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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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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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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100

작성
21.0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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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쫓겨난 소년은 악마를 만났다 (표지+삽화)

DUMMY

-=표지 완전판=-

총집 75.jpg

-아버지에 대한 회상-


단검이 토끼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울부짖지 못하는 불쌍한 동물은 억센 손에 붙들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피를 쏟는다.


"잘 봐둬라, 레피온. 이게 간을 찔렸을 때다."


사냥한 짐승의 고통을 최대한 빨리 끝내주는 것은 사냥꾼의 도리건만, 남자가 이러는 것은 아들에게 가르칠 것이 있어서다.


"봐라, 완전히 의식을 잃기까지 꽤 오래 걸린다. 복부를 공격하는 건 이런 단점이 있지. 그동안 배운 부위에 비하면 상대가 반격할 여유를 줄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선 죽고 싶지 않으면 죽여야 할 때가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믿는 살아남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이 많은 동물이다.

내가 본 인간들은 복부에 치명상을 입으면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절망하는 데 썼다. 그게 인간의 장점이지. 상대하기가 좋아, 다른 놈들에 비하면."


아버지는 아들을 독하게 기르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사냥 전날 저녁부터 굶겼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과보호하는 부모라는 걸.


엄격함으로 가려지지 않는 애정 속에서 자란 아들은 부모를 따르기는 했지만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2년 뒤, 17살 때 집에서 쫓겨난 아들은 '인간은 상대하긴 좋다'라는 말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복부를 깊이 베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달려드는 '어둠에 먹힌 자'들을 상대하면서 말이다.






-멸망이 임박한 집-


레피온의 아버지 말피스 리어스덴은 잘나가는 용병이었다.

일은 재미있고, 봉급은 두 배를 받았으며, 동료의 신임도 두터웠다. 나이는 들고 있었지만 타고난 강골인 그에게 문제는 아니었다.

거기에 착하고 예쁘고 가슴 크고 음식 잘하는 마누라까지 있는 그의 인생은 완벽 그 자체였다.


유일한 결함이 있다면 아내가 종종 아이가 없는 걸 아쉬워한다는 정도인데, 그때마다 말피스는 '자신의 질풍처럼 유쾌한 인생에 그딴 귀찮은 것은 필요 없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런 그가 모든 걸 던져버리고 갑자기 은퇴한 것은 아들인 레피온이 생겨서였다.


이 시대는 아이들이 많았다.

밤에 마누라랑 재미 좀 보다 보면 늘어나는 게 애들이고, 잔뜩 싸질러 놓고 보니 돈이 없다고 코흘리개 애들까지 손이 거칠어지게 일을 시키곤 했지만 말피스는 입장이 달랐다.


전쟁터에서 부하들 이끌고 칼부림하는 게 세상 유일한 낙이던 남자라 돈은 모을만큼 모았다. 어디에 쓰겠는가?

하나뿐인 아들에게 남들이 꿈도 못 꾸는 공부를 가르쳤고, 애한테 온종일 땡볕 아래서 밭을 일구게 하지도 않았다.


아들은 항상 단정하고 깨끗한 옷만 입었고, 그것만으로 동네 여자아이들의 선망을 살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깡촌 여자들에게 아들을 줄 생각은 없으니 항상 아들에겐 얽히지 말라고 단속을 시켰다. 나중에 좀 귀한 집 아가씨를 구해줄 생각이니까.


하지만 세상일은 항상 꿈같이 흘러가진 않는다.

아니, 혹시나 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날, 마구간 청소를 하고 돌아온 레피온에게 말피스는 매우 무서운 얼굴로 집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놀라고 당황한 17살 아이는 어머니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언제나 한량없는 애정을 주었던 어머니도 오늘만은 아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말피스는 자신이 다니던 용병대에 진 빚으로 재산이 압류되겠으니 거기 가서 복무해 그동안 먹이고 키워준 은혜를 갚으라고 했다. 네가 하지 않으면 네가 가질 유산도 없다며.


