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푸른 소녀를 위한 공연.(1)
동희가 가진 퀘스트 중, 보름달 수련 마을과 관련된 퀘스트가 두가지 있었다.
[허수아비의 한][미]
[허수아비가 영······][미]
동희는 이 두 개의 퀘스트를 폭풍가도를 불러, 허수아비를 진화시켜버려 완벽히 완료했다.
그리고 얻은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일단 스텟.
수련마을의 허수아비를 일정한 힘과 정확한 타격으로 가격하면 스텟과 스킬을 얻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런데 동희는 이것을 하지 않고, 허수아비 한이라는 퀘스트를 완료하여 얻었다.
[퀘스트‘허수아비의 한’을 완료하였습니다.]
[허수아비들의 만족도가 최상입니다. 보상이 2배 더 좋아집니다.]
[아이템은 보상 효과에서 제외 합니다.]
허수아비를 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스텟 포인트은 +5.
이 모든 것을 동희는 얻음과 동시에 2배 효과를 받았다.
그로인해 동희가 얻은 올 스텟만 해도 +10.
이것만 해도 미친 보상이것만, 아직 미친 보상은 더더욱 많았다.
하나는 엄청난 양의 경험치.
허수아비는 몬스터가 아니지만, 그동안 맞으면서 축적된 경험치(?)가 있었기에 그 경험치를 동희에게 줄 수 있었다.
거기다 2배 효과도 적용되었지 않던가?
100개가 넘는 허수아비들로부터 각각 2배 효과가 적용된 축적된 경험치가 들어왔으니, 그로 인해 동희는 순식간에 레벨을 29을 찍어버렸다.
여기에다가 허수아비를 쳐서 최고 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스킬 중 하나이 B등급 스킬‘웨폰마스터리’가 역시나 2배 상승효과로 A급 스킬이 되어 동희에게 등록이 되었다.
최초 업적 ‘허수아비의 둘도 없는 은인!’를 얻었고, 마지막으로 히든 전직 퀘스트 두 번째 조건을 완료했다.
한순간 폭발적인 레벨업과 A급 스킬 하나.
나아가 업적에, 전직 퀘스트 두 번째 완료까지!
더군다나, 허수아비들로부터 연계 퀘스트도 하나 받았으니, 정말 퀘스트 하나 깨서 얻은 보상이 미쳐 날뛰는 수준이었다.
이 사실을 가이아를 통해 알게 된 남진은 정말 미쳐서 팔짝 뛰었다.
“레벨도 충분하구!”
29렙에서 빌리의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레벨이 하나 더 올라, 딱 30레벨을 찍은 동희.
직업은 여전히 없다.
옹달샘을 통해 발견된 ‘푸른 소녀가 잠든 연못’의 던전에 들어갈 조건이 되었으니, 동희는 망설일 일이 없었다.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
동희는 출동한다!
“가자, 토리야!”
“삐삐!(준비 완료!)”
동희는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연못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옹달샘에 도착한 동희에게 이전에 봤던 던전에 들어가겠냐는 메시지가 떴다.
동희는 들어가겠다는 선택을 하자,
[입장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던전에 입장 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동희의 눈앞에 뜸과 동시에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었다.
이윽고 동희의 시야가 검게 물든다.
던전에 들어가는 전초 현상이었다.
똑.
똑.
새까맣게 물든 시야는 금방 돌아왔다.
이엇 음률처럼 들려오는 작은 물소리가 동희의 귀를 간지럽혔다.
곧이어 시스템 메시지가 동희의 눈에 나타났다.
[최초로 ‘푸른소녀가 잠든 연못’의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외로운 소녀에게 노래를 불러, 그녀의 마음을 달래 주십시오.]
“소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 토리야? 너는 알아?”
“삐삐 삐삐삐.(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른다는 거지?”
“삐!(응!)”
“그럼 같이 찾아보자!”
동희는 토리와 함께 동굴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동굴 내부는 아름다웠다.
