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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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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104
추천수 :
2
글자수 :
264,100

작성
21.04.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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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당신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DUMMY

 작은 움직임에도 긴 은발이 요란히 하늘거린다.

드레스에 사슴뿔 장식이 된 금관을 쓴 여성은 정신을 차린 하르시아스에게 말했다.

로고 숲의여왕.jpg

"좋아, 의식이 돌아왔군.

자아, 이제 다음 단계를 들려주실까? 고대왕국의 아크메이지 씨."


숲의 여왕은 하르시아스의 메세지를 받고 하르시아스를 복구시키러 왔다. 겸사겸사 불쾌한 놈의 시선과 그놈이 땟국물로 만든 장난감을 날려버렸고, 그러다 보니 침식의 독에 죽어가던 레피온도 구했다.


그건 부가적인 일이고, 숲의 여왕이 여기에 온 것은 샤이셸핌의 아크메이지와 할 일이 있어서다.


숲의 여왕은 상대에게 콧대 높은 여자의 귀염성 없는 태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낌새는 더 나빠서 하르시아스의 태도는 경직되고 경계심이 섞여 있다.


"뭐야, 그 눈빛은? 협조를 부탁해놓고 이제 와서 불만이라도?"


하르시아스는 눈을 감은 채로 말하는 이상한 사람에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물었다.


"누구시죠, 당신은?"


"하?"


숲의 여왕이 미간을 찡그렸다.

하르시아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긴 어디예요?"


"뭣??"


숲의 여왕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뭐야... 내가 마법을 잘못 구사했단 건가???"


숲의 여왕은 레피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소년, 알아보겠어? 둘이 좋아 죽던 사이잖아? 서로 연인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레피온이 헌신적인 건 알겠는데 하르시아스도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숲의 여왕은 레피온이 하르시아스에게 정신 장악 마법을 당한 건지 의심해 본 적도 있었다.


".....일방적인 어장인지 모르겠지만."


"연인?"


하르시아스는 그제야 레피온을 자세히 보았다.


"이 남자분, 인간이잖아요.... 엘프인 저와 연인이라고요?"


"남자분??"


숲의 여왕은 눈을 뜨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다. 하지만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눈꺼풀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밝기와 상관없이 선명히 보이는 붉은 눈동자가 하르시아스를 노려보았다.


하르시아스는 불안과 동요를 애써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숲의 여왕은 전에 하르시아스를 얼핏 본 적이 있다. 빌어먹게 오래 살아서 세상 어떤 일에도 무덤덤한 전형적인 엘프였다.


숲의 여왕은 태도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어 질문을 던졌다.


"하르시아스 훼얼세렌트."


"네, 제 이름이에요."


"몇 살이니?"


"스물셋.... 어? 마흔다섯?? 나... 백 살 축하를 받은 적이 있어?"


하르시아스는 혼란스러워했다.

숲의 여왕은 상대의 말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자신이 인지하는 정체성은 스물셋, 스물셋 이후의 기억이 일부 잔류.... 도대체 기억이 얼마나 날아갔단 이야기인가.

기억이 이만큼 날아갔으면 다른 부분은 또 얼마나 소실됐단 이야긴가.'


"아주 멋지고..... 환장하겠군."


숲의 여왕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거라. 내가 뭔가 빼먹은 게 있는지, 다른 도움이 될만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


숲의 여왕은 레피온의 장검과 단검을 꺼내어 마법을 걸어주었다.


"또 구정물이 나오면 이걸로 치워. 메신져를 두고 갈 테니 긴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그 외에 웬만한 건 네 남자친구에게 들어. 그가 나보다 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거야."


숲의 여왕은 가죽 주머니를 하나 던져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르시아스는 낯선 밤에 쓰러져 있는 소년과 남겨졌다. 그녀는 단절된 기억과 몸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불안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레피온을 보게 되었다.


"내.... 연인....??"


아까 들은 말이 생각난 하르시아스는 조심스레 다가가 쓰러져 있는 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엘프에 비하면 얼굴색이 탁하고 생김새가 뭉뚝하다. 무엇에 시달렸는지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은 세상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귀엽게 못생겼네.'


엘프와 비교하면 많이 개성적인 얼굴이다.

그냥 이웃이나 친척이라면 괜찮은 정도지만 연인으로 삼기엔 당치도 않은 외모였다.


냄새를 맡아본다. 엘프랑 비교하면 좋을 리가 없다.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레피온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던 하르시아스의 손가락은 다시 한번 레피온의 두건을 스쳤다.


두건이 하르시아스의 마력으로 반응했다.

하르시아스는 희미하게 떠올랐다. 조금 전 자신이 의식 없이 무섭게 싸웠다는 것을, 그리고 이 소년이 급습당하는 걸 막기 위해 몸을 던졌던 것도. 그런 소년을 자신이 죽이려 했던 것도, 그리고 이 두건에 손가락이 닿아 상대의 의식이 흘러들어왔던 것도...


하르시아스는 다시 한번 두건에 손을 뻗었다.

스물세 살의 자신이 다룰 수 없을텐데 작동시켰던 두건.....


두건에 손을 댄 하르시아스는 자기도 모르게 마법으로 두건을 가동했다. 그에따라 두건 안에 담긴 기억이 흘러들어온다. 레피온이 시간에 맞지 않는 달을 보고 케네이드를 만났을 때부터다.


레피온은 그때 뜻밖의 위협을 만났고...


'잘 싸우네, 이 인간. 전사일까....'


고양이 정령에게 이끌려 알 수 없는 곳으로 갔다. 그 안의 마을에서 만난 어린 소녀....


'나?'


그리고 자신을 눈에 담은 채 느껴지는 달콤한 첫사랑의 감각...


