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경아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동경아
작품등록일 :
2022.08.13 16:16
최근연재일 :
2022.10.31 18:1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0,987
추천수 :
176
글자수 :
225,143

작성
22.09.27 06:39
조회
199
추천
4
글자
12쪽

정보상점.

DUMMY

분지 내 마을 중앙 쉼터.


평소에 마을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거나,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는 곳이다.


원래는 마을 관리를 위한 공용건물이나 시설들을 설치 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용도가 정해져 버려

취소하고 꽃과 나무를 심고 의자를 배치하여 쉼터로 사용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마을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혼자서 웃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심지어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이 다행이에요! 좋은 스승을 만난 것 같아서.”


눈가를 붉힌 한 아낙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상단에 또 도둑이 들었어? 허~ 죽일 놈들······.”

“이 사람아, 너무 그러지 말아~ 우리라고 밖에 있었으면

달랐을 거 같은가?”

“으음······. 그려~ 뒤에 보니까 자식들 때문에 그랬구먼.”


무언가를 보고 성질을 부리는 사내와 말리는 사내.


“자네 생각에는 무슨 체질인 것 같은가?”

“의학적으로 따지면 음기가 강한 남자와 양기가 강한 여자

아니겠나?”

“근데 저렇게 큰 문파에서 실패했다니 모를 일일세!”

“그렇긴 하지, 우리가 밖에서 명의나 신의도 아니었으니!”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시겠지?”

“그러겠지?”


의학적 지식을 대입하여 토론을 벌이는 의원.


“덕구야! 저기 나온 저 일이 너 때문에 시작한 거야?”

“킁! 응~ 형아, 고민 상담에서 물었지~”

“뭐라고?”

“무공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히히~”


마을에 온 지 오래지 않은 꼬마가 활약을 뽐냈다.


모두가 다른 반응, 다른 대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분이 들떠있다는 것.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 우는 사람 할 거 없이 모두가

들떠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지에 들어온 사람들은 아이들을 제외하면 뭔가 대부분

마음에 항상 묵직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좋지 않은 일을 겪다가

분지로 넘어왔기 때문으로 그래서 자신들도 모르게 열패감

비슷한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밖의 소식을 접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런

의식들이 자연히 치유되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


분지 내 언덕 대한의 저택.


거실에 앉아 무릎에 설영이를 앉히고 차를 마시던 대한은

오늘따라 유난히 마을의 기운이 활발함을 느꼈다.


후릅

“응? 마을에 오늘 뭐가 있던가?”


갸르릉~

설영이 머리를 배에 들이밀고 문지르며 파고들어 온다.


“이 녀석~ 그래서 배가 뚫어지겠느냐?”

-배 뚫는 거 아니다.-

“농이니라, 허허허~”


설영이의 목덜미를 빠르게 쓰다듬어 주었다.

갸르릉. 갸르릉. 걀걀걀걀


기분이 좋은지 눈을 살며시 감고 바르르 떨었다.


“그만 일어나자!”


품에서 벗어나기 싫은 설영이 앞발을 쭉 뻗어서 대한의 어깨

위에 걸치고 머리를 흔들었다.


“녀석이······.”


팡팡팡!

대한도 설영이의 어리광이 싫지 않은지 궁둥이를 두드리더니

감싸 안고 일어났다.


“으쌰~”


괜스레 기합을 넣고는 저택을 나와 마을로 걸었다.


“뭔 일이길래 다들 저리 모여있나?”


여유 있게 걸어가니 시간이 꽤 나 걸렸는데 마을 입구에

제갈무후가 쉼터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무슨 일 있는가?”


제갈무후가 돌아보며 대한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주군 오셨습니까?”

“그래~ 무슨 일인가?”

“쉼터에 게시판이 있지 않습니까?”

“마을에 일이 있을 때 알리는 그거 말인가?”

“네 맞습니다.”

“음······?”

“마을에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느꼈는지 손까지 흔들었다.


“그러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을 하게나!”


대화할 때 항상 본론에 들어가기 전, 서론을 길게 말하는

제갈무후의 방식이 대한에게는 도통 적응되지 않았다.


다그침에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못하는 제갈무후.

그런 그에게 대한은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사과했다.


“허허, 미안하네! 하지만 알지? 자네는 서론이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제갈무후의 대화방식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왕성에서 근무하던 시절 하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과 수십 년을 같이 지냈더니 최대한 길게 설명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라 하겠다.


“제가 밖의 소식를 모아서 게시판에 붙여놨습니다.”


스스로 말하고도 시원한 설명이었는지 얼굴이 밝다.


