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095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1.28 20:00
조회
170
추천
1
글자
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DUMMY

“유리스.”


리아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너는 레이디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니?”


아까 반응을 봤을 때, 결코 결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 보장이 없다. 유리스가 직접 미인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게··· 레이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묻는 거야.”


“음··· 그럼 나는 레이디가 좋아.”


“······”


“······”


“······”


“리아?”


“어··· 어떤 점이 좋은데?”


리아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까지 막지는 못 했다. 다행히 유리스는 눈치채지 못 했다. 이럴 때 둔한 게 도움이 되었다.


“음··· 예쁘고 상냥하며 맛있는 음식을 주잖아.”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너한테 잘 해···”


“마치 리아 집에 머물렀을 때처럼 말이야. 리아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해줬거든.”


“응? 으응???”


“외모는 음··· 다르지만 뭐랄까,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친절하고 편안해서 같이 있으니까 안정이 되는 기분? 그런 느낌이 되게 좋았어.”


“아, 잠깐잠깐, 그러니까 좋다는 게 마치 우리 엄마같아서 그랬다는 거야?”


“응. 그렇지.”


“예쁘다고 하지 않았어?”


“음··· 그런 외모는 보통 예쁘다고 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아니, 내 말은 레이디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아니, 예쁜 건 맞지만··· 그게··· 그게··· 그러니까 진짜 외모만 예쁘다는 거였어?”


“진짜 외모만 예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니, 내 말은 레이디가 예쁘고 좋아하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왜 레이디와 결혼을 해야 하는 거지?”


“보통 남자들은 여자들이 예쁘고 좋아하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가?”


“그렇더라.”


“음··· 그러기엔 레이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좀 나긴 하지.”


“리아 엄마 정도 나이로 생각했는데 말야.”


“아니아니, 그건 아니야. 아무리 내가 레이디를 좋게 안 봐도 우리 엄마 나이가 더 많지.”


순간 본심이 튀어나왔다. 리아는 아차 싶었지만 유리스는 별로 신경을 안 썼다.


“그런가? 어제는 왠지 그렇게 느껴서.”


어제는 그럴만 했다. 리아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화장도 없고 업무와 피로에 지친 모습은 나이보다 10살은 더 많게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이가 많아 보였던 거야?”


“아, 오늘은 어제보다 젊어보였어. 역시 내가 잘못 본 건가?”


“그건...”


화장이라 불리는 여자들만의 마법이야. 그걸 쓰면 10살은 더 어려 보일 수 있지. 그러니 오늘 젊어 보이는 건 당연해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유리는 수라야를 결혼 대상조차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런거 같아. 하하하.”


리아는 오늘 처음 웃었다.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리스의 세상물정 모르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친구끼리 결혼하는 거라 굳게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이 차가 있는 수라야를 신경 안 쓰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다. 아직 유리스가 결혼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유리스와···


“유··· 유리스···”


또 리아의 목소리 톤이 바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 보다 듣기가 좋았다. 더듬거리는 말투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결혼 말야···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


“잘 모르겠어.”


“그럼··· 누군가 너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럼 그 사람이랑 결혼할까?”


“진짜!”


“응. 그런데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


“그건···”


“아, 혹시 레이디 말하는 거야? 그건 아까 말했지만···”


“아니, 아니야!”


“혹시 리아가 알고 있어?”


유리스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아는 고민했다. 저 순진한 유리스를 속여도 될지. 그게 바로 자신이며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도 될지.


그리고 두려웠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유리스가 정색을 할까봐. 대답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저 표정이 일그러지기만 해도 리아는 자살을 하고 싶을 것이다.


“······으응.”


“누군데?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 그렇긴 한데···”


유리스가 기대에 가득찬 눈동자로 리아를 바라봤다. 리아의 얼굴이 최고치로 달아올랐다. 그리고 몸을 베베 꼬였다. 리아는 결심했다.


“유리스, 난 니가···”


안타깝게도 리아는 끝내 말을 내뱉지 못 했다.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말을 내뱉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소리였다.


“똑똑.”


노크 소리였다. 문이 열리고 시종과 들어왔다. 혼자만이 아니었다. 하인들도 들어왔다. 하인들은 큰 나무 욕조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렇게 리아의 결심은 또 애처롭게 실패했다.


“레이디 수라야께서 먼지와 피로를 씻어낼 수 있도록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여기서요?”


리아가 당황해서 외쳤다.


“물론 여기서 합니다. 저희는 따로 목욕탕이 없습니다. 아 물론 레이디께서 리아양에게는 따로 방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하녀들이 목욕 준비를 도울 겁니다.”


