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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소녀 유리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18 00:04
최근연재일 :
2016.12.28 01:54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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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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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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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부 에필로그

DUMMY

오전 5시 15분.

하늘은 아직 어둡다.

바깥기온은 봄날 아침답게 큰 일교차로 쌀쌀하다.

그제께 비가 한 번 내렸고 어제는 맑았는데, 오늘은 또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현관문 옆 신발장을 뒤적이며 은나래는 중얼거렸다. 오전 중에는 비가 그쳤으면 좋겠는데. 일할 때 불편하니까.


“벌써 나가니?”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거실에서 어머니의 졸음에 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래는 뒤돌아보지 않고 신발장에서 우산 하나를 꺼내 챙겨들고는 대답했다.


“할 일이 좀 많아서.”

“탐정인지 뭔지 적당히 해라. 뭐하러 그런 장래에 도움 안 되는 일을 죽자고 매달리고 있어.”


그리고 못마땅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예전부터 나래가 탐정으로서 일하는 걸 그리 좋게 여기지는 않았기에 이번에도 같은 반응이었다.

나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말대꾸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시간도 없어서였다.


“이번엔 또 어딜 나가려는 건데?”

“도봉산.”


가려고 하는 곳만 적당히 대답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마저도 미덥지 않아했다.


“도봉산은 뭐 하러?”

“일찍 나가 바람 쐴 겸 운동도 좀 하고, 친구랑 만나기도 하고 그러려고.”

“또 탐정 놀이 한답시고 나가 쓸데없는 짓 하려는 건 아니지?”


조금씩 가시가 돋쳐오는 어머니의 말투였다. 나래는 그런 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사사건건 딸인 자신에게 뭔가 제동을 가하고, 구속을 해두려 하는 어머니의 언행을 이해하고 넘어가려 애쓰는 것이다.

3년 전 나래의 언니, 은미래가 목숨을 잃었던 사건과 그 사건이 개운치 않게 수습된 이후부터 어머니는 삶의 의욕이 반쯤 꺾인 듯 했다. 갈수록 잔소리가 늘고, 실없는 소리가 늘었다. 남은 딸인 나래를 대하는 것조차 무성의해졌다.

집안에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어머니는 모든 걸 혼자 짊어지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먹고 살기 위한 고된 삶, 거기에 딸을 잃은 정신적인 고통은 남은 물론 자식인 나래조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래는 이러한 어머니의 날선 반응을 되도록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었다.


“금방 갔다 올게.”

“어제처럼 하루 종일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와.”


어머니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잠을 자러 들어갔다. 여전히 말투에 온기는 들어가 있지 않다. 무감정하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나래에게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말투이다.


“내가 꼭 진실을 밝힐 거야.”


언니의 죽음, 그리고 딸을 잃은 어머니의 비통함을 풀기 위해 사건 수사에 자처한지 이제 3년째이다. 언제쯤 해결이 될지 알 수는 없으나, 아마 될 때까지 계속 붙들고 늘어지게 될 것 같다.

집을 나섰다. 살고 있는 곳이 빌라 1층이라 현관을 나와 계단 몇 개만 내려오면 바로 바깥이다. 나와 보니 집에서 들었던 빗소리는 아무래도 벽이나 문에 막혀 작게 들린 듯 했다. 생각보다 거센 빗줄기와 바람이 몰아치는 걸 보자 나래는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양말이라도 벗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신발은 괜찮지만 양말이 물에 젖으면 그 축축한 느낌 정말 싫은데 말이지.

하지만 별 수 없이 그냥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할 일 많이 있으니까 양말 젖으면 나중에 벗어서 주머니에라도 넣어두면 되겠지.

오전 10시에 도봉산부터 시작해 지하철 노선을 내려가며 오마트의 조사를 하기로 리하와 약속이 되어 있고, 그 전에 오마트 각 점포로 상품 배달을 맡은 운송업체들을 돌아볼 예정이었다. 운송업체에서 나온 피해자들의 조사와 근황, 오마트와 관련된 유통 루트를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피해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사념체와 관련된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이고, 그 점을 사전에 미리 체크해둘 생각이었다.


집 앞 골목길로 들어선 나래는 오늘 할 일을 다시금 체크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운송업체까지 가려면 지하철보다는 버스 노선이 더 빠르다. 야간 작업시간을 알아보니 오전 7시면 종료된다 하니, 가서 이것저것 알아보려면 지금 가야 하겠지.

