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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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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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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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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모닥불 앞의 스카우트

DUMMY

레피온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싸이클롭스로부터 벗어나서는 곧바로 황야에 숨겨진 사원으로 향했다.





 레피온은 스핑크스에게 '마법의 투명 눈가리개'를 반납했다.


"잘 썼습니다. 자, 여기 코인 300개.  분명... 이게 정답이겠죠?"


"도구에 정답은 없다.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들어가도 자신의 지혜만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

  단지 의외인 것은.... 겉보기엔 착실하게 생겼는데...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방법을 서슴지 않고 쓰는구나."


"안되는 거였습니까?"


"그럴 리가. 통과했으니 상과 부상을 주마."


 레피온은 부상을 준다는 말에 경계심을 품었다.

레피온에게 하르시아스가 주문한 것 외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서다. 기대할 게 없으니 우려만 드는 것이다.

 거기에 부상이 있단 이야기는 방금 처음 들었다. 


 레피온은 머릿속으로 주변의 지형과 상대의 신체구조를 가늠하기 시작한다. 싸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스핑크스는 신비롭게 하얗게 빛나지만, 모양새는 깨진 화분 조각 같은 것을 레피온에게 넘겨주었다.


"네가 요구한 보상이다. 그리고 부상은...."


그동안 몸을 제단에 고정한 채 간헐적으로 고개만, 눈만, 입만 움직이던 스핑크스가 생명체처럼 움직여 제단에서 일어나 레피온에게 향했다.


  위협을 느낀 레피온은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은 채 왼손으로 검집만 앞으로 조금 당겼다.


 "네 품엔 미혹의 이슬이 있구나. 그리고 이제 받은 발상의 조각... 그 두 가지를 합치면 뭘 만들 수 있는지 아느냐?

...거짓말이다, 몹시 수고스러운."


 스핑크스는 말을 마치자 다시 자리로 돌아가 처음의 자세로 돌아갔다.


"이게 부상인 스핑크스의 지언이다."


"충고입니까?"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희미하고... 알아도 별로 도움 안 되는 잡지식이라고 해두자꾸나. 부상이라기엔 .... 너무 시시했나?"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흥, 겉치레는 필요 없다. 잘 가라, 추구자여."





  레피온이 석양의 사원을 떠나 숲에 돌아왔을 땐 해가 저물고 날까지 흐려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불을 피우고 나뭇가지를 모아 만든 자리에서 담요를 덮고 비스킷과 육포를 먹는다.


  이 세상에서 하르시아스를 위해 쓰일 수 있는 힘은 이 음식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렇기에 소중하고도 소중하게 씹어 먹는다.


"얼굴만 보면 궁술대회 결승전이네."


 모닥불 맞은 편, 짐 위에 올려둔 가죽 주머니에서 요정이 기어 나오며 말했다.


"무슨 밥 먹는 얼굴이 그래? 밥을 심각한 표정으로 먹지 않으면 죽는 저주라도 걸렸어?"


 사실 요정은 레피온의 얼굴을 꽤 오랫동안 보고 있었다.


 '저런 표정은 어떤 마음이 만드는 걸까?

 ...분노에 가까운, 터질 것 같은 열망을 꾹꾹 눌러 조금씩, 조금씩만 힘으로 쓰고 있구나....

 세상에 소원이 없는 사람은 없어. 중요한 건 소원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몰라.'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나와서 말을 건 것치곤 매우.... 뭐랄까... 격이 없었다. 레피온은 상대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한다.


"오랫동안 자더라. 괜찮아? 날개는?"


 요정은 오랫동안 자다 일어난 것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날아다니는데, 너무 힘을 써서 많이 피곤했나 봐. 날개가 낫는 건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풀칠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뭐라도 먹을래?"


 요정은 자신의 날개를 당겨서 찢어진 끄트머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괜찮아. 난 새벽이슬만 먹어도 충분해.

아 참, 모든 요정이 이슬만 먹어도 되는 게 아니니까 참고하고."


요정은 날개를 어떻게 해보려고 날개에 침을 발라 보다가 덧붙였다.


"하긴 니가 어디서 요정을 또 만나보겠니."


 레피온은 레피온대로 자기 할 말을 한다.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그건 누구였어?"


"무슨 그거?"


"나를 벼랑에 던진 뒤에 거인을 죽인 사람 말이야."


요정은 누군지 알겠는지 '아~'하며 대답했다.


"그게... 말하자면...."


요정은 뜸을 들이며 커다란 눈동자를 굴렸다. 하지만 일단 대답을 시작하자 술술 말이 쏟아져 나왔다.


"숲의 여왕님이 너를 위해 보낸 기사야.

 네가 소중한 시간을 쪼개 숲의 여왕님께 공물을 바친 것을 여왕님이 아시고 갸륵히 여겨 보호해주신 거지.

