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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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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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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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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444,514

작성
22.03.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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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18장

DUMMY

유리스는 성벽을 걸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기온은 낮았지만 바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춥지··· 않죠?”


“네. 바람이 강하게 불 줄 알았는데 안 부네요.”


하지만 이상했다. 바람이 성벽을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마치 살갗을 도려낼 것 같은 바람 소리였다. 하지만 정작 얼굴에 스치는 가벼운 바람이었다.


“사실 지금 바람이 엄청 불고 있어요.”


“그런가요?”


“지금 이 소리가 들리죠?”


“네. 소리는 엄청난데 바람은 이런 애기바람만 부네요.”


“후후. 맞아요. 애기바람만 불고 있죠. 유리스군. 잠깐 이리 와보세요.”


수라야는 성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성벽 바깥으로 손을 내밀었다. 유리스도 수라야 곁에 서서 수라야와 똑같이 손을 내밀었다. 손에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마치 마법으로 바람을 불어내는 듯한 강풍이었다.


“어때요?”


“완전 신기한데요? 왜 이런 거에요.”


“음··· 미안해요. 저도 그 원리는 잘 모르겠어요.”


“어, 그럼?”


“이 성벽을 건설한 게 드워프들인 건 알고 있죠.”


“네.”


“드워프들은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부는 걸 보고 성벽이 바람을 흘러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해요. 물론 눈보라나 태풍 같은 강풍은 막을 수 없지만 이 정도 겨울 바람 정도는 흘러 보낼 수 있죠.”


“대단하네요. 드워프들은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을까요.”


“저도 그게 정말 궁금해요. 하지만 아쉽게도 성벽에 대한 설명이나 원리가 적혀있는 자료가 남겨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성벽이 어떤 원리로 건설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브리스톨 내에 있는 학자들이 그걸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파악하진 못 하고 있어요.”


수라야는 다시 걸으면서 말했다.


“사실 레고스 산맥에는 드워프들의 많은 유산들이 남겨져 있어요. 원래 이곳은 드워프들의 땅이었거든요.”


“우와~ 그럼 여기가 드워프 왕국이 있었던 곳인가요?”


“네. 맞아요. 드워프 왕국이 다스리던 곳이었죠. 그래서 레고스 산맥 구석구석 드워프들의 유적들이 남아있어요.”


“그럼 지금 그 왕국은 어디에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드워프 왕국은 옛날에, 아주 옛날에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브리스톨이라는 도시조차 없을 때였죠.”


“기록이 남은 게 전혀 없나요?”


“전설로 남은 얘기는 있어요.”


“어떤 내용이죠?”


“전설에 따르면 드워프 왕국에 욕심 많은 왕이 살았다고 해요. 그 왕은 너무 욕심이 많아서 왕국의 모든 보물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어 했죠. 그래서 왕국에 있는 드워프들은 하나둘씩 내쫓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렇게 내쫓다가 이제 왕국에는 단 둘만 남게 되었죠. 바로 왕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었죠. 왕자는 왕에게 간청을 했죠. 하지만 왕은 그 왕자마저 내쫓아버렸죠. 왕자는 쫓겨나면서 왕국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부셔버렸다고 해요.”


“왜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른다는 건 전해진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에요. 왕이 보물을 빼앗으려는 자를 막기 위해서 왕자에게 명령을 내렸다거나, 왕이 미워서 왕자가 왕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부셨다던가, 왕국에 남겨진 드워프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든가, 이유는 많지만 확실한 건 그 어떤 것도 없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왕국은 어떻게 됐나요?”


“그렇게 왕국은 잊혀졌어요. 왕국에서 쫓겨난 드워프들은 레고스 산맥에 흩어져 살게 되었죠. 그때 레고스 산맥에 많은 드워프의 도시들이 생겨났죠. 이 브리스톨도 그 때 생긴 도시 중 하나였어요.”


“와! 그럼 여기 말고도 다른 도시들이 있는 건가요? 이 산 속에요?”


“있었죠.”


과거형으로 말했다.


“대부분 도시들은 드워프들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졌죠. 게다가 빈 도시들은 마물들에 의해 모두 부셔졌고요. 지금은 대부분 터만 남겨져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이 브리스톨이 유일하고요.”


“그렇군요. 아쉽네요. 다른 도시를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수라야는 그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가 있어요. 심지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요.”


“정말인가요?”


“물론이에요. 다만···”


“다만?”


“그 도시는 좀··· 아니 많이 특이해요. 마법을 사용해야지만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마법이요?”


“네. 신기하죠. 드워프는 정말 마법을 싫어하는 종족이에요. 그럼에도 마법을 써야하는 도시를 건설했으니 말이죠.”


“레이디는 그 도시에 가봤나요?”


“물론이에요.”


“그럼 그 도시에 들어가 봤나요? 레이디는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요.”


“아니요. 안타깝게도 들어가보진 못 했어요.”


“왜요?”


