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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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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7
추천수 :
31
글자수 :
449,261

작성
16.07.1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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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포획

DUMMY

리하의 기억에, 사념체라는 것들은 그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들은 바에 의하면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인, 일족이 지구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아가던 까마득한 옛날의 그 순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한다.

그 옛날에도 지금처럼 이랬을까. 사람의 정신을 빨아먹고, 망가뜨려서,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이 기생충 같은 피조물들의 횡포는, 그때도 지금처럼 잔혹하게 이루어졌을까.

사람에게 달라붙어 기생하는 사념체들의 숫자가, 지금처럼 밖에 나오기만 하면 발에 채일 만큼 넘쳐났던 것일까.

사념체를 잠시 동안만 붙잡아 달라는 피니엘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마트 매장 밖으로 나온 리하는 근처의 도로에서 사념체의 기운을 감지했다. 수는 하나였지만 흘러나오는 마력의 느낌이 매우 좋지 않았다. 사념체의 기운이 조금만 더 강해진다면, 혹은 변덕이 일어난다면, 그 즉시 사고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지하철로 가고 있어.”


길 건너 방향에 있는 노량진역을 바라보며 리하는 만년필과 정제석을 꺼냈다.


“느낌이 별로 안 좋네.”


지하철로 가고 있다는 사념체의 숙주, 그 느낌이 안 좋다는 말에 나래의 표정도 찡그려졌다.


“요즘은 지하철에서 투신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역마다 다 스크린도어가 있으니까. 하지만 노량진역은 지상 승강장이 반 밀폐형이잖아.”


리하의 나래의 말투가 진지해졌다. 그리고 사념체에 의해 어떤 일이 일이 벌어지는지 불과 몇 십 분 전에 생생히 겪은 피니엘은 파랗게 물든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럼 빨리 가서 막아야······.”

“당연히 그래야지. 너무 당황할 거 없어.”


정제석을 만년필에 끼워 넣고 뚜껑을 닫은 순간, 리하는 황금빛 광채를 뿌리며 또 한 번 변신했다.


“잠깐이면 되니까 여기서 기다려.”


마법소녀로 변한 리하가 사내아이처럼 씩 웃어보였다. 활기차고 명랑한 성격이야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놀라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주위 사람들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피니엘은 잠시 혼란을 느꼈다.


“사람들한테 보여도 괜찮은 모습이야?”

“괜찮은 모습은 아니지. 사진이나 동영상 찍히면 인터넷에 오르고 뭐하고 매우 피곤해질 테니까.”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거야?”

“변신하면 자동적으로 일시적 최면이 발생되거든. 나래는 지금 보호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거기 걸리지 않은 거고, 피니는······ 그러고 보니 최면에 안 걸렸네? 보호석도 없는데.”


말하다 말고 신기하다는 듯이 피니엘을 바라보는 리하였다. 광범위하게 퍼지는 최면마법인데 피니엘은 보호석도 없이 어떻게 여기 걸리지 않은 걸까? 빌려준 보호석은 분명히 아까 돌려받았는데.


“사념체가 또 달려들 것 같아서 일단은 내 방어마법으로 보호 중이야.”


피니엘의 조심스런 답변을 듣자 리하는 그녀가 자신이 지닌 마법을 사용해 최면마법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라 이해했다.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 것까지는 몰랐기에 리하는 적당히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넘겨버렸다.


“아주 좋아, 매지컬 프린세스. 사념체 무서운 건 아까 배웠지?”

“아, 응.”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이 있으니 다행인걸.”


리하는 그 말을 남기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리하 자신이 배우고 익힌 마법인 신체강화, 그 주문을 실행하고 슈트의 기능까지 더하니 도약이라기보다는 비행에 가까운 점프가 이루어졌다.

그 순간 피니엘의 입이 크게 벌어졌지만 리하는 그런 피니엘과 순식간에 멀어졌다. 초인과도 같은 도약력으로 수십 미터나 떨어진 역사 건물 앞에 도달한 리하는 한 번 더 가볍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대로 지상 승강장 지붕 위에 다다라 착지한 다음, 역시 가뿐히 뛰어 반대쪽 승강장 위로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선 리하는 그곳에서 사념체가 기생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

마력의 흐름을 따라가면 금방 찾을 수 있는 일이라, 리하는 얼마 안 가 사념체와 그 숙주를 발견했다. 대학생 연령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로, 키가 작고 몸집이 뚱뚱했다. 둥글고 작은 그 얼굴에는 깊은 수심과 우울함이 가득 차 있었다.

