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의 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090
추천수 :
2
글자수 :
264,100

작성
21.03.31 19:45
조회
44
추천
0
글자
11쪽

늪과 동굴

DUMMY

소용돌이 치던 안개는 옅어져 저무는 태양 빛이 들어오고, 늪은 말라붙어 땅이 되어간다. 그 위로 시체들이 떠올랐지만 다 삭아 뼈만 남은 채고, 곧 뼈마저 무너지며 먼지가 되었다.


그 광경에 요정은 불편해했다. 이러면 자신이 한 비난이 잘못된 게 되니까.


아니나 다를까 레피온은 낮고 무똑똑하고 불쾌감을 겨우 억누른 저기압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결계를 만든 사람은 생각이 깊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야. 이 늪을 남겨두기로 하면서 누군가가 다치지 않도록 결계를 쳐놨어.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마력이 사라져도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마력이 사라지면 늪도 사라지게 해놨지. ..."


레피온이 분노로 대답하는 건 요정이 카드를 훔친 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건 하르시아스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다. 레피온에게 불쾌한 일이란 감히 하르시아스의 일을 비난한 것이다.


"....자, 말해봐. 내가 뭘 잘못하고 있지?"


요정은 기분이 상해 할 말을 찾다가······.


"그래, 잘못한 건 없네.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인간 놈아."


레피온은 요정이 날아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진 않았다. 그딴 것에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정은 하는군."





100개가 넘는 대금화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지만 지금 레피온에게 재산의 용도는 하나다.


하르시아스가 맡긴 일을 잘 해내려면 돈이 든다.


넉넉한 식량과 모포, 장비를 샀고, 말을 두 마리 빌려서 말의 체력이 떨어지는 걸 대비했다.


"늪 다음은 동굴...."


레피온의 계획표는 꼼꼼하다.

먼 거리를 달린 말을 쉬게 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는 곳이다.


동시에 시간도 아낀다. 이제 해가 저물기에 활동하기 불편해지지만, 이제 가야할 동굴은 어차피 어두운 곳이라 상관이 없다.


레피온은 몸에 밧줄을 가득 감고 옷 위로 멘 가죽 띠에 횃불 자루를 여럿 꽂고서 동굴로 들어갔다.





다음날 이른 아침. 요정은 하늘을 날다 말 두 마리와 짐을 발견했다. 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아 주변을 살피다 동굴 앞에 왔다.


"이런, 이 동굴은 분명 골칫거리들이 잔뜩 있는데...."


요정은 조금은 걱정스러워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본다.

천장도 바닥도 뾰족한 돌기가 잔뜩 나 있는 데다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70도 가까운 경사가 10m나 이어지는 위험한 곳이 나온다.


두꺼운 돌부리에 밧줄이 묶여 아래로 늘어져 있다. 보나 마나 인간 소년이 밑으로 내려간 흔적일 것이다.


"그 녀석, 밧줄을 타고 내려와..."


요정은 동굴로 들어가며 레피온의 행적을 짐작해본다.


"바닥에 횃불을 비빈 흔적이 있네.. 이렇게 어두운데 횃불을 꺼? 왜지?"


좀 더 진행 보니 도륙된 고블린의 사체가 하나 둘 보이더니 점점 늘어난다. 요정은 핏자국을 따라가며 고블린들이 죽어있는 모습으로 상황을 추정한다.


"보초를 조용히 제거하고... 비교적 한적한 외곽의 방부터 고블린을 정리했구나. 대부분의 고블린을 찔러 죽인 건 공간이 협소해서겠지. 아직까지는 고블린들이 저항을 제대로 못 했어."


그리고 좀 넓은 홀에 도달했다. 바닥 곳곳에 아직 얕은 불길이 남아 고블린의 시체로 난장판이 된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바닥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질렀군. 이 좁은 굴에 이런 불을 피우다니. 숨이 막히진 않았을까?"


화재는 밀폐된 곳에서 더 위험하다. 직접적인 열기보다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요정은 연기가 한쪽으로 쏠리는 걸 보고 깨달았다.


"아...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등지고 불을 피우며 들어갔구나."


그렇다. 레피온은 고블린 다수가 몰려있는 곳을 정리하기 전 바람의 방향을 깃털을 떨어트려 확인하고 불을 피웠다.

장비를 살 때 보충한 유황도 아낌없이 썼다. 밤눈이 밝은 고블린이라도 연기를 뚫고 볼 수는 없었으며, 유황불의 독한 연기는 고블린때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레피온은 그렇게 혼란해진 고블린을 연기가 옅은 곳부터 정리했던 것이다.


내려가는 길 앞, 두꺼운 돌부리에 단단히 묶여있는 밧줄은 레피온이 이리로 내려갔단 걸 알려준다.