비가 내리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서일까. 주위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나래는 동네 공용 쓰레기투기장 앞에서 뭔가에 발이 툭 걸리고 말았다.

쓰레기봉투를 잘못 찬 거라 여긴 나래가 무심코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자마자, 나래는 우산을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를 뻔한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길바닥에서 빗물을 타고 무언가 시뻘건 액체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흘러나오는 쓰레기더미 사이에는 고깃덩어리로 바뀐 사람의 신체부분들이 한가득 파묻혀 있었다. 끔찍한 것은 그 파묻힌 사람 조각의 손, 발이 매우 작았다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그 쓰레기더미 옆에 한 중년 남자가 주저앉아 있었다. 괜찮은지 여부를 물어볼 필요는 없어보였다. 목에 식칼이 꽂혀있는 채였으니까.

전신에 피칠갑을 한 그 남자는 두 손으로 사람의 끊어진 팔을 안고 있었다. 약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면, 그 팔은 아무래도 남자의 아내의 것인 듯 했다. 그리고 팔의 원주인 또한 고기조각처럼 해체되어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나래는 덜덜 떨면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지금 이 사태가 어떻게 된 건지, 지금으로선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끔찍한, 뭔가 끔찍한 일을 마주했다는 생각만 들 뿐 그 외의 다른 것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마친 나래는 다시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이 사태를 알면 가장 먼저 달려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나래 개인적으로서도 유일한 친구인 리하에게였다.


리하야, 우리 동네에서 사람이 죽었어.

지금 바로 와줄 수 있어? 나 왠지, 왠지 모르게,

뭔가 무서운 기분이 들어.



* * *



강동 경찰서는 오늘 새벽부터 줄을 잇는 신고에 몸서리를 앓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이상하게 비슷한 내용들의 신고가 들어오는 것이다. 사고 지점도, 장소도 제각각이지만 제보자들이 덧붙이는 말은 모두 한결 같았다.

여기 사람이 죽었으니 빨리 와서 좀 봐주시라고.


“방금 둔촌동에서 사람 죽었다고 신고 들어왔댄다.”


그리고 현장에 나와 조금 살펴볼라 치면 무전으로 또 다른 지시가 내려온다. 이번엔 어느 동네 어디에서 또 사람이 죽었답니다, 가까운 출동 가능 인원은 현장 수색 바랍니다.

지금 막 둔촌동에서 신고가 또 하나 접수됐다는 무전을 들은 강동서 강력1반 서상수 반장은 찌푸린 얼굴로 현장의 반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잇따른 시체 발견 신고로 서 내에 비상이 걸리는 바람에 비번인 일원까지 모두 소집해 현장을 돌아보는 중인데, 뭐 하나 살펴보기도 전에 신고가 또 들어오니 안 그래도 피곤한 몸에 짜증까지 울컥 솟구치는 것이었다.


“안 들려? 둔촌동에서 사람 죽었다고 신고 들어왔다고.”


아무 놈이나 좋으니 빨리 좀 가서 살펴봐라, 아침부터 사람 신경 자꾸 긁지 말고, 란 반장의 의중은 그와 함께 해온 강력1반 일원들이라면 누구나 헤아릴 수 있다.

새벽부터 비 주룩주룩 맞아가며 아파트 주차장에 몰려와 15층에서 어떤 놈이 애인과 함께 투신한 듯 보이는 현장을 조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1반의 베테랑 애송이 할 것 없이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지만 아무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 중에서도 고참급에 속하는 형사 하나가 슥 돌아서며 적당히 서 반장의 잔소리를 틀어막을 뿐.


“둔촌동 어디랍니까?”

“둔촌동 고영 빌라 1번길이라더라. 웬 남자 하나가 목에 식칼 꽂고 죽어있다는데, 그 동네 가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가서 한 번 살펴보고 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일거리에 어지간히 짜증이 솟구친 듯 서 반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신진흥 형사 역시 서 반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만큼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오늘 새벽 동안 접수된 신고만 벌써 일곱 건째다. 그 내용도 하나같이 비슷했다.

누군가가 자살을 했고, 죽으면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것.

