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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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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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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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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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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DUMMY

안타깝게도 수라야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보통 이정도면 어느 정도 수라야에게 넘어오기 마련이다. 비록 그녀가 유리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녀의 외모는 꽤 괜찮은 편이다. 만약 비슷했다면 훨씬 더 쉬웠으리라.


그녀는 지위도 있고 능력도 있고 미모도 괜찮았다. 아직도 브리스톨에서 내노라하는 가문에서 그녀에게 구애를 보내고 청혼을 한다. 물론 그녀는 모두 거절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인 행동을 나선다면 거절한 사람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스는 그렇지 않았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 단계까지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어려서 어른들의 신호를 모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수라야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냥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따라왔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그 이상이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은 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처럼.


짧은 만남이지만 수라야는 유리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했다. 자신처럼 경험이 많거나 본능적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재능 따윈 없는 아이였다. 좋게 말해서 순수했다.


그런 그가 그 이상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녀의 작전이 실패했다는 거다. 물론 이건 즉석에서 생각한 작전이었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다. 이 작전만 성공하면 다른 작전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작전이었다. 역시나 쉽게 이루어지진 않았다.


“지금 뭐하세요?”


“어멋!”


“우앗, 깜짝이야!”


리아가 둘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었다. 리아는 둘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거리가 머니 직접 다가온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물론 이게 예의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걸 따질 정신이 아니었다.


“물론 얘기를 나누고 있죠. 리아양.”


“그런 건 굳이 손을 잡지 않고 말해도 되지 않나요?”


“하지만 손을 잡고 얘기하는 게 더 좋을 때도 있죠. 유리스군도 싫어하지 않았구요.”


보통 이렇게 말하면 손을 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라야는 손을 놓지 않았다.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유리스의 손을 꽉 붙잡았다. 접착제라도 발라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리아는 유리스를 노려봤다. 유리스는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많이 본 표정은 아니다. 하지만 저 표정은 리아가 뭔가 화가 났거나 언짢은 일이 있을 때 짓는 표정이라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럴 땐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다.


“리아,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앉아.”


그런데 유리스는 아직 덜 배운 거 같다. 하지만 이번엔 리아는 유리스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다. 단지, 원래 자리가 아닌 유리스 옆자리에 앉았지만.


“어? 리아?”


“왜? 뭐? 무슨 문제 있어? 내가 어디에 앉던 내 마음이야. 흥!”


그리고 유리스의 남은 손을 잡았다. 수라야처럼 깍지까지 끼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도중에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잡고 있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졸지에 유리스의 양손은 양 옆에 앉은 여자들에게 점령 당했다. 유리스는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수라야가 유리스의 손을 놓아줬다.


다시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서 어른의 여유를 리아에게 보여줬다. 손잡은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닌 듯이, 겨우 그런 걸로 여기까지 자리를 옮겼다냐는 태도를 보였다.


리아는 짜증이 났다. 여자로서 매력도, 어른으로서 여유도 무엇 하나 수라야를 당해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물론 리아가 가진 큰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친구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유리스의 유일한 친구다. 안타깝게도 리아는 그 점을 잘 살리지 못 했다. 그걸 이용할 만큼 리아는 약아 빠지지 않았고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럼 유리스군, 어디까지 얘기 했더라?”


“사랑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맞아요. 그랬죠. 호호.”


사랑 얘기가 나오자 리아는 또 묘하게 침묵을 했다. 십대 소녀에게 사랑 얘기만큼 재미있고 달콤한 얘기가 또 있을까.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이다.


“그래도 유리스군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왜요?”


“잘 생겼으니까요.”


“제가요?”


“물론이에요. 저는 수 많은 남자들을 봐왔답니다. 유리스군 정도면 충분히 잘 생긴 얼굴이에요. 얼굴에 자신감을 가져도 되요. 그리고 마법까지 쓸 수 있잖아요. 그것도 그 나이치곤 대단한 마법을 말이죠. 저는 멀리서 마법을 보고 저랑 비슷한 나이인 줄 알았을 정도였니까요.”


“그런가요? 헤헤.”


잘 생겼다는 말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마법 실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더니 굉장히 좋아했다. 수라야는 그 점을 놓지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법 실력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중요한 주제지만 지금 대화에선 꺼낼 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주제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물론이에요. 그러니 분명 유리스군에게 많은 여자들이 결혼을 하자며 구애를 할 거에요.”


