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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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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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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4
추천수 :
2
글자수 :
264,100

작성
21.03.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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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달려온 단서

DUMMY

레피온이 겨드랑이 밑으로 뒤를 돌아보니 붉은빛이 감도는 사냥개 고블린이 아까보다 확연히 빠른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힌다. 옆을 보면 그레이던이 놀라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레피온은 동료의 동요부터 진정시키고 싶었다. 전에 그레이던이 레피온의 검에 걸린 마법에 이성을 잃었던 모습이 떠올라말했다.


"그레이던씨. 저런 괴물 마법에 걸린 것 같은데 무슨 마법인지 아시겠습니까? 분명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는 마법 같은데."


"신체 능력을 증폭...?"


그레이던이 레피온의 말을 되뇌이면서 눈빛이 동요에서 다른 뭔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레피온은 탐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레이던은 거리를 좁히고 있는 사냥개 고블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나직이 말하는 그레이던의 목소리에 불안은 사라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괴물은 고블린 같군요. 마법으로 강화시킨 거려나..."


그레이던은 지금 둘이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고 있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 들리지 않는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레피온은 그레이던이 뭔가 말했다는 것만 알았다.


"뭐라고요?!"


그레이던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레피온은 걱정부터 든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풋내기가 겁을 잊어먹으면 사고를 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도망치기 위해 속도를 올린 말들은 곧 지친다. 따라 잡히면 둘 다 죽는다. 레피온은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그레이던은 내버려 두고 어떻게든 활용할만한 지형이 있을까 생각하며 앞을 내다봤다. 그때 그레이던이 침착하게 큰 소리로 레피온을 부른다.


"좀 더 가면 우리가 중간에 들렀던 공터로 가는 샛길이 나옵니다. 샛길 중간에 큰 나무 구루터기가 있죠. 기억납니까?"


"네!"


"따라 오세요."


그레이던은 동요 없이 침착한 모습이었다. 레피온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레이던을 따르기로 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그레이던이 레피온을 먼저 보낸다.


"좀 더 속도를 내서 먼저 가 계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레피온은 걱정이 들었다.


'쓸 수 있는 마법이 없을 것 같은데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가 뭘 한다는 건가? 먼저 잡아먹혀서 시간이라도 벌겠다는 건가?'


레피온이 제대로 된 설명을 바라며 그레이던을 쳐다보니 그레이던은 조금은 짜증이 나는 듯 재촉한다.


"내가 할 일이 있으니 어서!!"


레피온은 그레이던에게 제대로 계획이 있길 바라며 말을 달려 먼저 나무 그루터기가 있는 샛길로 들어갔다.


그레이던도 따라 들어간다. 30m까지 쫓아온 사냥개 고블린을 확인하며 나무 그루터기를 향해 달린다. 지름 1.5m의 큰 그루터기다.


"어디, 이 정도면..."


그레이던은 속도를 늦추면서 한 손으로 완드를 꺼내 머리 뒤로 들었다. 그레이던의 말은 등 뒤로 느껴지는 흉흉한 분위기 놀라 들썩이지만 그레이던의 한 손은 고삐를 강하게 움켜쥔다.


"마트라!!"


그레이던의 치켜든 완드로부터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레이던은 마법 발동어를 외치면서도 몸을 밀어 말에게 나아가라는 신호를 준다.


"달려, 미련아!"


말이 갑자기 숙이며 내달리자 그레이던의 몸이 뒤로 젖혀진다. 말 엉덩이에 뭐가 치고 지나가는 느낌과 바로 옆에서 '퍽'하는 충돌음이 들린다.


섬광, 엉덩이에 충돌, 굉음의 3박자로 깜짝 놀란 말이 마구 달리려는 것을 그레이던이 겨우 떨어지지 않고 붙잡아 진정시켰다. 그레이던은 말을 묶는 것도 잊고 말에서 내린다.


