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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아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동경아
작품등록일 :
2022.08.13 16:16
최근연재일 :
2022.10.31 18:1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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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70
추천수 :
176
글자수 :
22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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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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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화등선.

DUMMY

역천 본부, 천주의 집무실.


“신기하군! 이게 말로만 듣던 축지법 같은 건가?”


천주는 방금까지 자신이 달에 있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서 믿기지 않았다.


“그나저나 천주가 사라졌는데 집무실에 아무도 없네?”


천주는 이제 자신의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괜한 감상에 젖어서 책상을 한번 쓸어보았다. 자신은 아직 이 자리에 앉아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게 될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힘이 부족한 게 죄인 거야···.’


자신이 대한을 무시할 무력의 소유자였다면 과연 그 이유를 듣고도 설득, 되었을지는 미지수였다.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무력적으로도 대의로도 미치지 못하는 이상 이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울컥~

전대 천주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심한 부상을 얻었을 때도 이렇게 울분이 오르지는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억울하고 분해서······.


빠드득.

차오르는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책상 모서리가 부스러졌다.


“다들~” 다들·· 다들···.

“어디로” 어디로·· 어디로···.

“간 것이냐?” 것이냐· 것이냐·· 것이냐?···


강력한 기운이 담긴 음성이 파동이 되어 파도처럼 본부 내를 퍼져나가며 메아리친다.


“너희의” 너희의·· 너희의···

“천주가” 천주가·· 천주가···

“왔노라.” 왔노라· 왔노라·· 왔노라···


감정이 실린 기운이 공동을 진동시키며 밖으로 나가 천만대산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천주를 찾아 산맥으로 퍼져나간 역천의 일원들은 일제히 본부로 고개를 돌렸고, 하나둘 전력으로 경공을 펼치며 본부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천주는 집무실을 나서며 본부의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경지에 맞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이 천주의 심정을 대변하는듯하다.


공동 한편의 단상에 오른 천주는 눈을 감고 기운이 전해오는 본부의 모습과 복귀하는 수하들을 감상하며 천의 무인들이 모두 모여들기를 기다렸다.


하나같이 고수가 아닌 이가 없으며 용맹하고 위력적인 기세를 가진, 역천의 역사를 증명해주는 듯한 무사들을 느끼니 다시 한번 울화가 치민다.


‘씨발······.’


혹여나 대한이 들을까 싶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는 생사경에 올라 수명의 한계를 벗었을 때 이젠 천년만년 천주를 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역천의 마지막 천주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오히려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천주가 될 판이다.


시간이 지나고 광장에는 각 소속에 맞춰 선 무인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가져가며 예를 차렸다.


“천주님을 베옵니다.”


‘크윽···.’


이리도 좋은 것을··· 이런 달콤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제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눈을 뜨면서 마지막이 될 이 광경을 머리에 새기리라··· 생각했다.


천주의 두 눈이 격한 감정에 피가 몰려 새빨갛게 충혈되었다.


스으윽

고개가 돌아가며 시선이 마주친 수하들은 움찔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시발, 눈깔이 왜 저렇지?’

‘다들 조심합시다.’

‘눈치껏 합시다. 좀!’


그나마 천주 아래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장로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무언으로 의사를 주고받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이 정도가 안되면 역천의 장로는 못 한다.


“대장로는 앞으로 나오라~”


천주는 무르익은 분위기에 취하여 바로 천주 위임식 진행을 결정했다.


“신 율무극, 천주를 배옵니다.”


역천에서 두 번째로 무력이 강한 대장로가 당당하게 외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천주는 역천 대대로 내려오는 신물인 무극지환을 손가락에서 빼내어 던져주었다.


“이··이것은?”


대장로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신물을 받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역천의 천주 위임식은 단체의 성격대로 굉장히 호전적이다.

예비 천주가 천주에게 도전의 뜻을 보내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천주가 신물을 빼내어 내주고 예비 천주는 천주와의 대결을 벌여 승리하여 신물의 주인이 될 자격을 증명하는 것인데, 패배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대장로에겐 도전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저·· 저런······.”

“대장로가 미쳤나 보오!”

“어쩐지 천주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소.”


다른 장로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전설로 내려오는 경지를 완성한 천주와의 대결은 무모함 그 자체다.


