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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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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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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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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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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DUMMY

리아는 처음이다. 이렇게 큰 성을 방문하는 것이. 이곳은 아스톨리아와 더불어 유일하게, 아니 유이하게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러니 기대가 됐다. 성안의 모습이, 도시의 모습이 말이다.


리아는 생각했다. 평생을 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곳이다. 도시에 간다는 건,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노련한 모험가도 행운이 없으면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도시에 있었다. 그것도 무사히 도착했다. 어쩌면 행운의 여신이 그녀의 편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리아는 묘한 성취감과 쓸데없는 자부심을 느꼈다. 왜냐하면 가족들 중에서 도시에 방문한 건 리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도 도시에 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평범한 산골 처녀가 도시에 간 것이다.


이제 막 왔지만 벌써 도시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숲 속에서 살았던 게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도시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 했다. 마치 손바닥에 떨어진 눈꽃송이처럼 사라졌다. 실망했다는 말이다.


경이롭고 견고한 성벽에 비해 성안의 모습은 추레했다. 마치 만들다만 도시처럼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마차무리였다. 행상인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하지만 행상인이 아닌 사람들도 보였다.


아마,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마차를 집 대신 사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마차라곤 하지만 말도 없고 바퀴도 없는 마차로써 기능을 잃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며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너무 초라한 행색이 마치 거지처럼 보였다.


마차무리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다. 물론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겐 나름 규칙이 있지만 외부인인 리아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마차 사이로 사람 한 명 정도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 길도 대부분 질척이는 흙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성으로 통하는 가운데 길은 넓었다. 마차 2대 정도는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이 길은 성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마차무리를 지나니 제대로된 집들이 나왔다. 하지만 과연 그걸 집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멀쩡한 집들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나무 판자로 대강 수리가 된 곳은 나았다. 그냥 부서진 채 방치된 집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더욱 비참하게 보인 건 그런 부셔진 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마차보다 나았다. 최소한 이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브리스톨에서 마차에서 겨울을 보내는 건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성벽이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막아준다. 그래서 성 안은 성 밖만큼 춥지는 않다. 덜 춥다는 거지 안 춥다는 얘기가 아니다. 특히, 밤이 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 매해 겨울마다 동사된 사람들이 속출할 정도다.


대열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헥터는 말이라도 걸려고 뒤를 흘끗 쳐다봤다. 하지만 리아의 표정을 보고 단념하기로 했다. 실망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리아의 표정을 보니 헥터는 괜히 자기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니다. 도시 계획은 그가 많은 직책이 아니었다.


집들을 지나자 성이 나왔다. 브리스톨 한 가운데 있었다. 성은 성벽과 같은 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그래서 성벽의 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은 요새처럼 박력있게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우아한 것과 거리가 멀었다.


성 안에 들어가자 그런 느낌이 더 실감했다. 성안은 바깥 추위만큼이나 썰렁했다. 가장 큰 특징은 가구가 없었다. 화려하고 멋진 가구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성 안을 밝히는 건 촛불이 아니었다. 횃불이었다. 전혀 성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던전 같았다. 리아는 실망감은 계속 됐다.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처럼 화려한 성을 생각했는데 말이다.


반면, 유리스는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의 규모 때문이다. 지금껏 봐왔던 어떤 건물보다도 컸다. 압도적인 크기에서 오는 경이 같은 걸 느꼈다. 성의 규모가 리아의 마을보다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다.


기둥이 잔뜩 있는 방을 지나더니 알현실이 나왔다. 알현실은 굉장히 넓었다. 하지만 역시 어떤 가구도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더 넓고 더 황량해 보인 곳이었다. 알현실 끝에는 단상이 있었고 단상에는 돌로 된 의자가 2개 있었다. 의자는 털모피로 둘러쌓여 있었다.


넓은 알현실에 한 여인만이 있었다. 누가 봐도 높은 사람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단상 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는 피곤한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팡이 끝에는 푸른 마석이 있었다. 마법사였다.


“데리고 왔습니다. 레이디 수라야.”


“감사합니다. 헥터 수문장님.”


“그럼 전···”


“수문장님.”


