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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공모전 참가]히어로즈 레퀴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TYE
그림/삽화
없음
작품등록일 :
2020.06.16 14:32
최근연재일 :
2020.08.24 01:13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969
추천수 :
18
글자수 :
403,680

작성
20.06.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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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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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권 (38)

DUMMY

나도 반응을 못할 만큼의 출력으로 도달하니, 건블레이드가 한 명을 베어버렸다. 살아날 구석 없이 상체가 절단되어버린 5인조 중 1명을 보며 속도의 무서움을 방증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튀겨오는 피는 블루드로 적시지 않도록 하였다.


"소산!"


한 명의 외침에 일사불란하지 않고 각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도 분사로 기동을 할 줄 아는 것이었다. 왜 진즉 피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알 바가 아니었다.

적 진영 한가운데에 파고든 이상 막대한 블루드를 쏟아내어 '전신무장'하기로 했다. 이것도 대련으로 터득한 기술이었다. 단순 방어막을 넘어서 공방을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무쌍을 위한 블루드 갑옷이다.

갑옷 디자인은 뒤로 하고, 이것의 요점은 꼬리였다. 라데르를 보면서 꼬리로 치면 무진장 아플 거라는 상상을 잔뜩 해왔었다.

그러나 실제 꼬리는 신체 부위이며 약점이 될 수 있는 요소이기에 바실리스크 등 꼬리가 있는 종족은 꼬리를 가리기 바쁘다. 리자드맨도 꼬리는 웬만해서 오므리고 대련했다.

약점이 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강점이다. 하도 두꺼워서 뚫을 수도 없는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져 후방을 든든하게 하는 무기다.

이래봤자 기동성이 좋은 리자드맨에게는 적중 한 적이 없었다. 한 시도한 것만 해도 이 때까지 스무 번을 넘겼기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러므로, 4인조에게 한풀이는 하는 것이었다. 멀쩡히 건블레이드가 발현되어 있었지만, 한 놈에게 다가가서 내 몸을 비틀어 꼬리를 맛보게 했다.

그렇게 꼬리가 최강의 공방 무기라고 알리고 싶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차라리 그거 할 바에야 내가 건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게 빨랐다.

닿은 느낌 없이, 피해버리 레인저를 보며 화를 냈다.


"좀 맞아!"


그들이 하는 반격은 별 게 없었다. 전신무장의 상태를 보며 일반적으로 탄막이 안 들어갈 거라는 걸 인지하는지 점막 같은 걸 허공에 뿌려서 설치하고 다녔다.

몇 번 부딪히고 나서 속셈을 알았다. 갑옷의 안쪽을 파고들면 날 피폭사 시킬 수 있을 거란 계획이었다. 어디 말을 주고 받지 않았는데도 저들끼리 대처법을 동시에 실행하고 있는 점이 나 같은 사냥개보다 훈련이 고급졌다는 소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리 그래도 긴장감이 없었다. 전신무장이 괜히 전신무장이 아니다. 숨 쉬기 위해서 가끔 얼굴 부분을 열어두지만 그 외에는 빈틈없이 구멍 따위를 열어두지를 않는다.

정 갑옷 위에 꾸물꾸물 거리는 상대의 블루드가 거슬리면 블루드를 발산해 소멸시켰다. 난 그런 것보다 내 꼬리를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민감했다. 승부가 결정이 나 있는 싸움의 의의는 내 즐거움에 달려 있었다.

현실이란 것에 타협하고 싶지 않았건만, 내가 한 조치는 꼬리의 길이를 더 늘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고작 50cm라고 반칙은 아니라 여겼다.

그들의 작전은 점차 포획이나 격퇴에서 퇴각으로 전환되었다. 유지하고 있던 대형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내 추적을 힘들게 하려는 작정이었다. 귀찮아지더라도 끝끝내 꼬리로 다 마무리하려고 헀다.

하나. 회피로에 나무가 있어 피하려던 것을 나무 째로 뚫어버리면서 땅에 내팽겨쳤다.

둘. 꽤 멀어져서 과다 출력으로 따라붙잡으려다가 꼬리에 뭉개졌다.

셋. 내가 팔을 잘랐던 그 사람이라서 별다른 저항 없이 방어막이 뚫리고 사망했다.

나머지 네 번째, 숙원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이대로 한 명을 상대로 오래 끈다면 묻어야 할 시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었기에 일사천리가 필요했다.

