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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백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보이스로 꿀빠는 게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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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백
작품등록일 :
2023.05.13 14:57
최근연재일 :
2023.06.04 18: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974
추천수 :
202
글자수 :
176,797

작성
23.05.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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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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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제13화. 마음에 안 들어.

DUMMY

응급신호에 놀라 뛰어온 천수는 자초지종을 듣고 미쳤냐고 희원에게 욕을 한 사발 퍼부었다.


남매의 싸움이 되었지만, 진 것은 희원이었다.


머리 한 대 쥐어 박고 아파 눈물 흘린다.


천수는 씩씩대다가, 동희의 상태를 좀 더 보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하긴, 생각해 보면 동희는 신기한 아이였긴 했어’


동희에게 아픈 머리통을 위로받으며 희원은 생각했다.


생긴 거야 형부와 제 언니를 닮아서 잘 생겼다. 유전자가 참 잘 들어갔다.


거기다 보기만 해도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웃는 상이라 누구나 좋아했다.


체격도 좋고.


하지만 동희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하면 목소리다.


음악적 감각이야 자기 부모를 닮아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동희의 목소리는 그냥 뛰어나다고 할 수가 없는 경지다.


‘천상의 목소리.’


천상의 목소리다, 천사의 목소리다라고 들은 가수나 음악가들은 많다.


그들의 목소리가 확실히 좋다는 것을 음악계에 있는 희원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동희가 태어나고, 동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희원은 그 생각을 바꿨다.


‘아. 천상의 목소리라는 단어는 오직 이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구나.’


라고.


진짜 살면서 자신의 조카만큼 목소리가 미친 존재는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 목소리가 사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닌지, 동희의 목소리를 들은 동물들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였다.


일화로 지나가는 길고양이한테 어린 동희가 ‘우쭈쭈’하고 말을 걸었다가, 숨어있던 다른 길고양이들이 다 나와서 비비적거리고 배를 보여줬다.


그리고 동희가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희원은 울었다.


너무 감동해서 저절로 눈물이 터진 것이다.


더군다나 눈물을 터트린 것이 어디 그녀 뿐이랴?


동희의 부모님도, 집안 식구도 다 눈물을 흘렸다.


그때 동희가 부른 노래는 외할아버지를 위한 생일 축하 노래.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당시 아버지가 남긴 말을 희원은 똑똑히 기억했다.


‘천사다! 천사가 노래를 부른다! 엉엉엉! 날 가지세요!’


오죽했으면 80먹은 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러니 이해는 되네.’


그러다 보니 게임 속에서 노래를 불러 옹달샘 토끼들에게, 심지어 챔피언들에게까지도 경험치와 아이템을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희원은 이해가 되었다.


허수아비들과 대화도 했다는 것을 그녀는 진실로 받아들였다.


절대 천수에게 맞고, 욕 들어서 그런 것 아니었다.


‘동희가 거짓말할 애도 아니고.’


게임인데 뭐든 안 되겠는가?


‘그리고 이모가 조카 말을 믿어 줘야지, 안 믿어주면 안 되지.’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조카인데.


“그러니까 허수아비를 위한 노래가 필요하다 이거지?”


[네! 이모!]


이후 희원은 동희가 게임 속에서 겪은 모든 일을 의심 없이 믿으며 들었다.


그러다 허수아비들이 동희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고 싶어서 한다는 말이 나왔고, 이에 동희는 희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동희가 노래에 대해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지만, 세상 모든 곡을 아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희원은 동희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스승 중 하나.


동희보다 더 많은 곡을 알고 있어 조언자로서 충분했다.


“어디 보자··· 너에게 들은 것을 정리하면 허수아비들은 두들겨 맞아서 우울하고, 힘들어한다는 건데. 그런 애들에게 힘이 되어줄 노래라면 뭐가 있으려나?”


우울하며 힘이 없는 이들을 위한 노래라면 응원곡이 딱 이다.


희원의 머릿속에 생각나서 지나가는 그런 응원곡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니, 너무 좋은 곡들이 많아서 끙 소리가 날 정도였다.


‘게임에다가 허수아비를 위한 노래.’


만화에서, 소설에서만 볼 법한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딱 어울리는 응원곡, 힘찬 곡이 뭐가 있을까.


그렇게 끙끙 앓던 희원의 머리 속에 하나의 곡이 스쳐 지나갔다.