“청혼은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거에요.”


“’보통’은 그렇죠. 리아양. 리아양은 그런 경험이 없나요? 보통인 남자가 리아양에게 청혼을 한 적이요?”


청혼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럴지도 모를 사람이 있긴 있었다. 지오인 오빠인 바니였다. 하지만 리아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그의 호감을 무시했던 것이다.


“그럼 수라야씨는 청혼을 받은 건가요? 청혼을 한 건가요?”


“레이디.”


“네?”


“리아양. 저는 일반인이 아니에요. 이 브리스톨의 주인이자 지배자에요. 일반적인 호칭이 아닌 직위로 불러야 하는 위치이자 입장에요.”


“하지만 유리스는···”


“레.이.디.”


리아는 반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부드럽게 말했지만 위엄이 있었다. 감히 거역하기 힘든 위엄이.


“그··· 그 레이디께서는 청혼을 받으신 건가요? 청혼을 하신 건가요?”


“그야 물론··· 흐음··· 그런데 리아양은 제가 왜 결혼을 했다고 생각한 건가요?”


“그야, 백작부인이니까요. 그렇다면 백작도 계신다는 말 아닌가요?”


의외로 예리한 지적이었다.


“백작께서도 계셨죠.”


과거형이었다. 리아는 그 대답에 불안감을 느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과거형이면 썩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설마··· 마물에게···”


“아니에요.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무너진 브리스톨을 다시 일으켜 세운 강한 사람이에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 남편이지만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수라야는 행동이 달라졌다. 백작부인으로서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 사라지고 과거를 추억하는 평범한 여인이 되었다. 그녀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하지만 지금 식당의 분위기는 그녀가 지배하고 있다. 그녀의 분위기가 우울해지자 식당의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우울해졌다.


수라야는 어서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터짐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런 사람이 아니다. 계산적이면 냉정한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됐다. 어쩌면 어린 연인을 봐서 그런지 모른다. 물론 아직 연인은 아니지만.


“그럼 백작님이 먼저 레이디께 청혼을 했나요?”


“그야···”


수라야는 말하기가 힘들었다. 더 말하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녀의 작전은 실패했음을 느꼈다. 유리스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그랬지만 리아의 감정을 찌른 질문이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자신에게 아직도 이런 십대 소녀 같은 감성이 남아있을 줄 몰랐다. 그냥 남편에 대해서 물었으면 이렇게까지 감정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청혼을 할 때는 다르다.


청혼 이후 수라야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저 하루하루 눈을 뜨면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그저그런 삶에서 진짜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삶으로 바뀌었다.


청혼 당시도 완전 소동이었다. 상황은 엉망이었고 감정은 혼란스러울 때 브리스톨의 백작의 청혼을 했다. 수라야는 그 청혼을 받고 울었다. 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했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다만, 그 행복은 길지 않았다. 너무도 짧았다. 둘 사이에 아이도 가질 여력도 없이 말이다.


수라야는 남편의 유지를 잇고 싶어했다. 이 브리스톨을 재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브리스톨은 보이지 않은 위협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력한 마법사가 필요했다. 이 브리스톨에 지금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마법사는 수라야 한 명 뿐이다.


이 도시에는 7천 하고도 2백 명이나 더 있다. 확인된 인구만 그정도다. 그리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도시를 지키기 위해선 강력한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유리스가 온 것이다. 그녀는 비록 착각하긴 했지만 아스톨리아로 가기 전에 부부를 이곳에 정착시키고 싶어 했던 것이다.


부부가 아닌 걸 알자 유리스와 결혼을 하여 더욱 강력하게 결속을 다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 됐다. 수라야는 죽은 남편을 사랑했다. 그것 많이. 지금도 보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다.


“아, 미안해요. 제가 너무 감상에 젖은 거 같아요. 그럼 식사도 끝났으니 이만 일어서도록 하죠. 저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 그럼 유리스군, 리아양. 나중에 봐요.”


수라야는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일어섰다. 그리고 재빨리 식당을 나갔다. 순식간에 식당에는 유리스와 리아만 남아있었다. 여전히 손을 꼭 잡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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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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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9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2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6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2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1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5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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