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101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5.20 20:00
조회
161
추천
0
글자
12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6장

DUMMY

늙은 마녀는 공포를 느꼈다. 설마 자신의 제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줄 몰랐다. 지금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저년을 빨리 죽여!”


마녀가 외쳤다. 그 순간 수십 개의 얼음창들이 코탈토와 마녀를 덮쳤다. 갑작스러웠고 압도적이었다. 피할 수 없었다. 막아야만 했다. 코탈토는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최대한 급소를 보호했다.


공격은 매서웠다. 이정도 공격을 아직도 하지 않은 게 놀라웠다.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몸이 갈갈이 찢겨질 만한 공격이었다.


다행히 코탈토의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급소로 날아오는 창은 모조리 막아냈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죽지 않았다. 일단 살아있기만 하면 몸은 금방 회복시킬 수 있다.


코탈토는 하루에 두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 게다가 이번엔 진짜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수라야는 너무 흥분을 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마법을 날려버렸다. 그래서 다음 마법을 날리기 어려웠다. 수라야의 차례가 끝난 것이다.


비록 늙은 마녀가 수라야를 처리하지는 못 했다. 그래도 코탈토에게 반격의 기회가 줬다. 차라리 이런 공격이 코탈토는 더 막기 쉬웠다. 방금 전까지 당했던 시간 차 공격은 공략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늙은 마녀의 세치의 혀는 대단했다. 이성적이며 예리한 공격을 하는 수라야는 없었다. 그저 분노해서 모든 마법을 한꺼번에 내던져 버린 얼음 마녀만 있을 뿐이었다.


코탈토가 어리숙 하지만 전투까지 어리숙 하진 않다. 그래서 수라야가 이성을 잃었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코탈토는 성탑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수라야에게 급강하를 했다.


떨어지는 속도와 더불어 힘껏 팔을 휘둘렀다. 제대로 맞으면 마물따위도 한 방에 산산조각 내버리는 위력의 공격이었다.


“챙그랑!”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얼음벽이었다. 하지만 이번 얼음벽이 너무 빨리 소환해서 약한 건지 아니면 코탈토의 공격이 너무 강력해서인지 버티지 못 했다.


얼음벽을 꿰뚫고 공격을 받은 수라야는 튕겨나갔다. 그나마 얼음벽이 위력을 약화시켜서 즉사만은 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부상도 크지 않았다. 튕겨나간 수라야는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꼴사납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었다. 사냥 하는 입장에서 사냥 당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수라야는 달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성벽 위였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수라야는 다가오는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때 코탈토의 옆구리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마녀의 눈에 얼음창이 꽂혀 있었다. 수라야의 공격을 다 막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년! 네년은 반드시 사지를 찢어 죽일 테다. 기껏 비싼 돈 주고 샀더니 감히 내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수라야의 표정은 굳었다.


“샀다니 무슨··· 말이죠?”


“몰라서 묻는 거냐? 아님 멍청한 거냐! 너는 고아따위가 아니야! 니 부모가 나한테 너를 팔았을 뿐이지. 그저 은화 10닢에 말이야.”


“그럼··· 저는 고아가 아니었던 건가요? 스승님?”


“그래. 니가 마법적 재능을 보여, 니 부모에게 너를 샀지. 어차피 가난한 농가 집안이라 마법을 쓰는 딸년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 은화 10닢에 널 팔 수 있다면 그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던 부부였지.”


“그렇군요. 스승님.”


의외로 수라야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전히 얼음 마녀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옛 정을 생각해서 고통없이 죽여주고 싶지만 코탈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구나. 아, 물론 나도 곱게 죽일 생각은 없어. 먼저 나처럼 눈깔부터 후벼파 줄 테니 말이야. 낄낄낄.”


코탈토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수라야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다리가 얼음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라야는 도망을 친 게 아니었다. 흥분해서 공격을 했지만 금방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흥분했다고 착각한 코탈토와 늙은 마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고마워요. 스승님. 덕분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을 죽일 수 있어서요.”


수라야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코탈토 주변에 수십 개의 얼음창이 사방팔방 떠있었다. 피할 수도 없었다. 모두 막아낼 수도 없었다. 그저 요행을 바라기만 해야 했다.


