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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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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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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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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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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슬레잉 드래곤

DUMMY

누군가가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 수백의 금화를 들여 귀한 마법의 약초를 전용의 동산에 기르고 있었다 치자.


멧돼지 한 무리가 울타리를 넘어와 깽판 치다가 약초를 밟아 망쳤다.


왼쪽 송곳니가 부러진 놈이 밟았단 걸 봤다 한들, 약초의 주인은 그 멧돼지만 선별해 한 마리만 죽이고 끝낼까?


낭패가 크면 겨우 멧돼지 한 마리로 분을 풀 수 없다. 그 일로 멧돼지는 전부 잡아 죽이겠다고 다짐해도 이상하지 않고, 좀 사정 봐줬다해도 그 멧돼지 무리는 모조리 죽일 것이다.


그게 지금 인간과 드래곤 사이에 일어날 일이다.


레피온이 만난 할머니와 중년 남자, 시종들의 정체는 인간으로 변신한 드래곤이다.


특히 그랜마는 천 년 넘게 드래곤들을 이끌어온 부족의 지도자다. 만약 레피온이 그녀를 살해한다면 약초를 잃어버린 권력자가 사람을 모아 멧돼지들을 잡듯이 드래곤이 모여 인간들을 잡을 것이다.


아무리 사정을 봐줘서 처리하더라도 인간으로선 수백, 수천 년 동안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 부족함이 없을 대학살이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레피온은 그랜마를 헤쳐선 안 된다.





레피온은 멍한 눈빛으로 저택의 마당에 전이했다.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레피온을 저택으로 이끌었다. 아직 시킬 일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전이마법을 감지한 그랜마와 쟈슬릿이 저택에서 나와 마중 온다. 그랜마는 칭찬했다.


"잘했다, 봉인이 고쳐진 걸 확인했다. 그런데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 표정은 또 왜 그렇고?"


조용히 시종의 뒤를 따르던 레피온은 그랜마와의 거리가 줄자 갑자기 속도를 내어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나직이 주문을 외운다.


'바브람 데이키어 랜시어스....'


그랜마는 이상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레피온을 의아히 바라보면서도 계속 다가왔다.


그동안에도 레피온이 주문을 외움에 따라 그의 빈손에선 웅웅거리는 진동과 함께 용에게 악의를 가진 기운이 단검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레피온은 그랜마한테 단 두 걸음을 남긴 거리에서 주문의 마지막 마디를 읊는다. 단검의 소환이 끝나면 곧바로 찌를 수 있는 거리다.


"팔스트...' -퍽!-


거리를 재고 있던 쟈슬릿의 주먹이 레피온의 턱을 후려쳤고, 그대로 레피온은 나가떨어졌다.


그랜마는 원래 모습인 반룡의 메이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진짜 그랜마가 저택에서 나왔다.


이들은 이미 레피온의 암살 시도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역도 세웠던 것이다. 이렇게 되리라고 누군가가 알려준 덕분이다.


레피온의 손에서 형상화 못 하고 흩어져가는 기운에 그랜마는 넌더리를 쳤다.


"다들 수고했다. 저택 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흉흉한 기운이구나.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저런 몹쓸 걸 만들었는지."


쟈슬릿이 냉담히 대답했다.


"우리의 피식자 중 하나겠죠."






레피온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저택 안의 식탁에 앉아있었다. 턱이 얼얼하다고 생각할 때까진 그냥 좀 머리가 멍한 정도였다.


그러나 맞은 편에 앉아있는 그랜마를 보자 레피온은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의자에 꽁꽁 묶여서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살의에 휩싸인 레피온은 주문을 외운다.


"바브람 데이키어...!" -쨔악!-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쟈슬릿이 따귀를 후려쳤다.


"정신 차려라, 인간."


그랜마는 테이블에 팔을 괴고는 레피온의 눈 속을 응시했다.


"하르시아스 훼얼세렌트를 위해 대답해라 꼬마야, 아직도 날 죽이고싶느냐?"


하르시아스의 이름을 들으니 조금은 정신이 돌아온 레피온은 마음속에 들끓는 살의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가 편지에 써준 대로구나."


쟈슬릿이 응답했다.