훨씬 깊고, 가파르고, 축축하고, 가시 같은 종유석이 가득하다. 요정은 그 위에 꽂혀있는 것들을 세어본다.


"고블린이 하나 둘.... 놀이 3마리..."


놀이란 2족 보행 하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악력은 인간보다 세지만 손가락은 4개뿐이고, 그나마 인간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처럼 거의 붙어서 움직이기에 손재주가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무기를 쥐고 휘두를 수 있고, 지능도 조직적인 공격을 할 정도는 되는 에 무시할 수 없는 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째서 가파른 길에 난 종유석에 몸이 꿰뚫려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닥에 내려와도 시체들이 가득하다.


시체엔 항상 2번 이상의 자상이 있다. 요정은 시체들을 보면서 점점 확신한다.


'처음엔 그 인간아이가 착해서 고통 속에 죽어가는 적들에게 일일이 자비를 베푼 줄 알았는데.... 목숨이 남았든 아니든 두 번씩 치명상을 입혔어. 이건 자비가 아니야.'


한 층을 더 내려온 요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래, 어차피 싸우는 상대면 뒷탈이 없....!" -캬오!!-


요정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눈 없는 괴물에게 한입에 삼켰다.


"뭐야, 무슨!?"


요정이 놀라자 요정이 내는 빛도 강력해진다.


곧 이어 두꺼운 가죽을 뚫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괴물은 금속으로 만든 창에 두개골 위에서부터 턱 아래까지 관통당해 입을 제대로 벌리지 못한 채로 단말마를 지르며 늘어졌다.


괴물이 쓰러지자 바닥에 고인 물이 사방에 튄다.


요정이 내던 희미한 빛이 괴물의 입안에 갇히자 동굴은 어둠에 잠겼다.


-따악! 딱!-


그 속에서 누군가 부싯돌로 횃불을 켰다. 레피온이었다.


레피온은 동굴에서 용무를 마치고 올라오다가 괴물과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잃고서 일단 높은 곳에 매달려 숨었고, 괴물은 레피온을 찾기 위해 소리를 죽여 주변을 배회하던 중이었다.


레피온이 숨은 곳은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조금만 달려가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런 다행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


레피온과 괴물이 서로 소리를 죽인 채 서로를 찾으며 대치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요정이 내려왔고, 괴물이 요정에게 반응해 움직이자 물소리로 레피온은 괴물이 바로 자기 아래 있음을 알았다.


괴물이 요정을 삼킨 순간 뛰어내려, 괴물의 머리가 얇아 요정의 빛이 희미히 나오는 곳에 창을 내리꽂은 것이다.


레피온이 횃불을 피자 시야가 밝혀진다.


털 없이 반들거리는, 귀와 입밖에 없는 머리에 상체만 비대하게 발달한 이름 모를 괴물의 모습이 보인다. 먼저 레피온은 확인참살을 한 뒤 괴물의 입술을 올려 날카로운 이빨들 안에 갇혀있는 요정을 살핀다.


"안이 꽤 아늑해 보이는데 거기서 지낼래?"


다행히 요정은 크게 다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안에서 지내보겠냔 말을 듣고 '아, 그러면 되겠네~'라고 말할 리는 없다.


"무슨 소리야!? 당장 꺼내주진 않을망정!"


요정은 힘껏 괴물의 턱을 벌려보려고 하지만 요정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 요정에게 레피온이 말한다.


"난 갈 길이 바빠. 그리고 넌 여태 날 방해만 해왔지. 굳이 널 헤치진 않겠지만... 도와줄 의리 따윈 없다······. 라고 생각할만하진 않아?"


요정은 반발해본다.


"내가 널 정말로 방해한 적은 없었잖아?"


레피온은 둘이 처음 만났을 때를 두고 말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카드를 제자리에 두고 오지 않아서 넌 내게 뭔가를 하려고 했지. 실패했을 뿐.

그리고 결국 내 카드를 훔쳐 갔지. 그게 방해하지 않은 거니?"


요정은 반박하지 못했다.


"큭....!

그래서, 이대로 두고 갈 셈이야?"


"두고 가도 당연하단 이야길 한 거야. 너라면 안 두고 가겠어?"


요정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레피온이 말했다.


"이런 곳에서 기약 없이 갇혀있어야 한다면 우울한 일일 거야. 나도 네가 그렇게 우울한 경험을 하는 걸 딱히 바라는 건 아냐. 그러니 풀어줄게."


요정은 상대가 뜸 들이는 걸 보며 뭔가 바라는 게 있구나 싶었다.


"대신에?"


레피온의 조건은 간단했다.