“그게··· 혼자선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는 제어장치가 도시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있거든요. 그걸 동시에 작동해야지만 도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열리는 구조라서요. 그래서 들어가 보진 못 했어요.”


“아, 그런 아티팩트가 있다고 들어봤어요.”


“저도 그게 도시에 설치된 걸 보고 굉장히 놀라웠죠. 하지만 아쉽게도 마법사는 저 혼자라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럼 저랑 같이 가면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수라야는 잠깐 숨을 골랐다. 여기서 바로 대답했다간 웃음이 터져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그리고 연기를 해야 했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유리스군. 그렇지 않아도 그 도시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말이에요. 유리스군 대단해요!”


수라야는 과장된 행동으로 유리스의 생각을 마구 칭찬했다. 유리스는 기분이 우쭐해졌다.


“그곳에는 말이죠, 수많은 드워프들의 유산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쩌면 이 브리스톨 성벽의 비밀을 밝히는 자료도 있을지 몰라요. 그것 말고도 귀중한 서적들이나 보물들이 있을 거에요. 그렇게 되면 이 브리스톨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아,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그곳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그럼 유리스군도 같이 갈거죠?”


수라야는 이 말은 숨도 고르지 않고 한 번에 내뱉었다.


“물론이에요.”


유리스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수라야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냈다. 정확히는 종이가 아니라 양피지였다. 그것도 마법이 걸린 양피지. 유리스가 양피지를 손으로 잡자 미약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참가신청서에요. 이곳에 싸인을 하면 되요.”


“하지만 펜이 없는데요?”


“괜찮아요. 이건 마법이 걸려 있어서 손가락으로 써도 되요.”


“네. 레이디. 신청서는 읽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신청서에는 드워프의 잊혀진 도시에 간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수라야를 도와 도시의 마법 제어장치를 가동 시키는 내용이 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유리스는 안심했다.


그래서 유리스는 하단 서명란에 손가락으로 휘갈겼다. 그러자 서명한 이름이 빛을 내면서 선명하게 적혔다. 이름이 적히자 양피지에 느껴지는 미약한 마나의 기운이 사라졌다. 이 마법 말고 다른 마법은 없는 걸로 보여진다.


하지만 유리스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런 신청서가 갑자기 준비가 될 일이 없으니 말이다.


“일주일 후에 출발할 거에요. 당일로 다녀올 수 없으니 유리스군, 준비 잘 해두세요.”


“알겠어요. 레이···”


“찾았다!!!”


엄청나게 크고 우렁찬 소리에 유리스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리아였다. 리아는 유리스를 발견하자 마자 달려왔다. 유리스는 반갑게 리아를 맞이하려고 했다. 하지만 리아의 달려오는 속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리아는 유리스를 그대로 껴안았다.


“한참을 찾았잖아. 유리스.”


“리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얼굴이 머리카락 색처럼 빨갰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분명 자신을 찾으려고 쉬지 않고 뛰었을 거라는 건 유리스라도 알 수 있었다.


유리스의 생각대로 리아는 온 도시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유리스와 수라야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둘은 눈에 띄는 존재다. 그러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리아는 그때 불현듯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둘이 여전히 성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시종은 나갔다고만 했지 도시에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시종에게 어디로 갔는지 얘기를 들었다.


리아는 두려웠다. 너무 늦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이미 수라야는 유리스를 구워삶아 먹고 디저트를 즐기는 중인지도 모른다.


“유리스. 혹시···”


“아니야. 안 한다고 했어.”


뭘 안 한다고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리아도 수라야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요. 유리스군이 딱 잘라 거절하더라구요. 빨리 제안한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리아양이 더 빨랐네요. 후후.”


불안하다. 이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수라야의 미소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소의 수라야의 부드럽고 여유로운 미소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목적을 이미 달성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던지.


“그럼 저는 이제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할 게요. 두 분은 천천히 데이트를 하다 오세요.”


“네. 레이디.”


“데··· 데이트라니요!”


“어머, 리아양. 그렇게 꼭 껴안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설득력이 있을 거 같아요?”


“이··· 이건···”


“후후. 그럼 두 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수라야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리아는 수라야에게 더 묻고 싶은 게 있었다. 하지만 수라야는 또 여우처럼 빠져나갔다. 이제 이 성벽에는 유리스와 리아 밖에 남지 않았다. 여전히 유리스를 껴안은 채 말이다.


“유··· 유리스··· 이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리스를 놓아주진 않았다. 유리스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리아의 이마를 닦아줬다.


“안 추워? 겨울에 땀이 흐르고 나면 더 추운 법이니까.”


“고··· 고마워. 유리스. 그런데···”


“확실하게 거절했어. 토벌에는 참가를 못 한다고. 그러니까 더 이상 얘기를 안 꺼내더라구.”


“응. 잘 했어. 유리스. 헤헤.”


리아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 속 한구석이 찝찝한 건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수라야가 너무 쉽게 포기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러설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분간 유리스 곁에 떠나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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