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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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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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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100

작성
21.04.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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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폭풍 전의 거인한 밤

DUMMY

 "어리석은 사람들은 육체와 정신이 별개인 것처럼 여기기도 하지.

 실제로는? 

 정신력도 체력에서 나와. 정신력이 없는 체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레피온 요정에게 훈계를 듣고 있었다. 요정은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하는 말은 맞는 말들뿐이라 레피온은 그냥 순순히 듣고 있는다.


 하지만 한 시간이 넘은 설교는 좀 심했다.


 "자고로 죽음을 바라고 행동하는 자가 살고, 삶을 바라고 행동하는 자가 죽는다고 했지.

  지금 너의 모습이 딱 그짝이야. 하르시아스를 위해서! ....라며 멧돼지처럼 돌진하지만, 바위에 헤딩하는 꼴이잖아?

 너도 원래 그렇게 멍청하진 않았을 거야. 단지 무리한 여정으로 체력이 떨어져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겠지."


 때로는 칭찬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곤할 때 듣기엔 너무 기분이 나빴으므로 레피온은 견디다 못해 말했다.


 "내가 뭘 하면 그만둬주겠니?"


 "간단해, 쉬는 거야."


 레피온은 몸이 많이 무겁다. 몸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레피온도 아버지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쉴 때에는 습격당할 때를 대비해 체력의 여유를 남긴 채 쉬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레피온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한계까지 움직일 작정이었다.


 그러나 요정은 왜 충분히 쉬어야 하는 가에 대한 설명을 한 시간 넘게 하고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그렇게 다양한 어휘로 이야기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내용도 이치에 맞다.


 레피온도 머리로는 무엇이 현명한지 이해는 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바심에 붙잡혀 무리를 할 뿐.


 하지만 요정의 잔소리로 자신의 인내심이 약해진 걸 강하게 느낀 레피온은 쉬기로 했다. 


 "알았어, 쉬자. 충고해 줘서 고마워."


 "당연한 것을 말했을 뿐이야. 하지만 도움받았단 생각이 들었다면 제대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뭔가 나중에 대가를 요구할 것 같아서 레피온은 얼버무린다.


 "하아.. 글쎄. 그건 어떨까..."


 레피온은 대로에서 빠져나와 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쉴 준비를 한다.


 아마 이제 잠들면 꽤 깨어나기 힘들 텐데 레피온이 걱정되는 것은 요정이다.

 믿고 내버려 두기엔 그동안 모아온 것들을 훔쳐 갈까 겁나고, 요정을 붙잡아 가둬두자니 요정과의 관계가 파탄 날 것이다. 그걸로 무슨 후환이 있을지 모른다. 잡아 죽인다면 뒤탈도 없겠지만 그렇게까진 할 수 없다. 거기다 지금 상태로는 요정을 붙잡을 자신도 없다.


 레피온은 피곤에 겨워 눈이 반쯤 감긴 채로 말을 먹이고 잠자리를 준비하면서도 고민한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걱정도 깊이 안 든다. 


 요정은 근처 바위 위에 앉아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본다. 요정도 생각한 게 있어서 레피온을 부른다.


 "너 말야, 잠들었을 때 내가 뭔가 나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지?"


 레피온은 피곤한데 걱정까지 하니 얼굴을 감출 수가 없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고민인데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순순히 인정할까? 아니라고 부정할까? 아니면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었다고...?'


  짧은 순간 동안 레피온의 우물쭈물하는 모습으로 요정은 레피온의 고민을 짐작했다. 그러나 지금 요정의 목적은 레피온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다. 

 레피온이 대꾸할 필요가 없도록 요정이 먼저 말한다.


 "날 믿고 안심하라고 하기엔 너무 염치없는 일이겠지.

 그래서 말인데 네 귀중품은 땅에 묻는 게 어때? 단단히 묻어두면 내 힘으론 못 꺼낼 거 아냐?

 그 정도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이해할 테니까."


 레피온은 내심 안심하다가도 조금은 속을 들킨 게 부끄러워서...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그러곤 담요 안에 눕고 후회했다. 그대로 자기엔 걱정스러워 잠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몸을 눕히자마자 잠이 몰려온다. 이대로는 무방비다.


레피온은 일어나 요정이 있는 반대편 나무들 사이로 간다?


 "흐응~ 어디가?"


 요정은 도발적인 음색으로 물어본다. 레피온은 무감정히 대답한다.


 "대변. 실례되는 건 안 본다고 했지?"


 요정은 얼굴을 찡그리며 혀를 내밀고 말했다.


 "우웩, 그런 건 보래도 안 본다고! 걱정 마, 여기서 고개 돌린 채 꼼짝않고 있어 줄 테니까."


 ....하고 요정은 돌려 앉았다.


