서 거절하려는 그녀에게, 피니엘이 당당한 투로 말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사선이라면 많이 넘어왔어. 스스로를 지킬 방법은 알고 있으니까, 네가 하는 일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정보 수집만 하도록 할게.”


그래도 영 미덥잖다는 표정의 리하였으나, 피니엘이 거듭 부탁하자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단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생각되면 즉시 그만두도록 해. 조용히 물러나라는 소리야, 알겠어?”

“필요한 정보의 수집과 마력을 조달할 방법만 찾아내면······.”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마력은 내가 책임지고 조달해줄 테니까, 위험한 일에 계속 나서려고 하지는 마.”


그 말에 놀란 건 피니엘이 아니라 오히려 나래였다.


“카르니엘 씨가 필요로 하는 걸 전부 네가 가져다주겠다는 거야?”

“그러려고.”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친근감을 느꼈다고는 하나 만난 지 아직 하루도 되지 않은 생판 남에게 갑자기 필요한 모든 걸 다 주겠다고 하니 황당했던 것이다. 피니엘도 놀라워하며 리하를 바라보았다.


“지원 약속이 너무 후해서 왠지 불안해질 것 같은데.”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둬.”

“투자?”

“그래, 투자. 너 앞으로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비용, 그리고 나한테서 얻어갈 정보와 마력의 단가, 달라는 소리 안 하는 대신 사념체 정화할 때 내가 하는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고, 나 역시 네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들어줄 테니 그 관계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라고.”


그 말에 잠시 얼떨떨해하고, 또 속으로 의심도 조금 일어난 피니엘이었지만 그녀는 재빨리 결단을 내렸다. 내가 널 도와줄 테니 너도 나 도울 일 있으면 도와라, 이렇게 말하는 리하의 정확한 속마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받아들여도 큰일이 없을 것 같았다.


“좋아, 그렇게 하겠어.”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몸을 지킬 자신이 있거니와, 리하에게서 어떤 꿍꿍이나 다른 속셈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우선은 안심하는 피니엘이었다. 대신 나래가 황당해하며 리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너?”

“도우미 하나 더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그게 아니라 너무 후하게 도와주고 있잖아. 뭣 때문에 그렇게······.”


말하다 말고 나래가 잠시 피니엘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리하는 그런 게 뭔 대수냐는 듯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자잘한 거 따지지 말고 이제 슬슬 나가자. 난 먼저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따라와도 돼.”


나래를 향해 당부하듯 말한 리하는 피니엘을 어깨에 얹은 채 아래층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에서는 리하의 어머니 캐시가 아침부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가 딸이 내려온 것을 보자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침부터 어디를 가려는 거니, 리지?”

“사념체 잡으러.”


잠깐 나갔다 온다는 수준으로 가볍게 대답한 리하는 어깨 위의 피니엘을 어머니에게 보란 듯 내보였다.


“아 참, 엄마. 아빠한테 내가 얘 키운다고 전해줬어?”

“얘기는 해뒀지만 대답은 썩 명확하지 않았어. 오늘 저녁에 리지가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알았어, 아빠 오면 내가 직접 말하지 뭐. 그럼 다녀올게.”

“그렇게 얼버무리려 해도 소용없단다, 리지. 최근 들어 사념체가 너무 많아져서 정화하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거 잘 알고 있잖니? 무리해서 그럴 필요는······.”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캐시를 향해 장난스럽게 씩 웃어 보이며, 리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집을 뛰어나갔다.


“저녁 되기 전에는 돌아와야 한다. 지금 데이비드와 통화 중인데, 일족회 관련으로 할 말이 있어 오늘 우리 집에 온다고······.”

“그런 건 어른들이 알아서 할 일이잖아. 내가 참가해서 뭐하게.”


쾌활한 대답과 함께 밖으로 뛰어나온 리하는 엄마가 쫓아 나오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는지 그대로 골목을 질주해갔다. 그런 리하의 어깨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피니엘이 리하에게 말을 걸었다.


“리하, 사념체의 정확한 개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어?”

“확실하게는 몰라.”


그리고 피니엘의 질문에 참으로 태평하게 대답하는 리하였다.


“그럼 사념체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내고 추적하는 거야?”

“사념체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흐름을 읽어내 찾아가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 흔적을 완벽히 지우지는 못하거든.”

“사념체의 마력을 읽어내 찾아가는 거라면 지금도?”

“요즘은 거리로 나가 돌아다니기만 해도 금세 찾아낼 수 있어.”


사념체는 사람에게 기생하여 그 정신을 빨아먹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캐시의 말대로 사념체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지금은 그냥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만 해도 사념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 특별히 가고자 하는 곳은 있어?”

“지금은 딱히 정해둔 데가 없어. 그냥 보이는 대로 다 처리할 생각이라.”


확실한 계획보다는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보려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사념체의 수가 많다는 뜻이었다.


“리하가 말한 사념체의 흔적이라는 거 말인데, 흘러나오는 마력의 느낌이 어때?”

“한여름 습도 높은 날처럼 피부에 뭔가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게 달라붙는 그런 감각이 바람처럼 불어오지. 그 방향을 따라가다가 쳐다보기만 해도 이마랑 얼굴에 뭔가 질펀한 게 늘어붙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보이면 대개 사념체가 기생한 상태더라고.”


무언가 참 정감이 느껴지는 듯한 리하의 설명을 듣자 피니엘은 무척 놀랐는지 작은 귀를 다시 쫑긋거렸다.


“내가 느끼는 감각이랑 비슷하구나.”

“어젯밤에 피니엘도 마력의 흔적 같은 걸 느꼈다고 했었는데, 어때? 내가 지금 말한 거랑 느낌이 비슷해?”

“그냥 비유가 아니라 완벽하게 피부에 와 닿는 설명이야. 나도 그런 불쾌한 느낌이거든.”

“큰길 방향, 북서쪽에서 하나 불어오는 것 같은데 피니엘은 어때?”

“나도 같은 생각.”

“그럼 일단은 그쪽으로 한 번 가볼까.”


큰길가로 나와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보자 작은 미용실 하나가 나타났다. 두 사람이 동시에 느끼는 마력의 흐름은 그 안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사람의 내부에서부터 기생해 그 정신을 갉아먹고 끝내 파멸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기생체가 붙어있는 곳 치고는 매우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장소라, 피니엘은 조금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


“정말 이런 곳에 사념체가 있다는 거야?”

“그것들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해.”


그렇게 대답하며 리하는 어깨 위에 앉은 피니엘을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아 들고는 바닥에 내려주었다.


“일해야 될 것 같으니까 잠깐 자리 좀 비워줘.”


이제부터 리하가 그 정화라는 작업을 하려는 것 같아 피니엘은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런 피니엘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인 리하는 주머니에서 작은 만년필 하나를 꺼내들었다.


작가의말

뭔가 이제부터 스토리가 전개되는 느낌이...

그리고 어째 고생이 많을 듯한 두 마법소녀(?) 아가씨들입니다. 잘해주기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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