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경아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동경아
작품등록일 :
2022.08.13 16:16
최근연재일 :
2022.10.31 18:1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0,979
추천수 :
176
글자수 :
225,143

작성
22.09.28 01:35
조회
193
추천
4
글자
12쪽

정보상점.

DUMMY

시작부터 제국 전체를 대상으로 장사를 시작하여 어느덧

완전히 자리가 잡힌 지금, 이제는 설영상단의 유무로 도시의

규모나 가치가 평가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설영상단은 36개 성, 주도에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나 성장성이 높은

마을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분점을 갖추었다.


지금도 분점을 늘려가는 설영상단은 지점이나 분점만이

있을 뿐 특이하게도 본점이 없었는데, 다만 그 규모가 유독

거대하여 본점의 역할을 하는 지점이 있을 뿐이다.


북경지점, 남경지점, 서경지점, 동경지점. 이 네 곳이 바로

그곳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지점은

제국의 수도에 자리 잡은 북경지점이다.


북경지점의 특징으로는 관리 자격을 얻기 위해 시험을

치르러 전국에서 몰려오는 서생들을 위한 고시원이 있는데,

고시원 이용자를 위한 식당과 서원, 서고가 따로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처음 고시원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는 규모가

규모인 만큼 이용 가격이 매우 고가일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드러난 결과는 달랐다. 딱 하나의 규정만 지킨다면 달에

한번, 은전 세 냥을 주고 이 모든 시설 이용이 가능했다.


고시원에 등록한 서생은 기간이 끝날 때까지 밖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규정만 지킨다면 제국의 1인 평균 생활비인 은전 세 냥의

저렴한 가격으로 거대 시설의 이용자가 될 수 있었다.

내부에 따로 일꾼을 두어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심부름을

보낼 수 있고 가족이 찾아왔을 때는 면회를 할 수 있는

면회소도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큰 불편함 없이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설영상단 북경지점 고시원 식당.


이용객에게 하루에 세 번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여 골라서

먹는 재미를 안겨주는 이 식당에 점심을 맞이한 서생들이

모여앉아 조곤조곤한 음성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이 모습이야말로 어디서

볼 수 없는 고시원 식당만의 특별함인데, 지금 이곳에 처음

보는 남녀 한 쌍의 외부인이 들어왔다.


각각 손에 두꺼운 종이 뭉치를 가지고 들어와 식당의 한쪽에

내려 두고서 여인이 서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웅성웅성.

남자 서생만이 가득한 이곳에 외부인, 그것도 여자의 등장은

조용히 의견을 나누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기 충분했다.


잠시 장내를 돌아보던 여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 북경지점 정보상점에 속해있는

우경희 안내원이라고 합니다.”

“정보상점?”

“거기서 고시원에는 왜?”

“허~ 남자들만 있는 고시원을 여자가 방문하다니 말세야.”

“이쁘지 아니한가?”


등등등, 다시 한번 일어나는 소란에도 불구하고 안내원은

꿋꿋하게 이어서 말했다.


“지금부터 서생분들께서 학문을 닦으며 쉽게 생활비를 충당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돈 벌 방법이 있다는 말에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방긋방긋

우경희는 정보상점 안내원의 필수 무공, 살인미소를 펼치며

더욱더 장내의 시선을 끌어들였다.


‘호호호, 정신들 못 차리시네.’

“이것이 무언지 아시나요?”

팔락팔락~


얇은 서책을 보는 서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정보잡지 ‘무림출도’랍니다. 앞으로 달에 한 번씩 내보낼

정보상점의 새로운 상품이죠!”


서생들의 두눈에 물음표가 차오른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지?’


탁탁

“지금부터 서생분들이 도와주실 부분을 설명하겠어요!”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무섭게 책자를 치며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부터 ‘무림출도’를 나누어 드릴 예정인데 서생분들은

이 잡지의 정보를 읽고 각 정보에 의견을 적어주시기만

하면 된답니다.”


“의견을 적으실 서생께서는 논객 등록지를 작성하셔서

논객 등록을 하셔야 해요!”


“논객 등록이 무엇이냐면 정보에 의견을 적으며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은원에서 서생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되셔요.”


“의견의 발표를 본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별칭을

만들어서 함으로써 은원에서 벗어나는 것이지요! 저희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분들을 앞으로 무림논객이라 부르기로

했답니다.”


“이렇게 의견이 채택되면 기본적인 수고비가 나가고 구독

반응이 좋은 의견은 추가로 비용을 드릴 것이에요!”


“여기까지 이해 못하는 서생분은 없으세요?”


쌩긋. 쌩긋.

재차 시전 된 우경희의 살인미소는 이해가 어려운 서생도

자존심을 자극해 말문을 닫게 했다.


