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임자왜란

103. 우주로부터의 공격 (1)

2032. 4. 7.

AM 10 : 03

남해

"일본 군함들이 AIS 선박자동식별장치(Auto Identification System)를 끄고 대한해협을 넘어오고 있습니다."

"뒤에는 거대한 1, 2, 4 호위대군 함대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놈들이..!"

참모들의 보고를 받은 제7기동전단을 지휘하는 마라도함의 주집현 함장은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졌다.

일본 군함들이 AIS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영해를 침범하는 것은, 향후 전쟁 개시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이 분명했다.

전쟁범죄의 은폐,

전쟁의 증거를 없애려는 일본의 치밀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본의 3호위대군이 독도 해역을 침범하고 동시에 1, 2, 4호위대군을 대한해협으로 진입시키는 것은 동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이렇게 되면 동해 1함대를 구하러 갈 우리 7기동전단의 동해 북상이 어렵게 된다.

어떡해서든지 대한해협 봉쇄를 뚫고 돌파해야 해!'

AM 10 : 09

동해 영해 50km 지점

“쾅”

동해 1함대 광개토대왕함의 경고 함포 발사가 이루어졌다.

일본 함대의 앞 2km 바다에 포탄이 떨어졌다.

경고 방송에 이은 2차례의 함포 발사에도 3호위대군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한국 영해를 밀고 들어왔다.

“대함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라!“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광개토대왕함의 추안석 함장은 일본 함대를 향한 직접적 공격 준비를 명령했다.

AM 10 : 10

3호위대군

”광개토대왕함의 STIR 추적레이더 (STIR)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함대 방공 시스템 대비를 철저히 해라!”

“1함대가 먼저 발사하면, 즉시 대함미사일 세례를 쏟아부어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3호위대군 쿠오사와 참모장이 명령했다.

3호위대군의 대함미사일들이 한국 1함대를 겨누고 선제공격을 유도하며 다가가고 있었다.

AM 10 : 12

한반도 35,786km 상공 우주

“아나시스 2호(ANASIS-II)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아나시스 2호(ANASIS-II)에 다른 물체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2014년 차세대 전투기로 F-35A를 7조4천억에 계약하며 한국군이 옵션으로 받은 최초의 군사위성 아나시스 2호(ANASIS-II)에서 비상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반도 35,786km 상공 정지궤도의 아나시스 2호에 다른 물체가 자동으로 접근하자 경고음을 내며 접근하는 위성의 영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방해 위성으로 추정되는 위성이 자세제어 엔진을 분화하며 각도를 맞추더니 서서히 아나시스 2호에 접근하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한 방해 위성에서 로봇팔이 나와 아나시스 2호의 케이블 선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 위성이 아나시스 2호를 공격하고 있잖아?“

”일본의 방해 위성으로 추정됩니다!“

위성에서 들어오던 영상송출 장비도 망가졌는지 영상이 갑자기 끊어졌다.

공격받던 아나시스 2호는 주요 케이블이 끊어지며 부서지더니 천천히 추락했다.

일본의 방해 위성들은 한국의 민간용 위성을 제외한 군사위성을 하나씩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일본 위성들의 전자펄스 공격을 받아 레이다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한국 전투기들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지원을 못 받아 공중전에 패배하더니, 군사위성마저 공격당하는 것을 실제로 영상으로 본 한국군 지휘부는 충격에 빠졌다.

여러 번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고 지향성 에너지 무기 즉, 레이저 무기를 우주에서 사용하리란 걸, 한국군 지휘부는 설마 하며 믿지 못했던 분위기였다.

한국이 우주에서 군사적 대응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이,

GDP의 2%가 넘게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쓰며 일본의 한국 침공 계획은 우주로부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마침내 2031년 일본의 우주군과 해군 공군이 통합된 영공방어망 동천(東天) 대공방어 시스템이 완성됨으로서 우주에서의 일본의 군사적 우위에 한국은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군사 통신 위성들을 하나하나씩 잃어가며 한국군은 지휘 통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AM 10 : 14

제주도 해군기지 인근 상공

”F-2 편대가 포착되었습니다. 공격 승인요청!“

”즉시, 격추하라!“

”대대 공격 포지션으로!“

11전투비행단의 F-15K 대대장 오창서 소령은 제주 해군기지를 노리고 접근하는 일본 F-2 전투기들의 측면을 향해 일제히 공격할 수 있도록 비행대에 명령했다.

일렬로 전개하여 위치를 잡은 F-15K 전폭기 20대들은 AIM-120 AMRAAM 암람 공대공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다.

”발사!“

”슈수 슝“

”슈숭“

”슈슝 수슝”

F-15K 전폭기 20대에서 40발의 AMRAAM 암람 공대공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한국 공군의 공격에 F-2 전투기들을 엄호하던 일본 F-15J 전투기들이 F-15K 전폭기를 향해 돌격해왔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40대의 F-15K 전폭기와 50대의 F-15J 전투기들이 제주도를 125km 남겨둔 거리에서 공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삐삐 삐삐“

”삐삐 삐“

한일 양쪽의 F-15K, F-15J 조종석에선 레이더 경보 수신기(Radar Warning Receiver)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사하라!”

대대장의 명령에 일제히 AIM-9X 사이드와인더 Block II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쿠아앙”

“파방”

20여 발의 AIM-9X 사이드와인더 Block II 미사일은 회피 기동을 하려는 F-15J 전투기들의 측면을 강타했다.

“콰과 쾅”

“콰 쾅”

5대의 F-15J 전투기들이 격추되었으나, 일본 공군의 반격도 시작되었다.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콰광 푸웅”

오창서 대대장에게 보고하던 조종사는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일본 공군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에 피격되었다.

순식간에 3대의 F-15K 전폭기가 격추되었다.

“산회하고 도그파이팅 준비하라!”

꼬리를 잡기 위한 공중전이 한일 양쪽의 F-15 전투기 간에 펼쳐지고 있었다.

AM 10 : 35

제주도 해군기지 인근 상공

20분간 펼쳐진 공중전에서 12대의 F-15J 전투기가 격추되자 일본 공군이 후퇴를 시작했다.

F-15K 전폭기도 8대가 희생되며, F-15K 2개 대대가 F-15J 전투기들을 가까스로 물리쳤다.

“적기들이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창서 대대장의 보고에 KAOC 항공우주 작전본부의 공군 작전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환해서 무장과 연료를 보충하라.“

혈전을 치른 11전투비행단의 살아남은 32대의 F-15K 전폭기들은 대구 K-2 기지로 귀환하기 시작했다.