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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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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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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7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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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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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9장

DUMMY

"쾅!"


리아는 주먹으로 책상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책상을 부술 기세였다. 아쉽게도 튼튼한 마호가니 책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리아는 책상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이 소리에 꿈쩍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낯짝이 마호가니보다 튼튼했다.


"이게 어떤 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래요. 레이디."


절대 설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수라야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느긋하게 차를 홀짝이며 방긋 미소만 지었다.


"아니이! 웃지 말고 설명을 해달라고요!"


"리아양. 진정해요."


"아니, 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요!"


리아는 소리쳤다. 그녀 앞에 있는 자가 브리스톨의 지배자라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반면 수라야는 여유가 있었다. 급한 건 그녀가 아니니까.


"우선 자리에 앉아요. 리아양. 아니요, 앉으세요. 그렇게 서있으면 제가 말을 꺼내기 어렵잖아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리아는 우선 자리에 앉기로 했다. 어차피 아쉬운 건 리아니까. 리아가 자리에 앉자 함께 온 유리스도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


"그럼··· 리아양. 어떤 설명을 원하는 거죠?"


리아는 황당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었다.


“쾅!”


"몰라서 그러시는 거에요? 아니면 일부러 인가요?"


리아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내려쳤다.


"일부로요."


하지만 수라야도 만만치 않았다. 수라야는 이제 대놓고 리아의 신경을 건드렸다. 당연히 리아는 이 도발을 참지 못 했다.


"레이디!"


간신히 욕이 튀어나는 것을 막았다.


"농담이에요. 리아양. 진정하고 자리에 앉으세요.”


리아는 쉽게 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씩씩 대며 수라야를 노려봤다. 하지만 수라야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리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강적이었다. 리아는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확히 어떤 설명··· 아, 리아양. 진정해요. 이건 놀리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무작정 제 집무실로 찾아와서 설명을 하라고 하면 뭘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이것 말이에요."


리아는 서류 한 장을 책상 위에 던지다시피 내려 놓았다.


“왜 여기에 유리스의 싸인이 있는 거에요!”


“그야 유리스군이 싸인을 했으니까요. 후후.”


리아는 처음으로 수라야의 얼굴에 주먹을 먹이고 싶었다. 그렇다고 싸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냥 맞아 줄 수라야도 아니었다.


너무 방심했다.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 전혀 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아니,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이건 사기에요! 무효라고요!”


“이건 적법한 계약이었어요. 그러기에 계약서에 따라 유리스군은 계약서 내용을 시행해야만 하죠.”


“솔직히 너무 치사한 방법이에요. 레이디에게 정말 실망했어요.”


"실망해도 계약서는 물릴 수 없어요. 그런데 리아양.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는 그저 유리스군과 같이 잊혀진 드워프 도시를 탐방하는 것 뿐인데 말이죠."


"그게 아니잖아요!"


저런 돼먹지도 않은 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다니. 리아는 처음으로 수라야의 뻔뻔함에 기가찼다. 아니면 저런 뻔뻔함이 있어야만 영주가 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 뭔가요?"


"알제테 광산 토벌이잖아요!"


"거기에 그런 말이 쓰여 있나요?"


"쾅!"


"레이디!"


리아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서서 책상을 또 내려쳤다.


"그 잊혀진 도시 이름이 뭔가요?"


"알제테 도시요."


"그럼 어디에 있는 도시인가요?"


"알제테 광산 안에 있죠."


"쾅!"


"그럼 그게 토벌이 아니고 뭔가요!"


"어머, 리아양. 엄연히 다른 거랍니다."


"그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에요. 그러니 너무 흥분하지 말고 자리에 앉으세요."


리아는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수라야가 무서웠기에 일단 앉기로 했다.


"제가 유리스군에게 요청한 건 알제테 도시에 있는 마력 공급이에요. 그래야만 도시의 기능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마물 토벌이라는 건 마물을 직접적으로 공격해서 제거하는 걸 말하는 거고요. 유리스군은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어이가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리아는 할 말을 잊었다.


"그럼 레이디는 유리스가 알제테 도시에 있는 곳에 갈 때까지 마물들을 공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마물들이 득실거리는데 공격을 안 한다는 건 자살행위 잖아요!"


"물론 유리스군이 돕겠다면 말리진 않을 거에요."


"그게...!"


이제야 수라야의 진짜 목적이 보이는 거 같았다. 결국에는 마물 토벌에 유리스를 활용할 셈이었다.


“리아양. 지금 속았다고 생각한 거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도시는 그저 구실일 뿐이잖아요!”


“제가 유리스군에게 원하는 건 정말로 계약서에 적힌 조건 뿐이에요.”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믿든 믿지 않든, 그건 리아양의 자유에요. 리아양. 지금까지 저 혼자서 이 브리스톨을 지켜왔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마물 따윈 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럼 알제테 광산에 혼자 가시면 되잖아요! 그렇게 대단하신데 혼자서 마물을 물리치고, 혼자서 도시에 마력을 공급하시면 되잖아요.”