동굴 벽면에서 반짝이는 은은한 푸른빛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신기한 것은 푸른빛의 동굴은 마치 물속에 잠긴 듯한 느낌을 주는데, 전혀 젖은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축축함보다는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강했다.
동굴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 느낌은 강해졌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동굴 풍경 속에 어색함을 주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똑.
또똑.
“으음.”
“삐이(흐음.)”
“토리도 느낀거야?”
“삐삐삐(귀가 어지럽다.)”
“역시 느꼈구나.”
그것은 귀를 어지럽히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였다.
던전으로 들어오자마자 동희에게 들려오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언뜻 들으면 아름다운 음률 같기도 했지만, 동희의 귀에는 전혀 아니었다.
던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더더욱 그 느낌이 강해졌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협화음이 심했다.
“던전에서는 몬스터나, 함정등 같은 것들 때문에 여러 가지 위험이 있다고 인터넷에서 그러던데. 이것도 그런 함정인 건가 봐.”
동희는 게임의 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 했다.
하지만, 간접 경험은 할 수 있다.
세상에 널리 퍼진 인터넷과 영상이 있으니까.
동희는 뉴 에픽 월드를 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이 영상을 보며 게임을 공부했기에 던전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함정은 있어도 몬스터는 없네. 다행인 거겠지?”
“삐삐삐!(손 맛 좀 보고 싶었는데!)”
토리가 아쉽다는 듯 말하였다.
그런 토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동희는 조금 더 깊숙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길이 나 있기에 던전을 탐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길이 하나만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적게는 두 개, 많게는 3개 정도의 갈림길이 있었다.
“엇?”
그중 한곳을 들어온 동희에게 보인 것은 막다른 길이었다.
막다른 길은 동그란 방 형태를 이룬 곳이었다.
그곳의 중앙에는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작은 우물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푸른 빛의 돌멩이들이 깔렸었다.
또옥.
똑.
“아하? 이거였구나!”
동희는 동굴에서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확실히 가까이 있으니, 그 음률 같은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았다.
동희는 더 가까이 다가가 우물을 살펴봤다.
토끼 숲의 옹달샘처럼 맑은 물이 동희의 눈 안에 들어왔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푸른빛의 돌멩이 중 하나가 우물 안에 들어가 있었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정확히 그 돌을 때리고 있었다.
또옥.
“이 물방울 소리는 맑고, 예쁘다. 그치 토리야?”
“삐삐(듣기가 좋다!)”
하지만 여전히 불협화음이 나는 물방울 소리도 동희의 귀에 들려 오고 있었다.
동희는 주변에 떨어져 있는 푸른빛 돌멩이도 주워 보았다.
“와, 가볍다.”
말 그대로 정말 가벼웠다.
마치 속이 텅 빈 돌멩이 모양의 장난감을 주운 것 같은 무게감.
그런데 돌의 표면에는 무언가 그려져 있었다.
“어라? 이거 음표잖아?”
동희의 말 그대로 푸른 돌멩이 겉에는 오선지 안에 음표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다른 돌을 주워서 확인해보니 그 돌멩이들도 다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각각 그려져 있는 음표의 위치가 다른 것.
“도레미파솔라시도네?”
하나하나 주워서 확인 해 보니 딱 그랬다.
“신기하다. 어? 그러면?”
동희는 다시 우물 안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우물 안 정중앙, 물방울이 떨어지는 위치에 정확히 놓여 있는 돌을 자세히 바라봤다.
역시나 그 돌에도 주변의 푸른 돌처럼 음표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음표소리가 났던 거구나?”
혹시나 해 우물 안의 돌을 꺼내어 봤는데,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다시 정확히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에 돌멩이를 놔두니 음률을 담은 물방울 소리가 다시 동희의 귀에 들려왔다.
“와아! 신기해!”
동희는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기뻐했다.
