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106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2.18 20:00
조회
161
추천
1
글자
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DUMMY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눈이었다. 지금 성밖은 한랭지옥이다. 준비 없이 나갔다간 브리스톨 안에서 얼어죽을지도 모르는 추위와 눈보라였다.


추운 날이 계속 되었다. 유리스는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나갈 일도 없었고 나갈 이유도 없었으며 나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너무 추웠다. 방안에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마시려고 갖다둔 물은 얼어서 마실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방안이 추웠다. 난방 시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서 유리스는 식당으로 갔다. 그곳에는 벽난로가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는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유리스가 아는 사람이었다. 리아였다. 리아는 분명 유리스보다 추위에 강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위는 리아조차 겪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유리스가 왠지 여기에 있을 거 같았기에 온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식당에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아니, 식당에 오고가는 사람은 있지만 느긋하게 난로를 쬐는 사람은 두 사람 뿐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둘의 시간만 멈춘 듯 했다.


둘은 이제 브리스톨에서 생활이 슬슬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벌써 브리스톨에 온지도 한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둘은 정신없이 바빴다. 수라야가 유리스와 리아를 불러 함께 행동했기 때문이다.


우선 약속했던 대로 마법훈련장에 갔다. 수라야는 유리스를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다들 유리스를 진심으로 환영했다. 유리스는 그곳에서 마법을 시현해 보이거나 견습 마법사를 지도를 했다.


유리스는 조금 실망했다. 다른 마법사들을 만나 마법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수라야의 말대로 아직 한사람 몫을 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유리스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도 있었지만 견습을 벗어난 실력은 아니었다.


다음으로 브리스톨 성벽을 거닐었다. 수라야와 수행원과 함께 걸었다. 수라야는 브리스톨의 역사와 성벽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처음에 유리스는 주의 깊게 들었다. 하지만 추웠고 성벽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유리스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수라야는 중간까지만 걷고 그만두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자 둘은 또 다시 수라야와 함께 시장에 갔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수라야가 시장에 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열렬히 환대를 했다. 브리스톨 사람들은 수라야를 정말 좋아했다.


사람들은 수라야 뿐만 아니라 유리스와 리아도 환영해 줬다. 유리스는 너무 많은 사람들 떄문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리아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들었다.


브리스톨의 후계자, 마법부대 지휘관 같은 듣기 좋은 소리였다. 리아는 그 소리를 들으니 왠지 자신이 후계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왜 수라야가 이토록 유리스를 데리고 다니는지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추웠고 사람들이 많았고 지쳤다. 그나마 시장에서 마고로와 상단 사람을 보니 기분이 나아졌다. 상단 사람들은 유리스와 리아가 백작부인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마지막 행사는 연회였다. 리아는 기대를 했다. 연회라고 하면 귀족들은 연회복을 입고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으면 멋진 음악과 춤이 곁들인 거라 리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의 대가는 비싸게 치루었다. 실망스러운 연회였기 때문이다.


브리스톨의 귀족들이 모였지만 연회복도 없고 맛있는 음식도 없고 음악과 춤도 당연히 없었다. 연회보다는 다과회에 더 가까웠다.


원래 이건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다. 다만, 이날에는 유리스와 리아는 귀족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유리스와 리아는 눈치채지 못 했지만 수라야는 교묘하게 둘이 마치 이곳에 정착하고 유리스가 마법사 부대를 지휘관이 되는 것처럼 말했다.


물론 그걸 믿어 줄 순진한 귀족따윈 없었다. 수라야도 당연히 믿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족들은 수라야가 그걸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브리스톨을 지키기 위해선 말이다.


그래서 귀족들은 마치 순진한 아이들 마냥 수라야의 말을 경청하고 분위기를 띄우며 적극적으로 수라야의 계획을 따랐다.


유리스와 리아는 브리스톨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투를 방불케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휴식 시간은 잠들 때 뿐이었다. 둘은 지쳤다. 그저 걷고 사람들을 만났을 뿐인데도 지쳤다. 그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리고 눈보라가 찾아온 것이다. 모든 일정이 취소가 되었고 둘은 간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편안한 휴식을 글렀다.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춥다. 안그래, 유리스?”


“으응. 추··· 추워··· 너무···”


유리스는 꽁꽁 싸매며 말했다.


“브리스톨··· 추워. 이렇게 혹독한 겨울은 처음이야.”


“유리스. 너 추위에 약하지. 나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데 너는 진짜··· 아, 맞다. 넌 불꽃술사잖아.”


“응. 왜?”


“그럼 불로 방안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지 않아?”


“아, 그거··· 나도 해봤는데 잠깐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계속은 힘들더라구.”


“어째서?”


“마법으로 불을 유지하는 게 꽤 힘들어서···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잠깐 실수라도 하면 방안이 다 타버릴 수 있거든.”