“알고 있습니다. 또 마물이 습격할지 모르니 경비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수문장님 덕분에 제가 할 일이 많이 줄어드네요.”


“겨울입니다. 브리스톨이 바쁘고 힘들어질 시기지요. 그렇지 않아도 바쁘실 텐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헥터라 불리는 수문장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왔던 길로 다시 나갔다. 이제 알현실에는 셋만이 남았다.


리아는 예를 갖추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마을 촌장과는 격이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백작부인이다. 귀족이자 이 도시의 지배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아가 아는 궁중 예절은 없다. 당연하게도 유리스는 별 생각이 없었다.


수라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유리스와 리아만 지긋이 쳐다봤다. 정확히는 유리스만 봤다. 유리스가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처음 봤지만 알 수 있다. 자신과 같이 지팡이를 든 자니까.


리아는 수라야가 왜 아무 말이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예의를 갖춰서 않아서 그런 건지 불안했다. 그녀의 침묵이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아, 미안해요. 잠시 딴 생각하느라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 브리스톨의 백작부인인 아스 수라야입니다. 그쪽은?”


“저는 유리스고 이쪽은 리아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유리스군. 리아양. 아,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될 거 같군요. 마물들을 물리쳐 줘서요. 이 브리스톨을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수라야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황하여 리아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유리스는 그냥 서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는데 왜 자신도 고개를 숙이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법은 유리스군이 사용한 건가요?”


“네.”


“대단하군요.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은데 벌써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그런가요?”


유리스는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왜냐하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한 명 있었다.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할아버지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그냥 뛰어날 정도가 아니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로 실력차이가 났다.


그래서 수라야가 정말 칭찬을 하는 건지 아니면 예의상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네. 저는 훨씬 나이가 많을 줄 알았어요. 저와 비슷하거나 더 많거나.”


유리스는 수라야 백작부인을 쳐다봤다. 나이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20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은 30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제가 유리스군 나이 때 기본 마법 밖에 못 다루었는데 말이죠. 누구에게 마법을 배운 건가요?”


“할아버지요.”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님도 마법사인가요?”


“네. 맞아요.”


“할아버님 마법 실력도 대단한 가 보죠?”


“네. 대단해요. 아직 제 실력으로는 할아버지 실력에 한참 못 미쳐요.”


“뭐··· 뭐라고요?”


놀란 얘기였다. 동시에 정말 흥미가 생기는 얘기였다. 그녀의 피곤이 다 달아날 지경이었다.


“할··· 할아버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건가요?”


“네. 맞아요.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할아버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죠?”


“죽었어요.”


“네?”


흥분이 팍 가라앉았다.


“마물에게 당한 건가요?”


“네? 설마··· 하하. 아니에요.”


유리스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하냐는 듯한 말투였다. 수라야도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됐다. 그렇게 뛰어난 마법사가 고작 마물 따위에게 죽을리가 없었다.


“그··· 그럼···”


“사람은 때가 되면 언젠가 죽는다고 했어요.”


“아······”


수라야는 실망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그렇게 실망할 것까진 없었다. 유리스만 해도 그녀에겐 커다란 행운이니 말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유리···”


“꼬르르륵.”


“······.”


이미 해가 졌다. 어둠이 찾아왔다. 너무 긴 이야기는 둘에게 힘들 것이다. 자신에게도. 어차피 지금은 간단하게 인사만 하려고 했다. 더 중요한 얘기는 더 편안한 시간에 하면 된다. 그 얘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라야 자신도 지금 매우 바쁘다. 처리해야 할 직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하지만 오늘 중으로 끝낼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내일 유리스와 중요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거 같으니 말이다.


“두 분, 먼길을 오느라 지치고 배가 고플거에요. 식사와 숙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자세한 얘기는 내일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군요.”


그러더니 수라야는 사람을 불렀다. 바깥에서 시종처럼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시종은 유리스와 리아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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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5장 22.05.13 171 1 13쪽
4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4장 22.05.06 145 1 10쪽
4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3장 22.04.29 16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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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3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1 22.01.28 171 1 10쪽
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6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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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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