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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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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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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100

작성
21.03.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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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막다른 길에서...

DUMMY

그렇게 또 한번의 장애를 넘기나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말이 힘들어해서 속보로 밖에 걷지 못하므로 속도가 느렸다. 그래도 사람이 도망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빠르므로 말을 타는 게 낫지만....


또 좁혀드는 포위망을 뚫었다 쳐도 추격자들은 몇 분 내로 한곳에 모일 것이고, 그다음엔 다시 흩어지며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충분히 도망칠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진작에 한 명만 말을 타고 도망쳤더라면 한 명이라도 살길이 있었을까? 이제 걱정하기엔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 전에 그레이던과 레피온과 합류도 순조롭지가 않았다.

레피온은 둠캐스터 전사를 유인한 뒤 숲을 빠져나와 사람 허리 높이의 풀밭에 들어섰다. 풀밭 반대편엔 그레이던이 말을 탄 채 기다리다고 있었다. 레피온을 발견하고 말고삐를 돌리던 그레이던은 레피온 뒤로 달려오는 뭔가를 발견했다.


"리어... 뒤!"


사냥개 고블린이 사람 냄새를 맡고 쫓아온 것이다.

레피온도 뒤에서 수풀을 헤치고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반응해 칼을 뽑았다.

레피온은 사냥개 고블린이 습격할 때 도약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몸으로 익혔다. 몸을 왼쪽으로 비끼며 올려 베었다.


사냥개 고블린을 잘 베어 죽였지만, 사냥개 고블린을 쫓아온 둠캐스터 기병이 나타나 그레이던과 레피온은 각자 흩어져 몸을 숨겼다.


나타난 기병은 둘.


그레이던은 좀 멀리 숲에 숨을 수 있었지만 레피온은 그대로 풀밭에 엎드렸다. 이대로는 어떻게든 포복으로 근처를 벗어나는 수 밖에 없다.


둠캐스터 기병이 사냥개 고블린의 시체를 발견한다. 레피온이 엎드렸던 자리다. 포복으로 이동했지만 멀리에 있진 않다.


"사냥개 고블린이 죽어있다. 근처에 있을 것이다!"


사냥개 고블린 시체를 확인한 기병은 동료를 부르며 풀밭을 뒤지기 시작한다. 레피온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건 핏자국? 누군가가 기어간 흔적인가?!"


기병 하나가 레피온의 바로 5m 뒤에서 기어간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풀밭에는 세 명의 기병이 더 도착해 상황을 물었다.


"찾았나!?"


"그런 것 같다!"


레피온이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디론가 달려가는 말 소리가 희미히 들렸다. 나무들 사이로 그레이던의 휘날리는 코트 자락이 보인다.


"저기 있다!!"


"쫓아라!!!"


다섯 명의 기병이 일제히 인간의 말을 쫓아 달려 나갔다.


레피온도 들리는 소리와 분위기로 그레이던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은 파악했다. 원망하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상황이 도망칠 만했으니까. 괜히 위기에 처한 레피온을 걱정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간 그레이던도 잡혀 죽을뿐이니 하나라도 사는 게 낫다.


단지 자기라면 기척을 안내게 천천히 빠져나갔을 텐데 저렇게 주의가 끌리면 죽는 건 그레이던 쪽이다. 레피온 입장에선 빠져나갈 기회가 생겼으니 고마울 뿐.


'저 불쌍한 생존 무능력자.....'


사냥개 고블린이 죽어 있는 곳은 엘프들이 사체를 회수하기 위해 곧 다시 올 것이다. 위험하다싶어 서둘러 빠져나가는데 누군가랑 마주쳤다.


"말을 잃은 게 행운이었군."


조금 전에 말이 다친 탓에 걸어서 달려온 둠캐스터전사였다.

레피온 입장에선 도망칠 수도 없고 시간을 끌수록 상황은 나빠질 뿐이라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수밖에 없다.


레피온은 단칼 승부를 보기 위해 방어를 포기한 필사즉생의 공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래도 머리는 보호해야 하기에 검격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 벨 것이다. 몸통은 노출되지만 조끼의 방어력에 의지해볼 생각이다. 레피온의 조끼는 겉보기엔 딱히 갑옷같지 않으니 상대가 몸통을 노릴지도 모른다.


"흥."


상대는 비웃으며 칼조차 뽑지 않고 레피온의 칼날을 맨손바닥으로 비껴내고는 레피온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갑옷이 충격을 덜어주는데도 레피온은 정신이 아찔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름 갑옷이라고 걸친 모양이군."