“그게 안 되서 유리스군과 함께 가는 거에요. 리아양. 아직 제 말 안 끝났어요. 안타깝게도 혼자서 도시의 마력을 공급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최소 2명 이상의 마법사가 마력 공급 장치를 제어해야 하니까요.”


“왜 2명 이상인가요?”


“그 제어 장치가 각각 도시 끝에서 끝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제어 장치는 동시에 작동을 시켜야지만 하죠. 아무리 제가 뛰어난 마법사라고 한 들, 동시에 2군데 마력 제어 장치를 가동시킬 수 없어요. 리아양. 알제테 광산 토벌이 미뤄졌던 것을 알고 있을 거에요. 미뤄졌던 가장 큰 이유는 위험해서가 아니에요. 그 도시를 가동 시킬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도시에 마력이 공급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정확한 건 몰라요. 하지만 도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마물이 도시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그게 아니라도 도시 자체가 이 브리스톨처럼 요새화 되어 있어요. 마물이 쉽게 도시 안으로 침입할 수 없는 거죠. 저번 광산 토벌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가 거점을 만들지 못 했던 거였어요. 그러니 이번에 도시에 입성할 수만 있다면 광산의 마물 토벌은 시간 문제가 되는 거죠.”


"......"


수라야의 설명은 일부 납득이 됐다. 수라야는 강하다. 뛰어난 마법사다. 대단한 실력을 지닌 유리스조차도 자기 보다 한 수 위라고 표현할 정도니 말이다. 분명 수라야의 말대로 혼자서 광산을 토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라야가 유리스에게 정말 원하는 건 계약서대로 도시의 마력을 공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마물 토벌은 겸사겸사 도와주는 일이고. 하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찝찝함이 리아를 짖눌렀다.


"여전히 납득이 안 되는 표정이네요."


"당연하죠. 레이디 말씀은 결국 도시가 제대로 작동이 되야 하는 게 전제가 되는 거잖아요.”


예리한 지적이었다. 그걸 위한 보험도 생각해서 유리스를 참여시킨 것이 맞긴 하다.


“맞아요. 리아양. 모든 건 도시가 제 기능을 되찾아야지만 가능한 일들이에요.”


“그럼···”


“하지만, 리아양. 어쩌겠어요. 이미 계약서에 유리스군 싸인이 있는데 말이죠.”


“그게···”


“이유야 어쨌든, 위험이 어쨌든, 유리스군은 저와 함께 알제테 광산에 갈거에요.”


“말도 안 되요! 이건 기만이에요. 이 일은 할 수 없어요. 아니, 못하게 할 거에요.”


리아는 계약서를 잡아서 찢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종이가 아니라 양피지였다. 손으로 찢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저런 행위를 두고 볼 순 없었다. 수라야는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아가 끙끙 거리며 찢으려는 계약서를 낚아챘다.


“이리주세요!”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리아양. 그럼 이렇게 할까요?"


리아는 갑자기 한기가 들었다. 겨울이라 그런 게 아니다. 수라야의 표정 없는 얼굴 때문이었다. 이제 그녀는 웃지 않고 있었다. 입조차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저 얼음처럼 차가운 마녀만 있었다.


수라야는 천천히 리아 곁으로 다가왔다. 리아 어깨에 한 손을 올렸다. 어깨가 얼어버릴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리아양이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저는 이 브리스톨의 영주이자 지배자에요. 필요하다면 브리스톨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 징집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죠. 누구도 거역할 수 없고 누구도 복종해야 하는 그런 힘을 말이죠."


리아는 반박을 해야 했다.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행할 수 없었다. 몸이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 두 분이 저의 소중한 손님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한 그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상호 동의를 한 계약서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싶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리아는 대답을 못 했다. 그저 열심히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그리고 수라야는 만족했다.



리아는 침울했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수라야를 이겨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녀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우처럼 웃으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이 얼마나 자신들을 배려한 것인지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표정이 없어진 수라야는 냉혹하고 냉혈한 얼음마녀가 된다. 어느 쪽이든 리아가 당해낼 수 없었다. 특히, 얼음마녀가 되면 더더욱.


“괜찮아?”


유리스가 리아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실 유리스도 무표정한 수라야가 겁이 났다. 그래서 리아를 지켜주지 못 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유리스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유리스···”


누군가 위로해준다는 게 이렇게 안심이 되는 줄 몰랐다. 리아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나와버렸다.


“흑··· 유리스··· 미안. 내가 또···”


“괜찮아. 리아.”


“그래도··· 또 너를··· 흑··· 못 지켰어. 으흑”


“괜찮을 거야. 내가 있잖아.”


사실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유리스가 죽으면 리아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 것만 같았다.


“으아앙··· 미안···”


“리아···”


유리스는 리아를 껴안아줬다. 그러면 대개 리아는 안심을 하기 때문이다. 리아는 유리스 품에 실컷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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