“아, 그건 정말 위험하겠다. 그래서 여기에 왔구나.”


“응. 난로는 여기 밖에 없으니까.”


“성은 멋져서 좋은 줄 알았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네···”


“그러게. 그러고 보니 귀족들은 따로 살고 있지? 근처 저택에서.”


“맞아맞아. 따로 살더라. 벽난로가 없어서 그런건가?”


“그런 거 같아.”


물론 이런 이유는 아니다. 당연하게도 이곳은 성이자 영주의 집이다. 그러니 다른 귀족들이 남의 집에 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도 여기에 살면 근처 저택에서 살게 되는 걸까?”


“음··· 그러지 않을까.”


리아는 이곳에 사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행복한 상상보다는 최근 지칠 정도로 바쁜 일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엄청 바빴잖아.”


“엄청 힘들었지.”


“차라리 마을 일을 했을 때가 더 쉬웠어.”


“맞아.”


유리스는 마을 일이 어떤지도 모른 채 맞장구를 쳤다. 유리스는 그런 걸 생각할 정도 여유가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무엇보다 날씨마저 추웠다.


“그런데 저번 연회 때 사람들이 한 얘기 혹시 들었어?”


“무슨 얘기?”


유리스는 그런 얘기에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둘러쌓이다 보니 들을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리아는 비교적 유리스보다 자유로웠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주워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브리스톨 귀족들은 수라야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우선 그녀의 능력이 뛰어났다. 행정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면이나 흠잡을 대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 브리스톨에 유일한 전력이 가능한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녀에 대한 험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악의적인 얘기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를 헐뜯으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개 불평이 섞인 말을 하면서 나온 말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리아는 그게 너무 신경쓰였다.


가장 많이 들렸던 말은 ‘브리스톨 출신도 아니면서’, ‘남편 잘 만나 귀족이 되었으면서’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리아는 궁금했다. 그녀는 매우 기품이 넘치는 귀부인이었다. 그녀의 기품에 리아는 기가 꺾인 적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귀족 출신이 아니었다. 심지어 브리스톨 출신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브리스톨을 위해 일하는 지 몰랐다.


“뭐, 이런 얘기들이야.”


리아는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유리스. 궁금하지 않아?”


유리스의 표정에는 미동이 없었다. 전혀 궁금해 보이지 않았다.


“레이디 말야. 브리스톨 출신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디 출신인지 말야.”


“음··· 별로. 리아는 그게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심지어 귀족도 아니래.”


“그게 중요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궁금하잖아. 어떻게 레이디가 백작부인이 됐는지?”


“백작이랑 결혼해서 그런 거 아냐?”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귀족이 평민과 결혼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건 아는데, 어떻게 결혼했는지가 궁금한 거지. 과정말이야. 과정.”


“리아양은 그게 그렇게 궁금하나요?”


“당연히 궁금하··· 어?”


목소리가 달랐다. 유리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리아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생긋 웃고 있는 레이디가 있었다.


“에··· 레이디?”


“네. 레이디랍니다.


“언··· 언제부터···”


“음···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글··· 글쎄요. 헤헤.”


리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리아양이 궁금한 거 얘기해 줄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안 해주셔도 돼요.”


리아가 두 손을 휘저으면 필사적으로 부정을 했다.


“괜찮아요. 리아양. 그렇게 대단한 얘기도 아니고 부끄러운 얘기도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한테 들어서 오해가 생기는 것보다 제가 직접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어······”


이제 리아의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러면서 수라야의 눈치를 봤다. 주인을 잘못 만난 손은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마침 저도 지금 잠깐 쉴 때라 말동무가 필요했거든요. 괜찮죠?”


“레이디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요···”


“그래요.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요. 아, 제가 처음 브리스톨에 왔을 때부터 얘기를 할게요.”


그렇게 수라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톨리아의 불꽃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장 22.10.14 133 0 14쪽
5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장 22.10.07 131 0 15쪽
5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8장 (2부 끝) 22.06.03 137 0 11쪽
5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7장 22.05.27 134 0 13쪽
5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6장 22.05.20 162 0 12쪽
4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5장 22.05.13 171 1 13쪽
4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4장 22.05.06 145 1 10쪽
4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3장 22.04.29 168 1 11쪽
4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2장 22.04.22 189 1 10쪽
4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1장 22.04.15 143 1 11쪽
4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0장 22.04.08 138 1 11쪽
4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9장 22.04.01 145 0 11쪽
4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8장 22.03.25 150 1 11쪽
4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7장 22.03.18 152 1 9쪽
4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6장 +1 22.03.11 147 1 10쪽
3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5장 +1 22.03.04 163 1 12쪽
3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4장 22.02.25 147 1 14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22.02.18 162 1 10쪽
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3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1 22.01.28 171 1 10쪽
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6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2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0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4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