 '흥, 안 봐도 저녁노을이지.'


 레피온은 조그만 삽을 들고 갔다. 용변도 추적의 단서가 될 수 있기에 땅을 파고 나중에 다시 덮는 용도이기도 하다.


 레피온은 그걸로 땅을 아주 깊숙이 파고 귀중품을 묻은 뒤 바위까지 굴려 덮었다. 그다음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레피온의 걱정은 틀리지 않았다. 요정은 레피온이 동굴과 골짜기에서 가져온 게 뭔지 몹시 알고 싶다.


 '분명 극도로 피곤해 보이는데... 보기보다 예민해서 자는 중에도 가까이 가면 깬다든지??'


  ....라는 요정 나름의 걱정이 있어서, 요정은 레피온의 신뢰를 사면서 원하는 바도 이룰 방법을 궁리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깊은 밤이 되었다.

나뭇가지 위의 요정은 잠을 자는 중이라 그런지 몸에서 나던 희미한 빛도 사라졌다. 잠들어 있는 무방비한 때에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레피온의 말들도 하루 대부분을 짐을 지고 걸었기에 피곤해 땅바닥에 몸을 늘이고 잠을 잔다.


 하지만 말이란 예민한 동물이다. 바람만 이상하게 불어도 귀가 쫑긋 움직여 침입자의 기척이 아닌지 확인한다. 


 사박사박 조용히 풀을 밟으며 다가오는 기척에 말이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있으렴...."


 손짓하는 여성의 목소리에 말들은 고개를 다시 바닥에 늘이고 눈동자만으로 그녀를 쫓다가 관둔다.


 그녀는 자는 레피온에게 와서는 역시 손짓하며 말한다.


 "잠들어 있거라"


 그리고는 레피온이 보물을 묻어둔 곳으로 사라졌다. 


 얼마 되지 않아 노숙 중인 레피온에게 두 번째 손님이 왔다.


 거친 걸음에 땅바닥이 울려서 말들은 일찌감치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피온은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마법에 걸린 것인지 쿨쿨 자고 있었다.


 -쿵, 쿵, 쿵!-


 느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발소리는 멀리서 지나칠 것 같았는데 잠깐 멈춘다.


 "킁킁.... 킁킁!"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들이켜는 소리도 크다. 곧 발소리는 레피온이 자는 곳으로 향한다. 2m 위로 난 나뭇가지를 헤치는 소리가 다가온다.


 말들도 소리를 내며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런 말들 뒤에서 다가온 여인이 손을 얹으며 말했다. 


 "겁내지 말렴."


 막 동요하기 시작하던 말들이 신기하게도 침착해졌고, 여인은 그대로 말들을 지나쳐 무언가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간다. 아직 나무에 가려져 상체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향하며 말한다.


 "돌아가거라, 여기엔 아무것도 없으니 네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있거라...."


 "......"


 잠시의 적막 후 '무언가'는 그대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여인도 떠났고 말들도 잠들었다.

 그렇게 밤이 지났다.



 

 마을에서 닭이 아침을 알리듯이, 숲에서 아침을 알리는 것도 새 소리다. 숫자가 많으면 정말로 요란하다. 


 레피온은 이마 위를 지나가는 들 벌레를 손으로 쳐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요정은 여전히 나뭇가지 위에서 자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모종삽을 들고 보물을 숨겨둔 곳으로 간다. 


 얼핏 봐서는 어젯밤 그대로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불안한 기분 탓이려니 하며 바위를 밀어낸다.


 바위는 크기도 크고 딱 맞게 움푹 파인 땅 위에 있어 레피온이 밀어내기도 힘들다.


 다져둔 땅을 파내면 나오는 가죽 주머니엔 보물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레피온은 챙기고 자던 곳으로 돌아와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요정이 있는 나뭇가지 밑으로 가보니 요정은 여전히 빛이 꺼진 채 늘어져 있다.


 말의 뒷다리에 묶어뒀을 때처럼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레피온이 요정을 깨운 건 출발할 채비를 다 갖추고 나서이다.


 "일어나, 잠꾸러기야. 안 일어나면 두고 간다!?"


 나뭇가지를 꺼내 콕콕 찔러봤지만, 반응이 없기에 두고 가기로 했다. 


 말들을 끌고 야영지를 떠나려던 레피온은 나가는 길바닥에 유독 녹색 나뭇잎과 잔가지가 많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다.


 녹색의 신선한 나뭇잎이란 누군가가 털어서 떨어트린 나뭇잎이란 뜻이다. 나뭇가지도 부러진 흔적이 있다. 


 '원래... 이랬나?'


 손목 굵기의 나뭇가지 하나가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기에 위를 보니 2m 위, 말들도 닿을 리 없는 높이의 나뭇가지들이 여럿 꺾여 있는 걸 발견했다.


