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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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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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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4,514

작성
21.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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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DUMMY

작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어두운 방은 순식간에 빛의 환희로 가득찼다. 아침이 왔다. 눈이 부셨다. 리아는 잠에서 깼다. 하지만 피곤하기에 더 자기로 했다. 일어나야할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긴 여정이었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러니 하루 정도 늦잠을 자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아는 몸을 뒤척였다. 자세가 불편했다. 그래서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다. 유리스 얼굴이 보였다. 아직 새근새근 자고 있는 유리스의 얼굴이.


리아는 잠이 달아났다. 그리고 일어났다. 일어날 이유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비명도 지를 뻔 했다. 하지만 그건 간신히 참았다.


아직 완전히 정신이 들진 않았다. 비몽사몽간이지만 어제 일이 생각이 났다. 둘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유리스가 먼저 잠들었다. 리아도 옆에서 유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느 새 잠든 것이다.


리아는 어제 일을 생각했다. 둘이서, 한 침대에서, 대화를 나눴다. 부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부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런 생각이 드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게다가 아직 좋은 일이 끝나지 않았다. 유리스가 아직 자고 있기 때문이다. 리아는 유리스 얼굴 가까이에 다가갔다. 그리고 마음껏 유리스 얼굴을 감상했다. 아침 햇살에 유리스의 하얀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짧은 법.


“똑똑.”


“왓! 누··· 누구세요?”


“유리스님. 리아님. 일어나셨습니까?”


시종이었다.


“아, 네네! 지금 일어났어요!”


“수라야님과 아침 식사가 있습니다. 그전에 씻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싶은데 지금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네네. 괜찮아요.”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왔다. 실수했다. 좀 더 시간을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뱉은 이상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기···”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마음 속으로 말해도 그보다는 크게 들릴 정도로 작았다. 당연히 문너머 시종에겐 들리지 않았다.


시종이 떠나자, 리아는 마음이 급해졌다. 유리스 얼굴도 봐야 하고, 유리스를 깨워야 하고, 유리스와 같이 일어난 준비도 해야 했다.


리아는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 더 유리스 얼굴을 감상할 시간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리아의 너무나 개인적인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리스는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방금 전 소란으로 잠이 깬 것이다.


“유··· 유리스?”


눈이 마주쳤다. 유리스는 누은 채 리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리아. 잘 잤어?”


리아는 얼굴을 불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불탄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이걸로 시비를 걸었다간 시비를 건 놈을 불태울 자신은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식사한다고··· 일어났으면 씻으라고 해서···”


“그래?”


유리스는 일어났다. 그리고 기지개를 켰다.


“으~~~응!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푹 잔 거 같아. 리아도 그렇지?”


“으응··· 응. 그런 거 같아.”


사실 푹 잤다. 처음에는 어떻게 유리스 곁에 잘까 했지만 피곤함이 더 강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전혀 깨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아의 마음은 어떤지 모른 채 유리스는 기분 좋게 일어날 준비를 했다. 리아는 이번 행운은 여기까지만 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둘은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시종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어제와 인상이 달라졌다. 어제는 밤이었다. 그래서 식당의 모습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햇빛이 가득한 식당의 모습은 어제와 달랐다. 어제와 달랐다는거지 멋진 건 아니었다.


식당은 알현신처럼 넓었다. 그리고 역시 황량했다. 장식은 거의 없었고 넓은 식당에 길고 좁은 식탁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먼저 식당에 온 사람이 있었다. 수라야 백작부인이었다. 그녀는 식탁 맨 끝에 앉아있었다. 구석이 아니라 가장 상석 자리였다.


그녀의 모습은 어제와 달랐다. 어제는 피곤해 보였지만 오늘은 생기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단지 분위기만 달라진 건 아니다.


머리는 단정히 빗어서 틀어 올렸다. 화장도 했다. 잔주름이 사라지자 어제보다 10살은 더 어려보였다. 리아는 처음 화장을 봤지만 화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기교에 놀라움보다는 질투심을 느꼈다.


옷은 화려하진 않았다. 그저 칙칙한 군청색 드레스였다. 하지만 어깨와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옷이었다. 무엇보다 가슴을 모아 올려서 가슴이 풍만하게 보였다. 반면 허리는 더욱 잘록하게 보여지는 원피스였다.


드레스 색만 봤을 때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우중충한 계절에 우중충한 색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라야의 피부와 대조되면서 그녀의 하얀 피부가 돋보이도록 만들어줬다.


드레스는 단순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이게 바로 패션이라는 거였다. 리아는 문화 충격을 받았다. 옷만으로 저렇게 바뀔 수 있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불안감을 느꼈다. 여자의 직감이었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처럼 보였다. 식당에 벽난로가 있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깨를 드러내는 옷을 입을 만큼 따뜻하지도 않았다.


