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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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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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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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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DUMMY

식사를 마친 둘은 방으로 돌아왔다. 리아가 침대에 앉았다. 참 긴 아침식사였다. 벌써 하루가 끝나고 밤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침대에 눕고 싶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 얼음여우 수라야에게 유리스를 이번엔 지켰지만 다음에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대화를 해보고 느꼈지만 상대가 안 됐다.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다. 오늘 대화는 완전 리아의 완패였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오늘처럼 눈 뜨고 안 당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결심을 이렇게 했다. 그런데 산골출신인 리아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 전혀 알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당하기는 싫었다. 우선, 유리스와 대화를 해서 태도를 확실하게 정하기로 했다.


“유리스, 저기, 그러니까, 으음··· 식사 맛있었지?”


근데 무서웠다. 유리스가 수라야를 좋게 말할까봐. 그게 많이 무서웠다. 그래서 바로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속에서는 천불이 났지만 말투는 그러지 못 했다.


“응. 진짜 맛있었어. 그렇게 맛있는 건 난생 처음이야. 먹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맛있었어. 리아는 어땠어?”


“응. 진짜 맛있었어. 세상에!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 할 정도로 맛있었어.”


유리스가 흥분하며 즐겁게 말하자 리아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음식 얘기는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였다.


“그치~ 유리스는 뭐가 제일 맛있었어?”


“다 맛있었어. 그런데 고기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 난 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 알았어. 리아는?”


“그치그치! 나도 고기가 제일 맛있었어. 완전 부드럽더라.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더라. 진짜 입에서 살살 녹더라구.”


“응응. 그리고 빵도 완전 맛있더라. 스프에 찍어 먹는데 1년 내내 그것만 먹어도 안 질릴 거 같았어.”


“유리스도? 나도 그래, 헤헤.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을 정도야.”


“어? 리아··· 만드는 방법을 알면 만들 수 있어.”


“물론 만들 수 있지.”


아마도라는 말을 뺐다. 물론 리아도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러니 방법만 알면 따라할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저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만들 수 있는지 못 만드는지 중요하지 않다. 리아가 직접 만든 요리를 유리스가 먹게 되는 날이 오면 그런 건 사소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날이 언제 올 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안 될 거라 생각했다. 뭐, 반쯤은 틀린 건 아니다.


“그럼 나중에 레이디에게 물어보자.”


수라야 얘기가 나왔다. 리아는 잠시 망설였다. 여기서 이 얘기를 끌고 갈지 포기 할지를. 하지만 도망만 쳐선 아무것도 얻지 못 한다. 잃을 각오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응. 그러자. 그리고 그 레이디··· 예쁘고··· 예쁜 것 같더라.”


“응. 예뻤어.”


한마디 말이었다. 그런데 리아는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을 느꼈다. 아니, 바닥이 꺼지는 듯 했다. 그대로 끝없는 바닥에 한없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 같았다.”


“그래··· 예쁘지.”


방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갔다. 리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아직 유리스는 눈치를 챙기는 법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 했다.


“피부가 진짜 하얗더라. 나 그렇게 깨끗한 사람은 처음 봤어.”


“맞아. 하얗더라. 나완 다르게 가슴도 크고.”


“맞아. 가슴도 크더라. 그리고...”


“그리고?”


“······”


“······”


이제야 리아의 목소리 톤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 화··· 화났어?”


“내가? 왜?”


목소리가 너무 변했다. 유리스라도 눈치를 못 챌 정도가 아니었다.


“왠지 그렇게 보여서.”


“······”


“······”


“맞아. 화났어.”


“그렇구나.”


“······”


“······”


“할 말은 그게 다 야?”


리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할··· 할 말이 더 있어야 하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왜 화가 났는지 안 물어봐!”


“그걸··· 물어봐야 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냐! 하! 뭐, 예쁘다고! 레이디라고! 그 아줌마가! 도대체 그 아줌만 뭐야!”


“레이디라고 했으니···”


“직위를 묻는 게 아니야! 너에게 했던 행동들!”


“나한테 한 행동? 레이디 수라야가 나한테 뭘 했는데? 나한테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거야?