  키가 큰 뭔가가 지나갔단 의미인데 오래된 흔적은 아니다. 레피온이 잠자던 곳을 향하던 흔적인데 끝까지 이어져 있지도 않다. 


 '중간에 되돌아갔단 말인가???'


 레피온이 잠든 무방비한 상태에 습격당할 뻔한 건지 어떤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무사하니 된 것이라 생각하며 레피온은 가던 길로 간다.




 대로를 간지 얼마 안 되어 레피온은 말을 세웠다. 길 중간에 미묘하게 나뭇잎이 많이 깔린 곳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쉬고 움직이길 잘했군. 피곤할 때였더라면 눈치 못 채고 지나갔을 텐데'


 무엇보다도 나뭇잎이 낱장이 아니라 잔가지가 붙어있는 채로 깔려있는 게 많다. 사람 손은 나뭇잎만 모으기 적당한 크기이므로, 나뭇잎으로 뭔가를 가릴 때 이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무언가 덫이 설치되어 있는데 손재주가 몹시 투박하군.....'


 자세히 보기 시작하니 나뭇잎 밑에 땅이 파여있는 흔적이 보인다. 


 길을 가로지르고 있는 이 흔적을 따라 시선을 향하니, 매우 거칠고 두꺼운 밧줄이 길옆, 숲속으로 이어져 있는 것도 보인다.


 레피온의 시선은 밧줄의 방향을 따라 쭈욱 향하다 레피온을 지켜보고 있던 10cm는 되는 거대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런...!"



 밧줄을 잘라 눈앞의 덫을 망가트리고 달아나자니 밧줄이 너무 두꺼웠다.


 레피온은 즉시 말을 돌려 달아난다. 

20m쯤 달아나는데 앞을 아름드리나무 몇 개를 묶어 만든 장애물이 숲속으로부터 나무를 부수며 나타나 가로막았다.


 말들이 놀라 일어섰고 레피온은 말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레피온만이라면 장애물을 타고 넘거나 나무들 사이로 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지끈하는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덫이 설치되어있던 쪽에서 들린다. 키가 4~5m는 되어 보이는 외눈박이 거인이 2m짜리 곤봉을 들고 길을 막아섰다.


 "이윙구안-!!"


 느리고 둔탁한 발성. 레피온은 그게 '인간'을 부르는 말이란 걸 알아듣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거인은 말 두 마리를 보곤 입꼬리가 찢어졌다. 배고픔을 달래기 충분한 고기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도우무앙구아구에 후애주우무아...

무알을 두우구 구아루아...."


 레피온은 거인의 말을 되네여 본다.


 '도망가게 해주마, 말을 두고 가라.... 젠장!' 


 상대가 너무 거대해서 검으로 어떻게 처치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레피온은 흥분한 말들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말 한 마리를 주마! 그걸로 보내주면 안 될까!?"


 거인은 다가오기 시작하며 말했다.


 "쿠쿠쿠... 부압 후아누아 추우구아"


 '밥 하나 추가...!'


 "잠깐 기다려!!"


 상대의 의도를 알아들은 레피온은 시간이라도 벌어보려 했지만, 거인은 속력을 낸다.


 얼핏 둔해 보여도 보폭이 있어서 가속이 붙으면 빠르다! 반면 레피온의 말들은 각각 제멋대로 놀라 제대로 통제가 안 된다. 



 짐말의 옆구리엔 작살 창이 매달려 있었으므로 그거라도 던져볼까 했는데, 갑자기 짐말이 고개를 숙이고 거인에게 달려간다. 정확히는 거인 옆을 통과해 달아나려던 것인데 거인의 곤봉을 맞고 옆으로 날아갔다.


 둔탁한 울림과 함께 길옆으로 날아갔고 나무 몇 그루가 부러져 튕겨 나간다.


 곤봉의 재빠름을 보고 레피온은 결단을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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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물의 가치 21.04.07 56 0 12쪽
40 여왕을 위한 공물 21.04.05 57 0 13쪽
39 포기할 수 없는 말 21.04.04 31 0 13쪽
» 폭풍 전의 거인한 밤 21.04.03 17 0 12쪽
37 지치고 겁이 나도 21.04.02 19 0 14쪽
36 미혹의 골짜기 21.04.01 17 0 13쪽
35 늪과 동굴 21.03.31 44 0 11쪽
34 애정에 의한 적의 21.03.30 25 0 12쪽
33 요정의 보물 21.03.29 29 0 12쪽
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8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27 막다른 길에서... 21.03.23 30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25 숨어들었다가.... 21.03.21 35 0 12쪽
24 다시 안으로.... 21.03.20 22 0 12쪽
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3 0 11쪽
22 달려온 단서 21.03.18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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