그 다음엔 별로 힘도 안 들이고 수도로 레피온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는데 그대로 레피온은 의식을 잃었다.




-찰싹, 찰싹-


차가운 금속판이 레피온의 뺨을 때린다. 둠캐스터 전사였다.


"일어나라, 벌레 녀석. 네놈이 대답해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언어다.

레피온이 의식을 잃은 건 몇 초 안 되었다. 상대는 레피온의 칼을 들고 그 옆면으로 쓰러진 레피온의 뺨을 때리고 있다. 레피온은 아직도 머리가 웅웅 거린다.

상대는 개의치 않고 질문을 한다.


"여기엔 왜 왔고, 무얼 봤냐? 누가 보내서 온 거냐. 빠르게 대답하면 빠르게 끝내주겠다."


....라면서 레피온의 어깨를 칼로 후비는려데 백색 번개가 둠캐스터전사를 덮쳤다.

둠캐스터전사는 고통스러워했지만, 완전히 제압당하지 않았다. 뒤돌아 달려간다. 그리고 폭음이 들렸다.


레피온은 힘을 내어 일어났다. 최대한 빨리 일어난 것인데 뇌진탕으로 머리가 맛이 간 상태에선 시간 감각도 마비되서 그게 정말 빨리 일어난 건지 알 길은 없다.


칼이 없으니 단검을 뽑아 들고 가보니 두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둠캐스터전사와 코트를 어디다 버리고 온 건지 벗고 있는 그레이던이었다.


레피온은 일단 정신을 못 차리는 둠캐스터전사를 단검으로 멱을 따고서 장검을 챙기고, 그레이던을 살핀다.


그레이던의 가죽조끼 정면엔 크게 베인 자국이 있었지만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다.


그레이던을 두고 갈 수는 없으니 끌고 근처 숲으로 숨는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사람을 끌고 많이 이동할 수는 없다. 거기다 폭음을 듣고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난다. 이들은 주변을 물 셀틈 없이 에워싸고 수색을 시작했다. 이번엔 적들을 교란해줄 아군도, 방법도 없다.


인간에게 동료를 잃은 둠캐스터 전사들의 분노에 찬 소리가 들린다. 사냥감을 몰아넣은 늑대 같이 흥분을 하는 자도 있다. 레피온은 그 좁아져가는 포위 안에서 그레이던을 끌어 안고 조금이라도 더 안쪽으로 이동하려하지만 이제 더 움직일 곳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레피온의 귀에 가늘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냥, 레피온"


레피온에겐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고양이의 목소리다. 레피온을 하르시아스의 결계로 이끌었던. 이제 들어보면 하르시아스가 목소리를 고양이처럼 냈을 뿐인....


"곤란을 겪고 있구나. 따라 올래?"


고양이를 본 레피온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조금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고양이가 이끈 곳은 무덤 크기의, 별로 크지 않은 수풀 속이다. 레피온은 그레이던을 끌고 수풀의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몇 초 안 되어 둠캐스터 대원들이 겹겹이 완벽한 포위망을 이루고서 수풀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그 얼마 안 되는 크기의 수풀을 아무리 뒤져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불로 태워 없애봤지만, 거기엔 식물이 타 부스러진 재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도대체 인간 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저번의 마족처럼 마법의 은신처 안으로 사라진 게 아닐지?"


"그렇다면 마법사인 나는 왜 아무것도 감지 못하는 건데!?"


화를 내도 방법은 없었다.





-=재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결국 나는 다른 길을 찾아내지 못했지. 이제 남은 길은 눈물의 길. 하지만 괜찮아. 나의 슬픔은 곧 사라져. 그리고 너는.... 내가 지켜줄 거야, 눈물을 모르도록.'




자세를 낮춘 레피온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그레이던의 목덜미를 끌고 간다.


순간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깜짝 놀랐지만, 몸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적이 쫓아올지도 모르니까.


결국 회색이 일렁이는 공간에 들어섰다. 도착한 것이다, 하르시아스의 결계 안으로.


레피온은 상처를 입은 그레이던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레이던도 무두질한 가죽조끼를 입고 있어 생명에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그러다 등 뒤에 누군가의 기척에 훽 돌며 칼을 뽑았다.


하지만 곧 칼끝은 스르륵 내려진다.


레피온의 눈앞엔 귀 한 귀퉁이가 잘린 고양이 인형 탈을 쓴 여인이 가만히 서 있었다.


"...누나..."


