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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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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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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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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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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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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6장

DUMMY

유리스와 리아는 단숨에 수라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물론 단숨에 뛰어간 건 리아다. 유리스를 그저 끌려왔을 뿐.


리아는 흥분 상태였다. 뛰어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얘길 들어서인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놀란 시종이 달려왔다. 그리고 우선 리아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흥분한 리아를 시종이 막을 수 없었다. 리아는 막무가내로 집무실 문을 열었다.


“쾅!”


리아는 박력있게 문을 열어 재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금의 흥분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선을 잡으려고 했다. 수라야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어머, 유리스군, 리아양. 무슨 일인가요?”


뜻밖에 수라야는 너무나 부드럽게 둘을 맞이했다. 문을 박차는 소리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저! 레이디! 그···”


“아, 이쪽에 앉아요. 간식도 들고요.”


별 다른 행동은 없었다. 그저 부드러운 말만 있을 뿐. 하지만 그 말의 힘은 강력했다. 리아의 기세를 눌러버렸다. 아니, 원래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기선을 잡으려는 계획이 어긋났다. 수라야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기선을 잡았다. 리아와 다른 방식이지만 수라야만이 할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기선 제압 방식이었다.


눈치가 없는 유리스조차 느낄 수 있었다. 그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오히려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리아를 쳐다봤다.


“리아양도 어서 앉으세요.”


“괜찮아요. 오래 있지 않을 거라서요. 그보다 레이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솔직하게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에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요.”


“그 알테 광산? 알··· 알··· 광산? 어, 저기?”


너무 흥분해서 광산 이름을 까먹었다.


“알제테 광산 말인가요?”


“마마마... 맞아요. 알제테 광산이요. 저, 들었어요. 그 광산을 토벌한다고요.”


기선을 뺏긴데다가 말실수까지 했다. 리아는 창피했다.


“흐음··· 리아양.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을까요?”


미소를 지으며 수라야는 말했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리아는 뭔가 잘못 된 것을 느꼈다. 수라야의 미소가 진짜 미소가 아니라는 걸.


눈치가 없는 유리스조차 느낄 수 있었다. 수라야의 미소의 의미를.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미소. 오히려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리아를 쳐다봤다.


“그··· 그게··· 어··· 음··· 제가 좀 아는 사람한테서요···”


문을 박차던 기세는 이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졌다. 집무실에 들어온지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다. 수라야의 미소에는 이 정도 힘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라? 리아양이 이 브리스톨에 아는 사람이라면··· 음··· 아마 행상인이겠죠?”


정답이다. 리아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아··· 아니에요. 마고로 아저씨가 아니에요! 다··· 다른 사람이에요!”


“저는 누구라고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요?”


“······”


“리아양. 거짓말은 나쁜 거에요.”


“······”


리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기에.


“저도 직접 대화한 적은 없지만 마고로란 행상인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어서요. 제법 실력과 수완이 좋은 행상인이라고요.”


“······”


“가족이 있다고 들었어요. 부인과 3명의 아이들이요. 이번에 넷째가 태어난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셨어요?”


당연히 몰랐다. 그리고 수라야의 정보력에 놀라웠다. 한 달 넘게 지냈던 사람의 정보를 몰랐는데 그저 성에만 있던 사람이 그런 얘기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리아양.”


“네. 레이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까의 기세는 사라졌다. 주도권은 수라야에게 있고 리아는 이제 그저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었다.


“광산 토벌이 어쨌다는 건가요?”


“······”


“그게 리아양과 또 어떤 관계고요?”


“그··· 그게··· 유리스를···”


“그 광산 토벌에 유리스군이 참여한다는 얘긴가요.”


리아는 무서워서 대답을 못 했고 고개만 끄덕였다.


“확실한 가요?”


“저도··· 들은 얘기라···”


“그럼 확실한 것도 아니고 들은 얘기만 가지고 저한테 찾아온 건가요? 문을 박쳐면서 까지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리아양을 잘못 본 거 같네요.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말이죠.”


이제 온화한 수라야는 사라졌다. 그저 냉혹한 얼음 마녀만이 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레··· 레이디. 히끅.”


리아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리아양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뜬소문만 듣고 찾아왔다는 게 너무 실망스러웠을 뿐이에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수라야는 표정이 없었다. 리아 눈에는 그게 억지로 화를 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수라야는 착찹한 심정이었다.


“지금은 업무 중입니다. 더 할 얘기가 없으면 대화는 여기까지만 하죠.”


“네. 레이디.”