“아!”


희원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곡이 좋겠다!”


[뭔데요, 이모?]


“일본 원작 애니를 우리나라에서 더빙하여 방송하였을 때, 그때 오프닝 곡으로 나온 곡이야. 노래 가사나, 음 자체에 힘이 있고. 현재에도 응원곡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와!]


“허수아비들이 우울하다고 했지? 힘을 얻고 싶다고 했고. 그럼 내 생각에는 이 곡이 정말 좋을 것 같아. 가사 자체에 용기를 달라고 하는 말이 있거든.”


[와! 가사가 정말 좋네요!]


“맞아. 이 애니 주인공이 덮밥 좋아하고, 레슬링 하면서 세계를 구하는 내용인데 애가 조금 모지리야. 그렇지만 순박하고, 할 땐 뭐든 하지. 그 주인공이 힘이 부족하거나, 용기를 내야 할 때 이 노래가 같이 터져 나왔어. 이 때문에 애니를 보던 이들도 같이 힘을 얻게 한 노래야.”


더 들어 볼 것 도 없었다.


[그 곡으로 할래요!]


동희는 드디어 허수아비들을 위한 곡을 정했다.


***


다음날이 되어 모든 일정을 끝낸 동희는 뉴 에픽 월드에 접속했다.


접속하여 동희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동산에 가서 토끼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물론, 노래는 동희 혼자 부르고, 토끼들은 관객이 되어 듣는 것이 전부였지만.


유저들도 관객이 되어 멍하니 들었다.


당장 허수아비에게 가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밤이 되면 허수아비들만 있을 거니까, 그때 가야지.’


딱 허수아비들만을 위해 노래 부르기 위해서였다.


허수아비의 한은 허수아비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줘야 하는 퀘스트이기 때문에 유저나, NPC병사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안 되었다.


모두가 있으면 누구를 위해서 부르는 노래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빌리도 동희가 찾아오는 밤에는 허수아비가 있는 연병장에 아무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시간이 지나 뉴 에픽 월드에도 저녁이 찾아왔다.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붉은 노을이 토끼 동산에 걸리고, 그 붉은 노을이 저녁의 까맘에 물들어가 천천히 밤이 될 때쯤.


그제야 동희가 동산에서 부르던 노래를 그만두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에요! 다음에 봐요, 여러분!”

“삐삐삐!(아, 오늘도 귀 호강했다!)”

“삐이이이!(잘가요, 잘생긴 청년!)”

“내일도 저분이 오겠지? 왔으면 좋겠다아!”

“그럼 이제 토끼를 잡아볼까!”

“삐삐!(어제의 노래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구나!)”


밤이 되어도 유저들의 사냥본능은 꺼지지 않는다.


동희가 동산에 내려가자 남은 유저들은 토끼들과 사투를 벌였다.


푸른 옹달샘 토끼는 어느 날부터 하나를 공격하면, 우르르 몰려와 유저를 집단 린치를 가하는 무리 집단형 몬스터가 되어버렸다.


물론, 신규 유저들도 똘똘 뭉쳐 이에 맞서 싸웠고, 이로 인해 보름달 수련마을의 푸른 토끼 동산은 집단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은 역시 동희효과.


하지만 동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오늘, 이 시간에 제 노래를 들어줄 허수아비들만 생각했다.


“안녕, 허수아비들아!”


[···밤에도 왔구나.]

[아아··· 밤에 떨어지는 빗물처럼, 나의 지푸라기도 떨어지겠지.]

[저기 목검 떨어져 있어··· 패려면 얼른 패···]


밤이 되어 곧장 허수아비 연병장에 도착한 동희는 좌우 정렬 일렬종대로 세워져 있는 허수아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 인사에 허수아비들이 대답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힘없고, 우울하며, 처량하고, 일생 끝내고 싶어서 하는 목소리들이 동희의 머릿속을 울렸다.


[오늘 쌍검을 단련하겠다는 한 유저에 의해 나는 열심히 두 배로 맞았어.]

[그렇구나··· 나는 한 유저가 쪼인트라며 발로 차더라. 근데 쪼인트가 머냐? 기분 더럽던데.]

[나는 한 여성유저에게 ‘최과장 그 새새끼, 개새끼, 씨발새끼’라는 욕 들으면서 뺨을 좌우 돌아가며 맞았어. 찰지게 잘 때리더라. 근데 최과장이 누구야···? 난 ‘허수아비B’인데.]