충성을 바치면 보호를 제공한다. 인간들 사회의 기본이잖아?"


 요정은 자기가 딛고 있는 가죽 가방의 튀어 오른 주름 위에 한 발을 얹고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여왕님은 별것 아닌 충성에도 대가를 지불한다는 걸 너에게 보여준 거야!"


 레피온은 담담히 대답한다.


"흠... 여왕님은 그런 대단한 실력의 기사도 데리고 계셨군."


 요정은 의기양양히 고개를 틀며 턱을 들어 올렸다. 반면 레피온은 감정을 잘 보이지 않는 차분한 모습으로 말한다.


 "그렇담 나를 벼랑 밑으로 던져버린 건 날 제거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군."


요정은 반발했다.


 "위험한 싸움이 될 것 같은데 혹시라도 네가 휘말릴까 봐 안전한 곳으로 옮긴 거지!"


 "그래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벼랑 밑에 떨어트리는 건 위험하지 않아?"


"널 옮길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데, 싸이클롭스가 신경 쓰기 어려운, 확실히 안전한 장소로...!"


흥분하던 요정은 여기서 호흡을 좀 진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빠르게 옮기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널 벼랑에 던졌다고 다쳤어?"


요정이 따지듯 묻자 레피온은 잠시 멀뚱히 요정을 쳐다보고 있다가, 불현듯 말했다.


"어, 여기..."


 "그럴 리가! 직접 봐야겠어."


요정은 강하게 부정하며 당장 확인하겠다고 모닥불을 돌아 레피온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사람 손만 한 요정에겐 많이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동선을 단축하려고 모닥불 가까이 오던 요정이 짜증을 냈다.


"악!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날개가 익겠어!"


 레피온은 다시 자기 옷 속을 들여다보는 체하다 대답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데서 부딪친 것 같아."


"너 쌱.....!"


 위협하는 고양이처럼 화를 낸 요정은 곧 분위기를 바꾸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흠, 흠. 

어쨌든 말이야. 중요한 건 숲의 여왕님으로 인해 모든 것이 너에게 이롭게 일 처리가 됐단 거야.


 만약 그때 여왕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넌 무사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지! 한 시간 뒤엔 트림하는 거인의 국그릇에는 네 뼈가 쌓여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너는 그 터무니 없이 강한 괴물에게서 말을 구해내 지금까지 여행을 계속하고 있어.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그 하르시아스가 널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순간에도 숲의 여왕님이 무엇을 해주었는지 기억해."


 요정이 생각하기에도 하르시아스를 운운한 건 좀 선을 넘었다 싶었지만,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모욕하려는 건 아니야. 단지.... 네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걸 기억해두라는 거지."


  레피온의 기분을 조금 건드리긴 했지만 화내지 않았다. 숲의 여왕이 보내줬다는 도움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여행도 계속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기분 나빠하는 대신 솔직히 감사를 표했다.


 "그렇군. 숲의 여왕님께는 신세를 졌어."


 요정은 표정이 한결 너그러워져서는 말했다.


 "그래, 좋아. 말이 통하는군.

너덜너덜 상처 입은 수사슴 한 마리를 공물로 바친 답례치곤 괜찮지 않아?

 잘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을 내린다. 지속적인 충성엔 보너스도 붙을 거야.


 하지만 숲의 여왕님은 아무나 따르게 하지도 않아. 암, 암, 자질 없는 인간들은 아무리 갈구하고 염원해도 소용없지.

 하지만 너처럼 충직하고 쓸만한 인간은 우리 편이 된다면 기쁘게 환영해줄게."


 요정은 서서 다리를 꼬고 상체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해 보였다.


레피온은 여전히 차분하다.

 그저 상대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들으며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면은 하르시아스랑 비슷했다.

 레피온은 상대의 제의에 딱히 응한다 어쩐다는 말없이 대답한다.


 "제의해줘서 고마워."


 레피온의 시큰둥한 반응에 요정은 조금은 시무룩해졌지만 이내 회복하고는 반쯤 감은 눈으로 바닥을 보며 다가온다.


"흠.... 괜찮아. 여왕님의 왕국에 필요한 건 바람 따라 움직이는 깃털이 아니라 주춧돌이 될 만큼 흔들리지 않는 바위이지. 너무 쉬워서는 곤란한 일도 있는 법이야."


 그리고는 레피온을 바라본다.


 "함께 지켜보자고, 무엇이 서로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될지를 말야."


요정은 앉아있는 레피온의 무릎에 풀쩍 뛰어올라 앉았고는 말했다.


"넌 숲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지... 숲 바깥은 숲의 여왕님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니 그분의 보호를 받고 싶다면 숲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게 좋아.

  그래서,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을 하고 왔어? 듣고 싶어.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지?"


 레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려주기 시작했다.