신기한 음표 우물을 발견을 끝으로 다른 것은 없었다.
동희는 일단 다른 길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신기한 우물을 발견했다지만, 동희가 이 던전에 들어온 궁극적 목표는 오직 소녀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니까.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다른 길을 선택하여 탐험한 지 10분쯤 흘렀을까?
“와···”
그 길의 끝에서 또 한 번 막다른 길을 동희는 마주하게 되었다.
단지, 조금 전의 막다른 길과 달리 이번 길에는 거대한 문이 동희를 반겨 주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나는 던전 벽처럼 푸른빛이 나는 거대한 문이었는데, 그 표면에 그려진 작화가 너무 아름다웠다.
동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봤다.
작화는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푸른소녀를 향해서 푸른 로브를 입은 한 사내가 하프와 비슷한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그 소녀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작화.
“동화 같다···”
동희의 말처럼 아이들을 위해 보여주는 동화 속 그림 같았다.
그림은 상중하로 총 3편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각각 그림 안에는 오선지 위에 그려진 푸른 음표들도 있었는데, 느낌이 꼭 악보 같았다.
“뭔가 이 악보들 익숙한 것 같은데··· 안 그래 토리야?”
“삐삐삐(흐음. 그런 것 같다.)”
토리는 알은척 했다.
분명 처음 보는 악보가 맞다.
하지만, 이상하게 동희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또옥.
똑똑
조금 더 유심히 보던 동희는 왜 이 악보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거 설마···”
혹시나 해서 동희는 눈을 감고 조금 더 귀를 조금 더 기우려 봤다.
이윽고 동희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 이 소리야! 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문의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는 오선지 위의 음표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 중 맑은 물방울 소리가 저 오선지 위의 음표와 딱 맞는 소리였다.
“이 물방울 소리랑 문이랑 관계가 있는 거구나?”
문에 다가가 힘을 주고 열어 보려고 하지만, 꿈쩍도 안 했다.
동희의 예측대로 물방울 소리와 이 문 표면 그림 속에 새겨진 오선지 음표가 관계가 있는 듯해 보였다.
“전부 다 맞는 건 아니야.”
물방울 소리 중 저 악보와 맞는 소리가 나는 것은 반 정도였다.
“그럼 전부 이 악보대로 소리를 맞추면 문이 열리는 걸까?”
“삐삐삐 삐삐!(해보면 될 것 같다!)”
“맞아, 토리야. 네 말대로 해보면 될 것 같아. 우물을 찾아보자.”
동희는 악보를 머릿속에 새기고는 다시 길을 돌아가 우물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동희가 동굴을 돌아다니면서 찾았던 갈림길들 끝에 다 있었으니까.
적게는 하나의 우물만 있는 곳이 있었고, 많게는 3개의 우물이 같이 있는 곳도 있었다.
불협화음이 나는 이유는 찾은 우물 중에 돌멩이가 없거나, 악보의 음표와 전혀 다른 소리가 나는 돌멩이가 넣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희는 작업하기가 쉬웠다.
돌을 넣거나 다른 돌로 바꿔 넣으면 되니까.
“이게 마지막이야, 토리야!”
“삐삐삐!(여기 돌 있다!)”
“고마워.”
토리가 옆에서 잘 도와주었다.
물론, 토리가 알아서 주는 것은 아니다.
동희가 세세하게 가르쳐줘 찾아 준 것이었다.
토리가 주는 돌을 우물 안에 있는 돌과 바꿔 넣으니, 소리가 바뀌었다.
똥.
또또똥.
똥똥.
들리던 불협화음이 사라지 더니, 깨끗하고 아름다운 동화 나라 속 이야기 같은 음악 소리가 동희의 귀에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와아아!”
우물이 푸른빛으로 빛나고 은은한 푸른빛을 내던 던전 내부도 천천히 그 빛을 선명하게 발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봉인이 풀립니다.]
[악보 : ‘안녕? 푸른 소녀.’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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