사냥개 고블린은 맹렬히 쫓아오다가 그레이던이 만든 섬광에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고 나무 그루터기에 들이 박았다. 최소한 기절이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레이던은 사냥개 고블린에게 걸린 마법을 접해볼 목적으로 대담한 작전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음미할 보상이 눈 앞에 보인다, 그루터기 뒤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오라...


그레이던은 굉장한 보물을 앞에 둔 마냥 흥분이 된다.




마법사의 힘이란 건 대부분 시시한 것이다.

불꽃을 일으키거나 컵을 들어 올리는 수준의.... 도구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집중, 시약, 촉매, 마법 도구, 주문이나 한참의 춤을 동원해서 겨우 해내는 것이다.


마법사의 입장에서도 마법이란 매우 흐릿한 존재로, 열심히 시전을 한다지만 긴가민가 싶은 미묘한 감각에 의지해 진땀이 나도록 애를 쓰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초조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그렇게 시전이 완료되면 잠깐의 기적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게는 실패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레이던처럼 잘한다는 마법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지금 붉은 기운을 보라. 비현실적인 힘이 눈으로 보일 정도다. 차라리 마법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저 붉은 기운은 그저 신비한 것으로 끝날 것이다.

마법을 쓴답시고 자신들도 잘 느낄 수 없는 흐릿한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마법사들에게 저만큼 선명한 마력은 동경의 대상이요, 광명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저 위에 손을 뻗어본다면, 전설이나 이야기 속의 표현처럼 '마력의 흐름을 느낀다'던가 하는 걸 정말로 경험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저 정도 마력을 접해보는 것은 마법사에겐 중대한 경험이며, 발전의 기회인 것이다.


마법사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유명한 방법이 다양하고 강력한 마력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레이던은 흥분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붉은 기운에게 다가간다. 사냥개 고블린은 쓰러져 의식이 없어 보였다.


붉은 기운을 더 가까이서 느껴보려던 그레이던은 순간의 박동 같은 걸 느끼고 '뭐지?!'하며 의식을 집중했다.


다시 한번 번쩍하는 느낌... 고블린의 목에 보석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레이던에겐 그게 무슨 마력인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게 사실은 둠캐스터의 마법사가 쓰러진 사냥개 고블린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힘을 주입하고 있는 것인데도...


그레이던은 그저 붉은 기운의 출처임이 분명해 보이는 보석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외엔 보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쇄골에 고통이 느껴지더니, 시야에서 고블린이 아래로 사라지고, 대신에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별 하늘이 보인다. 동시에 검광이 번쩍이며 주변을 스쳤다.


-썩둑! 써걱! 파각!-


그레이던이 사냥개 고블린에게 손을 뻗기 직전, 레피온은 칼을 들고 그레이던 바로 뒤에 다가와 있었다. 칼을 뽑아 들고 있던 것은 만약에 대비해서고, 목적은 단지 그레이던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게 붙잡는 것이었다.


사냥개 고블린이 팔을 움직이는 걸 본 레피온이 그레이던을 당겼다.

그레이던의 쇄골이 아픈 건, 레피온이 급한 김에 칼의 크로스가드를 그레이던의 어깨에 걸어서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그레이던이 뒤로 넘어지면서 사냥개 고블린이 뻗은 칼날 달린 건틀릿은 허공을 쑤셨고, 레피온은 그대로 사냥개 고블린이 뻗은 팔을 자르고 목을 내리쳤다. 그 과정에서 사냥개 고블린의 목에 찬 보석은 레피온의 뇌전이 담긴 검에 맞아 파열음과 함께 산산이 부스러져버렸다.


살아있는 사냥개 고블린을 보면 오금이 저리는 레피온이지만 잡고 나니 딴생각부터 든다.

레피온은 고블린이 건틀릿을 끼고 있단 걸 처음 이야기했을 때 케네이드가 빈정거린 걸 떠올리며 일어서는 그레이던에게 말했다.