사념체에게 기생당한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역시나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리하는 조금 씁쓸한 얼굴로 지팡이를 들어 젊은 여자의 등 뒤를 겨냥했다.


“아웃 콜.”


나지막하게 주문을 외우자 여자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족의 마력을 원천으로 하고, 그 명령을 근간으로 삼는 사념체에게 있어 아웃 콜의 주문은 피할 수가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사념체를 만든 이뿐 아니라, 일족의 피가 흐르는 자라면 그 누구라 해도 사념체는 그가 내린 지시에 절대 거부할 수 없다. 아웃 콜이 바로 그 지시이며, 대 사념체 전용의 제거 주문이다. 그렇기에 일족이라면 리하 같은 어린 소녀조차 자유자재로 사념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여자의 몸에서 사념체를 떼어낸 리하는 그것을 이대로 붙잡아 피니엘에게 가져가려 했다. 일족도 아닌 그녀가 정말로 이것을 분석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말 잘 듣고 얌전히 있어. 죄 없는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사념체를 붙잡아 두기 위해 리하는 아웃 콜에 이어 재빨리 다음 주문을 사용했다. 지정한 대상이라면 그 무엇이든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는 주문인 홀드. 사념체를 붙잡는 데에는 이 마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허공에 정지한 채 부르르 떠는 사념체를 조심조심 다가가 직접 손으로 잡았다. 연기 같은 기체 형태였지만 직접 손으로 잡으니 푹신한 솜뭉치를 잡은 감촉이 느껴졌다. 사념체 본래의 흉악한 사용 용도와는 다르게 만지는 손맛 자체는 꽤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


“하는 짓만 건전하면 애완동물로 삼고 싶을 정도네.”


손아귀에 붙잡힌 사념체를 바라보며 리하는 씁쓸한 투로 중얼거렸다. 이런 거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면 안 되는 걸까. 굳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정신 에너지를 모을 방법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잠시 한가한 생각을 하는 동안 사념체는 리하의 손에서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집 근처, 여의도에서 봤던 것과 동일하게 수백 개의 파편으로 나누어지며 공중에서 흩어졌다. 찡그린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며 리하가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적당히 하자, 적당히 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대신 모든 파편이 일정한 어느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게 의아했지만 당장은 알 바 아니었다. 모두 회수해 정화시키지 않으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지라 리하는 지체 없이 파편들을 뒤쫓아 갔다.


* * *


리하가 사념체를 쫓아 잠시 사라진 동안, 둘이서만 남은 나래와 피니엘은 의외로 분위기가 어색했다. 처음 만난 사이인 피니엘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던 활기찬 성격의 리하와는 달리 나래는 그런 사교성 면에서 좀 내성적인 부분이 있는 듯, 피니엘에게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할 말 있으면 해보는 게······.”


그런 나래에게 피니엘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낯선 세상에 떨어져 있고 아는 사람이라곤 또 하나도 없기 때문에, 피니엘은 사실 본래의 성격을 떠올리면 연상하기 힘든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어투가 되어 있었다.


“아니, 딱히 할 말 같은 게 없는데······.”


존대가 불편하단 피니엘의 의견을 존중해주어서 말은 우선 편하게 놓았지만 나래는 뭔가 피니엘과 나눌 만한 대화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세상, 다른 우주에서 왔다는 공주님이라고는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어떤지 믿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없어서, 나래는 그냥 피니엘이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대강 넘겨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저 손목시계에서 나왔던 그 엄청난 영상들이나, 양자 컴퓨터를 들먹이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뭔가 엄청난 기술력을 본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다른 세계의 존재라는 걸 믿기에는 좀 부족한 느낌이었고.


“리하하고는 언제 만나게 된 거야?”


낯선 세상이라 위축은 좀 되어 있지만 피니엘은 원래 점잖고 고상한 전형적인 공주님 스타일이 아니다. 그녀가 어제부터 항상 입에 달고 아쉬워하는 원래의 동료들이 나름대로는 얌전한 지금의 피니엘의 모습을 봤다간 다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바탕 난리들이 났을 것이다.

