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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9,752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7.2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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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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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대면

DUMMY

리하와 나래, 그리고 피니엘은 노량진과 사당역 근처에 있는 두 군데 오마트의 조사를 끝마쳤다. 나래의 조사와 추리를 통하면 사념체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오언 파이낸셜과 관련이 있었고, 그 오언 파이낸셜은 오마트라는 대형 쇼핑몰을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념체 피해자들 중 일부가 바로 그 오마트를 통해 사념체에 잠식되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우선 두 군데의 매장을 들러보게 됐는데, 수확은 영 시원찮았다.


“딱히 의심스러운 건 없는데.”


두 군데 매장을 정말 꼼꼼히 둘러보고 탐지를 해봤지만 마트 내에서 사념체의 발원이라던가, 진원지라 할 만한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이 사념체가 들러붙은 것을 발견해 제거한 걸 빼면 딱히 의심스럽게 볼만한 구석도 없었다.

평범한 대형마트이고, 일하는 사람도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도 모두 평범하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열 세군데 점포 중에 두 군데는 일단 불발이네.”


그래도 나래는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다음을 준비했다.


“여기 다음으로 가까운 데는 어디야?”

“고속버스 터미널. 역사 건물 바로 위가 오마트인데.”


브레이슬릿을 풀가동해서 경로를 계산 중인 피니엘의 대답에 리하가 웃어보였다.


“네비게이션 같아, 너.”

“지금으로선 이 역할이 내 한계인 것 같아.”


자조 섞인 미소의 피니엘에게 리하가 힘내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래도 도움이 꽤 많이 돼.”

“그렇다니 다행이네.”

“이 근처에 있는 사념체는 얼마나 잡혀?”

“레이더에 표시되는 건 이 근방 20킬로미터 내에 정확히 일흔다섯 명.”

“징그럽게 많기도 해라.”


이번에는 리하의 한숨이 나왔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념체를 찾아가 정화할 생각에 만년필과 정제석을 꺼내들자, 나래가 가만히 그런 리하를 제지했다.


“이 근처만 적당히 정리해줘. 세 번째 점포를 조사해야 하니까.”

“알았어, 금방 끝낼게.”


말하기 무섭게 변신한 리하는 거리 어딘가로 달려 나가더니, 채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시커먼 정화석 세 개를 들고 돌아왔다. 전광석화 같은 그 솜씨에 피니엘은 감탄했고, 나래는 만족스러운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네.”

“아직도 멀었어. 울 엄마처럼 앉은 자리에서 수십 개 해치우는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자랑이 되지.”

“하긴 어머니에 비하면 리하가 정말 걸음마 수준이기는 해. 그래도 예전처럼 사념체 하나 정화하는 것도 숨넘어가며 간신히 해낼 때랑 비교하기는 미안하지.”


리하는 찡그린 미소만 지을 뿐 말로 반박하지 않았다. 얻어온 정화석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음 일정만 재촉했다.


“세 번째 점포 가자. 사람 데리고 다니며 고생시키는 만큼 확실한 성과를 빨리 내야지, 은나래.”

“당분간은 서울 내 오마트 점포를 다 돌아다니면서 조사를 해볼 거야. 지루한 작업이 될 테니 미리 각오해 두셔.”


두 사람의 가벼운 다툼에서 잠시 소외되어 있던 피니엘만 왠지 모르게 어색해졌다.

그래도 그런 기분보다는 조사가 우선이기에, 셋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세 번째의 오마트 점포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별로 알아낸 것은 없이 허탕만 쳤다. 세 번 연속으로 헛걸음만 하게 된 리하가 화풀이하듯 그 일대의 사념체를 눈에 띄는 대로 잡아대는 통에, 정화석 다섯 개를 새로 얻었다는 것만 빼면 이번에도 위험하거나 특이하거나 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부터 여의도, 노량진, 사당,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연달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조사하고 하다 보니 시간도 어느새 살 같이 흘러가, 그 네 번째의 조사를 마쳤을 때는 벌써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대였다.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갈까.”


날이 슬슬 어둑어둑해지자 리하가 피로에 지친 목소리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나머지는 내일 하자. 일요일이니까 아침부터 돌아다니면 몇 군데 또 들를 수 있을 거 아냐.”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마법을 쓰고 하는 통에 리하의 배는 나래나 피니엘에게도 확연히 들려올 만큼 커다란 고동소리를 연달아 울려대는 중이다. 집에 가서 밥 먹고 이제 좀 쉬고 싶다는 리하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 소리만으로 그녀의 현재 심정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다 조사할 수는 없는 일이니.”


지금까지 조사해온 것을 모두 메모하고, 다음번에 들어갈 코스도 모두 메모한 다음 나래가 리하와 피니엘을 돌아보았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도봉역으로 나와, 그럼.”

