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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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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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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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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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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7일째

DUMMY

데어플링스는 엄하게 굴지 않았다. 도리어 레피온을 다독였다.

데어플링스는 막 동작 하나를 마친 레피온의 가슴을 봉으로 뒤로 밀며 말했다.


"필사적인 건 좋지만 너무 치우치면 안 된다.

봉술은 다른 무기보다 무게중심을 덜 던지며 공격할 수 있기에 유리를 점하고, 앞과 뒤가 바뀌는 변화무쌍함으로 불리함을 극복한다.

이 두 가지를 위해 중심축이 매우 안정적이어야 한다.

언젠가 지금의 맹렬한 기세로 상대를 압도하는 너만의 봉술을 개척해도 된다. 하지만 아류란 기본이 완성된 다음에 개척하는 것이다."


레피온은 시간이 없다. 하지만 하르시아스가 하라고 했다면 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온 힘을 다 한다.


행동에는 마음이 실려, 발 디딤도 휘두름도 언제나 한 뼘이 더 나간다.


그런 지나침이 문제라고 지적한 데어플링스지만, 사실은 그렇게 동작마다 간절함과 진심이 우러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그냥 잘한다고 Art(기술)이랴, 이렇게 가르치며 보는 입장에서도 감동이 와야 진정 Art(예술)인 거지. 이런 맛을 알았으니 돌아가면 어찌 의욕 없는 돼지 새끼들을 가르칠꼬.'


데어플링스는 벌써 돌아가서의 생활을 걱정된다.


그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무술 수업에 의욕이 없다.

인간 세상의 엿 같음을 배우는 재미로 사는 데어플링스라 그것도 의도한 경험인데, 동작 하나하나가 전심전력인 레피온이 너무 신선하고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서 탈이다.


'그 돼지 새끼들은 칼만 좀 좋아하지 다른 무기들은 아주 잡곡으로 알지. 빌어먹을 인간 새끼의 새끼들'


특히 봉술은 아주 무시를 당했다. 양치기나 순례자의 무기 취급당했기 때문이다.


레피온의 아버지는 봉술을 유용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 가르쳤다. 칼처럼 제대로 된 무기를 들 때까지 버티는 용도였지만.





수업의 마지막은 여태 배운 기술들의 되새기기 위한 대련이다.


데어플링스의 공격을 흘리며 레피온은 반격했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데어플링스는 간단히 막았다.


"어설프다. 어설퍼."


핀잔을 주는 데어플링스의 마음은 입과는 정반대였다.


'소질이 있군.'


방금 데어플링스가 한 공격을 방어하는 방법은 가르친 동작 중에 있다.


자질 없는 인간은 그걸 못 깨닫고 한 대 맞는다. 이러면 기술을 가르쳐도 필요할 때 꺼내쓰지 못하니 헛수고일 뿐이다.


우수한 인간은 배웠던 동작 중에서 정답을 내고 한대 얻어맞는다. 스승은 그 방어에 대한 파훼법으로 맞받아치기 때문이다. 그게 가르치는 과정이라 데어플링스도 그렇게 맞으며 배웠다.


하지만 레피온은 반격까지 가했다. 익숙하지 못한 동작에 의지하는 대신 '이렇게 하면 적어도 직후에 내가 위협 받지 않겠다' 싶도록 의표를 찌르는 공격을 했다.


'이렇게 나오다니 재밌네. 이런 게 타고난 감각인가? 배우는 입장에선 나쁜 버릇이지만 실전이라면 상대의 타격을 허락하면 안 되지.'


그것이 방금의 공방에 대한 데어플링스의 솔직한 평가다.

레피온은 자질이 있어 보인다.

계속 가르쳐보고 싶다. 계속 무기를 맞대보고 싶다. 흥미진진한 장난감을 만난 기분인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데어플링스는 훈련을 멈추고 시간을 물어봤다.


"일단 이렇게 일단락을 하면 되는데.... 지금 시간이?"


"세 시간 째입니다."


시종이 대답했다. 엘프가 썼다는 편지에도 3 시간 동안 배우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도 예지대로인가? 그렇다면 여기까지가 맞나보군. 그래, 테스탈론 대륙에 산다고?"


데어플링스는 레피온에게 사는 곳을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사는 대륙에 이름이 있는지도 모른다. 레피온은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답했다.


"저는... ...알링톤에 삽니다. 플람브라셀 숲 서쪽에 있죠."


"그래, 수고했다. 플람브라셀 숲 서쪽 알링톤에 사는 레피온 리어스덴."


데어플링스는 인사를 하며 레피온의 사는 곳을 되새겼다.





