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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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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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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7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4.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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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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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1장

DUMMY

“······ 하기 때문에 수행 기간은 최대 3일입니다. 마물의 토벌이 목적이지만 알제테 도시를 탈환이 1순위이라는 것을 명심하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작전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정해진 작전이었다. 오늘은 그저 임무를 다시 재확인하는 것 뿐이다.


물론 단순히 재확인만 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변수가 생겼는지도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만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진행을 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막사 밖으로 나갔다. 수라야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막사 밖에는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수라야는 그 사람을 보고 한숨부터 내쉬며 말했다.


“안 돼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어떤 일이든 제가 허락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아직 아무 말도 안 꺼냈어요. 레이디.”


“무슨 말이 나올지 아니까 하는 말이에요. 리아양.”


“틀렸다면? 레이디 생각이 틀렸다면 허락해 주실 건가요?”


“네. 하지만 만약 맞췄을 경우 리아양은 그 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해요.”


“······”


“왜 말이 없죠?”


“그건··· 불공평 해요.”


“리아양이 한 제안이에요. 방금 한 말인데 잊은 건가요?”


또 당했다. 괜히 말로 이길려고 하다간 본전도 못 찾을 것이다. 리아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 맞아요. 레이디 말이 맞아요. 토벌대에 참가시켜 주세요.”


“그러니까···”


“좀 전에 레이디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요.”


“그래서요?”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찾았어요.”


“어떤 일이죠?”


“유리스를 지켜주는 일이죠.”


“하아··· 리아양···”


“레이디. 아무리 제가 여자라도 방패 정도는 들 수 있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사냥을 했기 때문에 마물의 공격 정도는 막아낼 수 있어요.”


“병사들이 더 잘 할 수 있죠.”


“하지만 목숨을 걸고 유리스를 지키려는 건 저 뿐이죠.”


“그 말은 유리스군의 목숨 대신 리아양의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요?”


“맞아요. 이건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죠.”


“리아양. 그러다 리아양이 죽으면 유리스군이 슬퍼하겠죠.”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유리스를 대신 제가 죽을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리아가 제법 강경하게 나왔다. 논리적으로도 이상할 것 없다. 요즘 세상에 스스로 지키지 못한 여자따윈 없으니까. 리아는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이다. 자신을 지키는 대신 유리스를 지키겠다고.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한사람 몫도 하기 힘든 사람 대신 100명의 병사보다 귀중한 마법사를 지키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수라야가 뼛속까지 얼음마녀였다면 그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라야는 냉정하고 냉혹한 면이 있는 사람이지 얼음마녀는 아니었다. 수라야는 리아가 단념하기 위해서 좀 더 세게 말하기로 했다.


“리아양이 죽으면 저는 유리스군에 청혼을 할 거에요. 괜찮아요?”


리아가 씩씩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후훗. 가능하시면 해보세요.”


생긋 웃으며 말했지만 수라야는 리아가 얄밉게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나봐요.”


“그러니까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거겠죠. 레.이.디.”


빠직!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호호.”


“으음··· 말해도 되려나. 왠지 화··· 내실 것 같아서요.”


빠직 두 개가 적립되었다.


“······ 화··· 안 낼게요.”


“약속하신 거죠?”


“약속 하죠.”


“사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냥··· 음··· 레이디 나이가 많아서 싫다고 했거든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고 날 것 그대로 들으니 아무리 수라야라도 타격을 입었다.


“제··· 제가 나이가··· 많다고요?”


물론 나이 차가 많은 건 맞지만 결혼을 못할 정도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이디를 보고 저희 엄마가 생각났다고 했어요.”


“······.”


“화, 안 나신 거죠?”


“물론이에요.”


“아직 유리스가 어려서 사람 볼 줄 모르는 거 같아요. 레이디, 피부도 하얗고 가슴도 크고 미인이신데 제 엄마가 생각났다고 하니 말이에요. 헤헤.”


유리스의 엄마같다는 말보다 리아의 저 깐족거림이 더 울화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럼 늙은 걸 인정하는 것 같아 그만뒀다.


“그렇군요. 뭐, 그정도는 예상했어요. 그래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유리스군에게 청혼하는 계획을 세워기가 훨씬 쉬워지니까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리아양.”


“그렇게···”


“아, 그리고 안 돼요.”


“네? 설마··· 방금 전 그렇게 말했다고 그런 거에요.”


일말의 사심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죄책감 없이 말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요?”


“치사해요. 먼저 그런 얘기 꺼낸 건 레이디잖아요.”


“리아양이 이 일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던 말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반격 당했다고 이렇게 하시는 거에요.”


