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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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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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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6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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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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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7장

DUMMY

아침이다. 리아는 일어나기가 싫었다. 피곤한 것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이불 밖은 추웠기 때문이다. 겨울 아침만큼 이불 밖이 싫은 계절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아침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저녁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고픔이 잠과 추위를 이겨냈다.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갔다.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 하지만 리아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았다. 비몽사몽 간에 음식을 먹었다. 아니, 입안에 음식을 구겨 넣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도 달아났다. 식욕도 달아났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 유리스?”


그렇다. 유리스가 없었다. 식당에 유리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에 식사를 하고 있는 건 리아 혼자 뿐이었다.


리아는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선 유리스가 식사를 거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리아는 음식을 대강 입에 쑤셔 넣고 유리스 방으로 달려갔다.


“쾅쾅쾅!”


“유리스! 유리스! 방에 있어? 들어간다.”


물론 대답따윌 기다릴 리아가 아니었다. 저 말은 그저 통보일 뿐이다. 리아는 문을 박차듯 열어제꼈다. 하지만 여전히 잠자고 있는 유리스도, 깜짝 놀라워 하는 유리스도, 아파 누워있는 유리스도, 그 어떤 유리스도 없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화장실에 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침대가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유리스는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리아에게 어떤 말도 없이. 리아의 불안감이 커졌다.


리아는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붙잡아 유리스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누구도 유리스가 어디있는지 몰랐다. 오히려 리아가 왜 모르는지 의아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 아는 얼굴이 보였다. 시종이었다.


“유리스님이요? 레이디와 함께 나가셨습니다.”


“네!?”


실수했다. 수라야가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레이디와 함께···”


“아니, 그건 들었어요. 언제, 어디로요?”


“두 분이 식사를 마치고 좀 전에 나갔던 걸로···”


“고마워요~”


“아, 리아님!”


이미 리아의 모습은 저만치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아는 유리스를 만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둘은 도시로 나간 게 아니었다.


그 시각 유리스는 다른 곳에 있었다. 화장실에 간 것도 아픈 것도 아니다. 그저 브리스톨 성벽 위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었다. 혼자는 아니었다. 수라야와 함께 있었다.


유리스는 왜 지금 수라야와 이곳을 걷고 있는지 의아했다. 그저 식사 도중 수라야와 대화만 나눴을 뿐인데 정신 차리고 보니 성벽이었다.


리아였다면 완전히 수라야 페이스에 말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수법을 기억해서 다시는 당하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유리스에게 그런 건 무리였다.


유리스가 조그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뭔가 다른 것을 느꼈을 것이다. 평소보다 더 피곤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노크소리에 잠이 깨고 세수를 한 뒤 식당으로 갔다. 이게 브리스톨에 지내면서 보낸 반복되는 아침이었다.


식당의 풍경도 조금 달랐다. 식당에 리아가 없었다. 대신 수라야가 있었다. 물론 가끔 수라야와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날처럼 수라야만 있는 경우는 없었다.


유리스는 그저 리아가 조금 늦는구나 생각만 했다. 가끔 늦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상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다보면 리아가 오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유리스의 생각을 비켜나갔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리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그만 주의 깊게 생각했다면 중간에 리아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스를 그러질 못 했다.


물론 유리스가 이런 점에 둔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아예 그런 생각을 못하도록 방해한 사람이 있었다. 수라야였다. 그녀는 유리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리아를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여유가 없게 만들었다. 광산 얘기 때문이었다.


"지금 브리스톨은 나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큰 걸림돌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뭔가요?"


"알제테 광산이요."


"......"


수라야는 평소와 다르게 직설적으로 광산 얘기를 꺼냈다. 어쩌면 리아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리아가 더 빨랐다.


유리스는 어제 리아와 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수라야가 언젠가 이 얘기를 꺼낼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꺼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아예 모른 것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


수라야는 유리스의 표정이 굳어져 가는 것을 눈치챘다. 이 주제가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리아가 주의를 준 것이 분명했다. 나름 빠른 공격을 강행했지만 이번엔 리아가 더 빨랐다. 수라야는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하기로 했다.


"어제 했던 대화의 일부는, 그래요. 맞아요. 저는 그곳을 토벌할 계획이에요. 그래야만 하고요."


"왜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어요. 우선 그곳에 풍부한 자원이 있죠. 구리, 철광석, 마석 등등이요. 브리스톨이 부흥했던 이유가 바로 광산에서 나온 풍부한 자원 덕분이었죠.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어요."


"마물인가요?"


"네. 맞아요. 레고스 산맥에 있는 마물들을 토벌하자 마물들이 광산에 숨어버렸거든요. 만약 단순히 자원 때문이라면 이렇게 준비를 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마물이 머무르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광산을 토벌해야만 충분한 이유지요."


"죄송합니다. 레이디."


"네?"


"리아랑 얘기를 해봤는데... 저, 토벌에는 참가를 못할 거 같아요."


"......"


"......"


"후후. 저 아직 아무 얘기도 안 꺼냈어요."


"그게..."


"저는 그냥 유리스군에게 어제 상황을 설명하고 싶어서 그래요. 물론 유리스군이 참가해주면 든든하겠지만..."


"죄송합니다."


유리스는 도저히 말로 수라야 상대가 안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선수를 치기로 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유리스군은 손님이니까요. 그러니 괜찮아요."


생각보다 이 공격은 꽤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수라야는 또 입만 웃고 있는 무서운 형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저번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래도 충분히 유리스를 두려워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 유리스는 처음으로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인데도 말이다.


수라야는 방심했다. 선수를 빼앗겼어도 방법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대처법까지 알려줄 줄은 몰랐다.


유리스는 아직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유리스의 표정을 보니 수라야는 자신이 또 공기를 얼어붙게 만든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면 안 된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


수라야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결심했다. 유리스에게 광산 토벌을 제안하지 않기로. 그건 정공법으로 설득하기엔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로 했다.


정말로 가벼운 얘기들을 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지도 모를 정도로 가벼운 대화였다. 하지만 이 가벼운 대화는 도통 끝이날 줄 몰랐다. 식사가 끝났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성벽 안은 바람이 불지 않은 거에요.”


“그런 원리가 있었군요.”


“아,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성벽에 올라가 볼까요?”


“음··· 저는···”


“역시 한 번 가보는 게 좋겠어요. 어때요? 유리스군?”


유리스의 눈치는 제법 늘었다. 정확하게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이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곁에 리아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 리아가 오면 같이 갈까요?”


“저런··· 리아양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가요?”


“뭐, 가끔 사람이란 늦잠을 잘 때도 있으니까요. 호호.”


거짓말이다. 아니, 반은 거짓말이다. 리아가 잠을 자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늦잠을 자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유리스가 평소보다 더 빨리 일어난 것 뿐이다. 물론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건 수라야의 지시였지만. 그저 유리스만 30분 정도 더 빨리 깨우라는 지시를 말이다.


“그렇군요. 그럼 좀 기다려 볼까요?”


“잠깐이면 되요.”


“그래도 이왕이면 리아와 같이 가는 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유리스군이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니 잠깐만 나가보는 거에요.”


유리스는 더 이상 거절의 말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성벽 위를 걷게 되었다. 그래도 유리스는 수라야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리아와 약속을 지킨 것이다. 절대 광산 토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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