레피온은 작별을 고하고 전이마법으로 테스탈론 대륙으로 전송되었다.


레피온이 사라질 때까지 품위 있게 서 있던 쟈슬릿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레피온에게 보상을 챙겨줘야 했던 실무자로서 결산해보니 비용 소모가 너무 커서다.


"이런 복잡한 마법을 5시간 안에 완성을 해야 했으니..."


쟈슬릿의 앞에 그랜마가 돌아선다.


"수고했다."


"치하는 감사합니다 마마. 그러나 시간을 단축하느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재화만 따져도 금화로 5자리는 될 겁니다. 이럴 가치가 있습니까?"


"최대한 확인을 거쳤다. 네가 직접 하지 않았느냐? 그녀에게 우리 세계의 안전이 걸려 있다고. 그리고 우리의 비밀을 위한 대가이기도 하다."


"네. 그렇죠.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거기다가...."


그랜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 날고 긴다는 엘프의 고위 마법사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맡겼는데 들어주지 못하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쟈슬릿은 그랜마의 말에 사고가 멈추는 것 같았다.


"....라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납득 가는 이유다.







레피온이 아직 용들의 섬에 있을 때, 하르시아스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주기를 맞이했다.


결계 안의 모든 것들은 삼만 번을 넘는 주기를 반복하여 이제 소멸의 직전.


하르시아스는 자신의 정신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마법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법이다.


-안녕, 숲의 여왕 폐하.

내 이름은 하르시아스 훼얼세렌트. 당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이야.-


갑작스러운 메세지는 사람을 놀래키기 충분했다.


"뭐라고? 도대체 여기엔 어떻게!?"


-말했잖아. 내가 당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재미있군, 마치 대화를 하는 것 같지만 이건 미리 만들어 둔 메세지야. 어떻게 한 거지?"


-간단한 비밀이야. 정답은 곧 알게 될 테니 조금은 흥미를 갖고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그래, 흥미가 가네. 그래서.... 나한테 용건은?"


-난 당신이 이 숲의 마력을 최대한 오래 누리길 바래. 그게 모든 게 내 바람대로 이뤄졌다는 뜻이니까.-


"숲의 마력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건가?"


-그래. 마력의 주체인 내가 사라지면 옅어지게 되지. 나는 정확히 6일하고 23시간 35분 뒤에 소멸해.-


"당신이 원하는 건 당신이 소멸하지 않을 방법인가?"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랬다간 숲의 마력이 소진하기 전에 세상이 멸망해. 내가 죽는 이유는 끝없이 증식하는 재액의 마수를 가두고 공멸하기 위해서야.-


"저런... 세계를 지키기 위한 고결한 희생인가. 그렇담 경의를 표하지. 그럼 나에게 원하는 건?"


-나의 마법이 완료되도록 협조해줘.

일주일만 더 견디면 나의 마법은 끝나. 그 뒤엔 당신을 포함한 이 세상 모두가 종말의 위협이 사라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모든 게 선명히 보이진 않는다. 오후에 비가 오는 것처럼 무슨 짓을 해도 변하지 않는 미래는 매우 선명히 보인다. 반면 주사위의 눈금처럼 쉽게 변하는 것은 보기 어렵다.


하르시아스는 지금 숲의 여왕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비교적 선명하게 보았기에 자신이 한 주기를 더 견딘다는 것은 짐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주기 동안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는 보이지 않았다.






-엘프가 아무리 신령하다 해도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 육체를 초월한 나보다 열화에 약하다. 너는 결국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꾀를 부렸구나, 엘프여.-


마수의 시선이 겹겹이 둘러친 결계를 넘어 하르시아스를 본다. 하르시아스가 의식이 혼미한 채 방황하느라 마수를 제어하지도 숨지도 못해서다. 그런 하르시아스의 모습에 마수는 조소한다.


-나는 한 톨만 있어도 재생할 수 있다. 너를 죽여 이 주박에 벗어나면 세상은 나의 것이다!-


하르시아스는 자신을 향해 목소리를 전하는 상대를 모른다.

뭔가 불쾌한 적의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가 인지할 수 있는 전부다.


-가련하도다. 무엇을 위해 견딘 600년인가. 자신의 소명도 잊은 채 죽을 것을...-


마수의 의지에 따라 어둠에 먹힌 자들이 하르시아스 주변에 나타났다.


-끝이다.-


그저 비척비척 걸을 뿐인 하르시아스를 어둠에 먹힌 자 하나가 뒤에서 쫓아가 낫을 내리친다.


하르시아스는 느낀다.