“네. 맞아요. 그래서 어쩔 건가요.”


당연히 의향을 묻는 말이 아니었다.


“······”


“하! 또 우는 건가요? 이번에는 그런 눈물이 안 통할 거에요.”


언제는 통한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하지만 수라야의 예상과 달리 리아는 울지 않았다. 대신 분노 섞인 눈길로 수라야를 쏘아봤다.


“레이디. 제가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않았지만?”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모두 레이디 탓이 잖아요! 레이디가 교묘한 거짓말로 유리스를 속인 탓에! 유리스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저도 이러진 않았을 거에요.”


“······”


“그런데도 같이 못 가게 하는 거에요? 어쩌면 이게 마지막 일 수 있는데! 왜! 왜요!”


“······”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유리스더러 가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냥··· 저도 같이 가게만 해달라는 거에요. 레이디도 아시잖아요. 제가 유리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러니 레이디··· 제발···”


“······”


수라야는 할 말이 없었다. 모두 사실이니까. 수라야는 악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얼음마녀처럼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리스와 리아를 속였을 때 그녀의 마음도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브리스톨의 영주다. 브리스톨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야 했다. 무엇보다 시한폭탄처럼 되어가고 있는 알제테 광산 토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이번에 유리스를 놓치면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간단한 계산이다. 1명의 목숨과 7천명의 목숨. 그렇기에 수라야는 유리스를 속이고 리아를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수라야 개인이라는 인물은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알겠어요. 리아양의 의지가 그토록 강하다면 제가 어떻게 설득할 방법이 없네요.”


“그럼, 레이디?”


“단,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 또 어떤 거죠?”


리아가 경계하며 물었다.


“리아양이 토벌에 참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잖아요. 그 사람에게도 허락을 받으면 토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게요.”


“알겠어요. 약속하신 거죠?”


“물론이에요. 이건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할 게요.”


“고맙습니다. 레이디.”


그러더니 리아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수라야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양심이 찔러 차마 내치지 못 했다. 대신 문제를 유리스에게로 넘겨 버렸다. 유리스가 잘 거절을 하길 바랬다. 하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았다.



“유리스~”


“리아, 어디 다녀 온 거야?”


“잠깐 레이디 좀 만나고 왔어.”


“레이디? 왜? 어? 설마···”


“응. 레이디에게 토벌대에 참가하는 거 허락 받았어.”


유리스는 매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입은 뭔가 할 말을 참고 있는 것처럼 다물어져 있었다. 리아가 처음 본 유리스 표정이었다.


“왜?”


목소리마저 차가웠다.


“그야 니가 너무너무너무 걱정이 되어서.”


“나도 리아, 니가 걱정이 돼. 만약 마물들이 너한테 달려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니가 있잖아.”


“내가 모든 상황에서 너를 지켜줄 순 없는 거 알잖아. 로이처럼···”


로이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더 이상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유리스···”


리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로이 때문인지, 아니면 유리스가 허락해주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나도 더 이상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니가··· 니가 돌아오지 못 하면···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유리스...”


리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에겐 이제 너 밖에 없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너는 나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야. 생명의 은인이고 함께 여행한 동료이고 그리고··· 그리고···”


분위기를 탔다.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제 마지막 말만 하면 되는데 끝내 내뱉지 못 했다.


“리아···”


유리스는 리아의 눈물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


“유리스, 나도 데려가 줘. 방해하지 않을 게. 최대한 안전한 곳에 있을 게. 그리고 니가 위험하지 않게 도와줄게. 그러니까, 나도 함께 데려가줘. 으흑”


리아는 흐느끼며 유리스 품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품에 안긴 리아의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자연스럽게 손이 머리로 갔다. 그리고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럼 리아가 좋아한다. 유리스도 이런 행위가 싫지 않았다.


유리스는 이상했다. 이상하고 이상했다. 리아가 싫지 않았다. 좋았다. 유리스의 유일한 친구니까. 하지만 최근 리아에게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랐다. 여전히 좋았지만 이전에 좋았다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른 건지 모르겠다. 늘 곁에 있는 것이 정말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표현력이 부족한 유리스가 생각하기에 친구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됐다.


“알겠어. 리아.”


어쩌면 마물이 언제 들이닦칠지 모른 바깥보다는 자신 곁이 더 안전할 지도 모른다. 더 솔직한 심정으로는 유리스도 리아가 곁에 있었으면 했다.


“저··· 정말?”


리아가 고개를 들어 유리스를 바라봤다.


“응. 대신, 내 곁에서 떨어지면 안 돼.”


“응. 고마워. 유리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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