“서생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며 안내원 우경희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어요!”


앞으로 서생들에게 새롭게 떠오르게 될 직업, 무림논객이

고시원에서 조촐한 서막을 알렸다.


“이보시게 정 서생 자네 이것 보았는가?”

“그것이 무엇인데 그리 호들갑인가?”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방하여 가뜩이 좋지 않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정 서생은 필사의 각오로 공부하며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필 그날에 무림논객에 대해 안내하여

듣지 못했다.


“자네. 내가 그렇게 주변 소식에도 관심을 가지라 하지

않았나? 어떻게 이것을 모르는가?”

“그것이 밥 먹여 주는가? 왜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네.”


가뜩이나 학문에 진전이 어려워 걱정이 많은 정 서생이

친우의 타박에 짜증을 냈다.


“이거, 이거. 자네 나 없었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혀까지 차가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친우가 정 서생은

몹시 고까웠다.


“진짜 밥이라고 먹여 주나 보이?”

“내 말이 그 말일세!”

“뭣이라고?”

“밥을 먹여준다는 말이네!”


친우는 그런 정 서생이 답답한지 가슴까지 쳐댄다.


“그래? 어디 자세히 말 좀 해보시게!”


유독 오늘따라 심하게 행동하는 친우의 모습에 정 서생은

그제야 관심을 보였다.


“말보다는······. 에잇! 한번 눈으로 보시게나!”


아깝다는 표정으로 얇은 책자 하나를 정 서생에게 넘겼다.


“다 보고 돌려주어야 하네?”


꼭 돌려달라고 몇 번을 당부하며 가버리는 친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제 손에 들린 책자를 내려본다.


“무림출도(武林出道)?”


그날 정 서생은 무림논객을 향한 타오르는 열망으로 잠을

설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배를 채우러 식당을 찾은 정 서생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그릇에 담은 후, 멀리 보이는 친우에게 다가갔다.


“정 서생 왔는가?”

“이보게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의자에 앉자마자 질문하는 정 서생의 모습에 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려댔다.


“왜 이러나? 자네는 공부해야지~.”

“거참! 어제는 미안하네.”


정 서생은 어제 자신이 친우에게 한 행동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왜 얼굴을 붉히시나? 이 몸은 임자가 있으니 다른 서생

알아보시게,”

“거참! 사람하고는······.”


계속된 친우의 놀림에 결국 폭발하는 정 서생.


“이런, 농이 심했네, 내 사과함세”


결국 도가 지나침을 인정하고 친우는 사과했다.


이윽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한 두 남자.


“어찌할 생각인가?

”난 됐네, 자네도 내 꿈은 알지 않은가?“

”그게 농이 아니었는가?“

”아닐세! 시험에 합격하고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내 꿈이네.“

”으음······.“

”내 보기에 자네에게 이 일이 딱 일세!“


주먹을 쥔 손으로 반대 손바닥을 내리치며 진정성을 표하는

친우의 모습이 정 서생의 결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좋아! 나는 이 일로 끝을 보겠네.“


먹던 밥그릇을 들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정 서생의 등 뒤로

친우가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되뇌었다.


”자네는 적당함을 모르는 것이 흠일세.“


***


분지 내 대한의 저택 앞 마당.


대한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한 손으로 무릎에 누운

설이의 배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는 문서를 쥐어 읽고 있었다.


갸르릉~ 갸릉.

”하암~ 대체로 너무 밋밋한데?“


논객들이 적은 의견들을 살피는 대한의 얼굴이 지루함으로

가득 물들여졌다.


얼마나 신선한 의견들이 많이 나올지 기대하며 살펴보고

있었는데, 고향에서 온갖 자극적인 기사와 댓글에 익숙해진

그에게 그다지 참신하고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시간이 필요하겠어!’


구독 반응이 좋은 몇몇 논객이 많은 대가를 받는 상황이

되면 이러한 글들도 좀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아직은 간절함이 부족한 것 같다.


마침 주변을 지나던 제갈무후가 그 모습을 보았다.


”주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오~ 자네 마침 잘 왔네!”


자신을 반겨주는 대한의 모습에 제갈무후가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의 의견이 필요하신가 봅니다.”

“그래! 자네도 이것 보았는가?”


갸르으응~?

자신을 쓰다듬던 손이 멀어지자 설영이가 아쉬움의 갸릉을

했지만 대한은 신경 쓰지 않고 문서를 가리켰다.


“······논객들이 적은 의견 아닙니까?”

“맞네! 의견, 자네는 어찌 보았나?”


제갈무후는 대한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눈알만 대굴대굴 굴려댔다.


무릇 신하라 하면 주군이 한 질문의 내막을 파악하여

합당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대한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알고 혹평을 시작했다.