그리곤 유리스와 리아는 도망치 듯 집무실은 나왔다. 수라야는 자리에 쓰러지 듯이 앉았다. 정보가 샜다. 물론 기밀인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얘기는 수라야가 직접 유리스에게 하려고 했던 얘기였다. 누군가 선수를 쳤던 것이다. 아마 수라야가 생각했던 그 행상인이겠지만.


수라야는 곤란하게 됐다. 유리스를 광산 토벌에 참가시키기 위한 계획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리아의 격렬한 행동을 보니 이제 보통 방법으론 승산이 없어졌다.


하지만 수라야는 반드시 유리스를 광산 토벌에 참가시킬 것이다. 정론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수라야는 결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수라야의 방에 나온 둘은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유리스는 리아가 너무 넋이 나가 보여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유리스.”


“······”


“유.리.스.”


“왜··· 리아.”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어?”


“아, 미안. 그게···”


리아의 목소리가 너무 격앙되어 있었다. 이런 땐 그저 조용히 있는 게 좋았다. 하지만 저렇게 말을 걸면 유리스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 몰랐다.


“됐고, 만약 저 아줌마가 광산 토벌에 참가하라고 하면 무조건 거절해! 알겠지!”


“아줌마?”


“레이디 말이야! 레이디!”


목소리가 너무 컸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유리스와 리아를 쳐다봤다. 리아는 유리스의 손을 잡고 재빨리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리스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한 손으로 벽을 치며 말했다.


“잘 들어. 유리스. 레이디는 너를 광산 토벌에 참가하려고 계획하고 있어.”


“방금 전에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전혀! 누구한테 들었냐고, 들은 얘기로 그렇게 확신하냐고 물었지 아니라고는 말 안 했잖아.”


생각해 보니 그랬다. 수라야는 단 한 번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둘 다 수라야의 기세에 눌렀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리아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집무실을 나서자마자 수라야와 했던 대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수라야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진짜 속셈을 감추려는 이유가.


아니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니까. 하지만 다른 문제로 몰아붙이면 됐다. 실제로 유효했고 리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수라야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그런거야. 이건 심각한 문제야.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여우처럼 요리조리 말로 사람을 삶아먹는 사람이지.”


“말로 사람을 삶아?”


“그냥 표현이야! 표현. 중요한 건 아니야. 중요한 건 광산 토벌이야.”


“광산 토벌?”


“응. 광산 토벌. 절대 참가해선 안돼. 무조건 거절해. 알겠지?”


“왜?”


리아는 어이가 없었다. 흥분해서 얼굴을 유리스는 쪽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몰라서 그러는 거야? 당연히 위험하니까 그렇지.”


“그렇게 위험할까?”


“마고로 아저씨 얘기도 들었잖아. 예전에 실패했던 일이라고.”


“그래도···”


“유리스!”


리아는 답답했다. 유리스가 전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다. 광산 토벌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모르고 있다.


리아가 진지하게 유리스를 쳐다봤다. 수라야의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 리아의 기세도 수라야 못지 않았다.


“알겠어. 리아. 니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유리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응. 고마워. 유리스. 내 부탁을 들어줘서···”


그러다 문득 얼굴이 너무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흥분해서 몰랐지만 유리스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코앞에 있었다. 유리스의 숨결이 바로 느껴질 정도로 코 앞에 있었다. 그리고 입술도 코 앞이었다.


리아는 당황했다. 하지만 얼굴을 바로 빼지 않았다. 아까웠기 때문이다. 조금이다. 그저 조그만 몸을 기울여도 입술이 닿을 수 있었다. 변명 거리도 있었다. 실수였다고. 그런 변명이 통할 정도로 가까웠다.


리아는 고민했다. 그냥 모른 척 입술을 포갤까. 지금 기세라면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유리스라면 크게 뭐라고 안 할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리아?”


“아··· 유리스. 그··· 내 말은 들어줘서 고맙다고.”


“뭘.”


얘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자 유리스는 벽에 기댄 몸을 뗐다. 하지만 둘 사이가 워낙 가까워서 그 자그만한 움직임으로도 둘의 입술이 스쳤다.


“!!!”


리아는 몸을 황급히 뒤로 뺐다. 붉어진 얼굴로 유리스를 바라봤지만 유리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비록 입술이 포개진 건 아니다. 하지만 리아는 이 행운이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졌다. 조금 전 있었던 소동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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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2 아침기상
    작성일
    22.03.17 09:45
    No. 1

    주인공이 너무 위기를 안 겪어봐서 그런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 하네. 아니면 멍청한 건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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