“모두 조용히 하거라~”


천주는 그의 행동으로 소란스러워진 장내를 진정시키며 대장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대는 앞으로 나서라.”

“소··· 속하는 으, 으음······.”


대장로는 공포를 느끼다 못해 숫제 경기까지 일으키려 했다.


“뭣 하는 것이냐?”


장내의 시선이 모두 모이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대장로는 비틀대며 몸을 일으키고 천주에게 다가갔다. 얼마 안 되는 이 길이 마치 지옥의 문턱과도 같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다행히 이어진 천주의 말에서 오해를 푼 대장로는 다른 의미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장로에게 천주 직을 위임하겠다.”


웅성웅성 이번에는 천주의 음성에도 소란이 멈추지 않았다.


생사경에 이르러 역천에 무궁한 영광을 안겨주리라 생각했던 천주가 돌연 위임이라니······ 그들에게는 꿈이라면 빨리 깨어나고 싶은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좌가 생사경에 오르니 선계에서 부르더구나!”

“천주 도대체 선계가 어디란 말이오?”

“과거에는 천계나 마계로 바로 올라갔다면 이제는 선계를 거쳐서 올라간다고 하더군.”

“그럼 아까 그 목소리가???”

“그렇다 그러니 일단 임시로 천주 직을 대장로에게 위임하겠다. 차후에 절차에 맞춰서 다시 뽑도록 하라.”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럼 중원 진출은?

다들 같은 생각에 묻고 싶었지만, 천주의 얼굴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바로 오겠는가?


상황을 지켜보던 대한이 일주일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물어보았고, 천주도 더 이상 있어 봐야 실수할 확률만 올라가니 깔끔하게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바로 가겠소.


파앗!

광장 하늘에서 천장을 뚫고 한줄기, 빛이 내려와 천주를 비추었다.


“헛~ 천주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럼 저게 말로만 듣던 우화등선이란 말이오?”


은은하게 풍겨오는 신비한 기운에 모든 역천의 일원들이 입을 딱 벌리고 멈추었다.


‘역천의 천주가 하는 등선인데 빛이 왜 이리 신령스럽지?’


다만 일부 장로들은 빛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에 약간의 의구심은 가졌다.


빛을 따라서 오색 빛 상서로운 구름이 서서히 내려오고 천주의 발밑을 받치더니 두둥실 떠오른다.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천주의 머릿속으로 대한의 심어가 전해졌다.


-천장에 닿기 전에 이동시키면서 환영으로 교체할 것이오.


이윽고 천주의 머리가 천장과 가까워지면서 몸체는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쿵! 부스스.

곧 완전히 투명해진 천주의 몸이 구름과 함께 천장을 뚫고 올라가고, 잠시 후 남아있던 빛줄기마저 땅으로부터 서서히 없어지다가 하늘로 이어지며 완전히 사라졌다.


“응?”


대장로는 천장에서 머리로 돌가루가 떨어지자 손으로 털어버리며 투덜거렸다.


“무슨 소리지? 보수를 해야 하나··· 돌가루가 떨어지다니.”


다른 장로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딪치는 소리 나만 들었소?”

“나도 들었소이다.”

“거~ 신비스럽기는 한데 영 찜찜하군그래······.”

“그게 중요하오? 일단 천주 대리와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 봅시다.”


***


천주는 공간이 바뀌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하소연했다.


“무슨 일 처리를 그렇게 합니까?”

“왜 그러나?”

“이거 보시오. 이거!”


손으로 머리의 돌가루를 털어내며 말하는 천주를 보며 대한의 얼굴에 미안함이 떠올랐다.


“미안하네! 장거리에서 누굴 이동시킨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했나 보이.”

“씨~ 분명 머리 박는 소리가 났을 터인데······.”

“워낙~ 작아서 착각이려니 했을 것이네.”

“됐소이다. 이곳이나 안내해 주시오.”


대한은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천주의 행동에 살짝 화가 나려 했으나 곧 그의 처지를 깨닫고는 털어버렸다.


‘조금만 참자.’

“그 전에 집을 지어야 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그대가 머물 자리를 정하시게,”

“아직 집도 없다는 말이오???”

“없네! 그러니 그대가 원하는 장소에 직접 지으시게나~”

“내 태어나 지금까지 건축은 한 번도 안 해봤소이다.”