'적의... 살의... 위협... 온다.'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여 몸을 옆으로 틀어 공격을 피하며 상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어둠이 퍼지며 그녀의 손을 물들였지만, 위협을 감지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파사의 마력을 형성해 침식의 독을 정화하고 자신이 움켜쥔 적의 손목을 바스러트렸다.


-아니..!?-


뜻밖의 반격에 마수는 당황했다.


하르시아스의 눈은 여전히 초점이 없다. 그러나 적의에 반응해 몸을 이완시키고 있었다. 균형을 낮추고 다리를 살짝 벌린다. 의식이 약해진 그녀는 머릿속에 상황인 식과 행동은 단 두 단어로 되어있었다.


'적, 말살'


하르시아스가 전사로 전문적으로 단련한 건 500년 정도,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길진 않았다. 그건 필요한 만큼 강해지는데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다.


적의 외형과 움직임, 거리로 제거할 순서를 정하고 마력을 몸에 담아 육탄으로 제거한다.


-도대체 네년은 어찌 이리 강한 거냐!?-


당혹해하던 마수는 하르시아스의 모습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오오? 이것도 괜찮군. 자세히 보니 육체가 부스러지고 있구나.

크흐흐흐. 얼마든지 부숴라. 네가 부술 허수아비는 얼마든지 있다. 계속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기억해주마, 네 최후를 장식할 이 장렬하고도 어리석은 싸움을.-


하르시아스는 마수의 비웃음도 인지할 의식도 없이 주변의 적의에만 반응해 싸울 뿐이다.





테스탈로스대륙에 전이 된 레피온은 정신없이 하르시아스에게로 향해 말을 달린다.


레피온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침착하게 행동해왔다. 방금 전까지 봉술을 연마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사실은 하르시아스가 소멸했을 까봐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언제나 하르시아스를 보고 싶었다. 이제 하르시아스를 향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르시아스의 결계에 도착했을 땐 하르시아스는 없었다.


"소멸한 건가!? 안돼...!"


레피온은 방향을 알 수 없는 회색 공간의 심부를 향해 겁 없이 달렸다.

마치 일주일 전, 처음 결계에서 끌려 나온 뒤 하르시아스를 찾아 숲을 헤매던 때처럼.


그것은 하르시아스가 어둠에 먹힌 자들과 싸운 지 3시간이 되어가던 때고, 마법의 주체인 하르시아스가 붕괴한 만큼 결계의 최외곽의 장벽이 소멸한 때이기도 했다.


마수는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로 싸우는 하르시아스를 보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르시아스가 자신을 소모해 파괴하고 있는 적은 무한하다.


-하하하! 바로 이거다. 얼마든지 기다려주마. 이 추세면 스무 시간 정도면 되겠구나.

네년의 흉계 속에서 600년을 꼼짝없이 갇혀 지낸 것에 비하면 금방이다...!-


하지만 하르시아스는 상황을 파악할 의식이 없다.


이대로라면 내일 이시간 쯤이면 마수를 가두는 장벽까지 깨질 것이다. 이 좋을 때에, 마수는 변인이 나타난 걸 발견하고 불쾌해졌다.


-방해인가?-




-꼬마야, 돌아가지 않으련?-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하지만 어딘가 깔보는 투로.


레피온은 이 목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순간에 들었다. 제단에서 끌려 나오기 직전에 들었던 마수의 목소리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원수. 하지만 지금 레피온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람이 어찌 됐는지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다.


레피온은 하르시아스가 어떻게 됐는지 묻기 전에 생각을 바꿨다.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질문이 아니라 요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엘프를, 하르시아스를 내놔라!!"


레피온은 자신의 불안감을 보이면 휘둘릴까 봐 목소리에 마수에 대한 적의와 분노를 가득 실었다.


연기가 어설플 걱정은 없다. 레피온의 마음에 분노는 충분하니까, 마음을 절게 만들 정도의 불안과 공포로 생겨난 분노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 가소로움과 불쾌감이 섞인 대답이 낮지만 크게 울려 퍼졌다.


-크흐흐흐, 내놓을까 보냐-


마수는 레피온을 압도하려고 일부러 크게 울리게 말해 소리는 주변을 진동시킬 정도였지만,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레피온은 안도와 기쁨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르시아스가 살아있어!'


하지만 눈물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분노의 포효를 가장하여 위협한다.


"자유를 갈구하느냐!? 어림없다. 네 운명은 소멸이다! 그녀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레피온의 말을 들은 마수는 싸늘해졌다.