"내가 널 풀어준 걸 후회하지 않도록 날 방해하지 않기로 해줘."


이대로 괴물에 입속에 갇혀있어야 한다면 무엇인들 소용 있으랴, 요정은 선뜻 대답했다.


"그러지, 뭐.

그러니 어서 이 우중충한 입에서 꺼내줘!"


레피온은 괴물에 머리에 박힌 창을 비틀어 당기며 꺼냈다. 방금 전까지 숨어있던 곳에서 찾아낸 자루까지 금속으로 만든 창이다.


무게감이 상당한 덕분에 괴물의 대가리를 꿰뚫을 만큼의 위력이 나왔지만, 사람의 근력으로 다루기엔 좀 무거운 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제련된 쇳덩이라면 그 자체로도 상당한 돈이 될 터였다. 표면은 더러웠지만 이런 습기 찬 동굴에서 녹슬지 않은 쇠라면 보물일 가능성도 높다.


레피온은 횃불로 자세히 창을 살펴보았지만, 곧 미련 없이 내팽개쳤다.


이 무거운 걸 나르려면 말들이 지친다. 돈으로 바꾸러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어차피 돈은 급하지 않다. 지금 아쉬운 건 말의 체력과 시간이다.


레피온이 창을 뽑고 괴물의 아가리를 벌리자 요정이 머뭇거리며 나와선 말했다.


"흠... 고마워."


"그래."


둘의 사이에 뭔가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는 건 요정만의 느낌이다. 레피온은 요정과는 좋게 관계를 끝냈으니 곧바로 나갈 생각이다. 괴물과 대치하느라 시간도 체력도 너무 많이 낭비했다.


그렇게 성큼성큼 나가려는 레피온을 등 뒤에서 요정이 불러세운다.


"저기! ....이 창.... 제법 귀중해 보여, 챙겨가는 게 어때?"


"필요 없어. 너 가져."


레피온은 개의치 않고 나아가 벌써 입구에서 밧줄을 붙잡는다. 요정이 크게 말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귀한 걸 수도 있어!"


레피온은 귀찮지만, 요정이 생각해준다고 하는 말일 테니 짜증은 섞지 않고, 상대에겐 들릴 만큼 좀 더 힘을 줘서 대답한다.


"알아!"


레피온은 주저 없이 자신이 걸어둔 밧줄을 타고 올라간다.


사실 이번에 정말로 목숨을 구해진 건 레피온이다. 괴물과의 대치 상태는 끝없이 길어질 참이었고, 유리한 건 괴물 쪽이었다.

요정이 들어와 준 덕분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


그건 레피온 자신도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요정이 레피온을 도우러 온 것도 아닐 테니까. 그리고 레피온도 요정을 구해준 셈이다.


레피온은 서둘러 동굴을 나온다.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다음 목적지는 분명...


작가의말

글이 장황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굳이 언급하진 않지만 확인참살엔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보통 척수나 관절 마디를 끊는 식이죠. 

이번화에 등장하는 동굴의 괴물은 추가로 턱근육을 절단했습니다.

레피온이 요정을 구하려면 손을 괴물의 입 근처에 가져가야 하므로 괴물의 턱이 움직일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비의 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21.04.25 58 0 -
공지 41화부터 격일제로 연재하겠습니다. 21.03.22 46 0 -
공지 이미지로 보는 등장인물 소개 21.03.07 83 0 -
48 당신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21.04.21 16 0 11쪽
47 7일째 21.04.19 10 0 21쪽
46 세 가지 보상 21.04.17 36 0 12쪽
45 슬레잉 드래곤 21.04.15 17 0 12쪽
44 두 가지 심부름 21.04.13 47 0 12쪽
43 모닥불 앞의 스카우트 21.04.11 36 0 13쪽
42 여왕의 기사 21.04.09 57 0 13쪽
41 공물의 가치 21.04.07 56 0 12쪽
40 여왕을 위한 공물 21.04.05 57 0 13쪽
39 포기할 수 없는 말 21.04.04 31 0 13쪽
38 폭풍 전의 거인한 밤 21.04.03 17 0 12쪽
37 지치고 겁이 나도 21.04.02 20 0 14쪽
36 미혹의 골짜기 21.04.01 17 0 13쪽
» 늪과 동굴 21.03.31 45 0 11쪽
34 애정에 의한 적의 21.03.30 25 0 12쪽
33 요정의 보물 21.03.29 29 0 12쪽
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9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27 막다른 길에서... 21.03.23 31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25 숨어들었다가.... 21.03.21 35 0 12쪽
24 다시 안으로.... 21.03.20 22 0 12쪽
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3 0 11쪽
22 달려온 단서 21.03.18 2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