“밖의 소식을?”

“네 아무래도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정보부에서 정보를 받아 사람들이 알기 쉽게 적어놨더니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흐음······.”


갸르릉 갸르릉

한동안 설영이를 쓰다듬으며 생각을 한 대한이 물었다.


“재밌었나?”

“음······.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면서 나름 흥미도 가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생각에 학사로써 보람도

느끼고 그랬습니다.”


대답을 들은 대한이 싱글벙글 웃으며 제안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해보는 것이 어떤가?”

“본격적이라고 하시면? 어떤······.”

“정기적으로 가벼운 정보들을 보아서 잡지를 만드는 것이지.”

“그것을 만들어 뭐에 쓰려고 하십니까?”

“만들기가 어렵지, 쓸 일이 없겠는가?! 생각해보게 지금은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게 일이지?.”

“아무래도 그렇지요! 관심도 없는 정보를 누가 사겠습니까?”

“근데 가볍더라도 무림 전체의 정보를 정리해서 판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잘 팔릴까요?”

“쯧쯧쯧,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네. 저기를 봐보게

마을 사람들이 어떤지. 재밌어하지 않는가?”

“아······.”

“그래 재미로 보는 것이지. 사람들이 소설을 사서 읽듯이,

정보잡지도 사서 읽을 것 아니겠나?”

“그렇군요! 저도 사서 볼 것 같습니다.”

“해보겠나?”

“식자로서나 학자로서나 무척 관심이 갑니다.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잘해보게! 정보잡지는 간단한 정보들이니 그중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상점 고객도 늘어나겠지.”


제갈무후가 마을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한 일이

이렇게 또 하나의 사업으로 이어졌다.


무림에 대한 소식지지만 무림을 넘어 제국의 모든 사람이

출간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월간잡지 ‘무림출도(武林出道)’

의 정식 출간이 결정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결정하고 대한은 발길을 돌렸다.


사정을 알고 보니 굳이 자신이 마을에 가야 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말랑말랑 팡!

갸르릉~

“설영이는 엉덩이가 참! 실하구나.”

-주인 좋다.-

“얘가 갈수록 말이 단순해지네.”


그야 그래야만 주인이 좋아하니까!


태어나자마자 죽을 고비를 넘기며 대한과 영혼을 연결한

설영. 둘의 수준 차이가 심했을 때는 대한의 거대한 영혼에

친근하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설영이 신수로 거듭나고 대한의 도움으로 초월하면서

거리감이 사라지고 그 반작용으로 친근감이 더욱 증폭됐다.


대한이 자신과 같이 느껴진 것이다.


사람은 생각이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생존 본능은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사랑이 밑받침되어

표출되기 때문에 설영이 대한을 자신처럼 느끼는 것은

동물이 느끼는 최대한의 애(愛)다.


부비부비

틈날 때마다 대한에게 몸을 문지르며 영역을 표시한다.


주인의 품은 내 것이야.


그렇게 둘이 알콩달콩 교감을 나누며 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

설영이가 말했다.


-주인! 간식 먹으러 가자.-

“간식??”


킁킁

-좋다. 간식!-

“허허허 뭔데 그래?”


갸르릉~

-설영이는 몰라, 엄마가 알아!-

“그래, 가보자꾸나.”


코가 계속 움찔하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냄새를 맡은 듯해

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응?”


정말로, 아주 미세하게 영기가 느껴졌다.


“설마······?”


대한의 걸음이 한층 더 빨라지며 느껴지는 기운에 집중을

더했다.

너무 희미한 것이 조금만 집중을 풀어도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긴???”


설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설영이가 확답을 준다.


크르릉

-간식 있다.-


처음 백영을 데려왔을 때, 그리고 설영이 신수에 오른날.

딱! 두 번 방문했던 백영의 거주 동굴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니 백영이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난다.


아드득. 까드득. 찹찹찹찹.

폴짝~

설영이 대한의 품에서 벗어나 안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자식이! 섭섭하게 먹을 거 있다고 냉큼 가버리네.’


잠깐, 이대로 저택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살며시 느껴지는 향기에 발길이 붙잡혔다.


코를 뻥~ 뚫어버릴 것 같은, 청아한 향기가 산삼을 백만 개쯤

농축한 것처럼 다가온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손이 잠깐 떨려왔지만 이내 얼마 전,

다짐한 대로 초월자의 자아에 힘을 바짝 주고 인내했다.


‘저거 영초 아니야?’


진짜 초월자의 자아를 돌아보지 않았더라면 미치고 팔짝

뛰면서 난리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간식이라며!!! 그럼 자주 먹었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때 설명이······.