“어제 저녁을 너무 부실하게 드려서 죄송합니다. 배고프실 텐데 식사부터 먼저 할까요?”


시종에게 자리를 안내 받았다. 수라야가 가운데 있었고 그녀의 왼쪽에 리아가, 오른쪽에 유리스가 앉았다.


수라야가 둘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자리 배치였다. 하지만 리아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연스러웠다. 굳이 이렇게 앉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단 3명만이 식탁에 앉았을 뿐이다. 유리스와 리아가 굳이 떨어져 앉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수라야는 둘을 부부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착각해서 둘을 한 방에 넣었다. 그런데도 식탁 자리에서는 떨어뜨려 놓았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리아는 뭐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자리에는 이미 식기들이 모두 세팅되어 있었다. 결국 리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수라야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원하는 대로 되었다. 만약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았다면 즉각적으로 항의를 했을 것이다. 아니,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시종의 안내를 부드럽게 무시한 채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손님인 것이다. 무례한 행동이 아니라면 손님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례한 행동을 한 건 수라야 자신이었다.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둘을, 곁이 아닌 떨어뜨린 건 무례한 행동이다. 손님 스스로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만약 유리스나 리아가 소리쳐서 항의하면 수라야는 정중히 사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설사 둘이 어리거나 지위가 낮더라 하더라 말이다. 그만큼이나 무례한 행동이었다.


수라야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 수라야는 유리스와 리아에게 원하는 게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리스와 리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요리가 나왔다. 둘이 불만을 털어놓기 전에 음식으로 환심을 사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온 음식은 빵과 스프였다. 하지만 늘 먹던 돌멩이와 구분이 안가는 빵과 물인 차인지 죽인지 알 수 없는 맹물 같은 스프가 아니었다.


갓 구워낸 빵은 부드럽게 찢어졌다. 그리고 하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어제 먹었던 빵도 맛있었다. 하지만 오늘 먹은 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스프는 평범한 야채 스프였다. 스프에는 큼직한 야채들이 한가득 했다. 맛은 새콤하면서도 짭쪼름 했다. 귀한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 것이다. 이 스프에 빵을 찍어 먹으니 진미가 따로 없었다.


빵과 스프를 다 먹자 바로 고기가 나왔다. 사실 고기는 자주 먹었다. 하지만 대개 육포거나 아무런 간도 하지 않은 직화구이 혹은 이것저것 섞은 잡탕에 들어간 고기가 대부분 이었다. 그래서 유리스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질기고 누린내가 심했다. 차라리 돌멩이 같은 빵이 더 나았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고기는 달랐다. 잡내도 없었고 고기는 치즈처럼 부드러웠다. 고기에는 과일향 같은 향긋한 냄새까지 났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고기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리아도 유리스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리아는 고기다운 고기를 먹었다. 그럼에도 지금 먹은 고기는 그동안 먹었던 어떤 고기보다 맛있었다. 과연 이게 늘 먹던 고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고기는 3명이 먹기에 충분히 먹고도 남을 정도로 준비했다. 하지만 유리스와 리아는 한창 먹을 나이다. 그리고 고기는 너무 맛있었다. 둘은 불쌍한 고기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수라야는 만족스러웠다. 보다 얘기를 꺼내기가 쉬워지리라.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차가 나왔다. 무슨 차인지는 알 수 없었다. 떫고 신맛이 났지만 끝맛이 달콤했다. 식사를 하고난 입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차를 마시면서 수라야는 얘기를 꺼냈다.


“음식은 입에 맞으셨는지요?”


“정말 맛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봐요. 어제 식사도 맛있었는데 오늘 식사는 어제에 비할가 아니에요. 배가 부른데도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유리스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수라야는 왠지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얘기가 쉽게 진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 저기··· 맛있어요. 네, 정말로···”


리아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요리는 훌륭했다. 늘 먹던 음식이 제대로 만들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마을 축제 때, 공들인 음식들 보다도 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너무 돼지처럼 먹은 거 같았다. 왜냐하면 수라야는 음식을 남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온 양도 자신들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그나마 유리스도 음식을 다 먹을 걸 보고 위안이 되었다. 심지어 유리스는 수라야가 남긴 음식까지 탐내고 있었다. 그때 유리스와 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리아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리스는 아쉬워하며 차를 마셨다.


아침 식사치곤 과했다. 하지만 수라야는 일부러 이렇게 준비를 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눌 대화에서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라야는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본론을 꺼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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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22.02.18 161 1 10쪽
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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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6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2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0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4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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