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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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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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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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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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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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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0장

DUMMY

유리스는 불덩이를 만들었다. 불덩이는 이리저리 일렁이더니 10개로 조각이 났다. 조각난 불덩이는 기하학적인 궤도로 춤추더니 이내 사라졌다.


유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하는 형태가 아닌 듯 했다. 그래서 다시 불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방금 전 했던 행동을 다시 반복했다. 몇 번을 반복했을까. 뒤에서 인기척을 느껴졌다. 유리스는 불덩이를 없애고 뒤를 돌아봤다. 리아였다.


“유리스. 여기서 뭐해?”


유리스가 있는 곳은 성벽 위였다. 이곳에는 사람이 없었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도 없었다. 이곳은 절벽 쪽에 위치한 성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없었다.


“아, 리아. 훈련 중이었어.”


“헤에, 너 정도 실력인데 훈련이 필요한 거야?”


“새로운 마법을 익히는 건 아니고, 마법을 좀 더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어.”


“아, 그··· 뭐더라, 맞다. 기교 말이지.”


“맞아. 잘 기억하네. 리아.”


“뭘. 헤헤.”


“광산에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까. 혹시라도 내 마법으로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으면 기분이 많이··· 안 좋을 거 같아.”


그렇다. 곧 토벌 날짜가 다가왔다. 토벌 준비는 계획대로 문제 없이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유리스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유리스. 나는 네 실력을 믿어.”


“응. 리아.”


유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큼한 미소를 보니 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리아는 몰랐던 게 하나 있었다. 유리스는 자신의 실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리아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유리스는 지금 전혀 걱정 따윌 하고 있지 않았다. 마물 따윈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수가 어떻게 되는 그 흉폭함이 어떻게 되는 유리스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물 토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리스에겐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리스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죽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리스가 걱정하는 건 하나다. 함께 간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저번 상단에서 그 교훈을 얻었다. 혼자 싸우는 것과 함께 싸우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친구 한 명을 잃으면서 그걸 깨달았다. 왜 할아버지가 그렇게 마법을 제어하는 것을 제대로 익히라고 하는지 그 때 처음 깨달았다. 이것이 지금 유리스가 두려워 하는 유일한 것이다.


“그런데 유리스···”


“응?”


“혹시 말야··· 내가 그 토벌에 참가하면 어떨까?”


“리아가? 왜?”


“그게···”


유리스가 걱정이었다. 너무 걱정이 되었다. 왠지 이대로 보내면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우린 친구잖아. 니가 다치거나 죽으면··· 정말··· 진짜··· 슬플 거야.”


“그건 나도 그래. 리아. 니가 죽으면 나는 정말 슬플 거야.”


“진짜?”


유리스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리아는 기뻤다.


“응. 그래서 니가 안전한 성에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다음에 나온 말은 리아의 기대를 꺾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리스! 나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


“어떻게?”


비꼬는 말이 아니다. 악의가 가득 찬 말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어본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이 때론 핵심을 꽂기도 한다. 그 말에 리아는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리아는 어떻게 유리스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 수라야처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병사들처럼 강인한 힘으로 유리스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이 가봐야 짐이 될 게 뻔했다.


리아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유리스에게 같이 가고 싶다고 조르는 거였다. 만약 유리스가 허락만 한다면 수라야에게 자신도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리스를 그렇게 해 줄 생각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유리스와 함께 있을 거라 결심을 했다.



드디어 알제테 광산으로 출정하는 날이 왔다. 도시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축제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용하고 엄숙했다. 대부분 출정을 떠나는 사람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떠난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애써 침착했다. 일부는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일부는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했다. 그런 바램들이 뒤섞여 출정식은 송별식처럼 느껴졌다.


물론 냉소적인 사람들은 생각했다. 과연 저들 중에서 얼마나 살아서 돌아올 것인가. 이전 토벌에서도 대부분 돌아오지 못 했다. 이번에도 과연 몇이나 될지 혀만 찰 뿐이었다.


토벌대 인원은 제법되었다. 하지만 절반은 전투와 상관이 없는 자들이었다. 대부분 보급과 배급을 담당하는 자들이었다. 실제로 싸우는 자는 2명의 마법사와 10명의 기사 그리고 50명의 병사들이 전부였다. 물론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단의 용병단보다 훨씬 강력한 전력이긴 하다.