"네, 그냥 다른 패밀리어나 서번트를 보냈다면 자칫 위험할 뻔했습니다."


"그래.... 좋다. 도움이 된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 되겠지. 이제 맡길 다음 일까지 잘 처리하면."


그랜마는 계속 레피온을 응시한 채다.


"너에게 걸린 마법은...."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라 '우리 힘만으로는 풀 수 없었다.'는 식으로는 말하진 않는다.


"아주 강력한 것이었다. 적어도 한 마리의 용을 죽여야 완전히 풀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너는 아무것도 없는 때라도 의식의 일부를 잠식당한 채, 어딘가 넋 나간 인간처럼 살 것이다."


레피온은 마음에서 들썩거리는 상대에 대한 살의로 복잡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랜마는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다음 일이 바로 용을 죽이는 거니까."




또 다른 지하 세계로 레피온이 전이되고 나서 쟈슬릿은 따로 목소리를 남겼다. '가능한 한 정중히 처리해달라'고.


레피온은 어둠 속이 보이고, 코는 지금 이상하리만치 특정한 냄새에 민감해져 있었다. 드래곤의 냄새다.


드래곤의 냄새란 걸 맡아 본 적이 없건만 호흡 냄새와 피부 냄새, 노폐물 냄새가 구분된다. 그에 따라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맹렬한 적의가 끓어오른다.


레피온은 용을 죽이고 싶어서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는 자신을 자제할 수가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이 이래선 죽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또 이상한 주문을 계속 외우고 싶은데, 그러면 뭔가 용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길 걸 알아서다.


'든든한 무기가 생긴다니 좋은데?'


그러니 갈증에 시달리다가 시원한 물을 들이켜듯 주문을 외우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줌 밖에 남지 않은 이성이 시키지도 않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택으로 돌아갔을 때 주문으로 소환한 무기를 쟈슬릿이 살기로 감지했던 것 같다.

지금 무기를 소환했을 때 앞에 있을 용이 살기를 감지한다면 곤란하다. 사냥은 기색을 감추고 들어가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주문을 외우기는 참았지만 드래곤을 만나고 싶어서 걸어가는 것만큼은 멈출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레피온은 자신이 마치 뱀 주둥이로 걸어 들어가는 새앙쥐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혐주의 마법에 의식을 장악당한 레피온은 공포심이나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발걸음을 멈출 수도 없다. 즉 싸운다는 선택지뿐인 상황.


레피온은 아주 조금씩밖에 생각할 수 없는 머리로 아버지의 이야기 중에 쓸만한 게 있는지 떠올려 본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없다.

레피온의 아버지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레피온에게 드래곤을 피할 방법을 가르쳤지 싸울 방법을 가르쳐준 적은 없다. 그래야 하니까!


'이렇게 대놓고 들어가는 것 말고 조금은 숨어서 정탐하면서 몰래 들어가는 것조차 안되는 건가!?'


그때 앞에서 꾸웩꾸웩하고 뭔가가 구역질을 내는 소리가 들렸다. 레피온에게 느낌이 왔다.


'병이다! 드래곤은 약해져 있어. 얼른 그 숨통을 끊어야 해!'


그렇다면 상황이 좀 쉬울지도 모른다. 어차피 레피온은 드래곤을 죽이지 않으면 지금의 상태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항할 수도 없으니 선택지는 없는 셈이다.


길에 2m짜리 돌기둥 둘이 서 있었다. 레피온이 접근하자 모습이 변한다. 갑옷을 입은 장신의 남자 모양의 석상처럼 보이는데, 움직인다. 왼쪽 손바닥을 뻗어 보이며 말도 한다.


"더 이상 가지 말라. 이 뒤엔 광폭 화 된 괴물이 있다."


움직이는 석상이니 골렘의 일종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세운 것일까? 위험을 경고했으니 선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피온을 덮기 시작하는 건 적의였다. 레피온의 머릿속에 들끓는듯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드래곤의 서번트... 용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워둔 존재... 제거해야 길이 열린다.'


레피온이 눈앞의 골렘 둘을 적으로 인식한 순간 더는 주문을 외우는 걸 자제할 수 없었다.


