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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청춘극장-꽃-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에리카8
작품등록일 :
2019.04.01 14:41
최근연재일 :
2019.06.13 07: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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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5
추천수 :
103
글자수 :
33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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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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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동초(그녀의 선택: 시후)9




DUMMY

아직은 더운 초가을 명동의 한 호텔 커피숍.

"안녕하세요. 김 지희입니다."

"하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최 명훈입니다. 혼묘가 최 명훈이고, 쓰메이는 사이 아키라이사오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지희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할 수 없이 맞선을 나와야 했다. 이미 비행기 예약 까지 끝낸 사람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해서 나왔지만 지희는 불편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커피만 바라본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최 명훈이 말은 잘 못하지만 한글은 읽고, 쓸 수 있다고 하면서 필담으로 대화를 하자고 한다.

"명훈씨, 제 이야기는 듣고 나오셨나요?"

"네, 동거 하셨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는 많은 남녀가 동거를 합니다. 전 전혀 상관없어요. 제 나이가 서른일곱입니다. 저도 많은 여자를 만나왔고, 대학시절부터 같이 살았던 여자 친구들도 있어서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합니다. 대기업 무역파트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하는 일도 비슷한 업무입니다. 주로 유럽 쪽에 일본 제품을 홍보하고 전시하거나 구매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일하느냐 바빠서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못 했어요. 이십대에는 많은 여성을 만나고 같이 살기도 했지만, 인연이 아니었는지 헤어지게 되거나, 제가 해외에 있는 동안 다른 남성을 만나 결혼하기도 하더군요. 혼자서 장시간을 있다 보니 외로워서 였을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마지막에 사귀던 여자 친구와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충격이 좀 컸어요. 그 뒤로는 여성을 만나도 사귀기가 조심스럽더군요.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기반도 있고,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유럽 쪽 일을 줄이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정착하고 싶어요."

지희는 장문의 글을 써서 넘겨주는 명훈이라는 재일교포를 보며, 훤칠하고 다정한 눈매가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더운 초가을에도 긴 팔의 하얀 와이셔츠를 빳빳하게 다려서 목까지 잠그고, 검정색 바지를 칼같이 다려서 줄을 세워 입고 있는 모습에서 단정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든다.

"저는 명훈씨와 사귀고 싶어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동거가 아닌 결혼을 했었고,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 했어요. 제 인생에서 결혼은 한번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명훈씨가 원하는 안정적이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이미 가정을 한 번 가졌었고, 실패를 했어요. 다시 누군가와 시작할 자신이 없습니다. 겉보기에는 제가 아직 나이가 젊어서 젊은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제 마음은 칠십 노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랑은 일생에 한번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명훈씨 같이 좋은 분은 따뜻하고 자상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된 여성을 만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이미 한 번 했던 결혼생활을 다시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지희는 성숙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명훈을 보며, 만약 남편인 시후와 결혼 생활을 해보지 안 았다면, 천천히 좋은 관계로 만났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지희의 단호한 거절에 아쉬워하며 쿨 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던 명훈은 오늘 하루는 지희를 위해 시간을 비웠으니 한국을 소개해 달라고 하며 친구가 되면 어떻겠냐고 한다.


지희는 그 제안마저 거절하기 어려워 명동성당과 창경궁을 같이 다니며 안내 해주고, 저녁은 남산타워에서 먹기로 하고 남산을 올라 야경을 감상한다.

서울에 밤은 휘황찬란한 불빛과 네온사인, 높이 솟은 고층건물들이 한강을 중심으로 서있고 한강 다리마다 환한 빛을 내는 등을 달아 검은 강물을 환하게 비친다.

지희는 야경을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시후와는 연애다운 연애도 못하고 결혼했다는 생각이 들며,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곳이 많은데,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경험 하면서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가졌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것이고, 지금은 같이 서서 야경을 구경하는 명훈에게 설명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곳은 타워전망대라서 360°회전하면서 서울 야경을 구경 할 수 있어요. 생각하셨던 것 보다 괜찮은가요? 제가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아서 설명이 미흡합니다.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

"아니요. 좋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올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잠깐, 잠깐, 몇 개월 사이에 달라지는데, 없던 건물이 생기거나 새로운 핸드폰을 제일 빨리 구경하려면 한국처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한국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서 한국말을 배우셨어요.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과 겨울연가를 가장 좋아하십니다. 저도 한국말을 잘하고 싶은데, 말로 하려면 발음이 신경 쓰여서 안하게 되는군요. 제가 한국말을 할 테니 한 번 들어보세요. '안녕하시무니까? 최명훈되게씁니다. ' 어때요? 알아들을 수 있나요?"

"네, 알아들을 수 있겠네요. 조금만 더 하시면 유창해 지실 것 같아요. 혹시 몇 개 국어를 하시나요?"

"사개국어를 합니다. 하지만, 한국말이 제일 어려워요.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는 조금해서 사개국어인데, 이제는 한국어도 들어가겠죠." 명훈은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하면서 지희에게 말을 한다.

지희는 윙크를 받자 당황스러워서 다른 곳을 보며, 저녁을 먹으려 레스토랑으로 가서 주문을 한다.


명훈에게 명함을 받고, 종종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자고 하여 알았다고 하고는 집에 돌아 온 지희는 만나서 금방 헤어질 생각을 하고 나갔는데, 저녁까지 데이트를 했다는 생각을 하자 나이 먹은 남성의 스킬에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연락처를 명훈에게 적어주었기 때문이다.

