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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공모전 참가]히어로즈 레퀴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TYE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0.06.16 14:32
최근연재일 :
2020.08.2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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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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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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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수 :
40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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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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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권 (48)

DUMMY

"1그릇에만 특별한 걸 숨겨두었습니다. 각자 가져가셔서 무엇이 특별한 건지 저한테 귓속말로 말씀해주시면 상품을 부여하곘습니다. 그 상품은 이겁니다."


카트를 끌고 온 집사가 카트 1층에 있던 화려한 상자를 개최자에게 건네주었다. 가조핀센트는 너무 길어서 기재 안 한다.

상자 속에는 반지가 놓여있었다. 어떤 보석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몰라 탐은 나지 않았다. 나만 이상한지 분위기를 살폈다.

그다지 술렁이는 사람도 없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라 보였다. 돈은 되겠다는 수준에서 평가를 그쳐도 좋을 것 같았다.


"1그릇만 가져가야 합니까?"


개최자에게 가까웠던 1명이 질문을 했다.


"제한은 없습니다. 알아서 가져가시면 됩니다."


은근히 불공정한 조건이었다. 한 명이 다 압수해서 먹는다면 제비뽑기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도저히 개최자란 역할에서 그런 기획이 허락되는 건지 참견하고 싶어지는 상황이었다.


"2그릇만 먹어야겠군."


뜻밖에 라데르가 2그릇이라는 의외의 발언을 했다.


"노리시게요?"

"한 개로는 성이 안 차지."


상품보다는 공복을 우선시한 선택이었다. 이건 참견보다는 무시하는 선택을 했다.

공짜라고 하다만 아무도 아이스크림에 손을 안 대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꽤 먹을 만하다만, 개최자는 이걸 예상하고 개수 제한을 안 했을 거란 추측도 하였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여기에 와서 처음인데, 생각보다 아이스크림 자체가 유니크한 시대는 아니란 눈치였다.

난 본래 내 운을 그다지 믿지 않는 사람이라 맨 아이스크림뿐인 접시를 보며 일상을 느꼈다. 이래야 나답다며 라데르의 것까지 같이 확인했다. 두 입에 한 접시를 접수하는 속도에 꽝인 게 금방 들통났다.


"넌 시리지 않냐."

"빨리 먹으면 그렇죠."


차가운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는 게 짜증날 때와 똑같은 라데르다. 대식가라지만 온도는 종족 불문 평등했다. 그런데, 도마뱀 파생이면 변온 동물이 아니던가. 시리다고 느낀다는 건 바실리스크는 정온 동물이란 사실을 방증해주었다.


"다 오신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녹기 전에 드실 분은 드셔도 됩니다. 1명 여러 개를 먹어도 좋다고 규칙을 정했으니 괜찮습니다."


떨이하는 심정 같은 개최자의 말에 안 먹던 사람들도 여러명 붙었다. 그 밖에 상품에 열이 붙은 몇 명도 같이 빠른 걸음으로 아이스크림에게로 손이 갔다.

아직도 개최자에게 귓속말을 하러 가는 이는 없었다.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모르는 건가 눈치를 보는 건가. 나도 궁금할 뿐더러 다른 손님들 또한 눈여겨 보고 있었다. 태연하게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도 가끔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빙과에 숨은 비밀을 밝히는 것은 연무제가 끝날 때까지입니다. 눈치가 거슬리신다면 당장 안 오셔도 좋습니다. 제가 간직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부르신다고 해도 환영입니다."


적어도 내가 당첨된 건 아니라서 먼나라 이야기였다. 누구의 손에 쥐어지는 것까지 봐야하는 이유는 없었다. 그 시간에 라데르와의 화제거리나 만드는 게 가성비가 좋았다.

하지만, 나오지 않던 당첨자 같은 사람이 개최자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몸집이 크지 않았는데도 날렵한 게 거슬렸다.

비슷한 몸집이라고 하면 엘프나 드워프도 한 소질 하다만, 알게 모르게 낯익은 체형이라서 정감이 갔다. 의도치 않은 집중이었는데, 거기서 하필 종족이 인간이란 점에서 난 살벌하게 바라보았다.


"라데르."

"왜냐."

"저거요."


말 한마디로 호랑이굴에 제 발로 찾아갈 수 있는 마술같은 게 있다고 하면 블루드보다 뛰어날 수 있었다. 그런 마술이라면 진즉에 발동해서 학수고대 속의 상사병을 예방할 수 있었을 거다.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전제로, 저건 사리나 님이었다.


"귓속말로 해야 하나요?"

"제게 들린다면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꿀, 맞죠?"

"정답입니다."


비밀이라고 해서 특이한 건 아니었다. 먹을 수 있는 걸 안에 넣었구나, 그게 상식적이다만 상식적인 걸 안 바란 나였다. 찍어서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던 문제였다.

사실 답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었다. 목소리가 나온 이상 반론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웠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멀리 가기도 전에 이 자리에 나타났다. 환청도 환각도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뺨을 꼬집어서 현실을 직감했다.


