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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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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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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4,750

작성
16.08.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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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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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힌트

DUMMY

물론 ‘부활’ 말고도 스스로 언데드화되거나, 캐릭터의 특수 스킬인 ‘재생’ 같은 걸로 죽음에서 되돌아올 수 있다고도 들었다.

하지만 40억이 넘는 인구가 열 번 이상 죽었다고? 그런데도 게임을 계속한다고?

그자들 대부분은 분명 하위 유저들일 것이다. 그런 하위 유저들이 고위 성직자에게 ‘부활’을 받을 수 있을 리 없고, 부활할 수 있는 상위의 특수한 스킬을 가졌을 리도 없다.

캐릭터가 지워진 상실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깊다. 그걸 40억이나 되는 인구가 견뎌냈을 리가 없다.

-재미있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지나치게 어려운데도 이 게임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그리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이유는?

쿠쿡! 하고 그녀가 웃으며 빙글 돈다.

-왜 ‘현실’을 본 따 만들었을까? 이렇게 어려움에도 왜 사람들은 이 게임을 계속할까? 왜 유저들의 자아를 카피해야 했을까? NPC들의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NPC는 자아 카피를 통해서······.”

-그건 허점이잖아. 자아를 카피한다는 건 또 다른 나라는 존재가 생기는 거야. 그런데 너의 자아를 복사해서 평범한 빵집 주인, 용병, 귀족으로 바꾼다고? 그건 자아 카피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망치가 머리를 때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이상했다. NPC는 자아 카피를 기반으로 한 기술로 만들어졌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라이프 크라이’는 실로 수천 년의 역사를 실제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NPC들의 자아라는 건 그저 카피한 게 아니라는 결론이······.

아니, 잠깐! 그 외에도 수상한 점은 너무 많아!

크리에이트 길드는 왜 아리엔만을? 그리고 아라한 컴퍼니는 대체 왜 나에게 레나를 보냈을까?

의문이 중첩된다. 그럴수록 나는 내 사고의 어딘가가 비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후훗? 이상하지? 답을 가르쳐 줄게. 그건 세뇌야.

“세뇌!”

전류가 전신을 통과했다.

-어렵지? 하지만 재미있다고 세뇌되고 있지. 크리에이트의 죽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해도 남에게 말하고 싶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도록 세뇌되고 있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지금의 너라는 존재는 뭐지?

“나는··· 라임의 자아 카피의 아바타. 아바타의 반응은 바로··· 현실의 나와 연결······.”

그런가.

-똑똑하네. 맞았어. 지금의 네가 라이프 크라이에 들어온 순간, 네 아바타에 걸려 있는 암시와 세뇌가 너의 본체와 아바타에 작용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조용한 거였군. 크리에이트의 유령이 수만 명이나 되는데도 그 어떤 뉴스에서도 유령에 대한 이야기, 혹은 라이프 크라이를 하다가 죽은 자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라이프 크라이 자체는 완벽하지만, 그걸 둘러싼 인간들은 불완전하다. 크리에이트 길드와 이그젝션 길드의 대립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사건이 아주 많이 일어났을 테지. 그럼에도 그런 것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아라한 컴퍼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이 게임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것도···

“모두 세뇌 때문······.”

이 세뇌는 의식을 제압하여 꼭두각시로 만드는 그런 유는 아니다. 하지만 무의식에 영향을 끼쳐 펜톤의 말대로 어려운 게임을 하고 싶어지게 만들고, 아라한 컴퍼니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유령자 같은 것을 알게 되어도 신경 쓰지 않아 쉽게 잊어버리게 만드는··· 극히 자연스럽게 ‘기분’을 유도하는 바로 그러한 것.

그리고 그걸 통해 아라한 컴퍼니는 세상에 일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버린 거다.

무서운 것은 그러한 의문조차도 막혀 버린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가끔 의문을 가졌던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아라한 컴퍼니가, 그리고 이곳이 그렇게 만들었다.

아라한 컴퍼니 놈들, 대체 이걸로 무엇을 만들어내려는 거냐!

키워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메뉴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은 유저 스스로 찾아내서 적응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게임이 어디 있는가? 이런 게 이익을 위해 만든 게임이 가지고 있을 모습인가?

그럼에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아라한 컴퍼니의 세뇌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후훗. 글쎄? 누굴까? 아라한의 동업자 정도라고 해둘게.

“동업자?”

-그래. 아라한에게 대가를 받고서 도와주기로 했거든.

한 가지를 알게 된 순간, 많은 연결 고리가 머리 안에서 맞물려 간다. 철컥철컥 하고 맞물린 톱니바퀴가 끼릭끼릭 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사고의 연장선에 어떤 생각이 맺힌다.

“아라한은 이름입니까?”

내 질문에 소녀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까르르 하고 웃었다.

-내가 기업 ‘아라한’으로 부르지 않고 이름처럼 부른 것을 눈치 챘구나?

끄덕.

-후훗. 그래. 아라한 컴퍼니는 아라한이 만든 거야.

“그걸 아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글쎄? 네가 보기에는 누구인 것 같아?

“최소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아니겠죠.”

인공지능이 아라한의 동업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리가 없잖아.

-후훗. 정말 그럴까?

소녀는 신비한 미소를 짓더니 상체를 숙이며 나에게 바싹 다가왔다. 은색의 눈동자가 내 눈앞에서 반짝인다.

-진실이 어떻게 되었든 너에게는 네 할 일이 있어. 내 옛 사랑인 레나스를 닮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숨결이 달콤하다. 알 수 없는 향긋하고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와 나를 감싼다.

“저도 모르는 저의 일이라는 게 뭡니까?”

-글쎄? 최소한 너는 아리엔을 지키겠다고 생각했잖아? 그게 너의 일이겠지.

아리엔··· 나의 친구.

-아라한이 단순하게 불로불사를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사실 너는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라한의 세뇌 때문에 아직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긴 아직 조각이 다 완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 아라한의 정체, 나의 정체 같은 거 말이야.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웃는 그녀의 얼굴에 나 역시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었다.

“누가 내 앞을 가로 막든, 나를 마음대로 하려는 자는 부숴버릴 겁니다.”

-후훗. 그거 좋은 각오인데?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본 모양이야. 레나스를 닮았어.

그녀가 키득키득 웃으며 뒤로 물러서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며 말을 이었다.

-그럼 힘내, 라임. 너의 삶을 외쳐 봐. 한 가지 가르쳐 줄게. 나는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아니라면 뭡니까?”

인공지능? 아니면 요괴라도 되나?

-쿠쿡. 내 이름이 뭐지? 그 이름이 바로 내 진실한 정체야. 그럼 돌아가. 이걸 네가 가지고 돌아가면 많은 것이 시작될 거야. 그리고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겠지. 네가 저주받은 그 녀석을 이겨 내기를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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