“하지만 저는 스승님과 달라서요. 옛정을 생각해서 고통없이 죽여드릴게요.”


“이··· 이 개같은···!”


수라야가 손을 움켜쥐자 수십 개의 창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코탈토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코탈토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수라야는 그를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마지막에 거대한 얼음기둥이 코탈토의 몸을 내려 찍어 짓이겨 버렸다. 마치 바퀴벌레를 죽이 듯이 말이다.






급류에 휩쓸린 유리스와 리아는 한참을 쓸려 내려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리아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급류에 빠져나오진 못 했지만 숨은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유리스는 그러지 못 했다. 그는 수영을 못 했다. 물 속에 사라졌다 떠올랐다를 반복했다. 어쩌면 반쯤 정신을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신 물만 해도 하루 할당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리아는 초인적인 힘을 내어 떠내려가는 유리스를 붙잡았다. 어쩌면 사랑의 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리스를 붙잡을 뿐 급류를 빠져나오진 못 했다. 리아는 유리스를 꼭 붙잡은 채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얼마가 흘려내려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래 떠내려 가진 않았다. 아직 리아가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아는 급류가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리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리아는 모든 힘을 이끌어냈다. 마치 분노를 이끌어내 듯이 말이다. 지금 그녀 앞에 무엇이 가로막든 다 부셔버릴 기세로 유리스를 끌고 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유리스 가슴에 귀를 가져다 됐다. 다행히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숨결이 너무나 미약하고 불규칙적으로 내쉬었다.


우선 폐로 들어간 물부터 빼내야 했다. 그럼 인공호흡을 해야 했다. 다행히 리아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지만 바로 행동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서로의 입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유리스의 목숨은 어쩌면 촌각을 다투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아는 바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기도를 확보하고 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운이 좋았다. 숨을 불어넣자마자 유리스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물을 게워냈다.


“우엑··· 콜록콜록··· 우윽··· 콜록.”


“괜찮아, 유리스?”


대답 대신 계속 물만 게워냈다. 물을 모두 게워내고도 유리스는 한참을 일어서지 못 했다. 리아는 억지로 유리스를 일으켜 좀 더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


유리스는 숨이 이렇게 달콤한 것을 처음 느꼈다. 더 많은 숨을 쉬고 싶었다. 하지만 폐가 받아들이는 건 너무 적었다.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쳤다. 이대로 쉬고 싶었다.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특히, 젖은 옷을 입고 있으니 그대로 얼어죽을 것만 같았다.


힘든 육체와 달리 추위로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우선 옷부터 말려야 했다. 유리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었다.


“유··· 유리스··· 뭐··· 뭐하는 거야?”


“너··· 너무··· 추··· 추어...”


그럴만 했다. 리아의 손과 발도 추위로 감각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아는 우선 유리스를 도와 그의 옷을 벗겨 주었다. 그리고 리아도 옷을 벗었다. 물론 둘 다 최후의 한장까진 벗지 않았다.


리아는 부끄러웠다. 정말 부끄러웠다. 입술을 포개더니 이제 서로 벗은 채로 살결을 맞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동굴이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제대로 벗은 몸을 본다면 리아는 부끄러워 죽을지도 몰랐다.


“화륵.”


하지만 리아의 바램과 달리 동굴은 밝게 빛났다. 유리스가 불을 켰기 때문이다. 그는 불꽃을 다룰 수 있는 불꽃술사다.


동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둘을 감싸줬다. 젖은 옷도 말려줬다. 그리고 둘의 벗은 몸도 밝혀주었다.


리아는 유리스의 몸을 봤다. 이렇게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다. 피부가 하얬다. 웬만한 여자보다 더 하얀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유리스의 시선도 리아에게 향해 있었다. 하지만 리아를 얼굴을 마주 보는 건 아니었다. 시선은 그보다 조금 아래였다. 바로 가슴이었다. 몸을 보고 있는 건 리아 뿐 아니었다.


유리스도 리아도 지금 아래 한 장만 걸치고 있다. 그러니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작지만 아담한 가슴이 불꽃에 일렁이고 있었다.


“······”


리아는 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유리스··· 봐봐봐봤어?”