어찌나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하는지 거절할 생각조차 없이 적어주고 말았다. 명훈이 조심해야 할 남성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와 씻고, 옥상에 있는 평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점심에 더웠던 것이 무색하게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매연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달이 가만히 자신을 내려다본다.


"잘 만나 봤냐. 보니께 좋지. 엄니가 이모가 핸드폰으로 보낸 사진으로 보니 께 남자가 아주 듬직하니 좋게 생겼던디. 내가 나이가 조금만 덜 먹었어도 팔자를 고치고 싶게 잘 났더라. 지희야~총각이 일본에 땅도 많고, 집도 있고, 돈도 많고, 성격도 좋고, 그냥 엄마 맘에 흡족 한디 결혼하면 어떻것냐. 집 나가서 남한테 월세주고 살지 말고, 집에 들어와서 살면서 시집갈 준비나 혀면 좋것구먼. 이제 그만 고집 부리고 엄마 말 들어. 이것아~"

"엄마, 명훈씨는 좋은 분이지만, 제가 지금은 결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좋은 분은 좋은 사람 만나야죠. 전 지금이 좋아요. 길남이 이모에게 신경써주셨는데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다음 주에 쉬는 날 한 번 찾아뵐게요. 그 사이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끊어요."


지희는 요즘은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짧게 한다. 예전처럼 엄마의 뜻대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 하지만,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엄마가 섭섭해 하거나 노여워하는 게 싫어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싶어진다. 이제는 독립을 했으니 엄마가 아닌 내 의지로 살아가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이십오년을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습관은 옷을 입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예'라는 말을 내뱉게 한다.

지희26세.

몇 개월을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학원 등록비를 저금한 지희는 이제 막 20세가 된 어린 동생들과 같이 재수학원에서 공부를 하고있다.

명훈이라는 사람을 만나며, 언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희는 가급적 영어 관련 학과를 가고 싶지만, 높은 경쟁률에 마음이 조급하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한참이 되었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을 해야 해서, 피곤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어 버린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같이 일 할 새로운 알바생이 오는 날이다.

지희가 일하는 편의점이 지희 덕인지 아니면 전철역 앞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아져서 사장님이 지희와 같이 일할 알바생을 구했다. 처음오는 알바생을 위해 미리 가서 교대를 한 지희는 하품을 하며 알바생을 기다린다.

'딸랑'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린다. 자동적으로 문을 쳐다본 지희는 눈이 커진다.

"수호야!! 네가 여기는 어떻게 온 거니?"

"새로 들어 온 알바생 고 수호입니다.. 선배님. 잘 부탁드려요. 하하!! 좀 어색하다. 그렇지. 지희야~오랜만이다."

"네가 새로 오기로 한 알바생 이었니?" 지희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수호를 바라보며, 혹시 다른 의도는 없는지 살펴본다.

"지희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무섭다. 나 용돈이 부족해서 알바 구하다가 동네에서 여기밖에 알바 구하는 곳이 없더라고. 너도 내가 오니까 좋지?"

"아니!! 안 좋아. 내가 알바를 당장 관둬야 겠다고 생각 할 만큼 안 좋아."

"지희야!! 너 정말 도도해 졌구나. 예전에는 말 한마디 못하고 ' 왜 그러시어요' 했을 텐데. 장하다!! 김 지희. 네 모습을 보니 이 오빠가 많이 안심이 된다.

지희야!! 너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내말을 좀 들어봐.. 나는 정말 오후에 일 할 알바가 필요했고, 마침 이곳에 자리가 난 거야. 너는 내가 너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네가 일 하는 곳으로 알바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데 아니야."

"알았어. 네가 알바가 필요하다니 네가 일을 해. 나는 조만간 다른 곳을 알아봐서 나갈게."

"김 지희!! 너 왜 그렇게 꼬였니? 당당해 지는 것과 자존심에 때문에 손해 보는 짓을 하는 건 다른 문제야. 그러고, 너하고 나는 친구인데, 뭐가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하는데, 너는 내가 힘든 일이 있으면 피할 거니?"

지희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편의점 바닥만 바라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이기에 이런 내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말을 할 수 없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바보라고 해도 너에게 만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고, 초라한 지금의 내 모습을 너에게 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소리 내어 말을 하고 싶다. 언젠가 만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고싶다.

하지만, 그 모든 내면의 소리는 마음속에 있는 불덩이에게 던져준다.

얼굴을 들고, 지희는 수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알았어요. 고 수호씨. 알바는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일 하는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수호는 지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지만, 내색을 하면 지희가 더 아프고 힘들어 할까봐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네, 선배님. 많은 지도부탁 드립니다."

수호는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했어도 온전한 자신의 사랑을 지희가 다 가지고 가버렸는지 누구를 만나도 신나지 않고 항상 가슴이 공허했었다.

제대하고도 한 동안 지희가 살던 집을 바라보며, 대문을 열고 나가 지희야~하고 부르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상처 입은 마음을 거북이 처럼 딱딱한 몸통 안에 가두고 사는 것 같은 지희를 바라보며, 수호는 오늘 첫 발을 내디뎠으니 그녀가 몸통 속에 감추고 있는 다리 하나, 팔 하나, 하다못해 손가락 한 개라도 나올 때 까지 시간을 두고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생각한다.

이제 군대도 다녀왔으니 더 이상 그녀가 훌쩍 떠나도록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다.




1


작가의말

한결 편안하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마음을 편히 한다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이제는 천천히 쓰겠다 생각합니다.

몇편에 끝내겠다는 생각도 없어졌어요.

쓰다가 완결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쓰기로 했어요.

여러분도 오늘 하루 편안하고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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