앞에 섰을 때, 점막이라도 더 깔아놓았을 줄 알았던 네 번째 타겟의 주변은 깨끗했다. 당당히 서 있는 것을 보며 함정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이렇게 무저항으로 죽을 놈들이 아니라고 당장 꼬리로 내려찍으려고 했다.

어마어마한 행위 앞에서 나는 꼬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전부터 가망이 없다고 이나 저나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이 네 번째 타겟은 항복의 의사인 백기를 눈앞에서 들었다.

관성에 의해 내려가던 꼬리를 일단 소멸시켜 공격을 무효화했다. 모든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처음 본 백기였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이게 진정 함정일 수도 있겠다마는, 전신무장인 채로 그 앞에 섰다.


"뭐지?"


즉시 대답이 없어 아예 말을 안 할 줄 알았다. 사실 입 부근이 목도리로 가려져 있어 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뿐이었다.


"항복. 이 뜻을 알고 공격을 멈춘 거 아니야?"


잘도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어서 대화가 통할 듯했다.


"공격을 멈춘 건 맞지만, 멀쩡히 살려보낼 수는 없어."

"다시 돌아가서 내가 칼을 간다는 전제를 세우는 거지?"

"그럼 아니냐?"

"전혀. 내가 너 같은 괴물을 잡을 수는 없지. 고자질해서 남 보고 잡으라고 할 정도로 애국심이 깊지도 않아. 자칫 적으로 잘못 간주하고 있다가는 내가 밤마다 오줌을 지리면서 트라우마를 겪겠지."


트라우마, 특이한 서구권 양식의 지명을 보면 이곳 사람들이 쓸 수 있을 단어로도 볼 수 있었다. 이걸로 이 사람 또한 나 같은 피소환자란 확신은 부적절했다.


"너. 고향이 어디야?"

"독도."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거였다. 내가 진짜 내 고향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너와 같은 세계에서 태어난 것은 인증하겠다, 는 의도.


"이 이후로 뭐라고 해야할까. 포기한 심정으로 든 백기야. 딱히 의도는 없어. 살고 싶단 마음에 애써 위장막을 뜯어 들어올린 거지."

"내가 너와 동류인 건 어떻게 안 거야?"

"감."

"감?"

"진지하게 임했으면 백기도 못 보고 죽일 걸 일일이 꼬리로 치는 게 나로서는 납득 못하지."

"···아니, 그게 내가 저쪽 세계에 있었다는 증거라고는 할 수 없잖아?"

"감이라니까. 별 생각 없이 백기를 들고, 멈춘 걸 보고 제멋대로 해석한 거지. 그 이상은 아니지."


나한테도 비판을 하자면 굳이 동류인 것하고 상대를 살려두는 것에 있어 인과는 없었다. 임무는 5인조들을 섬멸하라는 내용이었기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지금에서라도 죽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변덕이라는 게 그리 논리적인 애가 아니었다. 기세가 끊기니 더 이상의 살의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었나?"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진 안 했지. 안··· 했지만, 안 돌아갈 거고 못 돌아가지. 혼자 살아 돌아가는 것만큼 앞날이 어두운 일도 없지."

"어떻게 할 건데?"

"수중에 돈도 없어서 이대로 홀로 지내려고 하자면 애로사항이 허다하겠지. 부탁하자. 따라가면 안 되나?"


죽이려고 들었던 살인귀를 따라가려는 피해자가 세상에 어디있냐고 물으면 내 인생에서 이 사람뿐이었다. 내가 살인이 즐거워서 하는 것은 아니다마는, 동료 4명을 무참히 살해했는 걸 보고도 정신이 멀쩡할 것 같진 않았다.


"···뭐야."

"허락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동료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아?"

"우정놀음을 할 순 있어도 실제로 우정 따위 없었던 관계인 걸 가식적으로 슬퍼할 이유도 없지."


저 잔혹한 발언에 내가 오히려 기괴한 전율을 맛보았다. 내가 저지른 행보를 종합해도 이 사람을 앞에 두고 있으면 살인귀조무사가 되었다. 살인귀에도 적성이 있다면 이 사람이 백배는 더 잘 해낼 자신이 있어보였다.


"개인적으로 배신자는 항상 배신을 낳는다고 생각하거든?"

"믿을 수 없다면 죽여도 좋아. 이미 각오한 바지."