"고블린이 건틀릿을 끼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레피온이 잘려져 피를 뚜두둑 흘리고 있는 고블린의 팔을 가까이에 들어 보이자 그레이던은 치우라는 손짓을 하며 고블린에게 간다. 붉은 기운도, 마력도 느끼지 않는다. 보석이 있던 자리는 절단되어 보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레이던은 보석이 어디론가 떨어졌나 찾아보지만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레피온은 자신의 검을 보며 머뭇거리다 입을 굳게 다물고 헝겊을 꺼내 조심스레 칼에 가져간다.

무엇이 조심스럽냐 하면 검에 걸린 뇌전에 자기가 당할까 봐서다.

침식의 독에 당한 칼한 병사와 싸울 때는 칼에 피가 묻지 않아서 닦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가 묻었다면 얼른 닦아야지, 조금만 늦장 부리면 칼에 지워지지 녹이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위험할 때에 칼이 망가지면 큰일인 것이다.

레피온은 헝겊으로 칼을 닦았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레피온의 검에서 파직거리는 소리에 그레이던은 보석이 마력이 담긴 칼에 맞아 박살이 났을 거란 생각을 했다.


엎드려 바닥의 풀 사이를 헤치던 마법사는 실망해 한숨을 푹 쉬고는 어깨를 늘어트린 채 일어선다.


그레이던이 실망한 사정을 모르는 레피온은 이 경솔한 마법사에게 주의를 줘야겠다 싶어 말한다.


"그레이던씨, 앞으로는 확인참살을 하지 않은 적에게 가까이 가지 말아 주세요. 혹시 확인참살이 필요하면 저를 부르시고요. 지금처럼 쓰러진 적도...."


그레이던은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곤 한마디하고 지나친다.


"하아... 리어스덴씨, 나중에 합시다. 그게 뭐든 말입니다."


레피온은 죽지 않게 조심하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다. 이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어딨다고 되려 기분 나빠하는지 어이없어서 한마디 더 한다.


"그레이던씨, 방금 바로 뒤에 제가 없었으면 죽었습니다. 다음엔 그레이던씨 뒤에 제가 없을 수도 있고요."


레피온을 지나쳐 공터로 향하던 그레이던은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고 짜증이 나서 한숨을 깊이 내쉬고는 말한다.


"살려줘서 고맙고,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근데 감사도 사과도 지금은 진심이 안 드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도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데! 인간적으로... 마법사에게 더 높은 경지의 마법이란 건 엄청 귀하고 중요한 거란 말입니다. 근데 리어스덴 씨의 칼질에 부스러져서 접할 기회가 사라졌어요. 지금 실망감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안 드니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레피온은 양 손바닥을 들어 보이고 뒤돌아 말들한테로 간다. 말들의 고삐를 잡으면서 떠올린다.


'이 고블린은... 분명 나를 공격했던 엘프 전사가 거느렸었지. 명령을 내리면 마치 잘 훈련된 사냥개처럼 거기에 반응해 나를 공격했었고 말이야.

그리고 케네이드씨를 공격했던 것도 엘프... 그 일당이 근처에 있단 이야기야....'


엘프전사의 무서움을 떠올린 레피온의 머릿속엔 얼른 도망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과 싸우다가 하르시아스를 만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엘프들과 싸우면 하르시아스와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뭔가 하르시아스와 만날 단서라도...?'


....라는 멍청한 생각을, 소원을 이룰 방법으로 떠올리고 있는 레피온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엔 엘프전사의 무서움을 떠올리며 제정신을 차렸다. 레피온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하르시아스에 대한 열망도 순간 상쇄할 정도로 엘프전사의 경험은 강했다.


레피온은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위해 마법사를 불렀다.


"그레이던 씨! 그레이던 씨!"


한숨을 푹푹 쉬고 있던 그레이던이지만 그동안에도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슬렀다.


"네에...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기억해둘게요. 그리고 확인참살이라고 하셨나요?"


그레이던은 끔찍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벤다는 건 보통은 시체훼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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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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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3 0 11쪽
» 달려온 단서 21.03.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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