"북서쪽의 황야에 위치한 사원에서 스핑크스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어."


요정은 생각 난 듯 이야기했다.


"그래....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스핑크스가 사는 사원이 있다는 걸 들어본 것 같아. 스핑크스 중에선 관대하다고 들었던 것 같네."


 레피온은 자신이 받았던 시험을 설명했다.


"사원 안엔 사원보다 넓어 보이는 공간이 있었고, 안엔 작은 정령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지.

스핑크스가 낸 시험은 먼저 코인을 100개를 받은 뒤, 모래시계가 다하기 전에 정령들의 코인 300개를 모아와야 하는 거였어.

 스핑크스에게 총 3개의 도구를 빌릴 수 있었어."


 레피온의 이야기는 잠들기 좀 이른 시간을 때우기 적당했다.





 레피온이 눈을 떴을 때는 아주 밝지는 않았지만 길을 보고 나아갈 수준은 됐다. 짐꾸러미 사이의 가죽 주머니에서 빛이 밝아지고 요정이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새소리가 들리면 일어나는구나. 하긴 조금만 밝아져도 새들은 일어나지.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는 어디야?"


 레피온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요정이 조금 토라진 눈빛으로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목적지를 밝혀도 될지 고민하는 건 아니지? 우와... 나 정도면 너에게 더 없는 협력자 아냐?!"


 요정은 레피온과 다니며 성향을 대략 파악한듯했다. 레피온은 속을 읽혔지만 내색하지 않고 태연히 대답했다.


 "나도 어디로 갈지 생각 중이었어. 일단 동선을 생각해보면 석등이 있는 호수가 좋을 것 같아."


 "호수에 있는 석등? 어딘지 알 것 같은데... 거기에 뭔가 있었던 거야??"





 호수 한쪽에 높고 가파른 바위가 여럿 모여있는 곳이 있다. 그사이에 수면 위로 대리석으로 만든 기둥과 지붕이 있는 석등이 있다. 바위는 가팔라 오르기 힘들다. 수영을 할 수 있다면 접근하기 어렵진 않지만, 물이 깊으니 조심해야 한다.  

 

 맑고 잔잔한 물속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쓰는 레피온을 요정이 의아히 보고 있다.


 "아니, 저번에 소나기로 생긴 급류는 억지 쓰며 들어가던 녀석이 의외로 머뭇거리네?

 하긴... 급류에 들어가려고 할 때도 엄청나게 무리하는 얼굴이긴 했지. 마음의 위안을 얻는 차원에서 저번처럼 허리에 밧줄이라도 묶어볼래? 밧줄의 반대쪽은 묶을 곳이 없지만 말야."


 레피온은 이제 와서 새삼스레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수영하는 법은 알지만, 꼭 챙겨가야 하는 검과 조끼가 너무 무거워 가지고 수영할 수 없다.


 고민하는 레피온을 보며 요정이 역정을 낸다.


 "또 또 또 미적거린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


 요정은 레피온의 고민을 듣고는 어처구니없어했다.


 "너는 바보냐!?"




 잠시 후.

레피온의 말은 남아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레피온은 칼로 자른 나뭇가지들을 엮어 부유물을 만들어 잡고 물을 건넌다. 칼이나 조끼도 부유물 위에 얹어서 말이다.


"좋아, 여기서 좌현 반타!"


날지 못하는 요정은 레피온의 머리 위에서 머리카락을 묶어 만든 키로 항해를 즐긴다.





그렇게 바위들 사이로 들어가 보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 세워둔 건지 알 수 없는 석등이 물 한가운데에 솟아있다.


레피온이 석등에 잘 싸 온 유황으로 불을 피우자 주변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요정은 석등의 정체를 알아챘다.


 '전이마법이야,

 그것도 숲을 벗어나 엄청 멀리....?'


  이 정도 거리의 전이마법이라니, 이 너머엔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풋내기 마법사는 망신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요정은 "아, 이런 요정한테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전이마법이네, 혼자 다녀와!!"라고 말하며 전이마법 범위 밖으로 벗어났을 것이다, 날개가 멀쩡했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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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닥불 앞의 스카우트 21.04.11 36 0 13쪽
42 여왕의 기사 21.04.09 57 0 13쪽
41 공물의 가치 21.04.07 55 0 12쪽
40 여왕을 위한 공물 21.04.05 57 0 13쪽
39 포기할 수 없는 말 21.04.04 31 0 13쪽
38 폭풍 전의 거인한 밤 21.04.03 16 0 12쪽
37 지치고 겁이 나도 21.04.02 19 0 14쪽
36 미혹의 골짜기 21.04.01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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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애정에 의한 적의 21.03.30 25 0 12쪽
33 요정의 보물 21.03.29 29 0 12쪽
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8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27 막다른 길에서... 21.03.23 30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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