“도봉역까지?”

“거기서부터 밑으로 내려오며 조사할 거야. 시간 어기지 않게 조심하고.”

“알았어, 10시까지 갈게.”

“난 먼저 집에 들어갈게. 둘 다 오늘 고생 많았어.”


리하와 피니엘에게 인사를 건넨 나래는 두 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지하철 방향으로 내려갔다. 뭔가 예상 못한 냉정한 모습이어서, 피니엘이 리하를 잠시 바라보았다.


“나래가 조금 차가워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 나한테 완전히 마음을 터놓은 건 아닌가봐.”


그리고 리하는 씁쓸해하는 웃음을 지었다. 그냥 봐도 친한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인데 이 또한 예상 못한 발언이라, 피니엘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혹시 사이가 친한 게 아니었어?”

“친하기는 친한데······ 그 뭐랄까, 나래가 나한테 선을 그어놓은 그런 느낌이지.”

“선을 그어놨다고?”

“정말 친구라서 어울린다기보단, 그냥 필요한 일이니까 같이 한다는 느낌이야. 난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은데.”


씁쓸한 미소를 지우고, 리하는 다시 밝은 목소리가 되어 말했다.


“집에 가자. 지금 배고프지?”

“괜찮다면 물어봐도 될까? 나래가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건지.”


그리고 피니엘은 조심스러운 투로 그렇게 말해왔다. 피니엘의 마음을 마법으로 들여다본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예전에 자신과 나래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알려주기로 약속한 것이 있어서, 리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집에 가서 밥 먹고 하자.”


* * *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비록 길가에서 띈 사념체들을 여럿 탐지해 정화시키기는 했지만 그것을 포함하더라도 딱히 힘든 하루라 보기에는 좀 그랬다. 언제나의 집안일과 또 항상 하던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니까.


“오토 파킹 기능 같은 것 좀 연구해 보라니까, 정말. 세계적으로 대박 칠 것 같은데.”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가장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이라면 차를 주차시키는 일이었다. 그 널따란 차고에 차를 대놓는 일조차 마른침 꼴깍 삼켜가며 겨우 하는 수준이니까. 낮에 조사도 하고 장도 볼 겸 들렀던 오마트 고객 주차장에서도 빈 자리에 차를 대놓는데 10분 가까이 걸렸다.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벌써 10년째이지만, 주차만큼은 도저히 자신이 없는 캐시였다.

지금도 주차선 바깥으로 차체가 살짝 삐져나가 있었다. 이러면 남편이 돌아왔을 때 주차할 공간이 별로 안 나올 것 같은데······.

하지만 차를 다시 주차시키려다가 실수로 어디 잘못 들이 받을까 겁난 캐시는 눈 딱 감고 마법을 써서 차 위치를 주차선 안에 제대로 들어오도록 조정해두었다. 그리고 방금 한 행동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앞으로 주차 때문에 또 이렇게 난감한 일이 생길 경우, 주위에 보는 눈이 없다면 마법을 아끼지 말자.


“오늘은 짐이 좀 많네.”


장 봐온 것들을 트렁크에서 꺼내고, 오고 가는 길에 찾아 처리한 정화석들의 개수를 정리하여 캐시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법을 발동시켜 회수해온 정화석들을 모두 보안팀에게 전송시켰다.

사념체를 정화시키고 회수한 정화석들은 일족의 보안팀에게 모두 보내도록 되어 있다. 전송된 정화석들은 숙성과 가공을 거쳐 마력이 담긴 정제석으로 정리가 되어 필요로 하는 일족의 일원들에게 지급이 된다.

대개의 일족들은 마법을 쓰는데 필요한 만큼의 정제석만을 신청하고, 나머지 차액은 정화석 수집 보상금으로 지급 받는다.

오늘 회수한 정화석들 중 일부는 정제석으로 교환하고 나머지를 전부 현금으로 바꾸면 한화로 약 3천 만 원 정도. 매일 매일 이런 식의 큰돈이 주머니를 왔다 갔다 하는지라 캐시는 돈에 관한 한 큰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현금 교환은 일족 내의 스폰서인 오언 파이낸셜을 통해서 이루어지니 이 참에 여러 가지를 물어볼 셈이었다.

마침 저녁 시간이다. 곧 데이비드 오언이 이 집을 방문한다. 낮에 오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는 딱히 그 매장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 대표가 직접 찾아온다면 이야기할 만한 것은 얼마든지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캐시는 차분하게 가족들, 그리고 머잖아 찾아올 손님을 기다렸다.