이런 식으로 말은 듣는 건 레피온도 처음이라 충분히 충격적인데....


"출발해라. 즉시다."


말미도 주지 않았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레피온. 장난처럼 애교를 부리며 안기려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따귀를 맞았다.


"말길을 못 알아듣는구나."


말피스는 험악한 얼굴로 도낏자루를 손에 들었다. 이 상황에 레피온은 겁나기보단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여정에 필요한 짐을 챙겨준 어머니의 제대로 감추지 못한 눈물 자국과, 그녀의 서투른 차가운 척.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고 있었으면서,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꼭 해야 했던 말 한마디.....


"넌 가야 한단다"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힘겨움과 미약한 떨림에서, 아들은 분명히 괴로움을 느꼈다.


어머니는 레피온에게 단 한 번도 괴로움이란 감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레피온에 더욱더 충격이었다.


그러고 나서 소년이 아버지를 보니 무서운 얼굴도 왜인지 어머니의 고통을 숨기고 있는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어설픈 냉대와, 그 밑에서 느껴져 오는 절박함에 아들은 순순히 짐을 받아들고 집을 떠났다.


서른 걸음쯤에서 돌아보니 말피스는 석상처럼 서서 노려보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힘들게 견디던 소년의 어머니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아들이 보지 못하게 담장 뒤에 주저앉아 숨죽여 울고 있었다.


순순히 집을 떠나는 아들의 등을 향해 아버지는...


"여비가 넉넉하지 않으니 아껴 써라"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을 무똑똑한 채 말했다..





-=시간에 맞지 않는 달=-


집에서 쫓겨난 레피온은 아버지가 떠돌이 시절 했다는 방법으로 여행을 했다.

길가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나 잎사귀로 최대한 배를 채우고, 저녁이 되면 펍에 들러 맥주로 허기를 달랜다. 밤 동안 걸어 추위에 맞서고, 따뜻한 낮에 외진 곳에서 노숙을 하는 식이다.


오늘도 펍이 문을 닫을 때까지 맥주 한잔으로 버티던 소년은 주인장이 종을 치고 가게 닫을 시간임을 알리자 길을 떠난다.


펍을 나서니 맞이해주는 건 소스라치게 찬 밤공기.

함께 나오는 사람들은 있지만 저들에겐 돌아가 쉴 아늑한 집이 있다. 레피온은 이제부터 이 추운 밤을 걸어야 하는데.



오늘 들렀던 펍의 맥주는 유난히 독했지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한밤중의 숲길의 끔찍한 추위를 그만큼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오래가지 않으니 얼른 걸어서 체온을 올려야 한다.


열심히 걸어 추위가 견딜만해지면 고달파지는 건 마음이다.

이 여행이 끝나도 전혀 모르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먹고 자며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 몇 년이 될지 모르고, 전쟁터에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맨정신일 때는 부모님에게 뭔가 사연이 있으려니 했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답이 없다. 돈은 이미 부족하건만 술이 땡긴다. 맥주 한잔을 더 마셔서 출출하기만한 배를 달래고 싶어진다.


그러다 오늘이 며칠인지 세고 싶어 하늘을 보는데 달이 초승달이었다. 레피온은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봤다.


"내가 술에 취했나?"


종이는 비싸고 달력도 흔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달의 모양으로 시간을 가늠하곤했다. 어제 상현달이었으니 보름달로 차올라야 할 달이 다시 홀쭉해진 것이다.


그제사 레피온은 여행의 규칙 중 한 가지가 떠올랐다.


'때에 맞지 않는 달이 떠 있거든 즉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


레피온의 아버지는 오랜 용병 생활을 하며 접한 기이한 일을 곧 잘 이야기해주곤 했는데 그게 그저 재미 있으라고 해준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엔 마법도 있고 괴물도 있다. 여행자의 앞길에 기다리는 온갖 기이와 괴이는 되도록 피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시간에 맞지 않는 달이 떠있다는 것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는 세상에 들어섰단 뜻이다. 즉시 뒤돌아 빠져나가야한다.