리하와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친밀해진 것도, 알고 보면 둘의 기질이 서로 비슷한 데서 영항을 받은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그 본래의 성격이 나래의 앞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리하처럼 특이한 일을 하는 사람하고 어울려 다니는 게 왠지 신기하게 생각돼서.”


피니엘의 은근한 질문에 나래는 대답 않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피니엘은 바로 민망해하는 웃음을 흘리며 자기가 한 말을 뒤로 물렸다.


“대답하기 어려운 거라면 굳이 말 안 해줘도 돼.”


악의 없는 그 미소에 나래는 자기도 모르게 무뚝뚝해진 태도를 풀고 유연하게 답했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어. 같이 일한지 이제 3년 정도.”

“진짜? 분위기를 보면 아주 오래된 친구사이 같았는데.”


나래의 대답을 듣자 피니엘이 곧바로 친근한 분위기가 되었다. 약간의 부담을 느낀 나래가 피니엘에게서 잠시 한걸음 떨어지고는 말했다.


“같이 일하다보니 많이 친해지기는 했지.”


나래는 필요 최소한의 대답만을 들려주었다. 그 다음에 이어질, 아직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믿고 있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은 나래의 머릿속에서만 떠올랐다.

그런 나래의 마음을 읽은 건 아니었으나, 피니엘은 나래의 짧은 대답에 리하가 해준 주의를 떠올리고는 더 깊이 물어보지 않았다. 나래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일이라 했으니까.


“나래는 탐정이라고 리하가 알려줬는데, 리하랑 같이 사념체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거야?”

“리하가 자칭으로 마법소녀라 부르짖고 다니는 것처럼 나도 사실은 반쯤 자칭이야. 사무소는 직접 만든 홈페이지뿐이고, 그마저도 관리를 거의 안 하거든. 정식으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공인된 탐정이라곤 할 수 없지.”


거기까지만 말하고, 나래는 그 뒤의 속마음까지 꺼내놓지는 않았다. 탐정 들먹여가며 리하와 함께 사념체를 추적하는 이유가 사실은 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있다는 걸.

그리고 리하의 어머니인 캐시로부터 의뢰 명목으로 매 달 받고 있는 수사비용은 사실 3년 전 그때의 사건에 대한 격려금 및 위로금이라는 걸.


“탐정을 자칭해가면서 사념체를 조사하는 이유는 뭐야? 대답하기 어려운 거라면 안 해도 돼. 그리고 이게 물어봐선 안 되는 부분이었다면 지금 미리 사과할 테니까······.”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미안한 듯 웃는 피니엘을 보자 나래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악의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별의 공주님이라는 이 아가씨는 남의 눈치를 모르는 건지 알고도 무시하는 건지, 행동과 태도에서 어린애처럼 남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다. 불쾌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거슬리는 건 사실이었기에 나래는 약간의 가식을 부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의뢰 내용과 관련된 거라 함부로 말할 수 없어.”

“그렇구나. 하긴 탐정이라면 고객과 자신의 비밀유지는 당연한 일이겠지.”


두 손을 힘없이 떨어뜨리는 피니엘의 모습은 풀이 죽은 듯 보였다. 리하처럼, 이쪽도 감정이 겉으로 다 드러나는 타입으로 보여 나래는 정말 웃음이 나왔다. 둘이 하루만에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정말로 성격적인 부분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았다. 보기보다 밝고 활기차고 덜렁대고, 서로 그렇게 비슷하니 같이 있으면 리하가 바보 언니, 피니엘은 바보 동생쯤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런 모습을 머잖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니엘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 찾아냈어?”


잠시 시무룩해 있던 피니엘은 나래가 묻는 말에 금세 활기를 되찾아 대답했다.


“리하가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을 구할 수 있다고 했어.”

“일주일?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차원도약 시스템을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마력, 그리고 정제석 하나가 담고 있는 마력의 평균값을 계산해서 비교해 봤지. 200개 정도의 정제석이 필요한데, 그만한 숫자는 리하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모을 수 있다고 얘기해줬어.”

“집에 빨리 돌아갈 수 있다니 다행이네. 피니엘은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할 거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프레네티코를 저지할 방법도 생각해야 하고, 아, 프레네티코는 내가 어제 보여줬던 그 괴물들을 부르는 명칭이야. 우리 제국을 멸망시켰던 철천지원수들이 지금 우리가 있는 차원계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지. 쉽지가 않지만 이걸 완수하지 못하면 그 차원계 역시 멸망할 확률이 아주 높은······.”