"만난 후에 할 일은 나중에 고려한다 했냐."


라데르는 비웃고 있었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 나중이란 게 고작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었으리라고는. 지나친 자신감을 떠나서 운명론이라 해도 어이가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소박한 여흥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자 째로 받으면서 사리나 님은 개최자와 악수를 했다. 켄타우르스라서 한참 개최자의 손이 낮게 잡혀지는 건 인간이 사리나 님 때문이었다. 이제는 별로 웃기지도 않은 장면이었다.

그러고는 사리나 님은 빠르게 뒤돌아서 목적지를 찾는 듯했다. 그 사이에 내가 보일까봐 몸을 움츠리면서 식탁보에 가려지도록 했다.


"도망치는 거냐."

"전략적 후퇴죠."

"그게 도망치는 거다."


애써 포장하는 법은 라데르에게 통하지 않았다. 사리나 님이 날 못 알아차렸다고 확신할 때야 빼꼼 몸을 내밀었다.

그렇게나 틈이 많은 파티장임에도 사리나 님의 몸놀림이 빨라서 시선이 놓쳐버렸다. 예상 경로를 따라 한참 고개를 돌려도 사리나 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럴 것이었다. 환각이었으니까 말이다. 연심이 깊은 나머지 다른 사람을 사리나 님을 착각한 것이라 여겼다. 파티장에 불쑥 튀어나왔다가 상품만 받고 사라지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벌렁이던 심장을 추스리려고 바른 자세로 고쳐앉았다.


"와!!"

"악!"


때 잘못찾은 담력시험에 당해버렸다. 예상 경로로 고개를 돌려도 찾을 리가 없었다.

다른 데 가는 척하면서 실은 내 사각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니 놀라야만 했다.


"이런 건 약하구나."

"사리나 님, 맞죠?"

"아닌 것 같아?"

"맞네요."


이미 반한 것에서 그 이상이 있겠냐마는 한 번 더 반해버렸다. 병영에서 볼 때는 꽤나 절제된 복장이라 오로지 얼굴의 미모로만으로 반했다면, 파티에선 나름 사리나 님도 복장을 갖추고 온 지라 발전된 외형이었다.

내가 원하기도 전에 찾아온 사리나 님을 뵙는 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가깝기도 해서 의자를 빼어 뒤로 살짝 물러났다.


"여기에 왔다는 건,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려나?"

"전에 비해서 많이 성장하긴 했죠."

"듬직해졌어?"

"뭘요."


기왕 온 김에 사리나 님은 우리에게 합석했다. 나, 라데르, 사리나 님이라는 옛 시절의 3자 대면을 떠올리게 해 번거롭다고 느꼈지만, 조금은 달랐다. 특히 라데르가 제일 얌전했다. 아무런 해꼬지도 안 하고 대화에 참가했다.


"미리 블루드를 가르쳐준 게 잘 된 것일 수도 있겠군."

"그렇다니까요, 교관 님? 괜히 위험하단 걸 명분으로 늦게 가르치면 당사자만 손해에요."

"그렇다고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려 배우게 하는 행위는 용서한 건 아니다."

"구구절절 말로만 하면 위기감은 없어서 그랬죠. 반대로 발현이 안 되었다면 악몽만 남았겠지만요?"

"발현이 안 됐으면 전 꿈도 못 꾸었죠."

"휴먼이 아니라도 블루드가 아니면 병사로는 살기 힘들잖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겪고 왔습니다."

"그렇지?"

"그건 동의한다."


옛날 기억들을 상기시키며 말하는 것도 좋지만, 궁금한 건 못 참았다.


"언제 오셨어요?"

"빙과를 줄 때쯤?"

"늦으셨네요."

"늦잠을 잤어."

"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허겁지겁 왔지. 보이지 않아? 머리 부스스한 거?"


그 말에 사리나 님의 머리카락을 보았다. 결을 따라 정돈되지 않고 멋대로 중구난방 제멋대로 엉켜있는 머리카락이 희미하게 보였다.


"성급하게 난 자리라 준비도 열심히 못해서 발만 담궜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테즈가 있는 걸? 마침 반지도 당첨되었겠다, 놀래키려고 의도한 거야."

"즉석에서 만든 의도가 효과적이어서 문제였죠."

"교관 님이 모른 척 해주어서 통한 거야."


찌릿 라데르를 쳐다봤다. 당당하게 나와 대면하여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꾸미고 있었다. 그러나 콧방귀를 끼는 걸 보고 조력자였다는 걸 확신했다.


"반지, 줄까?"

"전 그런 애물단지는 어울리지 않아요."

"나도 필요 없는데. 정답을 묻어둘 걸 그랬나?"

"라데르는-"


성사가 안 되는 질문을 하려다가 철회했다. 켄타우르스, 상체는 적어도 인간이라 손가락이 우리와 같아 반지도 그 만했다. 바실리스크나 아라크네는 예외였다. 도대체 어디에 끼어넣을 수 있을지 모를 압도적인 굵기의 손가락을 보고 사리나 님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당포에 팔아줄 수는 있다."