-주인~ 영초가 뭔데?-

“엄청 귀한 약초란다.”

-그럼 무슨 냄새로 찾지?-

“아마~ 설영이가 처음 맡으면서도 너무 좋아서 가보고 싶은

그런 냄새가 아닐까?”

-알았다. 처음 맡는 좋은 냄새!-


이렇게 했었으니 간식으로 먹던 것은 무시했으려나?


대한은 이제 영초 욕심보다는 서운함이 커져 마음이 아팠다.


‘간식으로 먹는데 나는 왜 몰랐지?’


생각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다양한 생각을 이어감에도 몇

발자국 나아가지 못했다.


생각이 깊어지자 이내 서운함은 사라지고 지난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백영을 처음 데리고 온 다음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깨달았다.


개도 집에 들이면 자주 안아주고 먹이도 주고 아껴주는데

하물며 영물을 데리고 왔으면서 첫날 사람을 시켜 고기를

가져다준 것이 마지막이니······.


‘영물이라서 그랬나?’


스스로 생각하는 이성을 가진 백영이라 사람들에게 하듯,

잘 살겠거니 했었나 보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간식도 같이 먹고 많은 대화를

나눴을 텐데 지금에 오니 백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음을 알았다.


물론 꼭! 간식 때문은 아니고 아무튼 너무 무심했다.


찹찹찹 캬릉?

드디어 백영이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신선!! 마침 잘왔우, 간식 드시우!-


그래 역시 일부러 빼고 먹은 것은 아니었다.


쩝쩝 갸르릉~

-주인! 같이 먹자.-

“그게 무엇이냐?”

-뭐겠우? 간식이지.-


먹기에 앞서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너무 궁금해서 못 참는다.


“백영아 그건 어디서 났느냐?”

-이 향기 좋은 풀 말이우?-


좋기야 하겠지, 영촌데, 설영이에게 설명할 때도 향기가

무척 좋아서 가보고 싶은 냄새일 거라고 했으니!!


“그래, 그 풀 말이야!!!”

-이거 뒷산에 엄청 많우!-


500년인데 영초가 되는구나?


역시 만년은 허풍이었던 것이지······.


그러고 보니 저번에 황제를 만나러 가기 전에 백영이 간식

이야길 했던 것 같다. 그때 협상할 생각에 바빠 다음에

하자고 했었던가?


‘난 나보고 간식 달라고 하는 줄 알았지.’


백영이 말한 뒷산이면 정말 가까운 곳이다.


‘일단 영초 맛이나 좀 볼까?’


아작! 처음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그대로 녹아서 물처럼

목으로 넘어간다.


그 깊은 맛과 향이 너무 좋아서······.


대한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작가의말

주간잡지를 월간으로 수정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간은 말이 안되 보여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의 말씀. 22.10.24 121 0 -
공지 글 수정 22.09.25 147 0 -
44 가상현실 개선. - 1부 완결. 22.10.31 107 3 9쪽
43 가상현실 개선. 22.10.29 98 2 12쪽
42 도적 토벌. 22.10.29 100 3 13쪽
41 도적 토벌. 22.10.27 102 3 12쪽
40 가상현실. +2 22.10.24 117 4 11쪽
39 가상현실. +2 22.10.17 128 4 11쪽
38 가상현실. 22.10.16 130 3 12쪽
37 진정한 위험. +2 22.10.14 135 3 11쪽
36 진정한 위험. +2 22.10.12 145 2 12쪽
35 우화등선. +2 22.10.09 158 2 12쪽
34 우화등선. +1 22.10.08 161 2 11쪽
33 역천의 음모. +2 22.10.08 163 3 11쪽
32 역천의 음모. +2 22.10.07 158 3 12쪽
31 역천의 음모. +2 22.10.04 173 3 12쪽
30 달마대사. +7 22.10.03 186 4 12쪽
29 달마대사. 22.09.30 186 3 11쪽
28 달마대사. 22.09.29 186 4 11쪽
27 정보상점. 22.09.28 201 4 12쪽
26 정보상점. 22.09.28 194 4 12쪽
» 정보상점. 22.09.27 200 4 12쪽
24 정보상점. 22.09.26 203 4 12쪽
23 정보상점. 22.09.26 215 4 13쪽
22 복잡한 문제. 22.09.25 214 4 11쪽
21 복잡한 문제. 22.09.24 215 4 12쪽
20 복잡한 문제. 22.09.23 218 4 12쪽
19 복잡한 문제. 22.09.23 218 4 11쪽
18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2 236 4 11쪽
17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1 25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