“그럼 이제 저는 이 방에서 머무는 게 아닌가요?”


“네. 죄송합니다. 레이디께서 부부로 착각해서 한 방으로 안내했던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방에 써도 전 상관없는데요?”


유리스가 무심하게 말했다. 유리스의 저 한마디가 리아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리아도 유리스의 말을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같이 목욕 것도요?”


“네, 상관···”


“있어요! 있어! 전 상관있어요! 얼른 제 방을 안내해주세요.”


리아가 유리스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다행히 유리스에겐 들키진 않았다. 다만, 시종 웃음을 참는 모습에 리아는 욕조 속에 숨고 싶었다.


리아는 새 방으로 안내 받았다. 문제는 원래 방과 멀었다. 같은 층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리스 방에 가려면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정말 안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걸 말하는 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옮겨진 방은 이전 방보다 작았다. 훨씬 작았다. 절반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침대도 작았다. 그전 침대는 유리스와 둘이 함께 자도 넓은 것에 비해 지금 침대는 혼자 자기에도 좁아 보였다.


그래도 실내 장식은 이전 방보다 훨씬 괜찮았다. 훨씬 괜찮다는 게 비교해서 하는 말이지 그렇게 잘 꾸며져 있는 건 아니다.


이전 방에 가구가 더 많았다. 이전 방은 달랑 침대와 협탁 뿐이었는데 지금은 서랍장도 있고 작은 탁자도 있었다. 탁자 위에는 꽃병도 있었다. 서랍장 위에는 장식품들이 있었다. 또한 가구에는 정교한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단지 그것만 있을 뿐인데도 훨씬 사람이 사는 방처럼 느껴졌다.


방분위기가 일반적인 손님방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니, 손님방이긴 하지만 남자들을 위한 방처럼 보이진 않았다. 여자 손님들을 위한 방처럼 보였다.


방 한 가운데는 나무 욕조가 미리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 욕조에는 이미 뜨거운 물이 받아져 있었다. 물론 목욕을 하고 나면 닦을 수건과 옷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이 리아님이 머무시는 방입니다. 혹시라도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기..."


"아, 뭔가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신가요?"


"아니, 그게, 혹시 유리스한테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죠?"


시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대놓고 지은 미소는 아니지만 웃고 있다는 인상은 확실하게 들었다. 리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직 성안이 익숙치 않으실테니 저를 부르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지금 유리스님에게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요.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나중에 부를 게요.”


리아는 속마음이 들킨 거 같아 부끄러웠다.


“알겠습니다. 언제라도 부르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시종이 떠난 후 리아는 목욕을 시작했다. 참 오랜만에 하는 목욕이었다. 뜨거운 욕조에 있으니 나른했다. 몸 하나 정도 뉘일 수 있는 욕조지만 몸이 끝없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몸과 달리 머리에는 온갖 잡생각이 다 떠올랐다. 특히, 오늘 아침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홧김이지만 순간의 용기를 냈다. 그리고 유리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아쉽게도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수라야라는 상대로 후퇴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았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는 몰라도 그 기회에 유리스와 간격을 좁혀 보기로 했다. 만약, 운이 좋으면 어쩌면... 그런 망상을 하니 리아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차피 지금 방안에 혼자있다. 리아가 알몸으로 춤을 추던 노래를 부르던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혼자만의 방을 가진 리아였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는 게 생각보다 즐거웠다.


하지만 리아가 몰랐던 게 하나가 있었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안 된다는 걸. 리아 방에 다시 볼 일이 있어 돌아왔던 시종은 리아의 일인극 소리를 듣고 조용히 다시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톨리아의 불꽃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장 22.10.14 132 0 14쪽
5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장 22.10.07 130 0 15쪽
5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8장 (2부 끝) 22.06.03 136 0 11쪽
5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7장 22.05.27 133 0 13쪽
5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6장 22.05.20 161 0 12쪽
4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5장 22.05.13 171 1 13쪽
4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4장 22.05.06 145 1 10쪽
4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3장 22.04.29 168 1 11쪽
4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2장 22.04.22 189 1 10쪽
4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1장 22.04.15 143 1 11쪽
4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0장 22.04.08 137 1 11쪽
4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9장 22.04.01 145 0 11쪽
4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8장 22.03.25 150 1 11쪽
4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7장 22.03.18 152 1 9쪽
4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6장 +1 22.03.11 147 1 10쪽
3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5장 +1 22.03.04 162 1 12쪽
3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4장 22.02.25 147 1 14쪽
3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22.02.18 161 1 10쪽
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1 22.01.28 170 1 10쪽
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8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5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1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0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4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