“뭘?”


유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가가··· 가슴 말이야!”


“아, 응. 봤어.”


"짝!"


리아의 강력한 싸대기에 유리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유리스는 뺨을 부여잡고 황당하고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리아는 쳐다봤다.


"리아··· 왜?"


리아는 너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유리스의 뺨을 때렸다.


"미미미미안! 유리스. 나도 모르게... 정말 미안!"


“혹시 내가 실수라고 한 게 있어?”


“아니, 그게 말이야··· 그···”


그런데 유리스의 시선이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유리스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본능적으로 시선이 내려갔다.


“유.리.스!”


“어?”


결국 둘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앉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불꽃 때문에 온기가 느껴질만 했는데도 둘은 한기만 느꼈다.


하지만 등에서 느껴진 온기는 확실하게 전달이 되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숨결과 심장 고동. 이 규칙적인 떨림이 둘 사이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웠다. 물론 시간이 필요했지만.


“리아···”


“유리스···”


둘은 동시에 말을 꺼냈다.


“아, 너부터 말해.”


“아니야. 먼저 말해.”


또 동시에 말했다. 계속 등을 맞대어서 그런지 생각도 동기화가 된 듯 했다.


“······”


“······”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리아가 먼저 말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때려서 미안해. 가슴··· 쳐다보니 너무 부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때렸어.”


“미안해. 정말 몰랐어. 가슴을 쳐다보는 게 부끄러운 줄은. 뭐랄까··· 나도 시선이 그쪽으로 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었어. 이건 앞으로 조심할게.”


유리스가 너무 미안해하자 도리어 리아가 어쩔 줄 몰랐다. 솔직히 유리스 정도면 못 보여줄 것도 없었다. 아니, 보여주고 싶었다. 정확히는 보여줄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그···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야. 볼 수 있어. 아무나 아니지만. 뭐였더라? 아, 부부끼리는 서로 볼 수 있어.”


리아가 횡설수설 말했다.


“그럼 나랑 리아랑 결혼했으면 가슴을 볼 수 있는 거야?”


결혼이라는 말에 리아는 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결혼한 사이면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슴 뿐이겠냐만.


“물··· 물론이지! 당연하지! 그 이상도 보여줄 수 있어. 하하하.”


유리스는 그 이상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유리스는 그저 가슴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상했다. 왜 가슴을 보고 싶어하는 건지. 남자 가슴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 가슴을 보고 싶었다. 이건 동굴을 빠져가면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럼 리아, 나랑 결혼을 할래?”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예상조차 하지 못한 말이었다. 리아는 잠깐이지만 언어를 잊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톨리아의 불꽃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장 22.10.14 133 0 14쪽
5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장 22.10.07 131 0 15쪽
5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8장 (2부 끝) 22.06.03 136 0 11쪽
5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7장 22.05.27 134 0 13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6장 22.05.20 162 0 12쪽
4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5장 22.05.13 171 1 13쪽
4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4장 22.05.06 145 1 10쪽
4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3장 22.04.29 168 1 11쪽
4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2장 22.04.22 189 1 10쪽
4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1장 22.04.15 143 1 11쪽
4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0장 22.04.08 138 1 11쪽
4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9장 22.04.01 145 0 11쪽
4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8장 22.03.25 150 1 11쪽
4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7장 22.03.18 152 1 9쪽
4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6장 +1 22.03.11 147 1 10쪽
3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5장 +1 22.03.04 162 1 12쪽
3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4장 22.02.25 147 1 14쪽
3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3장 22.02.18 161 1 10쪽
3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2장 22.02.11 161 2 11쪽
3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1장 22.02.04 151 0 11쪽
34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0장 +1 22.01.28 171 1 10쪽
33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9장 22.01.21 189 0 10쪽
32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8장 +1 22.01.14 158 2 10쪽
31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7장 22.01.07 171 2 9쪽
30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6장 +1 21.12.31 185 2 11쪽
29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5장 +1 21.12.24 171 1 9쪽
28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4장 21.12.17 170 2 10쪽
27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1 21.12.10 164 2 11쪽
26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21.12.03 185 1 10쪽
25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장 21.11.26 17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