“그러니 한번 해보시게 그 경지에 집 짓는 게 어렵겠나?”

“흥!”


기분이 나빠진 천주는 말없이 발을 박차 몸을 날렸다.

대한의 말대로 일단 주위를 살피려는 것이다.


뒷짐을 지고 하늘을 유영하는 그의 시선으로 수려한 분지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허~ 모르고 보면 진짜 다른 세상으로 착각하겠네.”


무작정 뛰쳐나온 길이었지만 이곳의 넓이가 넓기도 넓거니와 기운 또한 충만하여 앞으로 살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갇혀 살아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생각만으로도 답답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영물도 많이 보이고 나름 마을도 하나 있어서 적적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한참을 날아가는 그의 앞으로 멀리서 흰 빛줄기 하나가 다가오더니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누구냐?”

캬웅!

-설영님 이시다.-


천주는 기가 막혀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하다. 하다. 이젠 호랑이 새끼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크르릉!

-너 혼난다. 주인 기분 나쁘게 했다.-

“이익! 죽어라.”


천주가 분노를 터뜨리며 주먹에 강기를 담아 힘껏 내질렀다.


파앙!

공기를 터뜨리며 다가오는 주먹에 설영의 앞발에도 강기가 맺히면서 마주친다.


꽈아앙.

둘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충돌했다.


꽝. 꽝, 꽈르릉

주먹은 앞발로 막고 이어서 뻗어오는 발길질을 부드럽게 몸을 휘어 피해내는 설영, 당황한 천주는 화를 내는 것도 잊은 채 몸을 뒤로 물렸다.


“네놈! 보통 호랑이가 아니구나?”

-암. 암. 나는 보통이 아니다. 설영이다.-


그 어설픈 말솜씨를 듣자니 화를 내던 자신이 다 한심스러워졌다.


“하아~ 날 좀 내버려 두거라.”

-주인을 기분 나쁘게 안 할 건가?-

“주인? 아··· 알았느니라······.”


천주는 대한이 부러워지면서 자신도 이와 같은 영물을 하나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수까지 길들였다니···.’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은데 이처럼 영특하고 주인만을 위하는 영물과 함께라며 그 또한 나쁘지 않으리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땡중이 하나 있었지?’


언제 날을 잡아 대련이라도 해야겠다.


‘이 점은 좋구나.’


천에 있었다면 수하들 앞이라 체면을 차린다고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체면을 차릴 상대도 없거니와 비슷한 경지의 땡중이 있으니 편하게 대련도 가능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곳의 생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작가의말

여유가 생겨서 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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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가상현실 개선. - 1부 완결. 22.10.31 107 3 9쪽
43 가상현실 개선. 22.10.29 97 2 12쪽
42 도적 토벌. 22.10.29 100 3 13쪽
41 도적 토벌. 22.10.27 101 3 12쪽
40 가상현실. +2 22.10.24 117 4 11쪽
39 가상현실. +2 22.10.17 127 4 11쪽
38 가상현실. 22.10.16 129 3 12쪽
37 진정한 위험. +2 22.10.14 135 3 11쪽
36 진정한 위험. +2 22.10.12 145 2 12쪽
» 우화등선. +2 22.10.09 158 2 12쪽
34 우화등선. +1 22.10.08 160 2 11쪽
33 역천의 음모. +2 22.10.08 162 3 11쪽
32 역천의 음모. +2 22.10.07 157 3 12쪽
31 역천의 음모. +2 22.10.04 173 3 12쪽
30 달마대사. +7 22.10.03 185 4 12쪽
29 달마대사. 22.09.30 185 3 11쪽
28 달마대사. 22.09.29 185 4 11쪽
27 정보상점. 22.09.28 201 4 12쪽
26 정보상점. 22.09.28 193 4 12쪽
25 정보상점. 22.09.27 199 4 12쪽
24 정보상점. 22.09.26 202 4 12쪽
23 정보상점. 22.09.26 214 4 13쪽
22 복잡한 문제. 22.09.25 214 4 11쪽
21 복잡한 문제. 22.09.24 215 4 12쪽
20 복잡한 문제. 22.09.23 218 4 12쪽
19 복잡한 문제. 22.09.23 217 4 11쪽
18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2 236 4 11쪽
17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1 24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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