"바브람 데이키어 랜시어스 팔스트론"


레피온의 손에는 실체가 아닌 뭔가 반투명한 에너지로 된 도끼가 형상화되었다. 전투용 도끼는 의외로 머리가 큰 경우가 드물건만 이 도끼는 머리가 굉장히 크고 넓었다. 레피온의 머리에 이유가 떠올랐다.


'골렘을 부셔야 하니까.'


"마지막 경고다, 떠나라."


골렘의 목소리는 침입자를 내쫓기 위해 단호했다. 하지만 지금 레피온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골렘들이 오른손으로 칼을 뽑는 동안에 달려든 레피온은 골렘 한 마리를 어깨에서부터 사선으로 내리쳤다.


"우어어어어...."


비명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내며 골렘 한 마리가 부서지는 동안 레피온은 두 번째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완전히 뽑은 골렘은 침착하게 검을 내리친다. 그런 골렘을 향해 레피온은 양손으로 잡은 도끼를 왼쪽 뒤로 당겼다가 달리는 힘까지 합쳐 힘껏 가로로 휘둘렀다. 도끼는 골렘의 검을 부수고 들어가 몸통에 맞았다.


방해물을 제거한 레피온에게는 오렌지빛 화염이 찾아오고 있었다. 적의를 감지한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은 것이다.


화염이 왼쪽으로 휘어진 동굴의 오른쪽 벽면으로 쏠려서 파도치며 몰려온다.


'브레스 임박. 오는 방향은 둘.'


속삭임은 레피온에게 두 방향의 브레스 줄기를 알려준다. 하나는 알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왼쪽 벽에 난 샛길로 좀 일찍 다가오는 옅은 화염이다.


'저 정도라면...!'


레피온은 숨을 들이쉬고 왼쪽 샛길 쪽으로 얼굴을 팔로 가린 채 달려 들어갔다. 어두운 동굴에서도 겨우 보일 정도로 옅은 브레스는 레피온이 뛰어들었을 땐 화염이라기보다는 열기에 가까웠다. 대신 등 뒤는 폭열이라 레피온은 계속 앞으로 달렸다.




"바브람 데이키어 랜시어스 팔스트론!!"


눈앞에 나타난 드래곤에 레피온은 다시 주문을 외웠고, 이번엔 창이 형상화되었다. 하지만 창이 완전히 모습을 갖추기 전에 드래곤이 휘두른 손톱이 먼저 레피온을 찢어발길 참이었다.


"....?"


레피온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드래곤과 눈이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도 주홍빛 안광이 선명하다.


드래곤은 손을 멈춘 채 레피온을 보고 있었다. 레피온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려... 준 건가?'


그냥 상대를 인식할 뿐이던 눈동자는 곧 위로 넘어가며 흰자를 보였다.


레피온의 바로 앞에서 멈췄던 손톱도 점점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갑자기 드러누워 전신을 격렬하게 떨기 시작했다.


레피온의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광룡병의 징후가 보임. 드래곤들에겐 매우 치명적인 질병. 해당 개체의 제거보다는 유지가 드래곤들에게 위해가 될 수 있....'


목소리는 사라졌다. 레피온이 저주를 풀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레피온이 용의 가슴에 박은 창도 옅어졌다. 레피온은 나직히 망자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평화로이 잠들길."





조금 전, 레피온은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지만, 왠지 이대로 놔두면 자신에게 걸린 마법이 풀리는 조건이 까다로워질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드래곤과 눈을 마주쳤을 때 드래곤이 자신을 살려주었단 느낌도 있었다. 그렇다면 되도록 서로 좋은 조건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양자에게 최선의 상황이란 레피온은 곧바로 마법에서 해방되고, 드래곤은 안락사를 당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레피온은 그대로 달려 드래곤의 가슴에 손에들린 창을 박아 넣었다.


정신을 장악하던 마법으로부터 해방되고 나니 레피온은 바른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저 용을 죽여야 하르시아스의 보상을 받는다.


거기에 아무리 위험한 마수라지만 병으로 고통받는 자를 방치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일을 마쳤건만 레피온 전이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드래곤이 보낸 마법의 빛을 따라 동굴의 출구로 나왔다.


시간은 밤이었고, 동굴의 출구에서 레피온을 기다리고 있는 건 무수한 궁수들과 발리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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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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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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