“그···”


말을 끝내지 못 했다. 수라야가 유리스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 일로 화를 낼 사람은 유리스다. 리아가 아니라. 정작 유리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던 거 같았다. 그러니 유리스가 신경도 안 쓰는데 자신이 화를 내는 것도 우스웠다. 아내도 아니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수라야가 아내도, 연인도 아닌 유리스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리아가 화낼 이유가 없었다. 라고 납득할 뻔 했다.


화를 낼 이유는 충분했다. 감히, 나의 유리스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것도 뻔히 옆에서 자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말이다.


알고도 그런 행동을 한 것이 더욱 참을 수 없었다. 나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는 사실이 더욱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정말 화가 난 건 따로 있었다. 유리스가 수라야를 예쁘다고 말 한 것이다. 자신에게는 한 번도 하지 않은 말을 처음 본 여자에겐 했던 것이다.


리아는 결심했다. 수라야의 행동이 어떤 건지를 낱낱이 밝히기로.


“그 아줌마가 너에게 손 잡고 한 행동이 뭘 의미한 지 알아?”


“음··· 레이디 가슴은 따뜻하다는 의미?”


유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리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아니야!”


“그럼?”


“자기와 결혼하자는 말이야!”


“결혼?”


유리스가 너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모르고 있었다. 리아는 말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결혼.”


“······왜?”


“왜··· 라니?”


“왜 나랑 결혼하려고 한 거지? 나를 사랑한 건가?”


수라야도 유리스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리아는 정략 결혼을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사랑이 없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결혼하는 관계를.


사실 말하기 두려웠다. 그러다가 유리스가 영영 멀어질 것만 같았다. 유리스가 제 분수에 맞는 신부를 맞이할까봐. 리아는 예쁘지도 좋은 가문의 여식도 아니었다.


“그··· 그건, 레이디가 말했잖아. 너 잘 생겼다고. 많은 여자들이 구애를 할 거라고. 수라야도 그 중 한 명인 거지.”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그런가.”


“응. 그리고 넌 마법 실력이 대단하니까.”


“그게 중요한 거야?”


“어떤 사람들은 그런 걸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거든. 레이디 수라야처럼.”


“그렇구나. 몰랐어. 그런 걸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도 하는 구나.”


“맞아. 보통 속물이라고 부르는 인간 유형이지. 하지만 난 아니야.”


유리스의 마법과 잘생긴 얼굴 때문에 반한 리아가 할 말은 아니었다. 유리스가 세상물정에 조금이라도 밝고 기본적인 사회성만 있었어도 이런 말을 하는 리아를 한심하게 쳐다봤을 것이다.


“레이디··· 속물이었구나.”


“응. 다시 말하지만 난 아니야. 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거야.”


“그렇구나. 몰랐어. 레이디가 내 손을 가슴에 가져다 된 게 결혼하자는 의미였구나.”


가슴 얘기가 나오니 리아의 입술이 근질거렸다.


“유리스, 잘 들어. 지오 때도 말했지만 여자의 가슴은 손을 대선 안돼.”


“음··· 허락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아니야?”


“그건 유혹이라는 거야, 유혹.”


“유혹인 뭔데?”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꼬시려는 행동이야. 손을 가슴에 대는 행위 같은 거 말야.”


“그런데 여자 가슴은 촉감이 굉장히 좋았어. 부드럽고 따뜻해서 계속 만지고 싶었어.”


유리스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유리스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상상을 했다. 수라야는 싫었지만 수라야가 하는 방법은 매력적이었다. 지금이라도 유리스에게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부끄러운 방법이었다. 가슴을 만지게 해주다니! 유리스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면 리아는 기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쓸 수 없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리아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봤다. 작고 안타까운 가슴이었다. 키는 유리스만큼 큰데, 가슴 크기도 유리스와 별 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슬픈 현실에 리아는 다시 고개를 올렸다.


이럴 때 작은 가슴으로 낳아준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엄마 가슴도 작았는데 리아도 커질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성장기라는 희망이 있었다.


“······”


그런데 리아는 올해 18살이다. 그냥 현실을 무시하기로 했다. 아직 성장기라는 믿음을 가지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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