“객관적인 의견을 담아야 할 것에 개인감정이 너무 많이

반영되어 글의 진정성을 해치는 것 같습니다.”


의도는 읽었지만, 해석의 방향이 달랐다.


‘그냥 댓글인데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봐야 해?’

“물론 자네의 말도 맞지만 사람들이 이 의견을 왜 볼까?”


아무래도 잘못 짚었다는 생각에 제갈무후의 표정이 한층 더

신중하게 변했다.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참고하려고 읽지 않겠습니까?”


대한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도 이해를 못 한다는 말인가?”

“전문적인 내용도 있으니까요!”

“이 사람아 그럼,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겠지, 논객이

왜 필요하겠는가!!”


결국 대한의 뜻을 파악하기를 포기한 제갈무후가 물었다.


“주군의 고견을 경청하겠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대한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재밌으려고 보는 게 아닌가? 어찌 이리들 내 의도를

몰라주는지······.”

“네???”


제갈무후는 생각지도 못한 대한의 말에 당황했다.


“사람들이 정보를 보면 각자의 의견이 생길 것이네!”

“그렇지요!”

“그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도 하겠지.”

“그렇··군요.”

“그럼 논객들의 의견을 보게 되겠지?”

“그렇겠지요!”

“만약 생각이 같다면 어떨까?”

“유대감이 들겠지요!”

“그렇지!! 근데 계속 같은 생각이면?”

“강한 유대감이 들까요?”


갸르으응??

대한이 진지한 표정으로 오른손 검지를 펴 좌우로 저었다.


-주인 쓰다듬어라!-

‘요것이 이쁘게 봐줬더니 명령 질이네?’


“재미가 없어질 것이네!”

“그럴까요?”


제갈무후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모든 감정의 반응은 자극에 따른 결과일세! 강한 자극을

주는 의견을 적으면 독자들은 기쁘거나,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며 재미있어 할 것이네!”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대한의 생각에 감탄이 절로 일었다.


그러자 대한이 흔들던 검지로 논객 의견 중 하나를 찍으며.


“그런 의미에서 정 서생, 이 사람 의견을 좀 보게나

부족하지만 분명히 자극적일세!”

“호~ 논객 명이 독설객 이군요? 주군의 인정을 받다니

참! 대단한 논객입니다.”

“내용을 보란 말일세!!!”


그제야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본 제갈무후의 낯빛이 하얗게

물들며 창백해졌다.


‘주군!!! 이게 부족하단 말씀이십니까?’


〔 ······대력일권이라 불리는 저 사내가 패배한 원인은 종목을

잘못 골라서이다. 평소 그의 입담이 입담인 만큼 무를

겨루는 무투가 아닌 말로 싸우는 말투를 했다면 절대 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설객-〕


훗날, 수많은 무림인이 그의 의견에 주화입마를 겪을 뻔

했다는 논객의 제왕, 필생필사 독설객이 대한의 눈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筆生筆死, 붓으로 살리고 붓으로 죽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의 말씀. 22.10.24 121 0 -
공지 글 수정 22.09.25 146 0 -
44 가상현실 개선. - 1부 완결. 22.10.31 107 3 9쪽
43 가상현실 개선. 22.10.29 97 2 12쪽
42 도적 토벌. 22.10.29 100 3 13쪽
41 도적 토벌. 22.10.27 101 3 12쪽
40 가상현실. +2 22.10.24 117 4 11쪽
39 가상현실. +2 22.10.17 128 4 11쪽
38 가상현실. 22.10.16 130 3 12쪽
37 진정한 위험. +2 22.10.14 135 3 11쪽
36 진정한 위험. +2 22.10.12 145 2 12쪽
35 우화등선. +2 22.10.09 158 2 12쪽
34 우화등선. +1 22.10.08 161 2 11쪽
33 역천의 음모. +2 22.10.08 163 3 11쪽
32 역천의 음모. +2 22.10.07 157 3 12쪽
31 역천의 음모. +2 22.10.04 173 3 12쪽
30 달마대사. +7 22.10.03 185 4 12쪽
29 달마대사. 22.09.30 185 3 11쪽
28 달마대사. 22.09.29 186 4 11쪽
27 정보상점. 22.09.28 201 4 12쪽
» 정보상점. 22.09.28 194 4 12쪽
25 정보상점. 22.09.27 199 4 12쪽
24 정보상점. 22.09.26 203 4 12쪽
23 정보상점. 22.09.26 214 4 13쪽
22 복잡한 문제. 22.09.25 214 4 11쪽
21 복잡한 문제. 22.09.24 215 4 12쪽
20 복잡한 문제. 22.09.23 218 4 12쪽
19 복잡한 문제. 22.09.23 218 4 11쪽
18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2 236 4 11쪽
17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1 25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