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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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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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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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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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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8장 (2부 끝)

DUMMY

둘은 한동안 풀숲 위에 누워있었다. 움직일 힘이 없었다. 하루만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다. 둘은 멍하니 누워서 하늘만 바라봤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였다.


리아는 누워 있는 유리스를 몰래 바라봤다. 아까 못다한 대답을 지금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때 유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리아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슬슬 움직일까?”


“어? 왜?”


“그야 계속 여기에 있을 순 없잖아. 춥기도 하고.”


“그.. 그렇지.”


하지만 바로 움직이자는 말은 한 것 치고 유리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그렇다. 둘은 이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더더욱 몰랐다. 유리스가 고민하는 사이, 리아는 주변에 단서가 없을까 하고 둘러봤다. 그때 뭔가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스! 저기 봐봐!”


유리스는 리아가 가리킨 곳을 봤다. 처음엔 허공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손끝에 뭔가가 있었다. 너무 멀어서 작게 보였지만 그곳은 분명 브리스톨이었다.


“저기 브리스톨이 있어. 그러니 이 길을 따라가면 왠지 나올 것 같지 않아?”


“응. 이 길을 따라가자.”


둘은 브리스톨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수라야와 토벌대는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라야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광산 입구를 지키던 토벌대도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바탕 전투가 있었는지 사방에 전투의 상흔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임시 방책의 거의 부서져 있었다.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시체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온전한 시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레이디!”


그때 누군가 수라야를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다. 수라야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바로 알았다.


“바이르 단장님!”


정말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토벌대가 전멸을 피했다는 걸 의미했다. 그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바이르 단장 뒤로 입구를 지키던 토벌대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이들은 입구 근처에 있는 숲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단장님이야 말로 괜찮으신가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마물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수가 너무 많이 진지를 지켜내진 못 했습니다.”


수라야 일행이 광산으로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마물 무리가 진지를 급습했다. 바이르 단장은 이 일을 예상했다.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잘 구축된 진지와 방책, 그리고 바이르 단장의 리더십으로 마물들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마물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물이 너무 많았다. 쓰러져도 그 빈자리를 새 마물이 바로 채워 넣었다. 게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물의 수도 계속 늘어났다.


바이르 단장은 고민했다. 이대로 자리를 사수하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었다. 마물이 원하는 건 광산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지 토벌대를 전멸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 마물들의 출입을 허용했다간 안에 있는 수라야와 토벌대가 포위 당할 위험이 있었다. 영원히 이 마물들을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바이르 단장은 조그만 더 시간을 끌기로 했다.


마물의 수는 많았다. 하지만 아직 방책도 무너지지 않았다. 토벌대 수도 충분했다. 언젠가 뚫리겠지만 그 전에 수라야가 알제테 도시에 도착하기만을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판단하자 바이르 단장은 진지를 버리고 토벌대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이제 나머지 몫은 광산에 들어간 수라야와 토벌대 몫이었다.


이제 바이르 단장이 해줄 수 있는 건 기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바이르 단장의 판단은 옳았다. 수라야 일행은 협공은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무사한 모습을 보니 기쁘네요.”


“레이디께서 무사하셔서 저도 기쁩니다. 그런데 레이디께서 지금 이곳에 계신다는 것은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을 해도 될까요?”


“네. 물론이에요. 단장님. 성공했습니다. 성을 탈환했어요!”


“정말입니까?”


“네!”


그 말에 퍼져나가자 주변에 있던 토벌대가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토벌에 성공한 것이다. 다들 성공하지 못할거고, 모두 죽을거라던 그 토벌이 성공한 것이다.


비록 많은 희생을 치루었지만 그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만약 토벌이 실패했으면 죽은 자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아, 그런데 유리스님은 어디에···”


“그게···”


“얏호!”


어디서 소리가 들렸다. 수라야와 바이르는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유리스와 리아가 있었다.


수라야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눈은 몇 번이나 깜빡였다. 역시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눈 앞에 있는 건 유리스와 리아였다. 수라야는 유리스에게 달려갔다.


“내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죠?”


“뭐가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유리스군, 당신인가요?”


“네. 레이디. 저에요.”


유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수라야는 유리스와 리아를 힘껏 껴안았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유리스군이, 리아양이 죽은 줄 알았어요.”


너무 갑작스런 행동에 리아는 당황했다. 반면 유리스는 어린애처럼 기뻐하면 수라야를 껴안아 줬다.


“구하러 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혼자서라도 구하러 가야 했지만···”


수라야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리아는 오늘 벌어진 일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 얼음 마녀가 눈물을 흘리다니.