우연이라기엔 사건들 모두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고, 우연이 아니라고 하자니 관할 구역 내에서 하룻밤 동안 지나치게 비슷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영문도 모르겠고 원인도 전개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 엄청난 사건을 맞이하게 된 서 반장의 주름이 깊게 파이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아, 니미. 어제부터 자살이 유행인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째 일 벌인 꼬라지가 다 비슷비슷하냐, 이거.”


인상 찡그리며 주차장에 자기 차 대놓은 곳으로 가는 신진흥 형사에게 서 반장이 퉁을 놓았다.


“시끄러, 인마. 가서 현장이나 잘 살펴보고 와.”

“아 벌써 그 동네 인원들 다 출동했을 텐데, 가봐야 뒷북 아닙니까?”

“할 일이나 해.”


이래라 저래라 디테일한 잔소리 없이 한마디로 방향 딱 끊어주는 건 서 반장의 장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뭐 엄청나게 추켜세울 만한 그런 것까지는 아니다. 적당히 들을 만하고 적당히 기분 나쁜 소리기에 진흥은 달리 토다는 것 없이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꼭두새벽부터 개처럼 비 맞아가며 뭐하는 짓거리냐, 이게.”


그래도 일 자체에 대한 불평은 어쩔 수 없었기에 결국 한마디를 투덜거리고 말았다.

형사로 일하다 보면 사람 시체 보는 정도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한 명도 아니고 일곱 명이 자살을 했는데, 하나같이 혼자 죽은 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같이 끌어들인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보고 해결하고 뒷수습하고, 과정 하나하나 거쳐 가며 생 노가다를 소화할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속이 미슥거리는 것 같았다. 염병할 놈들, 뒈질 거면 혼자 뒈지던가 하지 왜 애꿎은 남들까지 끌어들여서 사람 피곤하게 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진흥은 새로운 신고가 들어왔다는 둔촌동 사건 현장으로 차를 몰아갔다. 이 신고가 일곱 번째라고 했던가. 몇 시간 안 되는 동안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 건지.

성실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아 취급 받는 것도 아닌 진흥이었다. 어제도 비록 늦게나마 퇴근해 집에서 소주 한 잔 하고 모처럼 편하게 눈 붙이며 아침에 느긋이 출근하려던 참인데, 새벽부터 걸린 비상 때문에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이러고 앉아 있으니 짜증부터 치솟아 올랐다.


“하루라도 좀 편하게 살아볼 수는 없는 거냐. 대한민국 종자들은 무슨 민중의 지팡이를 지팡이가 아니라 지들 목발처럼 부리고 자빠졌네. 아, 욕 나오게 진짜······.”


편치 않은 기분에 되는 욕 안 되는 욕 다 퍼붓고는 있지만 진흥은 공연히 석연찮은 기분을 느껴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져 왔다.

사는 곳도, 나이도, 하는 일도 다른데 마지막 죽음은 공통되는 부분이 있는 사람들. 무언가가 일부러 짜맞춘 듯 보이는 작위적인 사망 현장.

무언가가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어느 쪽으로 생각해봐도 섬뜩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는 데에서 이미 별 일이 아닐 수가 없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무언가였다.


“살다 보니 별 일을 참······.”


그 정체 모를 무언가에 뭔가 오싹하기도 했지만 진흥은 한마디 푸념과 함께 생각을 달리 했다. 그냥 피곤하고 잠이 덜 깨 쓸데없는 생각이 나오는 것뿐이라고.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다음 사고는 둔촌동 고영 빌라 1번길, 신고자는 18세 여고생 은나래. 피해자 정보는 아직 올라와 있지 않지만, 지금 현장에 출동한 근처 경찰서 사람들의 말로는 일가족 네 명이라고 한다. 남편, 아내, 아이 둘. 모두 사망이 확인되었다.

씁쓰레한 한숨과 함께 진흥은 차 속도를 높였다. 비가 오는 길이고 피로도 아직 덜 가신 상태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좋지 않은 사건과 예감에 마음이 좀 초조해지기만 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아직 그것뿐이었다.


작가의말

1부가 끝이 났습니다. 희망하고 생각했던 전개보다 너무 루즈하게 돌아가서 아쉽습니다ㅠ
더 잘 쓰고 싶었는데 실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2부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다음 주에는 글쓴이가 개인적인 휴가가 있기 때문에 글을 올리지 못하고,
다다음주부터 재개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쉬고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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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Pair 16.06.15 10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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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비한 것과의 조우 16.05.25 16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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