브리스톨에서 알제테 광산까지 그렇게 멀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한 출발한 토벌대가 광산 입구에 도착하니 해가 막 산 너머로 저물어갔다.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거리는 훨씬 가깝다. 날씨만 좋으면 광산 입구에서 멀리 있는 브리스톨 성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그럼에도 도착하는데 한나절이나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 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인원이 많았고 언제 어디에서 공격해 올지 모르는 마물을 경계해야 했으며 결정적으로 산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포장도 안 된 산길은 아니었다. 옛날에 드워프들이 만들어둔 돌길이 있었다. 하지만 길이 닦여 있다고 모두 쉬운 길은 아니었다. 특히, 그게 오르막 길이라면 말이다.


끝으로 산에서 하루는 평야에서 하루보다 짧다. 해가 빨리 산 너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리스톨에서 알제테 광산까지 비교적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해가 질 때 쯤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가 광산 입구군요.”


“맞아요. 대단하죠?”


유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광산 입구라길래 그저 동굴 입구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입구는 거대했다. 마치 브리스톨 성문처럼 컸다. 마차가 동시에 5대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거인이 똑바로 서서 지나가도 될 정도로 높았다.


“그래도 이동 중에 마물 습격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운이 좋았어요.”


“······.”


“레이디?”


“아, 미안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요. 그러게요. 습격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수라야의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듯 했다. 유리스는 그걸 물어볼까말까 했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바로 토벌을 시작하는 건가요?”


“설마요. 다들 지쳤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머무를 겁니다.”


“휴, 다행이에요. 힘들어 죽겠는데 바로 가나 싶었어요.”


“후후. 그렇게 토벌을 했다가는 마물이랑 제대로 붙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거에요.”


“레이디.”


“아, 바이르 단장님.”


“어디다 진지를 구축할까요?”


“저쪽에다 만들면 되요. 예전에 건물이 있었던 곳이라 바닥이 평평하고 벽돌이 깔려 있어서요.”


수라야가 가리킨 곳은 척봐도 예전에 건물이 있었던 곳처럼 보였다.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이었는지 그 터가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쉴 수 있을만큼 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선, 병사들 사주 경계하도록 하세요. 진지가 구축될 때만큼 취약한 상황이 없으니까요. 진지가 구축이 완료가 되면 경계를 볼 병사를 제외하고는 식사와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세요. 끝으로 지휘막사가 세워지면 작전 회의를 진행한다고 전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레이디.”


“네. 그리고 그 외의 것은 모두 단장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네. 레이디.”


짧게 대답을 마친 바이르 단장이 떠났다.


“레이디, 저는 뭐하면 될까요?”


“아무것도요. 유리스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휴식이에요.”


“잘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레이디, 알제테 도시까지 머나요?”


“아뇨. 멀지 않아요. 광산보다 도시가 먼저 있거든요. 광산 입구에 들어서면 곧 도시가 나와요. 거길 지나야지만 광산이 나오죠.”


“그러면 알제테 도시만 제대로 방어하면 광산 안에 있는 마물들이 밖으로 못 나오겠네요.”


“바로 맞췄어요. 그래서 도시를 수복하는 게···”


갑자기 수라야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한 곳을 쳐다봤다. 유리스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병사 한 명이 진지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지 서툴러 보였다.


“거기, 그래요. 당신. 잠깐 저 좀 봐요.”


그 병사는 당황하더니 어쩔 줄 몰랐다.


“그쪽에서 올래요? 아니면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그러자 병사는 마지 못 해서 수라야에게 쭈뼛쭈뼛 다가왔다.


“투구를 벗어봐요.”


“······”


“제 말이 들리지 않나요? 투구를 벗어보세요. 리아양.”


그 말에 병사는 화들짝 놀랐다. 그런데 옆에 있는 유리스가 더 놀랬다.


“어? 어! 리아라고요?”


병사가 투구를 벗자 가녀리고 앳된 얼굴이 나왔다. 수라야 말대로 리아였다.


“리아··· 니가 여긴 어떻게···”


“그러게요. 리아양.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그게···”


리아는 초조해 하며 유리스를 쳐다봤다.


“하아··· 리아양. 우리는 지금 놀러가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레이디! 제발요. 저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절대 걸림돌이 않을게요.”


“어떻게요?”


“네?”


“어떻게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할 건 가요?”


“그··· 그··· 뭐든지요!”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레··· 레이디···”


“리아양. 지금 리아양이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해가 되고 있어요. 알고 있나요?”


“······”


리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잘못을 해서 혼나는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수라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우선 오늘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곳에 머물도록 해요.”


그렇게 말하고 수라야는 자리를 떠났다. 어쩔 줄 몰라하는 리아와 어이없어 하는 유리스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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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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