동희의 인사에 대답을 끝낸 허수아비들은 자기들끼리 그 우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야기 전부는 나는 누구에게 어떻게 맞았고, 욕도 들었고 하는 온통 맞은 얘기들뿐이다.


낡은 가죽 갑옷 안에 속 꽉 채운 볏집.


마법으로 단련된 거대한 통나무 기둥 몸통과 사람의 팔을 표현해 놓은 활짝 벌린 나무 팔.


얼굴은 동그란 고무공.


전형적인 허수아비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들이 그리 우울하게 말하니 정말 처량해 보였다.

진심 사단이 일어날 분위기다.


“히, 힘내 허수아비들아. 그리고 너희들을 위해 노래를 준비해 왔어!”


동희가 다다닥 달려 단상 위로 올라가, 그런 허수아비들에게 소리쳤다.


힘내라고 응원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저 인간에게 부탁했었구나?]

[아··· 정말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나는구나.]

[그래 불러줘! 제발 우리가 힘내게, 응원을 해줘!]


동희의 목소리가 효력이 있던 것일까?


우울하게 이야기하던 허수아비들이 순간 힘을 낸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아우성이다.


어차피 목은 토끼 동산에서 다 풀었다.


목캔디도 하나 먹었기에 동희는 바로 노래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목캔디는 저 때 유딴딴이라는 여성유저가 준 게 아직 남은 것이었다.


“시작할게. 너희들을 위해 불러줄 응원곡은, ‘폭풍가도’야!”


폭풍가도.


‘괴인 파워맨!’이라는 일본 애니를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가수 유전성이 불렀던 오프닝 곡.


처음부터 온몸에서 들끓는 파워 비트로 흥분감을 고조시키는, 첫 가사부터 용기를 불어 일으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이 포인트이며, 응원곡으로 절대 빠지지 않는 곡이자, 한국인 선정 애니 명곡 50선 중 최상위에 든 곡!


바로 이 곡이 희원이 동희에게 추천한 허수아비들을 위한 응원곡이었다.


가사도 박자도, 음도, 강렬하면서 정렬적이라 우울하고 힘을 잃어 가는 허수아비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 더없이 좋은 곡이었다.


곧 동희의 입에서 폭풍가도의 노래가 터져 나왔다.



―한 번 더! 나에게 폭풍 같은 용기를!

거친 바다에도 굴하지 않게—

저 넓은 대지에 또 하나의 희망을!

갖고 달려 갈 거야! 너에게—

너에게—!



초반 미친듯한 폭풍의 음률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가사가 이어지면, 뒤이어지는 음과 가사에는 지금의 내 처지에 대한 잔잔한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어 다시 희망을 안고 용기를 가지고 더 넓은 내일을 위해, 나를 위해 달려간다는 가사와 음이 다시 이어지고, 터진다.


보통 남성의 중성적 고음에 딱 맞게 만들어진 노래이며, 어느 정도 노래를 한다면 듣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었다.


[오오오! 힘이!]

[힘이 난다!]

[그래! 모든 다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것을 동희의 목소리로 부른다면 그 효과는 수백배다.


희망과 용기를 잃고 우울과 절망만 가지고 있던 허수아비들이 터져 나오는 동희의 ‘폭풍가도’에 폭풍처럼 용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분위기만 봐서는 퀘스트가 완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


노래가 중간에서 멈춰버렸다.


노래가 중간에서 멈추자 호응하던 허수아비들이 의아함을 가졌다.


[어, 어?]

[뭐지? 무슨 일인지!]


동희가 노래를 끊은 것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한 명, 단 한 명이 동희의 노래를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한 명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동희가 노래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이건 아냐.”


침울한 표정.

어딘가 매우 못마땅해 보이는 얼굴.

나오는 목소리도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 한 명은 다름 아닌 바로 동희였다.


“이 노래는··· 이런 느낌이 아니야!”


동희가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에 만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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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화. 악기가 필요해. 23.05.21 249 4 12쪽
» 제13화. 마음에 안 들어. 23.05.20 250 4 12쪽
12 제12화. 조카가 이상하다? 23.05.20 255 4 11쪽
11 제11화. 허수아비의 한! 23.05.19 254 4 13쪽
10 제10화. 허수아비야? 23.05.19 275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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