나래가 힘겨운 미소와 함께 피니엘을 제지했다.


“설명은 그 정도면 됐어.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피니엘은 정말 바쁘겠구나.”

“바쁘지, 그 말 한마디로는 모자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날 정도로 그쪽 세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벌어지거든. 모든 인류가 합심해서 힘을 모아도 프레네티코를 당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이 위기는 나 몰라라 하고 온갖 악당들이 설쳐가며 세계를 시끄럽게 만드는 중이거든. 정말 짜증나 죽겠다니까.”


나래가 정말 그만하면 됐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지만 피니엘은 떠들다 보니 완전히 흥분해버려서, 묻지도 않은 말까지 혼자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로 불시착한 것도 지구에서 암약 중인 악당 조직들 음모가 틀림없어. 내가 없으면 갤럭시 블레이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까, 나를 떨어뜨려 놓고 우리 팀원들을 하나씩 각개격파 하려는 게 틀림없겠지. 이만한 계략을 세우고 실행할 만한 용의자로 짚히는 인물도 마침 한 명 있고 말야. 과거에 연쇄살인과 폭탄테러를 연달아 일으킨 흉악한 악당인데, 지금 우리가 있는 세계에서는 아주 유명인사야. 자칭 전달자, 과거의 본명은 강유······.”

“피니엘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우주의 평화를 위해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거 잘 알았어. 고생 많이 할 것 같네.”


더 이상 무슨 소리인지도 이해 안 되는 말을 계속해 들었다간 짜증이 울컥 치밀 것 같았지만 나래는 이번에도 좋게 웃으며 중간에 끼어 들었다. 다행히 피니엘은 나래의 눈치를 알았는지 아니면 제 풀에 지쳤는지, 더 이상 말을 길게 늘어놓지 않았다.


“원래 세계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할 일은 꽤 있을 것 같아.”

“사념체 때문에?”

“우리 세계에도 이거랑 비슷한······ 아니, 마력의 흐름만 놓고 보면 완전히 동일한 현상이 가끔 가다 감지되곤 했으니까.”


나래는 어제 피니엘이 해준 말을 기억해냈다. 피니엘이 원래 있던 세계에도 사념체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


“너희 세계에도 리하네 일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

“차원계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 차이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리하는 없어도 리하의 일족은 우리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개념이 있을 수 있지.”


나래는 그 말에 잠깐 생각해보고는 대답했다.


“리하는 없어도 리하의 일족은 존재할 수 있다고?”

“차원계는 모든 가능성이 이루어진 우주들을 무한히 모아놓은 개념이니까. 인과관계도 예외가 아냐. 우리 세계에 적용을 해 설명하자면, 리하의 어머니 역시 우리 세계에 없거나, 아니면 존재하는데 결혼을 다른 사람과 했거나 하는 이유로 리하가 우리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이해가 가. 피니엘의 말대로 그런 가능성이 하나하나 구현된 우주가 평행차원 또는 차이차원으로 존재한다는 거구나.”

“여기 온 김에 나도 리하를 도우면서 인과관계에 대한 가능성도 참고해 보고, 또 사념체를 막는 법을 알아내 우리 세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볼 거야.”


피니엘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문득 나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영문 모르고 나래의 시선을 얼떨결에 따라간 피니엘은 입을 조금 벌린 채 잠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사념체 막는 법을 바로 실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래의 조금 짓궂은 말투에 장난치지 말라고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역사 건물 위쪽으로 수백 개의 검은 돌멩이 같은 것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여러 차례 보아온 사념체의 파편이었다.

파편들은 흩어지지 않고 무리를 이루어 정확히 피니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지?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피니엘은 본능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사념체는 인간의 정신을 건드리는 존재이니, 정신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마법이라면 어느 정도 대응이 될 것 같아 바로 준비를 하려 하는데,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허공에서 리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느낀 순간, 사념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중을 날아온 리하가 어느새 나래와 피니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작가의말

할 얘기는 아직 많이 있는데 집중이 힘들이 큰일입니다ㅠ

글쓴이가 그림을 잘 그렸다면 세 주연 아가씨들 수영복 차림이라도 그려보면서 집중도를 끌어올려 볼 텐데,
그게 되지 않는 상황이라 왠지 슬프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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