실제로 이 사람에게서 블루드의 기운은 안 느껴졌다. 비사용자인 일반인처럼 무방비한 상태였다. 이대로 탄환을 발현해서 심장만 관통시켜도 죽일 수 있었다.


"믿을 수는··· 믿을 수 있을 리가. 처음 본 상대에게 내 목숨을 가까이 둘 만큼 진정성을 아직 갖지 못했으니까, 그··· 무담보로 올 수가 없다는 말이 되지. 내게 혜택이 될 만한 걸로 딜을 넣을 수 있나?"


대충 지어낸 말로 얼버무렸다. 물증이 곧 마음의 소리는 아니다마는 어떻게든 이득을 챙기고 싶은 나였다. 그야 받아주기만 하면 그건 나에게는 당장 손해였다. 추후에 내 임무를 도와준다고 허락을 한다고 해도 기생한다는 의식은 버릴 수 없었다.


"병력 배치도나 작전 명령이나, 필요하다면 말해줄게. 정 그게 필요없다면, 일단 이거라도 받아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지는 않고, 반지처럼 손에 끼우고 있던 것을 빼서 주었다. 한동안 이야기할 때 신경 안 쓰고 있었지만, 막상 주시하니 특이하긴 했다.


"뭔데?"

"망원경."


소개는 망원경이라고 했으나 내가 정정해서 '미니 망원경'이었다. 본래 내가 아는 질량이나 부피가 아니라 명백히 손에 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망원경이었다. 내가 받아서 써본 결과 진짜로 확대되어서 보이긴 했다. 몇 배율인지는 감이 안 잡혔다.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유용하다고 판단하여 결론을 내렸다.


"···장기적으로 이득이겠지? 가자."

"살려줘서 고맙다."


이걸로 생명의 은인 운운하는 건 염치없어 못한다. 본래 죽여야 임무에 응하는 것을 이놈의 변덕이 문제였다.

그래도 일처리는 탈이 없었다. 이래도 임무 실패까지는 아니었다. 5인조 섬멸이란 말을 재해석하면 5인조를 전력에 쓰일 수 없게끔 무력화 시키라는 말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처치했다는 증거로는 인식표 5개로 퉁쳤다. 4개는 시체들에게서, 한 개는 살아있는 이에게서 주라고 명령해서 받았다. 갑자기 생애 처음 조수가 하나 생긴 묘한 상황이라 명령을 해도 명령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간 부탁 같은 명령이었다.

명령이긴 하나, 그렇다고 별 감정 없이 사체를 묻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 더 전율했다. 혹여나 내가 조수로 들인 게 실제 인간이 아니라 탈을 쓴 악마란 마음의 소리도 했다. 전혀 이 때까지만 해도 인간성을 엿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허점은 있었다. 말을 못 탄다는 것이었다. 내 올챙이 적이 떠오르듯 뒤에서 들려오는 통곡에 인간이란 게 탈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가면 갈수록 그 심정에 공감되어 가면서 시간 날 때즘 위로해주었다.




이 조수는 유지비용이 들었다. 내가 저축에 관한 개념이 없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곤란한 짐일 수도 있었다.

살수의 개인실이 무슨 기숙사도 아니고, 무단으로 동거인을 입주시킬 수는 없었다. 몰래 이 거대한 성을 들어오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 제안하기로 여관에 세들어 살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돈에 집착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쥐약일 수 있었다. 계산기도 없어 어떻게 이득인지 구별이 안 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 짓는 게 훨씬 절약이 되는지, 일단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맞았다.

이럴 때일 수록 원룸촌이 생각났다. 그래도 빈자리가 있기는 하니까 살 수 있는 집, 여긴 그런 거 없이 건물 하나가 한 가구 혹은 한 명의 전체 소유라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래서 슬럼가가 있나 싶었다.

여기서 잠시, 조금 순서가 엇갈렸지만 이제 와서 말하기를, 조수는 여성이었다. 난 기억하고 있기에 알려준 줄 알았다. 양해를 부탁한다.

그러나 여성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가 이제 말하는 거라면, 이후의 내용은 마겐노하에 와서 알게 된 이야기이다. 해당 대화는 마겐노하의 여관에서 나온 거다.


"너, 몇 살이야?"

"아직 1년도 안 지났으니 15살이지."

"···."

"너는?"

"난 20살이란다?"

"아···."


다렌네들을 본 지 꽤 되었다고 일반적인 피소환자가 20살 내외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 대화 이후로 조수임에도 호칭을 '누나'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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