-그렇겐 안되지.... 사이 좋게 멸망해라, 하찮은 것아.-


레피온의 주변에 암흑의 먹힌 자들이 나타났다.

레피온은 적들의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을 보고 그냥 그사이를 지나 달렸다.


레피온이 어둠에 먹힌 자들은 많이 봤다. 이 정도 움직임을 지닌 개체는 플람브라셀 시에서 나타난 것처럼 움직임이 굼뜨다.


-이놈이!?-


마수는 당황하면서도 레피온이 달리는 방향을 보고 비웃었다.


-하하하핫, 네 놈.... 방향을 모르는구나?-


"그럼 이쪽이겠군."


레피온은 방향을 틀었다. 이번엔 운 좋게 방향이 맞았다.


-뭣, 뭣!? 아니다, 그 방향도 틀리다. 하하하하....-


하지만 목소리에 당황이 느껴져 레피온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다."


-이 교활한...! ....네 놈... 어딘가.....?-


마수는 레피온을 보며 희미한 기시감을 느꼈다. 하지만 마수도 결계 속에서 삼만 번이 넘는 열화를 거치며 손상을 입었다. 의식의 혼선일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이 인간 소년이 엘프와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수는 소환이 좀 더 까다롭지만, 더 형상이 온전한 칼한 병사를 우선 한 명, 레피온의 앞길에 보냈다.





레피온이 좁은 길목을 지날 적이 막아섰다.

레피온과 똑같이 양손으로 다루는 검을 든 적이다.


레피온은 칼을 뽑으며 상대의 칼을 쳐내고 팔을 몇 번 베었지만, 상대는 큰 타격이 없다.


플람브라셀에서 어둠의 병사는 베면 칼에 어둠이 묻긴 해도 곧 지워졌다. 마수와의 연결이 끊어져서였다. 하지만 여기선 반대다.


레피온의 검에 검은 기운을 뿜는 얼룩이 커져간다. 마수가 말했다.


-무의미한 저항이다. 나의 힘은 무한하지만, 너희는 유한한 존재, 엘프년도 그렇게 무너져가고 있지.-


마수가 세상에 풀려나면 세상이 빠르게 몰락하는 이유 중 하나다. 평범한 무기가 별 쓸모가 없다.


레피온의 동료나 부하가 마법 무기 없이 마수와 맞서게 된다면 레피온은 후퇴를 지시할 것이다.


하지만 레피온 본인은 싸울 수밖에 없다.

저 너머에 하르시아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복할 뿐.


'시간을 끌면 더 몰려올 게 뻔해.

칼도 어둠에 먹힌 부위는 베이질 않는다.

칼날에 오염이 번지는 순서를 생각하며 칼을 써야 한다. 처음엔 칼끝의 날을 쓰고 한번 베면 곧바로 그 뒷날을 쓴다. 그러며 점점 그 밑의 날을 쓴다.

하지만 손잡이에 너무 가까운 날은 위력을 낼 수 없어. 내가 낼 수 있는 속도에 따라 2회에서 4회로 공격동선을 짜내야 해. 세 호흡 이내의 승부가 된다.'


레피온은 머릿속으로 싸움의 견적을 짜고서 상대의 선수를 유도한다.


검끼리 맞대는 방어만으로 검이 오염된다. 큰 공격을 유도해 그 틈을 찌르고 들어갈 작정이다.


상대가 내리치는 걸 읽고 레피온도 같이 내려 벤다.

레피온은 왼쪽으로 비스듬히 나가 상대의 검을 피하며 상대의 팔꿈치를 벤다.


완전히 절단시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레피온의 칼은 상대를 벤 부위로부터오염이 번진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레피온은 칼끝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며 손목을 틀어 방금 벤 날의 뒷날로 적의 팔꿈치를 마저 절단했다.


적의 오른팔은 잘렸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검을 쥐어 검을 무겁게 만든다. 이 거추장스러움으로 적의 대응이 약해진 틈을 타 레피온은 자세를 낮추며 상대의 발목을 베었다.


발목이 상해 서 있기도 어려워진 상대의 목을 검으로 후려친다. 이건 어둠에 물든 칼날로 해도 상관없다. 베는 게 목적이 아니라 넘어트려 비키게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레피온은 그대로 하르시아스를 향해 달린다. 이번엔 길이 막히지 않도록 좁은 곳을 피해.



하르시아스는 흐물거리는 검은 그림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원래라면 이들의 소모전으로 충분하지만, 마수는 레피온이 달려오고 있어 더 강한 그림자들을 주변에 불러두었다.