물론 그녀는 나래가 제기한 의혹만을 듣고 벌써부터 오언 파이낸셜을 범인으로 단정 짓지는 않았다. 다만 알아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여겼기에 대화를 해보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되도록 나래의 의혹이 그냥 의혹으로만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대기업이 대체 무엇이 아쉽기에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해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다. 그런 짓을 했다가 들통이 나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려는 건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 동기를 캐시로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범인이라면 다음을 상상하기가 괴로웠다. 일족 내에서도 높은 지위를 지녔고, 지구인들 사이에 섞여서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그들이 지닌 지위와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 일족으로서도, 지구의 시민으로서도, 대항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다른 존재가 범인이기를 바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되도록 오언 파이낸셜이 결백하기를 바라지만 만약, 만에 하나, 범인일 경우에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하리라. 정말로 그렇다면 캐시는 자신이 나서서 오언 파이낸셜과 직접 대립을 가져갈 셈이었다.

앞으로의 행보를 어찌 가져가게 될지 그 판단을 가리게 할 시기가 이제 되었다는 듯, 밖에서 자동차 엔진소리와 함께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 *


“내일 아침 10까지 도봉산역이라······. 일어나기 귀찮을 것 같네.”


내일부터 들어가는 스케줄을 다시 떠올린 리하가 의욕 없이 중얼거리는 동안, 피니엘은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말 한 번 걸지 않고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피니엘을 지긋이 바라본 다음, 집 근처에 다 도착하자 리하는 피니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너 이제 슬슬 변신해야 되는 거 아냐?”


피니엘은 그 말에도 대답 않고 잠시 주위를 두리번대다가, 리하의 집 바깥 골목길에 도착해있자 군말 없이 모습을 바꿨다. 고양이인지 여우인지 알 수 없는 그 자그마한 동물의 형태로 되돌아간 피니엘은 애완동물처럼 안아들면서 리하가 피식 웃었다.


“이건 무슨 마법이야?”

“폴리모프Polymorph. 보다시피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주문이지.”

“이거 재밌을 것 같은데 나한테도 가르쳐줄 수 있어?”


바로 눈빛을 반짝이는 리하에게 피니엘은 조금 난감해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러지 마세요, 별의 공주님. 내가 도와주는 대가로 마법 가르쳐달라고 했잖아.”


리하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에도 현혹되지 않은 채, 피니엘은 의연하게 말했다.


“다음 주까지 나한테 필요한 정제석을 모두 모아주면.”

“그래놓고 먹튀하면 나만 바보 되는 거잖아.”

“지금 있는 세계로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어? 리하를 데려간 다음 거기서 가르쳐주면 되지 않을까.”


피니엘의 대답에 리하는 목소리를 점잖게 가다듬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것보다 울 엄마한테 정제석 모아놓은 거 200개 정도 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빠를 거야.”

“안 될 것 같은데. 애한테 그런 큰돈 아무렇게 막 퍼주는 부모님은 그리 많이 못 봤거든.”

“좋은 일에 쓰려는 건데 뭐. 난 그동안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었으니 그런 요구도 한 번쯤은 괜찮다고 생각해.”


정제석 200개의 가치를 알고 있는 피니엘이라, 리하의 그런 발언에는 기대보다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안 될 거야, 아마, 하는.


“그리고 이제부터는 조용히 해줘. 정체를 아무한테나 드러내면 곤란할 것 같으니까.”


문득 리하의 나직한 주의가 들려왔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 앞을 주시하자, 리하의 집 대문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와 그 주인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청년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피니엘은 그가 누구인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리하의 그 다음 행동과 말에서 대답이 다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언 씨.”


친근한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 리하를, 오언이라 불린 그 청년이 화사한 미소와 함께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네, 리하.”


작가의말

이래저래 분위기 안 좋은 오언 파이낸셜, 그곳과 관련된 인물인 데이비드 오언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1부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데... 하이라이트가 어떻게 장식이 될지 걱정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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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권유 16.07.27 188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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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면 16.07.20 190 1 14쪽
18 포획 16.07.14 155 1 15쪽
17 포획 16.07.13 182 1 18쪽
16 의혹 16.07.07 174 1 14쪽
15 의혹 16.07.06 182 1 20쪽
14 사념체 16.06.30 92 1 16쪽
13 사념체 16.06.29 168 1 23쪽
12 단서의 추적 16.06.23 113 1 14쪽
11 단서의 추적 16.06.22 120 1 13쪽
10 Pair 16.06.16 113 1 17쪽
9 Pair 16.06.15 103 1 18쪽
8 일족의 후예 16.06.09 110 1 15쪽
7 일족의 후예 16.06.08 127 1 23쪽
6 망국의 황녀 16.06.02 185 2 23쪽
5 망국의 황녀 16.06.01 155 2 17쪽
4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6 160 3 14쪽
3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5 16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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