술에 취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레피온이 원래 우둔한 아이여서일까.


곧바로 뒤돌아 돌아봄 없이 달려도 모자랄 판에, 레피온은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쭉 가도 돈이 부족해서 며칠을 굶을지 모르는데 되돌아가면 더 굶지 않을까. 그냥 이대로 가면 별 탈 없이 제대로 길이 나오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느라 우물쭈물한 것이다.


머리 속이 잘 맑아지지 않아 인상을 쓰고 있던 레피온에게 누군가가 먼저 다가왔다.


"어이쿠, 어이쿠,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드문 일이군요!"


목소리의 거리는 갑작스레 가까워지는데 달리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기묘함이 레피온의 신경은 곤두섰다.


레피온은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상대를 향해 내디디며, 왼손으로 허리 뒤로 돌려놨던 칼집을 잡아 옆구리로 당겼고, 오른손은 칼자루를 쥐었다. 언제든 칼을 뽑으며 벨 수 있는 상태다.


싸우기 좋은 걸로 따지면 아예 칼을 칼집에서 완전히 뽑힌 상태가 더 좋다. 하지만 레피온의 아버지는 칼을 전혀 뽑지 않은 자세를 기본으로 가르쳤다. 상대에 따라서는 칼날을 드러내 보이느냐 마느냐로 충돌 여부가 결정된다는 경험 때문이다.


"워워워워! 이것 참 나이에 걸맞지 않게 견실한 검사분이군요."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싸울 뜻이 없음을 보인 상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그러나 보라색 도는 창백한 피부에, 머리 오른쪽에 벼락 모양의 뿔이 난.... 마족이였다.

케네.jpg

"....보기 드문 교양도 있으시고."


그의 시선은 레피온의 양손 사이, 조금이라도 칼날을 드러냈는지를 보았다.


오렌지색 불꽃이 일렁이던 눈빛.

마족은 칼날을 드러내지 않은 상대의 예의에 씩 웃어 보였다. 송곳니가 삐져나온다. 그는 곧 훨씬 부드러운 표정과 산뜻한 목소리로 악수를 청했다.


"마음에 드는 분이로군요. 류왈 케네이드라고 합니다. 케네이드라고 부르십시오."


레피온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상대가 정말 우호적인 상대인지, 악의를 품고서 방심을 유도하는지 알 수 없어서다. 상대가 악의를 품었다면 악수를 하려고 검에서 손을 떼는 순간 공격을 해올지 모른다.


케네이드는 곤란한 듯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손짓을 보였다.


"이해합니다. 달을 보고 계셨죠.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존재를 만났으니까 경계하시는 것도 당연하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래서야..."


마족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경계심을 풀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다.


"부득이 실례 좀 하겠습니다...."


마족은 어디서 꺼냈는지 칼을 뽑아 높이 들고선 태연히 레피온에게 내려쳤다. 그러나 공격 받는 레피온은 어째서인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칼은 레피온의 이마 위에서 멈췄고, 칼을 거둔 케네이드는 레피온의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주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밝혀진 것은 제가 검사님을 헤치려면 얼마든지 헤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린 거죠. 이걸로 불필요한 긴장을 푸실 수 있길 바랍니다."


케네이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레피온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레피온의 얼굴 앞에 서류 한 장이 들이 밀어졌다.


"그리고 전 루셀마츠 행정관님한테 승인을 받은 상인이기도 합니다. 번듯한 지역사회의 일원이죠."


'상행허가증'이란 이름의 서류였다.


"그나저나... 여행자 사이의 도리로서 우린 서로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시간에 맞지 않는 달빛 아래서, 마족은 산뜻한 미소로 제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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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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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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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시 안으로.... 21.03.20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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