리아는 수라야에 대한 인식이 조금 갱신되었다. 차갑고 계획적이며 음모를 꾸미는 사람에서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둘은 입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라야가 악마를 무찌르고 성을 탈환한 이야기를 들었다. 토벌에 성공한 것이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유리스는 악마에 대해 생각했다. 악마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그토록 경고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말만 들으면 할아버지도 더 강한 것처럼 느껴졌다. 유리스는 할아버지와 마법 대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이기기는커녕 발렸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비록 위험한 순간은 있었지만 계속 싸웠다면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유리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직 운명의 신만이 알고 있을 뿐.



브리스톨은 한동안 축제 분위기였다. 아니, 실제로 축제도 벌어졌다. 물론 수라야가 직접 축제를 마련한 건 아니다. 그저 브리스톨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작은 축제를 벌였던 것 뿐이다.


광산 토벌이라는 초유의 일을 성공시켰지만 수라야가 직접 행사를 열 순 없었다. 그렇기엔 피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이 많았다. 다친 사람도 많았다. 그 중에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은 사람도 많았다. 수라야는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백성들이 기뻐하기만 하면 수라야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브리스톨이 광산을 토벌했다는 소식은 곧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더 안전해졌고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 봄이 되면 분명 브리스톨에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래서 수라야는 바빴다. 그런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했다. 우선 광산까지 길을 정비해야 했다. 병사들도 더 모집해야 하고 남은 마물 잔당도 소탕해야 했다.


알제테 광산에서 일한 사람들도 필요했다. 사람들이 몰려들겠지만 그럼에도 브리스톨에는 사람들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기쁜 고민이다.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일거리가 없는 것이 더 비참하고 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유리스와 리아도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는 일들이 없었다. 수라야는 바빴고 사람들은 둘에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유리스는 수라야를 대신해서 견습 마법사들을 지도했다. 수라야만큼 잘 가르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에게 배운 철저하게 기초를 익히는 건 제대로 전달했다.


리아도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비록 자신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과 다니지만 리아는 글을 배우고 싶었다. 멋진 글을 쓰고 싶어서가 아니다. 최소한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리아는 유리스에 대한 대답을 놓쳐 버렸다. 한 번 놓치니 다시 타이밍을 잡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엇보다 유리스가 그 일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봄이 왔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았다. 눈 사이로 작은 새싹들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무에는 꽃봉오리가 맺혔다.


겨울 내 브리스톨에 머물렀던 상단들도 슬슬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다시 원래 터전으로 돌아가는 상단과 아스톨리아로 떠나는 상단으로 나뉘었다.


유리스는 아스톨리아로 떠나는 상단에 몸을 의탁할 수 있었다. 마고로의 소개였다. 이제 이틀 후에 떠난다고 하니 유리스는 그전에 준비를 단단히 하려고 했다.


유리스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 수라야는 유리스와 리아는 티타임에 초대했다. 바빴지만 그래도 브리스톨의 영웅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 그럼 이제 이틀 후에 떠나는 거네요.”


“네. 레이디.”


“같이 갈 상단은 찾았나요?”


“네. 마고로씨 덕분에요.”


“그렇군요. 두 분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정말, 정말로 아쉬워요.”


“저도 레이디 덕분에 브리스톨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 토벌도 나름 재미있었고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기쁘네요.”


더 길게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수라야는 바빴다. 유리스와 리아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아, 유리스군. 제가 유리스군에서 제안했던 거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요. 그러니 만약 아스톨리아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다시 브리스톨에 들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레이디.”


유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리스와 리아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차를 타는 건 오랜만이었다. 브리스톨에 있는 사이 계절이 바뀌었으니까.


“리아, 저기 봐봐!”


유리스가 성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수라야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리스도 화답을 하듯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바로 아스톨리아다. 인류 최후의 도시. 그곳에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유리스와 리아는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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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장 22.10.07 131 0 15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8장 (2부 끝) 22.06.03 137 0 11쪽
5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7장 22.05.27 134 0 13쪽
5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6장 22.05.20 162 0 12쪽
4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5장 22.05.13 171 1 13쪽
4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4장 22.05.06 145 1 10쪽
4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3장 22.04.29 168 1 11쪽
4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2장 22.04.22 189 1 10쪽
4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1장 22.04.15 143 1 11쪽
4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0장 22.04.08 138 1 11쪽
4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9장 22.04.01 145 0 11쪽
4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8장 22.03.25 150 1 11쪽
4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7장 22.03.18 152 1 9쪽
4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6장 +1 22.03.11 147 1 10쪽
3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5장 +1 22.03.04 163 1 12쪽
3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4장 22.02.25 147 1 14쪽
3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22.02.18 161 1 10쪽
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3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1 22.01.28 171 1 10쪽
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5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2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0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4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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