"그건 다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원할 것 같냐."

"아니요."

"잘 알고 있군."


그 새 딱히 반지에 욕심이 없다던 사리나 님은 시험삼아서 자신의 소지에 반지를 끼어넣었다. 이리저리 손을 돌려가며 확인하더니, 마침내 다시 반지를 빼버렸다.


"불편하기만 하네. 반지를 어떻게 끼는 걸까나?"

"결혼반지는 대의상 끼우는 거다만요, 아닌 반지는 모르겠네요."

"낄 수나 있어야지 알 것 같군."

"바실리스크는 장식이 뭐가 있나요?"

"목걸이."

"뿐이에요?"

"꼬리찌도 있긴 하다."

"꼬리찌요? 반지같은 걸 꼬리에 끼는 거다."


팔 만큼이나 꼬리도 만만치 않다. 꼬리찌를 만들 기세면 팔찌도 가능할 거 같았다. 그저 꼬리에 뭔가를 끼우는 게 그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치장이라면 이해해줄 만하다. 다른 종족에게 거의 없는 꼬리를 강조하는 것이니 대의가 담겨 있는 중대사항일 것이겠다.


"리자드먼도 꼬리찌를 차나요?"

"바실리스크는 그렇다. 리자드먼은 군에서나 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리자드맨의 증언대로 개체 수가 적은 게 맞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 연륜이 제일 높은 라데르가 하는 말이면 받아들였다.

틈을 파고들어 간 줄 알았던 개최자의 말이 흘려들어왔다.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희 연무제는 야간 행사가 본편이며 주간 행사에 지치신 분들을 위해서 개인실들을 준비했습니다.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시며 1박을 머물러도 좋게끔 마련해놓았습니다. 개인실에 입실하고픈 분들은 저희 관계자에게 요청하면 데려다 줄 것입니다. 여전히 주간 행사에 참여하실 분들을 위해 연주회를 준비했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대로 정말 연주회가 와서는 비워있던 사운드를 채워넣었다. 대화에 방해가 안 될 볼륨으로 퍼지는 기승전결이 있는 클래식이 번져지며 대화에 살이 불어 넣어지는 기분이었다.

꼬리찌를 빌미로 온갖 액세서리 토크를 진행했다. 어쩌다 보니 피어싱에 관한 토론이 되기도 했다.

토론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졸리다는 이유로 개인실로 들어간 라데르를 따라서 나도 노래 때문에 졸리다는 핑계를 되었다. 진짜 졸린 게 아니라 사리나 님과 1:1이 싫어서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똑똑

쉰다는 게 침대가 푹신푹신해서 깜빡 잠에 들어버렸었다. 그래도 시간은 오래 지나지 않았었다. 겨우 노을이 다 졌을 때 의문의 소리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기나 했다.

똑똑

평범히 문에서 나는 노크 소리라고 보아 방문으로 다가가려고 침대에서 신발을 찾으며 일어났다.

똑똑

그런데, 이는 다시 들어본 이상 방문에서 나는 게 아니었다.

똑똑

1층이긴 했다. 아무리 1층이라도 해도 방문이 아니고 창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는 것은 비정상이었다.

사리나 님, 정도라 생각했다.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그 사람 말고는 없었다. 날 놀래켰던 경험을 토대로 학습을 했다. 이젠 통하지 않을 수법에 당황치 않고 창문을 열어 맞이했다.


"얼른 들어오세요."


창문을 열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장난인가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를 취하나 내 몸에 바로 접근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온몸의 털이 곤두세워져 야성이 발동되었다. 살수사냥꾼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보니 내 블루드가 아닌 게 감지되면 전신무장의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나야."


그 말과 함께 개인실로 뛰어들어온 모습에 말이 헛나왔다.


"사리, 아니라 하연 누나?"


사리나 님을 재회했을 때 심정으로 하연도 그렇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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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권 (35) 20.06.25 20 0 12쪽
34 1권 (34) 20.06.24 19 0 12쪽
33 1권 (33) 20.06.23 19 0 12쪽
32 1권 (32) 20.06.22 19 0 11쪽
31 1권 (31) 20.06.20 24 0 12쪽
30 1권 (30) +1 20.06.19 36 1 11쪽
29 1권 (29) 20.06.19 20 0 12쪽
28 1권 (28) 20.06.19 17 0 11쪽
27 1권 (27) 20.06.19 20 0 13쪽
26 1권 (26) 20.06.19 19 0 11쪽
25 1권 (25) 20.06.19 19 0 12쪽
24 1권 (24) 20.06.19 22 0 13쪽
23 1권 (23) 20.06.19 18 0 12쪽
22 1권 (22) 20.06.18 17 0 12쪽
21 1권 (21) 20.06.18 22 0 11쪽
20 1권 (20) 20.06.18 19 1 11쪽
19 1권 (19) 20.06.18 19 0 11쪽
18 1권 (18) 20.06.18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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