상대는 탈을 벗는다. 탈 안에 숨겨져 있던 금발이 허리로 흐트러지며 내려온다.


"너도 나를 따르지 않는구나. 나를 잊고 너의 길을 마저 가라고 했건만은..."


레피온은 칼을 떨어트리고 하르시아스에게 달려와 끌어안는다. 하르시아스는 자신에게 안긴 레피온의 등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아니야, 탓해서 미안해. 나를 잊고 떠나란 말을 네가 들을 수 없단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 왔는지도 안단다."


하르시아스는 미래를 볼 수 있게 되고 나서 계속 보고 있었다. 레피온이 자신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다시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모습들을. 그리고 자신이 사라진 뒤에 레피온이 어떻게 사는지도.


레피온은 결국 용병대에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로 사람들에게 칭송받으며 모두가 절망하는 그 순간까지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세상이 끝나도록 사람들은 레피온이 두려움도, 절망도 없이 싸울 수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레피온은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을 테니까. 자신의 마음엔 오직 사랑했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실망과 슬픔으로 채워져 있단 것을....


하르시아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사라지는 것과 그 뒤 레피온이 자신을 죽을 때까지 하르시아스만을 사랑한다는 것만은 바꿀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하르시아스는 레피온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 서로를 끌어안고 있기로 하자. 곧 신호가 올 테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쿠웅!-


회색의 공간이 크게 울렸다.


레피온은 놀라 주변을 살폈다.

하르시아스는 지금 밖에서 둠캐스터즈가 이 결계를 향해 충격을 가하고 있어서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나중에....'


대신에 하르시아스는 레피온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


"레피온, 너는 여기 왜 왔니? 나를 보고 싶어서?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 중에 사라져 버릴 사람에게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그 말대로다. 하르시아스는 곧 시간의 결계와 함께 사라지겠지만 레피온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레피온이 이를 무는 것을, 하르시아스는 맞대고 있는 목을 통해 느꼈다.


"하지만 나도 사라지고 싶진 않아. 더더욱이 좋아하게 된 너를 두고. 그래서 그동안 몇 가지 방법을 찾아냈어. 하지만.... 이 결계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나는 대신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몹시 어렵고도 위험한 일이 될지도...."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레피온은 포옹을 풀고 하르시아스를 양팔을 붙잡으며 마주 봤다. 말은 필요 없었다. 소년은 눈으로 자신의 다짐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하르시아스는 믿는다. 레피온이 자신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임을. 그 얼굴을 보며 하르시아스는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래, 너는 그런 아이지....

....그런데 팔은 놔줄래?"


"미안해요..."


"후훗, 괜찮아. 그럼 네가 해줘야 할 일을 설명해줄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소멸해가고 있는 존재란 거야. 온전했을 때처럼 마법을 쓸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온전했을 때 나눠둔 마력을 가져와야 해. 이 지도를 따라가렴. 이 지도는 지금은 내 마력이 있는 곳을, 돌아와야 할 때엔 이 결계 안으로 돌아오는 길을 알려줄 거야."


레피온은 지도를 받았다.


"칼을 주우렴, 이제부터 할 일이 아주 많아. 하지만 시간은 아주 부족하지. 어쩌면 내가 이번 주기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될 테지만.... 그 경우는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레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피온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레피온은 떠나기 전에 하르시아스를 불렀다.


"저기, 누나."


레피온의 눈은 그레이던을 향했다.


"응?

아, 마법사 말이구나. 두고 가렴 곧 합류시켜줄 테니. 나가는 길은 저쪽이야."


레피온은 하르시아스의 말을 믿고 손가락을 가르친 곳을 향해 나아간다. 레피온이 사라진 뒤 하르시아스는 말을 건다.


"놀랍죠? 시간이 왜곡된 공간이란. 일어나시죠, 정신이 든 거 알고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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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극적인 등장이 신조 21.03.28 18 0 12쪽
31 同歸於盡 (다 같이 다하다) 21.03.27 29 0 12쪽
30 극의에 다다른 마력. 21.03.26 22 0 13쪽
29 마법사의 고양 21.03.25 20 0 12쪽
28 재회 21.03.24 55 0 12쪽
» 막다른 길에서... 21.03.23 31 0 13쪽
26 목숨을 건 술래잡기 21.03.22 17 0 12쪽
25 숨어들었다가.... 21.03.21 35 0 12쪽
24 다시 안으로.... 21.03.20 22 0 12쪽
23 욕심이 지혜를 가린다 21.03.19 23 0 11쪽
22 달려온 단서 21.03.18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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