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장-꽃- 에필로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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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숙은 주말에 늦게 돌아와 잠을 자며 꿈을 꾸고 있다.
오늘은 지금껏 꾸었던 꿈이 아니다.
얼굴을 볼 수 없는 누군가가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에게 끌려간다.
포승줄에 묶인 것처럼 보이는 그는 죄인처럼 보인다.
갑자기 꿈의 내용이 바뀌며 하얀 단이 보이고 누군가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누군지 얼굴을 보고 싶지만 흐릿해서 볼 수가 없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흰옷을 입은 자신이 울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음날, 오랜만에 늦잠을 자던 지숙은 엄마가 다급하게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여하튼, 노인네가 되어가니 잠은 없어지고 잔소리만 늘어난다.
아침잠이 많은 자신은 이불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버틴다.
이렇게 하면 10분은 더 잘수 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기에 이불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어 엄마의 얼굴을 보는데 평소와 다른 얼굴이다.
“야~그만 일어나, 이년아. 술 좀 작작 먹어~” 라고 할 엄마가 파랗게 질려있다.
“아~엄마, 일어난다고요. 오늘은 귀신놀이냐고요.”
“지숙아~니 애비가 죽었단다. 지금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왔다.”
“엄마도 참~이제는 자식한테 관심 끌려고 별 소리를 다 하네. 멀쩡히 살아서 안성에 계시는 분이 왜 돌아가시냐고요?"
"정말이야. 이것아~ 니네 언니랑 형부한테 전화해. 엄마는 지금 빨리 가봐야 겠다. 막내이모네 차를 타고 갈테니 넌 언니네하고 같이와라."
"엄마, 정말인 것 같은데, 어디 병원인데요? 알았어요."
지숙은 농담 같은 현실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다.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한 말자와 가족은 망연히 단 위에 있는 영정사진을 본다.
술이 취하지 않은 맨 정신에는 선비 같았던 사람이었다.
여자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했던 심약했던 그가 이렇게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다니 있을 수없는 일에 모두가 믿기지 않아서 그냥 멍청하게 앉아 있을때, 수호가 나서서 장례절차를 밟는다.
"어머니, 아버님은 장례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부터는 교회를 다니셨다고 하는데, 기독교장으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일반장으로 하시겠어요?"
"자네가 알아서 하게. "
"저는 기독교 장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인어른이 하늘가셔서 누구에게라도 구원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가족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때 작은 위안이라도 될거라 생각해요."
"알아서 하게. 몹쓸 인간을 누가 구원을 해주겠냐 마는, 기독교장으로 하세나."
"화장 하실건지도 말씀해주세요. 처남도 말을 해봐. 어찌되었든 자네 아버지 일이니 말이야."
"선산이야 애저녁에 팔아먹었고, 화장하세나. 납골당은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정했으면 좋겠네."
"매형 뜻에 따를게요."
"네, 그럼 그대로 장례 절차를 진행 할 게요."
가족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정한복을 입고 손님들이 오면 아무 생각없이 맞절을 하다가 기독교 장이 되고 나서는 아멘으로 대신하고 찬송가를 부른다.
염습을 하러 온 장의사에게 염을 잘 해달라 수호는 가욋돈을 준다.
지희가 아이를 업고 힘없이 울며 영정사진을 보는 걸 보니 자신이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염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인사를 나누라고 한다. 말자는 종기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겠다고 해서 자식들만 들어간다. 사위인 수호도 마지막 인사를 피를 나눈 가족끼리 하기를 바래서 들어가지 않는다.
자식들은 염을 한 아버지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가욋돈 덕인지 아버지 얼굴은 화장이 곱게 되어 살아생전처럼 중후하고 멋있다.
입술이 다물려 있고 눈을 감고 있어서 그렇지 주무시는 것 같다.
'누가 죽으라고 했다고 끝까지 몹쓸 사람이야,,아버지라는 당신은..
대화다운 대화 한번 못하고 보내는 자식들은 생각을 해봤어.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이야.
아직도 이십년은 더 살거 라고 생각했어.
나쁜 사람이니까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거 라고 생각했었다고.
할머니 보다 먼저 죽을 용기가 있었으면 살아서 엄마 보라는 듯이 잘 살았어야지.
그렇게 죽으면 남은 사람은 어쩌라는 거야.
난 아직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른 적도, 손을 잡아준 적도 없는데,,
당신이 뭐라고 평생 내 가슴에 짐을 주고 가는 거야.'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애증의 대상이었어요.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진즉에 이혼 하셨을 거예요. 어머니를 용서하세요.'
'아버지 없이 큰 아들의 마음을 아버지가 아세요? 아버지 살아생전에는 술 한 잔 나누지 않았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제가 상주가 되어 제일 먼저 술을 올리네요.
아버지를 아직까지 이해는 못해도 매해 제사는 잘 지낼 터이니 저승에서 음복이나 잘하세요.'
여러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 자식들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후회와 미련을 담아 지희는 아버지의 발을 만지고, 지숙이는 손을 만진다. 지섭이는 한올 흘러내린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단정이 올려준다.
관에 들어간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절로 나오는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버스를 타고 간 화장터는 많은 망자들이 화장 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종기의 차례가 되어 전광판에 표시가 되고 불과 몇 분 만에 고운 가루가 되어 하얀 도자기에 담긴다.
아직도 따끈한 납골함을 자식들은 한 번씩 껴안고 만진다.
살아생전에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던 아버지가 가루가 되어 따뜻하게 안긴다.
죽음은 누군가 삶을 살았다는 증거이고, 누군가 살아있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죽음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자의 것이 아닐까?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산자의 몫 인 것을..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다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리움으로 추억을 곱씹어야 하고, 더 빨리 서로 사랑하지 못했음에 가슴에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시대는 변해도 꽃은 항상 피고 지는 것처럼 꽃이 지기 전에 꽃을 보며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늦기 전에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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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이제 꽃은 완결입니다.
저만 혼자 심각했던 걸까요?
완결을 했으니 작가가 된 건가요?
관찰자 프롤로그 조금 적어서 올립니다.
관찰자 읽어보시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소원했던 사람들과 전환 한통 하면 어떨까요?
그래주신다면 제가 이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부족한 제글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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