하르시아스에게로 달려가던 레피온은 봤다. 나뭇가지 위에 웅크린 채 하르시아스를 향해 고개를 움직이는 이글거리는 어두운 덩어리리들을.


하르시아스가 싸우다 그중 하나의 밑으로 가자 그림자가 기회를 엿보다 노리고 뛰어들었다.


척 보기에도 상태가 이상한 하르시아스가 기습공격을 당하자 레피온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끼어들었다.


손잡이만 남기고 오염되어 살상력이 없는 검으로 치고 부족해 몸통으로 들이박아 하르시아스를 향한 공격이 빗나가게 했다.


그로 인해 몸이 침식의 독에 젖지만 레피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하르시아스는 무의식에 전투를 반복하며 자신 주변을 공격할 뿐이다. 하르시아스는 먼저 레피온의 몸통 박치기로 밀려 나가는 그림자를 잡아 바닥에 내리꽂고 소멸시켰다.


레피온은 반응할 틈도 없이 하르시아스의 손에 얼굴을 붙잡혔고 하르시아스는 그대로 마력을 쏘았다.


 하르시아스의 마력에 레피온의 시야는 하얘지며 의식이 끊어졌다. 파사의 마법으로 죽지는 않는 것이다.


 하르시아스는 왼손은 의식을 잃은 레피온의 얼굴을 움켜쥔 채 오른손의 손가락을 펼쳐 모아 마력을 흘려 단검을 만들었다.


 그걸로 레피온의 복부를 찌르고 들어 올려 갈비뼈 안쪽을 후벼파낼 생각이다.


 지금 레피온이 머리에 쓰고 있는 독심의 두건에 닿은 하르시아스의 손가락.


 마법사의 손길에 닿은 독심의 두건은 기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마음을 잃은 하르시아스에게 레피온의 마음이 전달된 것이다. 


 레피온의 내장을 후벼파려던 하르시아스의 손은 멈췄다. 레피온의 머리를 잡던 손은 순간적으로 잡는 지점을 목으로 옮겼다, 레피온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하르시아스는 자신에게 흘러들어온 의식으로 생각을 되찾았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


 "하르시아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 네가 좋아하는 사람. 맞니?"


 하르시아스 본인의 목소리로 읊는 이름에 아득히 멀리 날아간 듯한 레피온의 의식은 되돌아왔다.


 레피온은 엘프의 악력에 목을 졸리면서도 하르시아스와 다시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요, 나는 누나를 좋아해요."


"너는 레피온, 나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하르시아스의 손에 힘이 풀리자 레피온은 마법을 당한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하르시아스가 함께 쓰러진다.


 레피온은 뒤늦게 주변을 인식한다. 주변의 적들이 다가와 일제히 하르시아스를 베고 찌른 것이다.


 "누....!?"


 하르시아스가 아스러지는 모습을 담는 레피온의 눈은 커진다. 충격이 레피온의 가슴을 후려친다.  반동은 빠르게 돌아온다. 가슴에 터지는 분노와 증오가 혈관을 타고 불타며 무너졌던 신체를 움직인다.


그림자들에 달려드는 레피온에게 죽음이나 침식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직 사랑하는 이를 앗아간 것들에 대한 원한이 덩어리가 되어 움직인다.


 손을 삽처럼 만들어 그림자의 관자놀이 앞을 찌른다. 그대로 안구가 있을 곳을 뜯어내고 단검을 꺼내 쥔 역수 그대로 몸을 띄웠다 괴성을 지르며 체중을 실어 가슴을 내리찍는다.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한데도 레피온의 원한에 찬 공격은 계속된다.. 침식의 독에 흠뻑 젖어 몸이 멈추게 되었을 땐 원통함에 울며 고함치며 외쳤다.


 "죽어라, 멸망해라!!"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의지라도 몸으로 스며드는 독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는 없다. 사그라드는 생명을 따라 마음은 옅어져 갈 뿐.


 마수에게 적의를 품고 삼켜진 자들은 많다. 결국 마수의 꼭두각시가 되면 그 적의는 마수의 의지대로 향한다. 마수는 망자에게서 필요한 부위를 취할 뿐이다.


작가의말

그동안 나비의 기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에게 이 이야기는 프로그레시브한 문화적 시도로서... 농담입니다.

 이번화의 분량은 거의 2회분인 9500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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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요정의 보물 21.03.29 29 0 12쪽
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9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3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27 막다른 길에서... 21.03.23 31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25 숨어들었다가.... 21.03.21 36 0 12쪽
24 다시 안으로.... 21.03.20 23 0 12쪽
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3 0 11쪽
22 달려온 단서 21.03.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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