'내가 그렇게 예쁘게 보였던 거야?'


하르시아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레피온과 처음 만날 때 하르시아스는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어리게 만들었다. 이때가 하르시아스 스물세 살 무렵과 비슷하다.


다음에 레피온이 만난 하르시아스의 본 모습은, 지금 하르시아스가 자신이라고 인지하는 모습보다 성장해 있었다.


'지금은 언제쯤인 거야.... 도대체....'


하르시아스가 기억의 단락에 불안해하는 동안에도 레피온의 기억은 계속 들어온다.


레피온의 사모하는 마음도 하르시아스에게 찾아온 불안을 떨쳐내진 못 했지만, 레피온이 글라운트로부터 하르시아스를 구하기 위해 절벽에서 주저 없이 뛸 때는 하르시아스도 깜짝 놀라 그 장면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글라운트에게 몰려 시야를 잃는 장면....


'이 사람, 죽어 버려... 이렇게 되면....'


하지만 레피온은 몸이 마비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글라운트의 등에 올라탄다.


'보기보다 대담한 남자구나.... 아니, 나를 위해....라서...'


그렇게 흙탕물에 처박힌 레피온을 끌어 올린 자신의 모습이 거북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처럼 애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불만스럽고 하찮게 대하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하르시아스는 레피온의 기억에 완전히 몰입하기 시작한다. 레피온에게 느릿느릿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의 모습엔 공감도 하면서.


'역시 인간이랑 친해지는 건 좀... 그렇지.... 아무리 이 사람이라지만...'


그리고 레피온을 이끌던 고양이 정령의 정체가 자신이란 걸 알았을 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어째서?'


이어지는 설명은 충격을 경악으로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이래서는.... 비극이잖아...'


곧이어 레피온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이어진다. 재단에 바쳐지는 하르시아스다. 하르시아스는 자신이 재단에 바쳐지는 것보다 레피온의 마음을 느끼며 장면을 본다.


'어떻게... 괜찮다고 말할 수가 있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제물이 되는 모습을 봐야하는데...'


이로써 하르시아스는 현재 상황을 대략 이해했다. 자신은 소멸을 앞두고 있다. 종말이 자신의 다음 걸음에 기다리는 것 같았다.


레피온도 결계 밖으로 끌려 나와 실성한 사람처럼 하르시아스를 찾는다.


'우린... 다시 만날 길이 없겠지. 다시 만나도 나는 소멸해...'


하르시아스는 비관에 빠져 생각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레피온의 실망한 기억이 흘러들어와 더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피온은 정신을 차렸다.

포기하지 않고 하르시아스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이를 물었다.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당신은... 포기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하르시아스와 재회를 나눈다.


'다 알고 있었네······. 그런데도 고생시킨 거였네..... 나쁜 년이네.....'


그리고 레피온은 하르시아스에게 필요한 마법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상에 무엇이 앞길을 가로막든 씹어먹을 듯이 강렬한 각오를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속 불안은 결심 하나로 외면하면서.


'이것들을 준비하게 한 내 계획이란 건.... 대체 뭐지...?'


레피온이 미혹의 골짜기에 있을 때의 기억은 흐리다. 오직 하르시아스의 이름을 되뇄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계곡의 급류를 만났을 때 레피온은 어렸을 적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으로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르시아스를 위해서라며 몸을 던졌다.


외눈박이 거인에게서 벗어난 레피온은 드래곤의 섬을 다녀온다. 그리고 하르시아스를 찾아 결계 안을 헤맨다. 레피온은 하르시아스를 찾아 마수의 방해를 떨쳐내고 찾아온다.


여기서부턴 하르시아스도 희미한 기억이 있다.

레피온은 하르시아스의 마법에 의식을 잃었지만....


"하르시아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 네가 좋아하는 사람. 맞니?"


하르시아스의 목소리와 이름에 레피온은 의식을 찾는다.


'나의 이름이.... 당신에겐 그토록 중요하구나... 까무러쳤다가도 일어날 만큼. 후훗'


하지만 그 직후 레피온은 하르시아스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다.


레피온이 느낀 절망과 슬픔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을 조여오는 것 같았고, 그로 인한 분노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거칠어지게 했다.


'나는 당신에게 이처럼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하르시아스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레피온의 감정이 레피온이 얼마나 하르시아스를 사랑하는지 전달해주었다.


'지난주기까지의 나는, 당신이 나를 이토록 사랑한다는 걸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을까?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지 걱정스러워져.'


그리고 침식의 독에 잠식당해 레피온을 움직이려는 의지도 느꼈다. 마수의 의지다.


'나의 적...!'


하르시아스가 자기도 모르게 손에 준 힘에 레피온은 깨어났다.


하르시아스는 이제 레피온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냥 인간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집념과 재주가 있고, 그 덧없음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애정을 품고 있으며, 자신의 소멸을 자신보다 슬퍼할 사람.


끝을 앞둔 하르시아스의 삶이 가진 유일한 의미.


하르시아스는 일주일 뒤면 자신에게 다가올 끝이 두렵고 절망스럽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레피온이 더 걱정하거나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물 세 살이 되도록 어리숙하고 겁이 많았던 하르시아스는 힘을 냈다.


분명, 자신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녕 레피온. 정신을 차렸구나."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

레피온의 기억 속의 하르시아스가, 깨어난 레피온을 반겨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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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폭풍 전의 거인한 밤 21.04.03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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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1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27 막다른 길에서... 21.03.23 31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25 숨어들었다가.... 21.03.21 36 0 12쪽
24 다시 안으로.... 21.03.20 23 0 12쪽
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4 0 11쪽
22 달려온 단서 21.03.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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